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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언어, 의사소통

언어와 의사소통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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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화수/대구대학교 언어치료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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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과 소멸을 한데 모아

새로운 언어가 창조되고 있네

끊임없이 들려오는

세상이 지워지는 소리,

세상이 만들어지는 소리

나도 함께 쓴다,

언어의 한 가운데 서서

(중략)

정보는 날아다니지만

나는 단어를 잡지 않았네

낮은 채도의 초록을 배경으로

내가 해야 할 일과 하고 있는 일에 대해서만

생각하고 있을 뿐

몸은 여기에 있으면서

들려오는 단어를 중심으로

배열된 미래 시간에 나를 던진 채.


김화수, ‘코드스위칭’, <푸른문학>, 2019년 가을.






어느 것이 언어의 문제,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2009년 여름, 베트남을 여행할 기회가 생겼다. 아, 물론 인생은 늘 여행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여행은 내겐 매우 특별했다. 관광이나 휴양여행이 아니라 후에(Hue) 치의학대학 치과병원의 구순구개열 환자를 위한 의료봉사인데다가, 대구대학교 제자들과 함께한 여행이어서다. 학교 차원의 봉사가 아니라, 전북대 치의학대학원 신효근 교수님 개인이 지속적으로 해오시던 해외 무료봉사에 함께 참여할 기회를 얻은 것이다.

구순구개열은 얼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흔한 선천적 기형 질병 중 하나로, 임신 4∼7주 사이 입술(구순)과 입천장(구개)를 만드는 조직이 결합되지 못해서 발생하는 입술이나 입천장의 갈림증을 말한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펴보면, 한국전쟁 이후 환자 수가 급증했으나 치료할 돈이 없어 방치한 경우가 많았다. 1967년 대한적십자사의 후원으로 ‘언청이 퇴치사업’이 시작되고 나서야 많은 구순구개열 아동들이 치료 수술을 받을 수 있었고, 1978년부터는 언어치료도 병행할 수 있었다고 한다.

입술이나 입천장의 문제는 발음의 문제로 이어지고, 당연히 수술로만 끝내서는 안 된다. 즉 언어치료가 필요하다. 물론 언어치료에 대해서는 이보다 더 이전인 1953년, 농인들을 위한 언어치료(찬송가를 부르는 발음 교육을 시작으로)가 대구대학교 기록에 남아 있다.

우리나라는 구순구개열 환자 수가 많이 감소하는 추세지만, 베트남의 경우에는 출현율이 높은 상태로 여러 국가에서 의료적 지원을 하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2009년 당시 베트남에는 언어치료학과가 있는 대학이 없었고, 우리는 몇 번을 더 의료봉사를 위해 베트남으로 떠났다. 결국 몇 년 전부터 KOICA 사업의 일환인 언어청각치료사 양성과정이 후에대학에 개설되어, 그 이후로는 매년 강의로 참여하게 되었다.

아무튼 전북대 김현기 교수님 팀과 대구대학교 언어치료학과 제자들이 함께 수술을 참관했고, 수술 이전과 이후의 언어 평가와 더불어 치료를 위한 상담까지, 그야말로 열흘에 걸쳐 많은 것을 이루면서 배울 수 있었던 기억이 생생하다. 베트남어를 말할 수 없던 우리는 수술을 무서워하며 우는 아동들과 걱정스럽게 지켜보던 부모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한 명의 한국인 통역자를 이쪽저쪽에서 부르며 도움을 청했다.

한국인인 우리에게 베트남어 언어장애가 발생하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어수선함도 잠깐. 어떻게든 이해시키려고 하는 우리와, 고마움을 표현하려는 베트남의 부모님들 간에는 몸짓으로 눈빛으로 서로를 믿고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오롯이 남았다.

이쯤에서 눈치챌 독자들도 있겠지만 다시 짚어야 할 듯하다. 구순구개열을 지닌 사람들의 말소리 장애를 언어장애나 의사소통장애라고 말할 수 있을까. 또한 다른 언어를 말하는 사람이 특정 언어 환경에 있을 때의 어려움은 말의 문제일까, 언어의 문제일까. 의사소통의 문제일까.



언어 및 의사소통장애의 의미

사실 말과 언어, 의사소통의 의미가 모두 다름을 아는 것은 언어 및 의사소통장애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의사소통은 많은 형식으로 나타낼 수 있으며 시각, 청각, 후각, 촉각을 포함하는 감각 중 하나, 또는 그 이상의 조합을 가진다. 즉 말(구어), 글(문어), 자연스러운 몸짓과 기호(sign)와 같은 구어적, 비구어적 수단 모두 포함하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말(speech)을 일차적 수단으로 언어표현을 하게 된다. 말은 언어의 음향학적 표상을 산출해내는 과정이며 조음(발음), 유창성(말의 흐름), 음성(목소리), 공명과 같은 속성들이 한데 모여 말 산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러니 ‘자동차’를 ‘다동타’라고 말하는 식으로 발음에 어려움이 있다든가, ‘서, 서, 서, 선생님’이라고 말하며 더듬는다든가, 심한 콧소리가 난다든가, 쉰 목소리가 나는 경우는 말장애라고 하지 언어장애라고는 하지 않는다.

한편 ‘언어’를 교과서적으로 표현하자면, ‘개념을 표상하기 위해 사용되는 사회적으로 공유된 기호(code)’이다. 그러므로 음운론, 형태론, 구문론과 같은 ‘형식’과 함께 단어의 의미에 해당하는 ‘내용’, 그리고 사회적 문화적 요인들이 영향을 미치는 언어방식의 ‘사용’이 언어의 요소가 된다. 결국 이러한 언어의 형식과 내용, 사용을 포함하여 말이나 비구어적 방식으로 표현된 모든 것을 ‘의사소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논리를 따르자면 당연히 의사소통장애란 말장애(조음, 음성, 공명 유창성), 구강 신경운동학적 통제와 운동패턴의 장애, 언어손상, 섭식 및 삼킴의 장애, 인지 및 사회적 의사소통의 결함, 청각 및 처리의 결함으로 설명되는 여러 가지를 포함하게 된다. 따라서 읽기와 쓰기뿐만 아니라 의사소통 기제와 관련된 해부 및 생리학을 공유하는 삼킴이나 균형과 같은 처리에 더하여 수어와 제스처, 그림상징을 포함하는 AAC(보완대체의사소통)까지도 ‘의사소통장애학’이라는 학문과 관련하게 된다.



장애, 실제가 아니라 관념일 수 있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보자. 우리가 다른 지역에서 겪는 언어의 어려움은 구강이나 신경운동학적 어려움에 따른 ‘말장애’가 아니다. 단지 언어의 차이 때문에 오는 일시적 장벽일 뿐일 것이다. 또 말을 더듬는 사람이나 왜곡된 발음을 하는 사람에게 ‘언어장애’라고 하지 않으며(‘말장애’에 속한다), 그가 말할 때 숨이 막힐 정도로 고통이 있다고 호소한다 해도 의사소통이 안 되는 것은 아니다.

또한 구어 대신 수어를 사용하거나 글씨로 의사소통하는 사람을 ‘언어장애’라고 말할 수 없으며(청각장애인의 발음문제는 ‘말장애’에서 다룬다), 오히려 그를 풍부한 표정을 지닌 의사소통자라고 말할 수도 있겠다. 단어를 또래만큼 많이 알고 있고 발음도 정확하지만 연결해서 말하지 못하는 일곱 살 아동의 경우 의미(론)에서는 괜찮으나 ‘구문장애’가 있으니 ‘언어발달장애’라고 진단할 수는 있다. 하지만 그 역시 가족과는 모든 것이 통하는 훌륭한 의사소통자이다. 발달장애를 지닌 청소년, 그는 말소리 명료도와 언어구사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마음으로 짓는 시를 보여주며 소통할 수 있다.

언어치료사는 말과 언어, 의사소통을 평가하고 상담한 후 언어와 관련하여 조음장애, 유창성장애, 언어발달장애, 마비말장애, 사회적 의사소통장애 등의 진단명을 부여해야 한다. 이미 뇌병변장애, 청각장애, 자폐스펙트럼장애, 지적장애 등의 진단을 의사에게 듣고 온 부모라 할지라도 말, 언어, 의사소통장애의 중복된 ‘장애’ 진단명은 가슴을 짓누르는 단어가 된다. 또한 심한 신체적 장애나 건강장애, 심리적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보기에 작은 문제로 보이는 말/언어의 어려움이라 할지라도, ‘장애’라는 단어가 함께 제시되므로 아동의 부모에게는 청천벽력의 소리로 다가올 것이 분명하다. 

나는 제자들에게 늘 말하곤 한다. “그대들은 아름다운 의사소통, 건강한 의사소통을 위해 의사소통장애를 예방하고 치료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자 ‘언어’라는 ‘존재의 집’을 지어주는 사람이지요”라고. 이 말은 항상 옳다. 그러나 사실 ‘의사소통장애’라는 말이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 것인지도 모른다. 의사소통에서 불편함을 느끼는 대화자와 대화상대자의 상태일 뿐, 어떤 방식으로든 의사소통은 항상 존재할 수 있으며 의사소통의 국면에서 ‘장애’ 즉 ‘장벽’만이 있을 뿐이다. 결국 자신과 타인들이 만든 장벽만 거두고 나면, 나의 언어에서 상대방의 언어로 코드 스위칭하는 마음의 연결이 언제나 이루어지리라.

작성자최고관리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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