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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 이용에 차별

장애계 국가별로 본 CRPD 선택의정서 활용사례: ② 오스트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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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소영/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국제협력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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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이름’으로 박탈된 대한민국 국민의 권리
2019년 4월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 A씨는 승강장에서 지하철을 타다가 틈새에 바퀴가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해당 승강장과 지하철의 간격은 12cm였다. A씨는 해당 역사(驛舍)에 승강장과 지하철의 간격이나 높이 차이가 기준 이상일 경우 안전장치를 설치하여,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한 조건에서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도록 보장하라는 차별구제 소송을 서울동부지방법원에 제기하였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법원의 판단은 지나치게 보수적이었다. 해당 지하철은 2004년 12월 건설교통부령 신설 이전에 준공된 역사로 법 규정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안전발판’ 등의 설치는 「교통약자법」 시행령의 편의 내용에 빠져 있고, 이미 원스톱 케어서비스와 이동식 안전발판 서비스가 제공되고 있어 ‘정당한 편의’가 보장되고 있다고 판결한 것이다. 사건의 항소를 돕기로 한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의 성명처럼, 이번 판결은 법원이 대한민국 국민의 안전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법의 이름’으로 박탈한 것과 다름없다. 법원이나 지하철 운영사가 생각하는 ‘대중’에 장애인은 포함되지 않는 것일까.


오스트리아에 사는 F,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교통수단을 이용하고 싶다
소송 내용에는 차이가 있지만, 결국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당해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진정된 개인진정사건이 있었다. 오스트리아 국민인 F도 매일 시에서 운영하는 트램(tram)을 이용했다. 시각장애인인 그는 트램의 도착 시간과 방향을 파악하고, 내려야 하는 정거장의 정보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 디지털 음성 시스템을 사용했다. 디지털 음성 시스템은 화면의 버튼을 누르면 트램의 정보를 음성으로 전환해주는 장치였다. 그는 디지털 음성 시스템 덕분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트램의 정보를 파악하여, 타인의 도움이 없이도 트램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2011년 이용하던 트램 노선이 확장되었고, F가 이용하는 구간에서는 음성정보가 제공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F는 지나가는 행인에게 트램의 정보에 대해 물어야만 했다. F는 트램을 운영하는 시가 장애인도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수 있도록 조치하지 않았으므로 간접적인 차별에 해당한다고 생각했다.


오스트리아 법원의 차별 소송 기각과 국내 권리구제 수단의 소진
오스트리아의 「장애평등법」에 따르면, 당사자는 차별소송을 제기하기에 앞서 차별 행위를 한 주체와 사전 조정 절차를 거쳐야 한다. 따라서 2012년 6월 F는 트램 운영사에 트램 노선을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정보를 얻지 못하는 등, 장애를 기반한 차별을 당했다고 시정을 요구했다. 하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한 달을 겨우 넘긴 조정 기간이 끝났고, 그는 해당 행정구역의 지방법원에 간접적 차별을 주장하는 차별구제 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른다.
지방법원 역시 이를 차별로 인정하지 않았다. 트램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는 것이 트램 자체에 대한 접근을 제한한 것은 아니며, 진정인이 원하는 정보는 디지털 음성 시스템이 아니더라도 인터넷이나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등에서 접근이 가능하다는 것이 이유였다. F는 고등법원에 항소했지만, 고등법원도 같은 판결을 내렸다. 오스트리아에는 일정 소송 비용 이하의 소송은 대법원에 항소할 수 없다는 국내법이 있어, 국내에서는 더 이상 그의 권리를 구제해 줄 수단이 없었다. 결국 F는 선택의정서에 근거한 개인진정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 제기하였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차별 및 협약 위배 인정
F는 당사국(오스트리아)의 조치가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여러 조항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먼저 F는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대중교통을 이용할 권리를 박탈당했으므로 당사국은 협약의 제5조(평등과 비차별), 그리고 제9조(접근권)를 위반했으며, 독립적인 이동이 불가능해졌으므로 제19조(자립생활과 지역사회의 참여)와 제20조(개인의 이동성)를 침해 받았다고 명시했다. 또한 오스트리아 「장애평등법」이 ‘차별’, ‘장벽’ 등에 대한 해석을 지나치게 제한적으로 하고 있어,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조(정의)에 부합하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는 당사국과 진정인으로부터 수집한 모든 정보를 고려하여 결론을 내렸다. 위원회는 “장애인이 경험하는 많은 장벽 중 하나는 정보의 부족인데, (…) 새로운 기술에 장애인의 접근 보장은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 달성을 위해 필수적이다”며, “정보통신기술에 대한 접근권도 중요한 장애인의 권리 중 하나”라고 인정했다. 결과적으로 “오디오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음으로써 실시간 정보에 접근이 거부되었으며, 때문에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트램을 독립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는 사실에 주목하며, 진정인의 주장대로 제5조의 2항, 제9조의 1항과 2항의 위반에 이른다고 하며 다음과 같이 권고하였다.


 

ㅇ당사국은 트램의 모든 노선에 시각적으로 이용할 수 있는 정보에 대한 접근성의 부족을 시정해야 할 의무가 있음. 또한 당사국은 진정인에게 발생한 국내 소송 비용 등을 적절히 보상해야 함


ㅇ당사국은 앞으로 유사한 협약의 위반이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할 의무가 있음


-설계, 건설, 네트워크 등 서비스 제공자를 대상으로 협약, 선택의정서 및 유니버설디자인에 대해 교육할 것


-장애권리법에서 규정하는 비차별적 접근에, 정보통신기술과 해당 기술을 통해 제공되는 현대 사회의 많은 재화와 서비스에의 접근도 포함하도록 보장할 것


-이러한 법과 제도를 협약 제4조 3항에 따라, 관련 이해 관계자들뿐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서 검토하고 채택할 것. 법과 제도는 유니버설디자인의 원칙에 기반해야 하며, 이를 의무적으로 적용하게 하고, 위반 시 제재 규정도 포함할 것



권리 기반 패러다임의 도입과 국내 법, 서비스 등에 적용
오스트리아는 최근 제출한 국가보고서에서, 시각장애인 대중교통 접근성 보장을 위해 취하고 있는 조치를 묻는 위원회의 질문에, “접근 가능한 대중 교통수단은 교통시설이나 전차 자체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접근 가능한 통신기술도 포함된다. 이를 보장하기 위해 대중교통 운영사와 장애인단체들이 협업을 시작하였다”며, 구체적인 조치와 계획을 밝히고 있다. 이처럼 당사국은 개인진정결정을 통해, 장애와 관련하여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권리에 기반한 패러다임을 받아들이고, 국내법과 제도·서비스에 적용할 계기를 얻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사례에 적용해 보자. 타인의 도움을 받더라도 트램 자체에 접근이 거부된 것이 아니라는 이유로 차별 소송을 기각한 오스트리아 법원의 판결과, 승무원에게 승하차 도움을 요청하는 원스톱 서비스·이동식 안전발판 등의 정당한 편의가 이미 제공되고 있어 차별이 아니라는 서울동부지방법원의 판결이 장애인의 일상을 ‘다른 사람의 조력을 받으면 될 일’로 치부한다는 관점에서 매우 유사해 보인다.
다만 오스트리아는 국내법을 통해 거부된 장애인의 권리를 개인진정제도를 통해 보장받았던 반면, 선택의정서조차 비준하지 않은 우리나라는 소송에서 최종 패소하더라도 더 이상 권리구제를 받을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도 장애인권리협약 선택의정서를 비준해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의 완전한 권리의 향유는 장애인이 독립적으로 비장애인과 동등하게 서비스·시설·정보 등을 이용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이뤄진다는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가, 장애인을 누군가의 조력을 받아야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만 바라보는 우리나라 법원의 왜곡된 장애인식을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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