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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야구 청춘의 땀방울! 뇌성마비 장애인 매니저 야마모토

오사카에서 온 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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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변미양/지체장애인. 오사카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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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단될 수 없는 젊은 도전
‘Go To Travel!’ 좋게든 나쁘게든 요즘 가장 많이 듣는 말이에요. 유행가 가사처럼 신나게 들리는 한마디, ‘여행을 떠나요!’
일본 정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침체된 경기를 살려보겠다는 뜻으로 내세운 정책 중 하나인데, 특히나 큰 타격을 입고 있는 관광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1박 2만 엔을 한도로 숙박요금을 50%까지 할인해 준다는 거예요. 그런데 7월 22일부터의 시행을 앞두고, 특히 도쿄를 중심으로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해 난처해진 거죠. 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이동을 자제해야 하는데, 자제시키기는커녕 여행을 지원하겠다는 정책으로 인해, 코로나 확진자들을 일본 전역으로 확대시키는 ‘Go To 트러블(Trouble)’이라고 야유되고 있습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코로나19, 아직 그 전모가 파악되지 않은 상태에서 백신도 없고 치료약도 없으니, 대책을 세우려고 해도 뾰족한 방도가 없고 우선은 마스크 착용과 거리두기에 유념하는 정도이니, 관광업계에서도 두 손 벌리고 손님을 맞이할 수 없기에 답답한 입장이겠지요. 하지만 이제부터 기승을 부릴 한여름 더위에 코로나19만큼이나 무서운 ‘온열질환’도 예방해야 하고, 밀폐된 방 안에서만 지낼 수는 없잖아요.
어디 확 트인 곳으로 나가 소리도 지르고 땀도 흘려야 후련할 것 같은데, 산이나 야외로 나가지 않아도 도심의 야구경기장이 그 한 몫을 대신하지 않을까 싶네요. 한국에서도 팬들이 많은 것 같지만, 일본에도 야구팬이 참 많아요. 프로야구도 그렇지만, 특히 고교야구는 그 역사도 오래됐죠. 봄과 여름에 열리는 전국대회를 위해, 전국의 고등학교 야구부원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연습하고 경기하는 모습은 일반 관객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고 있어요.
그런데 올해는 봄에 개최될 예정이었던 전국대회가 코로나19 때문에 돌연 중지되고, 여름 전국대회도 결국은 정식으로 개최될 수는 없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야구선수들이 초중고등학교 12년을 쏟아 부으며 야구에 전념하고 있는데, 그 마지막 결산이 되는 고등학교 3학년의 경기가 무산되어버려 선수들과 학부모를 비롯한 관계자들의 안타까움은 말로 표현할 수 없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한 달 전 긴급사태선언이 풀리고 확진자 등의 추이가 좀 가라앉게 되자, 정식 경기는 아니지만 대체 경기를 연다는 방향으로 조정이 됐어요. 그래서 8월10일부터 25일까지 봄 대회에 출전 예정이었던 32개 학교가 시합을 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되었습니다. 야구의 전당으로 불리는 ‘고시엔’에서 각 팀이 한 시합씩만 벌여 16시합을 거행하는데, 개회식은 출전하는 각 학교에서 각각 거행하고, 무관객 시합으로 할지 야구부원과 부모님들만 참가할지는 아직 검토 중이라고 해요. 몸을 부딪치는 단체 활동에 숙식이동도 단체로 하니, 정말 신중에 신중을 기해 조정하는 것 같아요. 100년이 넘는 고교야구가 전쟁이 아닌 이유로 중지되는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정말 이 팬데믹이 큰일은 큰일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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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구장에서 지시를 전하고 있는 뇌성마비 장애인 매니저 야마모토 


당장의 결과가 아닌, 내일을 향해
출전 예정인 32개 학교는 그나마 기억에 남을 시합을 한 번이라도 치르게 되지만, 대부분의 학교는 그 기회조차 얻지 못하게 돼버렸어요. 가까스로 출전하는 선수의 속상함에야 비할 수 없겠지만, 한 팀이 되어 응원하는 스태프나 매니저들의 심정도 딱한데요. 그 팀원 중에 한 학생의 사연이 마음을 끄네요.
오사카에 인접해 있는 시가현(滋賀県)에 있는 이가고등학교(伊香高) 야구부. 학교는 작지만 이 야구팀은 지난 가을 시가지역 대회에서 33년 만에 4강에 들었었고, 올해의 전국대회에 큰 기대를 걸고 있었다고 해요. 대회 출전을 위해 선수들은 물론이지만, 응원석에서 성원을 보내는 매니저 야마모토(山本陸) 군. 중증의 뇌성마비장애를 갖고 있어 전동휠체어를 타고 학교 생활을 보내고 있는 야마모토는, 특별지원중학교 재학 때 전동휠체어축구부 활동을 하던 친구들로부터 “스포츠를 통해 선생님과의 사이도 친하고, 다들 친절하다”는 평판을 듣고 이가고등학교에 진학하게 되었다네요.
학교가 언덕 위에 있어, 등교할 때는 전철역에서부터 활동지원인과 친구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통학을 해야 하는데요, 처음에는 친구도 없고 쑥스러워했던 야마모토 군은 같은 반 친구의 권유로 용기를 얻어 야구부에 들어가게 됐대요. ‘폐를 끼치고 싶지 않다’는 마음이 컸지만, 부원들이 “우리들의 목표인 고시엔 출전, 그 목표를 위해 같이 노력하며 응원해 줘!”라고 용기를 줘서, 한마음으로 야구부 활동을 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야구부는 직접 공을 던지고 치며 달리는 부원뿐만 아니라, 뒤에서 지원 활동을 하는 매니저의 역할도 아주 중요하죠. 야마모토는 거의 매일 운동장에서 선수들을 지켜보며 응원하고, 시합 때는 점수를 표시하고, 원정경기 때도 빠지지 않고 같이 합숙에 참가했대요. 야마모토가 점수를 매길 때 실패하면, 감독은 다른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엄격하게 지적하며 특별대우는 하지 않았다고 해요.
팀의 성적은 3위에 그쳐 전국대회 진출의 꿈은 무산됐지만, ‘강한 팀들과 싸워 준결승까지 올라갔기에 자신감을 얻게 되었고, 어려움은 많지만 야구부를 통하여 포기하지 않고 학교 생활을 보낼 수 있었다’고 하는 야마모토. 머쓱머쓱했던 관계가 자연스레 서로 필요할 때 도와주는 우애로 발전하게 됐고, 그런 행동들이 쌓이면서 서로를 받아들여 특별한 대우가 아닌 배려와 상대에 대한 다정함으로 우러나게 되었다고요.
대회 출전은 무산되었지만, 운동장의 잡초도 뽑고 꾸준히 체력을 단련하며 연습하는 부원들. 지금 바로 눈에 보이는 결과가 아니라, 차근차근 내일을 준비하면서 서로를 격려하며 흘리는 청춘의 땀방울 속에 내일을 향한 희망도 비치는 듯 더욱 더 빛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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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걸음 2020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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