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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천황가와 장애인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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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1일 일본은 새로운 천황이 즉위하며 연호가 ‘헤이세’에서 ‘레이와’로 개편됐다. 양력을 사용하지 않는 일본에서 연호는 천황이 즉위한 날짜를 중심으로 바뀐다.

2019년 4월 30일은 ‘헤이세 31년’이지만 2019년 5월 1일은 ‘레이와 1년’이다. 연호 변화뿐만 아니라 신임 천황은 일본 역사 이래 천황 생존에 황위를 이양하는 첫 사례이며 전쟁을 경험하지 않은 최초의 천황이라는 점에서도 사회적 관심이 집중된 바 있다.

우리나라 언론은 일본의 천황 즉위 이양식과 일부 일본인이 천황제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는 내용을 주로 보도했고, 천황과 그 가족의 활동에 대해서는 잘 보도하지 않았다. 의외로 일본 천황과 가족의 활동은 일본의 장애인 복지 발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비록 일본 헌법에서 천황은 상징적 존재로 정치에 관여할 수 없도록 규정되지만, 장애인 복지에 있어서는 중요한 시기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1962년 8월 동경 패럴림픽 개최가 정식으로 결정되기 전 당시 황태자였던 상황(직전 천황을 부르는 용어) 부부는 패럴림픽의 전신인 국제스톡만데빌 휠체어 경기 대회에 출전한 선수와 면담하고, “패럴림픽이 동경에서도 개최되기를 바란다”고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자 그 자리에 동석했던 사람들이 정관계에 전달, 동경 패럴림픽이 개최되는데 기여한 바 있다. 또 ‘장애인스포츠에 대해 가능한 많은 사람이 알기를 바란다’고 말하며 1964년 동경 패럴림픽 대회 명예총재를 맡기도 했으며, 대회 전후 7일 중 6일을 직접 대회에 참석하는 등 열정을 보인 바 있다.

동경 패럴림픽에 참가한 일본 선수와 관계자들을 격려하며 “국내에도 매년 이런 대회가 개최됐으면 좋겠다. 여러분도 앞으로 신체장애인의 복지 향상을 위해 노력해 주길 바란다”는 말을 남기자, 패럴림픽운영위원회 위원장이 “국내 대회는 앞으로 매년 국민체육대회에 이어 전국 장애인 스포츠 대회를 개최하겠다”고 밝혀 진행되게 됐다.

이를 계기로 1965년 11월에 기후현에서 개최된 국민체육대회 후에 ‘제 1회 전국 신체장애인 스포츠대회’가 개최됐으며, 장애인 스포츠 대회는 지금도 국민체육대회와 병행해 진행된다.

이외에도 평소 테니스와 탁구를 좋아했던 상황은 패럴림픽 출전 선수와 면담을 물론, 장애인 선수와 같이 경기를 하기도 했다. 새로 취임한 나루히토 천황도 장애인 체육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장애인 스포츠 전국대회 개회식에 참석하는가 하면, 1998년 나가노에서 개최된 패럴림픽에서 대회 명예총재를 맡아 개회 선언을 한 바 있다.

또 지난해에는 리우 데 자네이루 패럴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시각장애인 마라톤 선수와 함께 마라톤을 하며 가이드 러너 역할을 자청하고 보치아 경기에도 참여하는 등 적극 적으로 장애를 알아가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 우리나라에 잘 알려진 큐슈 지역의 장애인거주시설 ‘태양의 집’도 상황은 물론 천황이 수차례 방문해 격려하고 하사금을 전달하며 일본의 사회 내 장애인 거주시설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했다. 이외에도 1981년에는 소화 천황 80세 생일을 기념하여 ‘장애인재활진흥기금’이 조성된 바 있으며, 1990년에도 사회 복지 발전을 위한 하사금이 전달됐다. 이외에도 천황은 매년 장애인 주간을 전후해 장애인시설을 방문해 격려하는 것을 공식 일정으로 삼고,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한 활동은 천황 가족의 활동에서도 나타난다. 일본의 장애인 복지 정책에 선두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공익재단법인 재활협회의 총재가 ‘히타치 노미야 친왕’이다. 그는 상황의 남동생이자 현 나루히토 천황의 작은 아버지로 유소년기에 앓게 된 소아마비로 경한 장애를 갖고 있어 1964년에 설립된 공익재단법인 재활협회 총재를 맡게 된 것으로 추정된다.

공익재단법인 재활협회는 장애인의 재활에 관한 진흥과 조사 연구, 국제 협력, 국제 연수, 장애인 재활에 관한 정보 수집과 제공, 장애인 단체와 협력을 실시하고 있으며, 동경에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편의시설이 갖춰진 숙박 시설과 연수 공간이 마련된 ‘전국장애인종합복지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또 더스킨 아시아 태평양장애인 리더 육성 사업을 통해 장애가 있는 아시아 지역의 장애인을 일본에서 연수를 받도록 하고 이후 자국에서 리더로 활동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으며, ‘장애인재활진흥기금’을 통해 일본 내 장애인 리더를 미국으로 유학, 연수 파견하는 사업을 벌이는 등 일본 장애인 리더 육성에도 힘을 기울이고 있다.

일제 식민지를 겪었던 우리 입장에서 일본 천황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불편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역사와 정치적 문제를 떠나 장애인 복지적 측면에서 보면 일본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며,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천황 가족들이 보여준 장애인 복지의 관심은 일본의 장애인 복지를 한층 발전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

특히 장애인의 날처럼 특별한 날에 이벤트성으로 장애인 복지에 대한 관심을 표현하는 우리와는 달리, 직접 장애인과 함께 스포츠를 즐기며 장애인의 삶을 체험하고 그 속에서 느낀 것을 지속적으로 사회에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며 아시아 지역의 장애인 복지 발전을 위해 노력하는 일본 천황 가족의 모습을 우리 사회 지도층도 한번 되돌아 봐야 할 필요가 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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