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성 없는 격리시설 논의 안 돼 > 인권의 살갗


반성 없는 격리시설 논의 안 돼

성범죄에 관대한 법의 판결이 낳은 조두순 출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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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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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초등학생을 납치해 잔혹하게 성폭행한 조두순의 출소를 앞두고 세상이 시끄럽다. 청와대에 조씨의 재수감 요청 등 관련 청원 글이 여러 건 올라올 정도다. 올해 12월 13일에 12년 형량을 마치고 출소하는데, 그의 집이 피해자와 같은 도시라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청와대 청원만이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그의 출소와 관련한 입법 논의가 오가고 있다.



격리시설은 보호감호, 법원의 판단 없는 국가형벌권 강화만 가져와

그런데 이런 일련의 논의들이 우려되는 점은 세 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는 인권후퇴적 법 제도의 부활이고, 두 번째는 성폭력 범죄자에 대한 법원의 낮은 형량 선고에 대한 성찰이 없다는 것이고, 세 번째는 그로 인해 성폭력범죄가 악마적 개인의 문제인 양 착각하게 만든다는 점이다. 자세히 들어가 보자.

첫째, 조씨의 재범을 막는 목적으로 제안하는 법안 중에는 ‘유사 보호감호제’ 도입이 있다. 출소한 조씨를 사회와 격리할 수 있게 보호수용제도를 도입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격리시설에 보호수용하는 것은 이중처벌이라는 이유로 폐기된 보호감호제와 다를 바 없다. 2012년에도 비슷한 안이 나온 적이 있다. ‘일반 교도소가 아닌 구분된 시설에 수용, 즉 격리시설에 수용’하는 안은 보호감호와 다르지 않다. 1인 1실을 보장하고 전화통화도 자유롭게 하고, 일을 하면 최저임금도 주겠다고 해도 비슷하다. 수용시설이 교도소보다 조금은 더 자유로울지 몰라도, 본질적으로 개인의 자유를 제한한다는 점에서 ‘자유형’이므로 이중처벌이다. 근대국가체제에서 형벌은 신체형(몸을 고문하거나 훼손하는 유형)에서 신체·이동의 자유를 제한(자유형)하는 형벌로 변화했다. 그런 차원에서 아무리 국가라 하더라도 개인의 생명권을 앗아가는 사형제도 폐지되는 추세와 맞지 않는다.

그리고 무엇보다 격리시설 보호수용은 법원의 판결 없이, 행정권력에 의해 가두는 처벌에 불과하다. 즉 형벌권의 주체와 자의성을 높인다. 나아가 보호감호제가 정치사범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의 역할을 했던 역사에 비춰 봐도, 자의적인 형벌제도 도입은 신중해야 한다. 성범죄자가 아닌 다른 (범죄)사람들에게도 해당할 수 있는 조치로 악용될 여지도 있다. 격리시설 수용은 성폭력에 대한 경각심을 낮출 뿐 아니라, 성범죄 외에도 국가가 개인의 신체를 가둘 수 있는 여지를 만드는 것임으로 인권의 후퇴를 가져올 수밖에 없다. 법의 판결 없이 행정권한으로 몇 명의 범죄자만 ‘격리시설에 가두는 제도’를 만드는 것으로는 국가형벌권만 강화할 뿐, 성폭력 범죄자 엄중 처벌과 근절을 가져오기 어렵다.



조두순 출소 반대에서 나타난 이중적인 시선
둘째, 사태가 이렇게 나은 근본원인을 제공한 ‘낮은 형량’에 대해서는 말이 없다. 판사들이 처음부터 높은 형량을 선고했다면 이런 논란은 없었을 것이다. 조두순에게 12년이라는 형량을 줬다는 점에 대한 반성과 비판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어떤 이는 당시에 12년이라는 형량은 낮은 형량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으나, 판사가 내린 형은 법정 최고형은 아니었다. 심지어 조두순은 이미 성폭력 전력이 있었고 살인전과가 있음에도 가중처벌되지 않았다. 사건 이후 피해자는 조두순이 감옥에 60년은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던 말에서 짐작할 수 있듯이, 피해자가 겪은 폭력의 고통과 결과는 매우 컸다. 피해자도 강력한 처벌을 원했으나 법원은 외면했다. 검사가 무기징역을 구형했으나, 재판부는 ‘나이가 많고 알코올중독 등에 의한 심신장애가 있다’라며 징역 12년을 선고했다. 이러한 반성폭력 감수성이 없는 판사들을 제재할 수단을 적극적으로 마련하지 않은 채, 격리시설을 만든다고 성범죄가 근절되겠는가. 재범을 막을 수 있겠는가.
어떤 이는 이번 기회에 법정 형량을 높이자고 한다. 법정형량을 높인다고 해결될 일이 아니다. 법정 형량이 높으면 무슨 소용인가. 실제 조두순 사건처럼 법원이 낮게 판결을 내리는데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오히려 수많은 감경사유로 성범죄자들의 형량이 감형된다. 
아직까지도 성폭력범죄에 대해 가벼운 형벌을 주는 경향은 바뀌지 않았다.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19년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 동향분석 결과’를 보면,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간을 저질러도 최종심(대법원) 집행유예를 받는 경우가 31%나 된다. 성범죄자들에 대한 법원의 최종심 선고형의 종류를 징역형, 집행유예, 벌금, 선고유예, 무죄로 5가지 유형과 각 세부 유형별로 살펴본 결과이다. 집행유예가 48.9%로 가장 높았고, 징역형 35.8%, 벌금형 14.4%, 선고유예 0.7%의 순으로 나타났다. 1심 선고형과 비교해 보면, 징역형은 41.4%에서 35.8%로 감소하였고, 집행유예는 43.3%에서 48.9%로, 벌금은 14.0%에서 14.4%로 증가하였다. 성인의 경우는 더 심하다.
성인이든 아동이든 모든 성폭력에 대한 강력한 처벌 없이는 성폭력 근절은 불가능하다. 피해자의 동의 없이 함부로 해도 된다는 인식, 상대를 인격을 가진 사람으로 보지 않기에 성폭력이 발생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기 때문이다. 격리시설에 수용하는 안이 아니라, 판사들이 처음부터 가벼운 형량을 선고하지 못하게 하는 법이 필요하다. 판사들이 성폭력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만큼 법원은 유·무죄만 먼저 판단하고, 형량은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고 판단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제도를 고려해야 한다. 즉 피해자가 추천하는 전문가가 1/3이 되도록 하고, 피해자의 의견을 듣도록 하는 전문가위원회를 만드는 것이다.


성폭력범죄의 개인화, 가부장적 성차별 인식은 그대로
세 번째, 조두순을 격리하면 해결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것은, 성폭력을 ‘문제가 있는 개인, 악마적 개인’의 문제로 탈바꿈시킨다. 성폭력범죄를 발생시키는 원인인 가부장적 문화와 여성혐오 문화, 성차별적 제도는 건들지 않겠다는 것에 불과하다. 여성을 차별하는 문화 속에서, 여성을 한 명의 인간으로 바라보지 않는 환경 속에서 성폭력의 씨앗이 싹튼다.
이는 아동성범죄에 대한 이중적 시선에서도 드러난다. 아동성폭력범죄인 조두순 사건에 흥분하는 사람들은 왜 아동포르노를 제작 유통한 손정우 사건에는 관심이 없나. 아동을 하나의 인격체로 보지 않고 성적 유희의 대상으로 전락시킨 아동포르노와 아동성범죄는 맥락상 이어져 있다. 아동포르노를 보는 일이 성범죄라는 자각이 없는 문화 속에서 성폭력은 발생하기 쉽다. 그저 남성의 문화로 생각하는 ‘야동’으로만 여기는 인식은 왜곡된 성인식을 방치하는 일이다. ‘조두순’만을 문제 삼아서 성폭력을 뿌리 뽑기는 어렵다. 여성과 아동을 인격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는 성차별적, 아동차별적 문화에서 성폭력은 자라날 수밖에 없다.


피해자를 존중하는 문화부터
필요한 것은 아동을, 여성을 한 명의 동등한 인간으로 존중하는 것이다. 피해자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다. 피해 아동에 대한 가해자·가해자 대리인의 접근금지 범위를 기존 100m에서 1km 이내로 확대하는 일명 ‘조두순 접근 금지법’ 같은 법안이 필요하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가까운 곳에 산다는 것은 피해자를 위축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학교를 가거나 물건을 사러 마트에 가는 등의 생활반경 등을 생각한다면 100m는 매우 짧은 거리다. 이는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보호조치가 미흡했음을 반증한다.
이렇듯 우리 사회는 피해자의 삶과 고통에 관심이 없다. 최근 조두순 출소와 관련한 과열 취재도 그런 맥락이라 할 수 있다. 이에 안산시는 “피해자의 2차 피해를 막고 잊힐 권리를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피해자의 주소 등 신상을 파악하려는 네티즌들도 생겨나기 때문이다. 연일 조두순 기사가 쏟아지면서, 피해자와 그 가족이 불안에 떨고 2차 가해가 벌어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
조두순 출소를 성범죄에 대한 이중적인 시선을 거두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성폭력에 관대했던 법원의 솜방망이 처벌이 중단되고, 피해자 회복조치에 더 관심을 기울이는 방안들이 많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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