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미산, 개발이란 괴물을 장애인에게 보여 주다 > 대학생 기자단


성미산, 개발이란 괴물을 장애인에게 보여 주다

[김형수의 세상보기] 부동산 개발에 눈먼 교육재단, 장애인 안전은 뒷전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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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마포구 성산1동에 위치한 해발 68미터의 야트막한 동네를 成처럼 둘러싸고 있어 그 이름을 얻은 성미 - 山(정식 명칭 成山). 그 성미산이 홍익대학교재단의 기존 부설학교인 홍익초등학교 및 여중·여고 이전 신축 문제로 신음하고 있다. 공동 육아의 정착지이자 대안학교로 알려지기 시작한 성미산은 산 아래 반경 1km 남짓의 ‘성미산 마을’이란 보기 드문 생태 공동체까지 껴안고 있다. 2001년 산을 허물어 배수지를 만들겠다는 서울시와의 싸움도 이겨 냈고 아파트를 짓겠다던 전문 건설회사와도 승리하면서 성미산 마을은 지역 생태 풀뿌리 운동의 가장 유명하고 중요한 모델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2010년 홍익대 안의 낡은 학교를 ‘친환경 명품 홍익 숲속학교’로 이전 신축하겠다는 이번 홍익대학교재단과의 싸움은 버겁기만 하다. 그리고 지난 1월 20일에는 장애인 단체들이 힘과 자본으로 밀어 붙이는 홍익대학교재단의 행태를 비판하며, 지금의 공사를 중단하고 모두에게 안전하고 열린 공간의 대체부지를 찾아 진정한 무장애 학교를 지으라며 공동 성명서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도대체 지역 개발과 장애인의 문제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 자료사진: 성미산대책위원회 제공

  홍익대학교재단은 교육 재단인가? 부동산 개발업자인가?

  지금 성미산 일대 홍대 주변은 공항 철도의 개통으로 작년부터 땅값이 10배 가량 뛰어 거대 자본의 투입에 따른 지역 개발이 급속히 팽창하였다. 민간업자가 주도하는 부동산 개발은, 건물주가 높은 권리금을 주고 터를 잡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 철저하게 개발 계획을 숨기고 막대한 시세차익을 챙기는 피해 사례가 많은데, 재작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제 철거를 당한 홍대 입구역 4번 출구의 식당 ‘두리반’이 대표적인 경우다. 두리반 투쟁은 제2의 용산으로 불리며 여전히 진행 중이다.

  기존의 열악한 교육 환경 개선을 내세우며 밀어붙이고 있는 홍익대학교재단 부설학교들의 이전은 그래서 그 진정성이 의심받고 있다. 사실 홍익대학교재단 부설학교들의 열악한 교육 환경은 오래된 일이었다. 재단은 교육 환경의 열악함을 뻔히 잘 알고도 차일피일 교육 환경 개선을 미루어 오다가 홍대 주변의 공항철도 개발이 발표되고 나서야 학교 신축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홍익대학교재단은 2006년 11월 13일에 홍익대의 교비까지 전용하여 578억 원에 성미산 부지를 매입, 168억 원의 시세 차익을 얻어냈다. 그리고 성미산과 같은 비오톱 1등급지의 개발을 막은 시 조례 발효 1주일 전 도시계획시설 변경 절차를 마치고 건축 승인을 받아냄으로써 홍익대학교재단은 비오톱 1등급지의 마지막 개발자가 된다.

  홍익대학교재단의 과거 행태와, 부동산 개발업자나 진행할 법한 부지 매입과정과 공사 과정을 보면, 재단이 내세우고 있는 학생들의 교육권 보장이란 명분이 약해질 수밖에 없다. 지역 학생들의 교육권을 위해 학교를 이전한다면서 인근 학교를 통학하는 학생들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고, 성미산을 지키겠다고 맨몸으로 막아선 주민들을 포클레인으로 겁박하는 작태란, 이윤추구에만 눈이 먼 부동산 개발 회사의 그것과 무엇이 다른가?

  사유 재산권 침해라며, 학교 이전을 반대하는 주민들과의 대화조차 거부하는 재단의 고압적인 자세 자체가 교육 재단의 정체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 아니겠는가?

 


  홍익대학교재단의 성미산으로의 학교 이전, 장애인에게 무엇이 문제인가?

  가파르게 산을 허물어 비장애인 학생들에게도 아찔한 진입로를 갖는 성미산 중턱에 초·중·고를 이전하는 것 자체에 대한 문제 제기이다. 별도의 장애인 학생을 위한 승강설비나 접근시설 계획을 통해 최소한의 정당한 편의제공을 도모하고는 있으나, 학교 정문 외부에 장애인 승강기를 설치하여 옹벽 위의 초등학교 운동장 내부로 진입해 학교 안으로 이동한다는 설계 계획 자체가 반교육적이란 지적이 많다. 그나마 애초 홍익대학교재단의 설계안에는 이 승강기 설치도 존재하지 않았다. 학교 정문 쪽에 장애인을 위한 가파른 경사를 내는 것이 계획 원안이었는데, 지체장애인편의시설지원센터의 현장답사와 문제 제기 때문에 그나마 수정된 것이었다. 장애인 단체들은 기존 건물을 증개축하는 것도 아닌, 새 건물에 처음부터 장애인 학생이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다른 학생들과 만나지 못하고 별도의 출입문을 쓰라고 구조적으로 강제하는 것이 흑인들에게 백인들이 드나드는 출입문을 사용하게 하지 못한 인종 차별과 무엇이 다른가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한 이런 승강설비는 현재에도 비좁은 주 통학로에 위치함으로써 등교시간에는 실질적으로 승강기를 이용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오가는 학생들의 안전도 도모하기 어렵다. 실제로는 비장애인 학생들과 함께 등교하는 곳에 승강기를 설치할 수 있으나, 홍익대학교재단이 미관상의 이유로 설계변경을 하지 않고 있다.

  성미산이 아닌 접근성이 좋은 평지의 대체부지에 학교를 지으면 누구나 행복하고 접근 가능한 학교로 만들 수 있는 길을 굳이 외면하는 홍익대학교재단의 태도는, 학생들의 교육보다 학교 이전을 통한 개발이익에 더 욕심이 있다고밖에 볼 수 없는 것이다.

  그동안 홍익대학교재단은 학교 이전을 이유로 기본적인 시설투자조차 잘 하지 않아 학생들의 원성이 높았다. 초·중·고 어디에도 가장 기본적인 장애인 편의시설은 물론 처음부터 단 하나도 없거니와, 교과부가 모든 학교에 편의시설 설치를 의무화 했을 때도 이를 위해 학교를 리모델링한 적도 없다. 당연히 장애인 학생도 없다. 또한 특수학급도 개설된 적이 없다. 설계상으로는 장애인에게도 구색을 갖춘 것이지만 학교가 신축되어 이전이 완료되면, 과연 홍익대학교재단이 말하는 이 명품 생태 학교를 장애인 학생에게도 개방할 것인가란 질문에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기본적으로 홍익대학교재단과 홍익대는 지역사회에서 사회약자를 위한 정책에 인색하기 짝이 없었다. (최근의 홍익대 청소 노동자 집단해고를 보아도 알 수 있듯이) 홍익대는 신촌지역의 대학 중에 장애인 입학 관련 입학 전형을 실시하지 않고 있는 유일한 대학이다. 당연히 장애인 학생을 위한 지원체계 역시 최하위 대학이다. 이는 주변 지역 학생을 위해 특수학교를 증·신축한 연세대나 수 개의 장애인학생 관련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이화여대와 비교해 보아도 더욱 그러하다.

  이렇게 홍익대학교재단이 법을 내세우며 성미산을 파괴하고 힘없는 청소 노동자를 내모는 동안 그들이 보여준 도덕성은 이미 이율배반적이며 탐욕스럽기까지 하다. 그래서 장애인 단체들은, 그동안 보여준 홍익대학교재단의 이런 도덕성과 철학이 최근까지 장애인을 비롯한 사회적 약자의 진입 자체를 완강히 거부하던 특목고와 같은 귀족학교의 그것을 닮아간다고 심각하게 우려하는 것이다. 

 
  장애인단체들은 무엇을 할 것인가?
 

  사실 이번 성미산 개발 문제에 대해 장애인 단체의 운신의 폭은 그리 크지 않다. 공장이나 아파트를 짓는 것이 아닌, 공공성이 강한 ‘학교’를 이전 신축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신축하는 학교에 기본적인 편의시설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고, 특수학급 설치 문제는 신축 이후의 문제이다. 장애인 단체들은 땅값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장애인 시설의 설치를 반대하는 님비 현상은 경험해 보았지만, 땅값이 아닌 환경이란 가치와 눈에 보이지 않는 도덕과 철학으로 싸워본 적이 별로 없다. 어쩌면 그래서 장애인 운동이 지역 운동에서는 그 연대가 약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홍익대학교재단이 순수하게 교육적 목적으로 학교를 이전한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 이전 과정이 너무나도 비교육적이기 때문이다. 홍익대학교재단이 그 이전의 이익으로 홍익대의 등록금을 경감시키거나 대학교에 장애인 학생 지원체계를 강화시킬 가능성도 없다. 오히려 성미산은 생태공원으로서의 형질을 잃게 될 위험이 높고 그렇게 역세권으로서의 개발이 가속화되면 결국 성미산 마을이란 지역 공동체 자체가 위협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성미산 학교의 8명이 넘는 장애인 학생의 대안 교육도, 공동 육아에서 장애인 차별금지와 통합교육을 위해 만든 자체 규정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개발과 환경 파괴가 가지고 올 연쇄 반응에 대해 우리는 주목해야 하고 모니터링을 강화해야 한다. 당장 이전 신축부지와 담장을 마주한 성서초교의 1,000여 명의 통학로의 안전권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그 길거리를 함께 오고가는 전동휠체어 이용자의 안전과 장애인 학생의 안전도 결코 안전하다 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리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무장애 공간으로 학교를 이전하도록 하는 지역 운동이 실패로 돌아간다 하더라도, 장애인 학생의 편의시설을 단순히 생색내듯 설치하는 데에 그치고 정작 장애인학생에 대해서는 진입 장벽을 높이는 귀족 사립학교로 전락하지 않도록 장애인 단체들이 홍익대학교재단에게 목소리를 높이고 감시의 눈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그것은 강압적인 힘과 거대자본으로 이루어진 교육을, 최소한 인권의 얼굴을 한 교육으로 만드는 길이 될 것이다.

 

작성자김형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 사무국장  tournf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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