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악세사리가 아니다 > 지난 칼럼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의 악세사리가 아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성명서]

본문

480만 장애인의 염원을 담아 지난 2007년 4월 11일 제정됐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차별금법)」이 시행 3주년을 맞이한다. 장애인당사자의 힘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안을 만들고 지금까지 무려 10년의 세월동안 장애인 인권의 역사는 생명과 호흡을 얻고 구체적 법안으로서 이 사회에 자리매김해왔다. 그렇다면 이 10년의 역사가 장애인 당사자의 삶의 호흡과 진정으로 일치하고 있는가?

장애인 당사자는 스스로의 힘으로 국내 최초의 인권법을 세웠고, 작동시키고 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보건복지부에 따르면(2009년) 장애인당사자의 80%는 여전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 모르고 있으며, 비장애인의 경우 70%가 이 법안에 대해 모른다. 장애인차별을 금지하고, 권리를 구제하기 위한 이 법률의 주체인 장애인 당사자도 모르고, 장애인차별의 주체인 사회와 개인 역시 이 내용을 모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이하 장추련)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제정 운동을 수많은 단체들의 연대의 힘이 모아질 수 있도록 하였고, 현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 있는 작동을 위해 장애인차별상담전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관련법, 상충법에 대한 개정운동,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을 위한 모니터링, 집단진정 및 소송, 정책, 인권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다. 사실 장추련 뿐 아니라 대부분의 장애인단체는 장애인당사자의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여러 활동들을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의 삶은 차별과 그 거리가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다.

차별은 있으나, 대응이 안 된다.

장추련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실효성을 높이고, 장애로 인한 차별에 대한 상담 및 법률지원을 통해 장애인 당사자의 장애인차별금지법 접근성과 활용도를 증진, 실질적인 장애인 차별에 대응하기 위해 장애인차별상담전화를 개설하였다. 장애인차별상담전화는 전국 30여개 단체의 네트워크로 구축되었으며, 상담전화 개설과 웹사이트로 장애인차별을 소개하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였다. 또한 법률지원단을 구축하여 운영함으로서 상담 및 차별에 대응하기 위한 법률 지원을 체계적으로 담당하고 있다.

더불어 장애인 당사자가 차별을 드러냄으로서 장애인 당사자가 차별에 대해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힘을 찾고자 집단진정을 진행하였다. 지난 일 년 동안 정당한 편의, 보험, 정보접근, 문화향유와 같은 각 종 차별에 대한 공동행동 즉 집단진정이 진행되었으며, 보험의 경우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장추련과 각 장애인단체의 이러한 움직임은 장애인차별에 대한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는 힘으로서 작동하고 있으나, 장애인차별시정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의 역할의 부재를 찾을 수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이후 2008. 4. ~ 2008. 12.(6개월) 까지 월평균 장애차별 진정건수가 75건으로 2007년 한 해 월평균 진정건수인 19.9건으로 세 배가 넘고, 국가인권위원회 출범 시기인 2001년(6.5건)에 비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와 같은 상황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당시부터 장애인당사자 및 각 계 전문가들은 장차법의 실효성 있는 시행을 위해서는 최소 65명의 전담 인력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으나, 이명박 정권 이후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는 장애인단체의 요구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기존 인력(15명) 유지. 2010년 3월 현재는 장애차별담당인력은 1명이 추가로 축소된 14명으로 장기미제사건이 계속 늘어가고 있어 장애인차별에 적절한 대응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작동되고 있지만, 차별시정기구는 법의 작동에 따라가고 있지 못하고, 장애인단체 등의 민간이 그 역할을 대리하고 있는 상황으로 실효성 있는 장차법의 작동을 위해 인력충원이 절실히 요구된다.

시급히 필요한 관련 법률 제․개정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1조는 방송, 출판, 영상물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한 조항이며, 제 26조는 사법 ․ 행정절차 및 서비스의 정당한 편의 제공과 관련된 조항이다. 보건복지부는 제21조의 개정에 있어서 시각장애인에게 출판물을 전자파일 형태로 제공하는 것을 권장 사항 또는 교과서 등 일부의 출판물에만 적용하려는 입장이었으며, 영상물의 수화 및 자막 삽입에 대한 내용은 배제된 21조 개정안을 준비하였다.

이에 장추련은 정당한 편의제공을 의무화 하는 법 개정을 추진하였다. 또한 제 26조의 경우 촛불집회에 참석을 이유로 구속된 지적장애인 000씨의 사례 등 사법절체에 있어서의 실질적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해 사법절차에서 반드시 장애인임을 묻고 장애인의 경우 필요한 진술보조인 등을 반드시 제공하는 골자로 법 개정을 추진했다. 4월 현재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21조와 제 26조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전체회의를 통과하고, 본회의만을 남겨둔 상태이다.

장애인․노인․임산부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편의증진법)의 개정은 장애인차별금지법에서 시설물에 있어서의 정당한 편의의 내용과 기준을 편의증진법에 따르고 있으나, 편의증진법은 정당한 편의가 아닌 편의시설의 내용과 기준만을 담고 있어, 원래의 취지를 담을 수 있도록 개정하기위한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제정당시부터 장추련과 논의했던 내용과는 다르게 정당한 편의를 시설물로 축소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내놓고 있어 장추련과 입장의 차이를 보이고 있다. 이 법률 개정안은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이후 시작된 이후 약 3년 여가 지났음에도 여전히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상법 제 732조는 “15세 미만인자, 심신상실자 또는 심신박약자의 사망을 보험사고로 한 보험계약은 무효로 한다.” 고 명시하여, 특히 정신적 장애인의 생명보험 진입을 가로막고 있다. 이는 장애인차별금지법 제 17조와는 상충되는 법률로서 그 삭제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의 꾸준한 시정권고에도 불구하고 법무부와 보험사의 태도와 입장은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장추련은 집단진정에 이어 상법 제732조 삭제 개정을 목표로 한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수많은 타 법률의 상충적인 조문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민간이 할 수 있는 최대치의 노력에 비해 정부는 이렇다 할만한 움직임을 갖지 않은 체 세월만 보내고 있다.

제 자리 찾아야 하는 장애차별 시정기구

국가인권위원회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가장 중요한 시정기구 가운데 하나이다. 그럼에도 최근 국가인권위원회의 동향은 시정기구로서 충분한 역할을 하기에 역부족이라는 지적을 자주 받고 있다. 하나는 이명박정부 들어서서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직축소와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에 따른 20명 인력확충 계획이 무위로 돌아가면서 장애인차별에 관한 효과적이고 실효성 있는 조사를 충실히 이행하는 데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또 하나는 인권에 기초한 조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조사관에 대한 훈련과 교육이 필요하다는 것인데, 이는 단적인 예로 집단 진정한 사건 가운데 조사관이 좀 더 자료를 요청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진정을 받은 대상 기관의 답변만을 의존하고 그 이상의 자료를 요청하지 않아 사건구성 요건이 안 된다며 장애인에게 진정취하를 권유한 일이 있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나치게 절차만 중시하고 행정적인 조사에 대해 문제 제기된 것은 비단 올 해만의 지적은 아니며,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이유는 인력의 문제가 가장 큰 것으로 보인다. 한 사람의 조사관이 50~60명의 진정사건을 담당해야 한다면 결국 사건마다 좀 더 정성을 기울일 수 없다는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한 일이다. 또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권 일반에 기초한 인권교육이 절실하다. 차별은 당한 그 사람의 체감에 의해 드러난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조문 그 자체만으로 장애인차별 상황을 이해하려한다면 오류의 여지가 크게 나타날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차별 상황을 기초한 다양한 형태의 정책 개발이 요구된다. 따라서 인권위원회는 차별 시정기구로서, 인권교육과 정책개발에 관한 조직적 확충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큰 과제를 떠안고 있다.

또한 법무부의 시정명령심의위원회는 명목상의 위원회로 전락해 가고 있다. 그동안 단 한 차례도 시정명령심의를 위한 위원회 소집이 없었다는 점은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고민 할 필요가 있다. 이미 국가인권위원회의 시정권고 불이행에 대한 보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가 자체적으로 시정명령 심의 필요를 못 느껴 시정명령 심의위원회가 열리지 않는다면, 결국 명목상의 위원회로 전락할 것이다.

공공기관, 모니터링 낙제점

최근 장추련은 장애인당사자 중심으로 서울시를 중심으로 우체국, 주민센터, 구청 등을 돌며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 모니터링을 마치면 대상별 진정이 계속 이어질 것이다. 차별 조사 2주차이나, 벌써부터 장애인차별금지법에 의한 진정 대상으로 공공기관들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정부부터 법을 이행하지 않으면서, 민간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을 요청한다면 누가 그 말을 듣겠는가?

앞서 밝혔지만 장애인이 비장애인에 비해 장애인차별금지법을 더 모르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 3년, 그리고 시행 2년 동안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와 시행 주체인 국가인권위원회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 존재 여부를 알리는데 주력해왔음에도 이런 결과가 나타났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인가? 관계 공무원, 시설 종사자, 학교 교사 등 가해 당사자 위치에 가장 쉽게 노출될 사람들을 중점적인 대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알리는데 만 주력한 것은 아닌지. 정작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소홀히 한 것은 아닌지. 더구나 정보접근과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에게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알려지지 않은 중대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광범위하고 직접적인 방법을 활용할 생각은 없는지.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인에게 악세사리가 아니다. 그 악세사리를 갖기 위해 장애인들이 지난 7년간 풍천노숙의 투쟁을 벌인 것이 아니다. 경제계와의 사투로 맞이한 벌금 5천만원을 갚느라 개별 주머니를 털어낸 것도 단지 장애인 인권 투쟁의 역사를 장식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전 세계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을 가진 나라의 순위에 들어가기 위한 것도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일상다반사로 나타나는 장애인 차별과 인권침해의 굴레를 끊어버리고,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사람이 동등한 권리와 자유를 누릴 수 있는 우리 사회의 환경을 만들기 위한 장애인들의 질기고도 고된 투쟁의 산물이다. 법률이 시행됨에도 이를 방기하고 덮어버리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또 다시 장애인의 저항을 온전히 받아야 할 것이다. 차별 받은 당사자의 요구를 묵살하는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하기 위한 지난 7년의 투쟁과 같은 그런 우리의 투쟁을 부추기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2010년 4월 20일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작성자함께걸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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