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하는 세상, 장애인도 함께 공유하려면 > 대학생 기자단


발전하는 세상, 장애인도 함께 공유하려면

접근권 확보와 기술의 전략적 활용 고민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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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아이폰을 샀습니다.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게 되면서 기술의 발전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불과 1~2년 전 터치스크린으로 동작하는 핸드폰을 보며 신기해했던 기억이 있는데, 아이폰은 그것보다 확연히 발전된 것이었습니다.

비단 핸드폰 기술에 한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너무나 많은 분야에서 기술의 발전은 비약적인 성장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장애인의 삶이 그 혜택을 받고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지 않은 것 같습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발전된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이 주요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충분히 비용을 지불하는 시장이 없다면 기술은 사용되지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로펌에서 공익활동 이외에 주로 처리하는 업무는 지적재산권입니다. 지적재산권이란 특허, 저작권, 상표 등과 같이 인간의 창의적 활동의 결과에 대해 인정되고 있는 권리인데, 저는 지적재산권을 사고, 팔고, 사용하게 하는 업무를 주로 합니다.

최근 들어 기업의 자산에서 지적재산권이 차지하는 비중이 점점 늘어가고 있고, 많은 기업이 좋은 지적재산권을 확보하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왜 그럴까요? 그건 지적재산권에는 독점권이 부여되기 때문입니다. 독점권은 곧 높은 가격과 수익을 의미합니다. 독점권을 가지고 있으면 가격경쟁을 하지 않아도 되고 얼마든지 원하는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 전동휠체어를 사용하고 있는 장애인 한 분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제대로 만드는 곳이 없어 수입해야 하기 때문에 가격이 비싸고 수리가 어렵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전동휠체어의 핵심 기술은 제어장치인데 여기에는 특허가 많아서 아무나 만들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런 경우까지 특허보호가 필요할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하지만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 제약분야에서 이런 논란이 자주 제기되는데, 질병으로 고통 받는 국민들이 많은 국가에서 특허권까지 신경 쓸 여유가 없는 것은 당연하고 특정한 특허권의 효력을 부인하지 것도 이해가는 일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독점권이 확보되지 않으면 연구개발에 투자를 하지 않게 되고 결국 좋은 기술이 개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딜레마이지요.

물론 여러 법률은 지적재산권을 사용할 수 있는 다양한 예외를 두고는 있습니다. 특허법은 정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사용하게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고, 저작권법은 공표된 저작물은 점자로 복제하거나 배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규정만으로 지적재산권의 사용이 활발히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습니다.

일례로, AIDS 치료제인 푸제온에 대해 특허법에 따른 강제실시 여부가 논란이 된 적이 있었는데 결국 강제실시가 아닌 무상공급으로 마무리된 적이 있습니다. 제조사가 강제실시를 당하느니 차라리 무상공급을 하겠다고 했기 때문입니다.

타미플루와 관련해서도 이러한 논란이 있었으나, 신종플루가 잦아들며 강제실시의 문제는 잠잠해졌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후진국과 달리 통상문제까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정부가 강제실시를 쉽게 허용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습니다.

어떻게 하면 발전된 기술을 장애인들을 위해 사용할 수 있을까요. 먼저 장애인의 일상적 삶에 직결되는 지적재산권의 이용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디지털 저작물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점자에만 의존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으며 시각장애인의 접근권 보장을 위해 청각자료의 활용이 법률을 통해 확보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기술을 삶의 영역으로 연결시키기 위한 실제적인 노력이 필요합니다.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는 기술을 발굴해야 합니다. 출연연 등의 기술을 무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가 있으므로 개발되었지만 활용되지 않는 기술을 찾고 이를 확보할 수 있습니다.

이미 공개되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찾아내는 것도 중요한 작업입니다. 좋은 기술이라면 정부 지원을 통해 사올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를 실제 장애인의 삶에 도움이 되는 상용화가 가능한 기술로 개발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재활공학이나 보조공학과 관련된 기관들이 있기는 하지만, 장애인을 위해 기술을 통할(統轄)하는 연구개발센터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군가가 구심점이 되어 어떤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기술을 개발해야 하는지 전략적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예전에 외국의 놀이동산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의자에 앉으면 비행기를 타고 여행지를 관광하는 것처럼 보여주는 놀이기구가 있었습니다. 이런 기술을 활용하면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들이 다양한 문화유적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습니다.

발전된 세상은 공유되어야 합니다. 접근권의 확보와 기술의 전략적인 활용을 통해 함께 누리는 세상을 기대해 봅니다.
작성자조원희 (변호사)  webmaster@cowalk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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