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년, 잘 굴러가고 있는가? > 대학생 기자단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2년, 잘 굴러가고 있는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성명서]

본문

2008년 4월 11일,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됐다.

그 날의 기쁨을 기억하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7년간에 길고 긴 투쟁과 고통의 시간에서 해방되고 숨통을 트던 날이었다. 바로 그 날을 뒤로하고 어느덧 2년이 흘렀다. 세상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1년이 되기도 전에 국가인권위원회를 축소했다.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고 권리를 옹호하는 유일한 국가기구인 인권위원회 축소 방침은 국민의 인권향상도 축소하겠다는, 아주 발칙한 행태가 아닐 수 없다. 더불어 장애로 인한 차별 진정사례를 조사하고 시정 권고하는 인력을 축소함으로써, 장애인차별금지법의 법적 효력을 무화하고 허울뿐인 종이쪼가리로 방치해 두겠다는 선포와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장애계는 굴하지 않고 동법 시행령 제정, 인권위원회 인력 확충 및 축소 철회 투쟁, 집단 진정과 소송, 장애인차별 상담전화 전국네트워크 구성 및 운영, 장애인차별시정법률지원단 결성 및 운영, 장애인차별금지법 모니터링 몇 교육 등의 활동을 펼치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 노력해 왔다. 이러한 노력으로 혜화동 마로니애 공원 TTL 광장에 경사로 설치, 교사임용고사에서 시각장애인에게 음성시험지 제공, 토익시험에서 뇌병변장애인에게 독방과 대필자 제공, 발달장애 학생을 왕따 시킨 학교 교사와 학생들에게 인권교육 실시 등 사회환경 개선과 개인의 권익옹호 측면에서 크고 작은 성과를 이루었다.

그러나 장애로 인한 차별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에도 꾸준히 발생하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인권위에 접수된 장애차별 진정은 총 745건으로 전체 차별 진정사건 1,720건의 43.2%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권위가 설립된 2001년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2008년 4월까지 총 630건이었던 장애를 이유로 한 권리침해·차별 진정이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 이후 2008년 말까지 645건으로 비약적으로 늘어났고, 2009년에 들어서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기존에 장애인들이 불합리한 제도와 차별적 상황에 처했을 때, 자신이 찾아야 할 정당한 권리로 인식하지 못하고 혼자 삭히던 관례에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으로 장애인 당사자들의 차별 감수성과 권리의식이 향상되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정부가 장애인에 대한 사회 인식개선과 차별을 예방하고자 하는 법 제정 본래 취지를 간과(看過)하고 역할에 충실하지 않았음을 반증한 결과라 할 수 있다.

2009년 진정사건을 영역별로 살펴보면 재화·용역의 이용과 관련한 진정이 209건으로 전체의 15%를 차지하고, 시설물 접근성과 관련한 진정은 189건으로 13.9%에 달하며, 괴롭힘도 2008년 81건에서 2009년 170건으로 대폭 늘어 제도권뿐만 아니라 대인영역과 일상생활에서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차별에 심각성을 드러내 이를 뒷받침 한다.

또한 진정사건의 처리현황을 보면 괴롭힘 등 침해유형을 제외한 장애차별 건수 710건 중 조사대상에 포함된 417개 사건 중 권고, 합의 종결 등 실제 권리구제로 이어진 건수는 225건으로 절반 수준에 불과하며, 다른 차별영역에 조사관 1인이 10건에 진정 사건을 맡고 있는 것에 반해 장애차별 조사관은 5-60건의 사건을 맡고 있어 실효성 있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실행에 국가인권위원회 축소로 인한 조사 인력 부족이 절대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2010년 4월 11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실행된 지 2년이 되었다.

우리는 정부에게 묻고 싶다. 이 나라 정부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왜 만들었는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 땅에 장애인들이 피나는 투쟁과 고통의 시간을 견뎌 얻은 최소한의 생존 무기임을 대한민국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또한 법 제정에 합당한 예산을 편성하고 차별감수성과 전문성을 갖춘 인력을 확충, 체계적인 장애 인권교육 확대실시 등 정책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이와 더불어 장애인차별금지법 21조 영상 ․ 출판물에 정당한 편의제공 의무화와 동법 26조 사법 ․ 행정절차에서 장애인의 경우 구술에 의한 의사소통과 의사표현 가능여부 우선 확인 의무화 개정은 타법과의 이해타산을 뛰어 넘어 마땅히 이뤄져야 할 것이며, 성견후견인제도, 발달장애인지원법 제정 등 자기결정권을 행사하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한 보완책을 마련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살아있는 법으로써 장애인들의 인간다운 삶과 통합사회 구현에 밑거름이 되길 바란다.

2010. 4. 12.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작성자함께걸음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