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팀'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려면? > 독자 모니터링


'버팀'이 필요 없는 사회가 되려면?

412호 독자모니터링

본문

 
 
<함께걸음> 412호 독자모니터링은 신우철 님께서 함께해주셨습니다. 소중한 의견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Q. 반갑습니다. 간단히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A. 안녕하세요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신우철 선임입니다. 장애유형별․특성별․지역별 34개 단체로 구성된 장애인단체 연합체에서 장애인들의 다양한 목소리가 세상에 퍼질 수 있도록 장애인 정책 및 제도개선 업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Q. <함께걸음>을 처음 접한 건 언제였나요? 독자님이 구독하고 있는 이유와 주변에 함께걸음을 추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알려주세요.
A. 5년 전 장애인단체에서 일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자료 찾다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홈페이지를 통해 <함께걸음>을 처음 봤습니다. 당장 자료를 만들어야 하는데 장애 이슈를 꼼꼼히 정리한 자료가 잘 안 보이던 시기였고, 그때 <함께걸음>은 현장에서 자주 부딪히는 쟁점을 너무 과장하지도, 너무 축약하지도 않게 잡아줘서 손이 갔습니다.
 
구독을 계속하는 이유는 단순히 정보가 많아서가 아니라, 전반적인 내용들이 현장에서 실제로 막히는 지점을 끝까지 따라가 주기 때문입니다. 장애인의 삶의 변화는 결국 제도 문구와 생활의 간격을 메워야 하는데, <함께걸음>은 그 간격이 어디서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편입니다. 그래서 새로 온 실무자 교육할 때도 쓰기 좋고, 내부에서 입장 정리할 때도 참고하기가 편합니다.
 
장애인단체에서 막 일을 시작한 실무자들에게 특히 권하고 싶고, 지자체나 공공기관에서 장애인복지 업무를 맡은 분들에게도 도움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제도 문구만 보면 놓치기 쉬운 ‘현장에서 막히는 지점’이 비교적 선명하게 잡히는 자료라고 느껴집니다.
 
Q. <함께걸음> 11,12월호에서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에 대해 다루었습니다. 기획 기사에 대한 독자 님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A. 이 기획을 읽으면서 저는 “불편했다”는 말보다, 권리가 작동하는 통로가 한 군데에 너무 몰려 있었다는 점이 더 크게 보였습니다. 화재 한 번으로 정부24, 복지 포털, 나라장터 같은 시스템이 동시에 멈췄고, 그 순간 장애인 관련 서비스는 특수한 영역이 아니라 국가 행정 인프라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영역으로 드러났습니다.
 
특히 사회서비스 전자바우처가 전소되면서, 활동지원․발달재활 같은 서비스가 바로 수기 기록→복구 후 소급 청구로 돌아갔는데, 문제는 수기로 돌아가는 것 자체가 아니라 수기로 돌아가도 흔들리지 않게 해주는 장치가 준비돼 있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잔여 바우처 확인이 안 되니 기관마다 급여 지급을 보류하기도 했고, 지역마다 양식이 달라 혼선이 커졌습니다. 더 결정적인 대목은 복지부가 전월 기준 추정 지급 후 재정산 방침을 냈지만, 구체적인 산정 방식이 없어서 결국 현장은 개별 대응으로 행정 부담이 가고, 지급 시점과 금액이 기관마다 갈렸다는 부분입니다. 이런 상황은 단순한 행정 차질이 아니라, 국가가 리스크를 표준 절차로 흡수하지 못하고 기관과 개인에게 떠넘기는 구조로 읽힙니다.
 
또 나라장터 중단이 직업재활시설의 계약․대금 흐름을 멈춘 대목은, 장애인 고용․생산 영역이 복지가 아니라 공공 조달이라는 정책 시스템에 편입되어 있는 만큼, 시스템 장애가 곧바로 계약 리스크로 전환된다는 걸 보여줍니다. 거래처의 이해로 넘길 일이 아니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처럼 공익성이 결한한 공급 주체에 대해서는 시스템 장애 시 자동 유예․면책 규칙 등이 조달 체계 안에 내장되어야 합니다.
 
코레일 할인 인증도 똑같은 결이었습니다. 정부24 인증 연계가 끊기자, 기존 인증자의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조치가 빠르게 나왔지만, 신규․갱신자는 창구 방문으로 밀렸고, 정상 할인 적용이 안 돼 일반 운임으로 결제된 경우에도 별도 환급이 없었습니다.
 
이건 대부분은 임시로 살렸지만, 경계에 있는 사람은 놓친 전형적인 패턴이라고 봅니다. 정책 설계는 늘 대부분이 아니라 경계에서 무너지는 사람도 함께 점검해야 합니다. 결론적으로, 이 기획은 재난 대응을 구호로 끝내지 말고 행정만 분산, 오프라인 대체 절차의 제도화, 시스템 장애 시 자동 환급․기한 연장 같은 고쳐야 할 사항으로 연결해야 한다는 요구를 분명하게 만들어줬다고 생각합니다.
 
 
Q. 이번 호(11,12월호)에서 흥미롭게 읽은 코너 또는 기사는 무엇인가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A. 저는 ‘권리를 결정하는 예산, 복지 예산 운동이 중요한 이유’를 가장 집중해서 읽었습니다. 현장에서 정책을 바꾸려면 결국 법령만큼이나 예산이 결정적이라는 걸 누구나 알지만, 이 글은 예산이 중요하다는 수준을 넘어서 예산이 실제로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디에서 바뀌는지를 꽤 구체적으로 보여줬습니다.
 
특히 예산 운동이 시기별로 접근 대상을 나누고 단계적으로 압박을 설계해 왔다는 서술은, 단체 실무자가 ‘올해는 무엇을 어디에 던져야 움직이는지’ 판단하는 데 실질적인 힌트가 됩니다. 또 보건복지위 심사 과정에서 증액․감액이 어떻게 결정되는지, 부대의견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같은 설명은, 예산이 일개 숫자가 아니라 정치적 협상의 산물이라는 걸 현실적으로 확인하게 해주었습니다.
 
게다가 예산이 늘었다는 숫자만 보고 착각하기 쉬운 지점도 짚었습니다. 예를 들어 서비스 전달체계 예산이 크게 증가해도 특정 사업 확대에 따른 착시라는 지적은 무엇이 실제 복지 확충인지, 무엇이 성장 논리에 치중된 것인지 분해해서 보게 만듭니다. 이러한 기사는 차기년도에 장애인단체 등에서 예산 관련 대응 시 논리를 만드는 중요한 근거 자료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Q. <함께걸음>이 보다 장애당사자와 기관 종사자, 그리고 시민들과 함께하기 위해서는 어떤 것들을 보완해 나가면 좋을까요?
A. <함께걸음>이 더 읽히는 자료를 넘어 쓰이는 자료가 되려면, 기사 마지막에 실무자가 바로 참고할 수 있는 한 페이지 요약이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사에서 문제를 충분히 보여줬다면, 다음은 “그래서 무엇을 바꾸면 문제가 개선되는가, 재발을 줄일 수 있느냐”가 남는데, 이 부분을 실무자들이 각자 다시 공부하고 문서로 재가공하느라 시간이 많이 드는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다룬 의제를 3개월이나 반년 뒤에 그 후 무엇이 바뀌었는지로 다시 추적해주는 짧은 후속 코너가 있으면 자료의 힘이 더 커질 것 같습니다. 제도는 사건 때만 떠들고 금방 잊히는 방식으로는 잘 안 바뀌고, 누적이 쌓일 때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Q. 생활 속에서 장애와 관련해 불편하거나 개선이 필요하다고 느낀 점이 있나요? 직장, 공공장소, 대중교통, 관계 등에서 겪은 크고 작은 어려움을 자유롭게 나눠주세요.
A. 제가 체감하는 불편은 시설 하나가 부족하다는 일반적인 이야기보다, 권리를 행사하기 위한 절차가 너무 쉽게 끊긴다는 데 있습니다. 감면․할인 자격 확인․신청․갱신이 대부분 온라인 포털과 연계 인증에 묶여 있는데, 시스템이 잠깐만 흔들려도 사람은 바로 창구로 몰리고, 그 비용(이동․대기․추가 서류)은 대체로 이용자에게 떨어집니다. 코레일 할인 인증 사례처럼, 전산 마비로 할인 적용이 실패했을 때 양해로 끝나고 환급이 없으면, 그건 편의의 문제가 아니라 정책이 비용을 어디에 놓았는지의 문제입니다.
 
그래서 개선의 방향을 이렇게 봅니다. 첫째, 전산 마비 등 관련 핵심 절차는 온라인이 기본이더라도 항상 같은 효력의 오프라인 경로가 열려 있어야 합니다. 둘째, 국가전산 마비가 발생한 기간에는 신청․갱신․증빙 같은 기한이 자동으로 연장돼야 하고, 나중에 개인이 입증하러 다니는 등의 불편을 줄여야 합니다. 셋째, 할인․감면처럼 금전이 걸린 영역은 전산 마비 등에 대한 사후정산․자동환급 원칙을 제도에 넣을 수 있도록 고려해야 합니다.
 
이런 원칙이 잡히면 기사 제목처럼 “버텼다”라는 말이 줄어듭니다. 버팀을 미담으로 만들 게 아니라 버티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규칙이 정책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3·4월호 독자모니터링 참여문의: 070-8652-8680
작성자글. 신우철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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