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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누가 죽는가, 누가 죽이는가

코로나19가 드러낸 아동의 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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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명숙/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그냥 따뜻한 말 한마디… 나는 언제나 배고프다.”
3개월간 배고픔을 버티다 목숨을 끊으려 했던 13세 소년이 삶의 끝자락에서 세상에 남기는 글이다. 얼마나 외로웠으면, 얼마나 배고팠으면…. 배고픔을 견디기 힘들어 자살을 시도했다니, 잠시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2020년 대한민국인지 믿겨지지 않아 도리질을 치게 된다. 21세기에 OECD 가입국이자 세계경제규모 10위에 있는 한국에서 벌어진 일이라고 상상하기 어렵다. 이렇듯 재난은 우리가 처절하고 비참한 불평등의 사회의 민낯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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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소년은 아무것도 못 먹었을까. 정부가 1인당 30만원의 지원금을 주고 있는데….
코로나19가 6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위험보다는 바이러스 예방을 위한 정부대책에 따른 건강과 생명의 위험, 생계의 위협이 나타나고 있다. 질병에 대한 방어력만이 위험은 아닌 것이다. 격리나 차단조치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지원 중단은 개인이 삶을 영위할 수 없게 만들고 있다.
학교가 그나마 있는 사회생활의 전부였던 그에게 어떤 돌봄 체계도 작동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방문 상담사도 만날 수 없었다. 코로나19로 개학이 지연되면서,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중학교 입학을 앞둔 그에게 닥친 것은 기아와 고립이었다. 소년에게 먹을 것이나 입을 것 등을 제공해주는 곳은 어느 데도 없었다. 집에 홀로 방치된 소년이 할 수 있는 건 굶고 견디는 것이 전부였고, 그 힘든 삶을 중단하는 것이었다.
가족 중 누구도 그와 살지 않지만, 재난지원금은 어머니가 수령했다. 그래서 인권단체들은 정상가족 중심의 지원체계는 사각지대를 만들어내므로, 개개인에게 지원하는 개별지원체계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래야 가족이 없거나 별거가족인 경우, 가정폭력을 피해 쉼터에서 살고 있는 가족·동성애가족 등의 경우도 지원체계에서 소외되지 않을 수 있다.  


코로나19 시대가 드러낸 아동의 처지
코로나19로 드러난 문제는 아동방임만이 아니다. 직접적인 물리적 폭력도 문제다. 가정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젠더기반 폭력, 즉 아내폭력과 아동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에 따르면 2018년 아동학대는 신체학대 14.0%, 정서학대 23.8%, 성학대 3.7%, 방임 10.6%, 중복학대 7.9%이다. 대부분이 중복적인 학대를 받고 있다. 이런 가해행위자 중 남성이 58,5%, 여성 41.5%이며, 부모가 76.9%나 된다. 가족이 모든 아동에게 안전한 곳이 아니다. 격리조치는 부모 및 아동 보호자들이 새로운 보육 방법을 찾거나, (양육 때문에) 출근할 수 없는 경우 큰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한다.
부모의 스트레스 증가는 아동에게 전가되기도 한다. 부모나 아동 모두의 정신적·신체적 피로도를 높이고, 그것은 아동폭력 증가로 나타나고 있다. 유엔아동권리위원회나 유니세프에서도 지적했듯이, 코로나19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는 아동의 보호에 있어 위험을 증가시키는 요인이 된다. 더구나 빈곤과 소득불평등은 아동학대를 증가시키는 주요 변수라는 기존의 연구에 비춰볼 때도, 코로나19로 소득불평등이 심해질 것이기에 아동의 인권은 더 악화될 처지에 놓여 있다.
아동권리보장원의 조사원 보고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독박육아 문제로 다투던 부모가 6살 아이를 때린 사건이 있었다고 한다. 이러한 아동학대가 제대로 통계에 잡히지 않고, 오히려 아동학대 건수는 감소추세다. 아동학대 통계가 신고에만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교 개학이나 유치원 개원이 미뤄지면서, 신고 의무자인 교사나 아동복지시설 종사자의 아동학대 의심신고가 큰 폭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사실 연일 보도되는 아동학대는 그동안 가려졌던 것이 드러났을 뿐이다. 2019년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낸 <형사정책연구>에 실린 논문 ‘법의부검자료를 기반으로 한 아동학대 사망의 현황과 유형’을 보면, 2016년 우리나라 만 0~18살 아동변사 사례 341명(병사·사고사 제외) 중 아동학대로 인한 사망이 최소 84명에서 최대 148명이다. 최근 우리 사회를 놀라게 했던 아동살해도 그 연장선이다. 벌을 준다며 자녀를 여행용 가방에 가뒀다가 자녀를 숨지게 한 사건은 방법이 끔찍했을 뿐이다. 그동안 가정 내 체벌에 관대했던 사회, 아동청소년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던 사회가 만든 폭력이다. 부모 말을 안 듣는다고 때리는 것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는 사회다. 자녀와 부모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용인하는 사회다. 따라서 몇몇 끔찍한 아동학대를 한 부모를 처벌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아동을 부모의 소유물로 여기거나, ‘미성숙한 존재’일 뿐이라며 아동을 타자화하고 사물화 하는 시선에서 비롯된다. 아동을 동등한 인간으로 보지 않는 한, 정도만 다르지 아동학대의 고리를 끊어낼 수 없다. 그리고 가정 내 체벌에 대한 처벌 등 제도를 바꾸어야 한다.


가족동반자살이 아닌 가족살해(존·비속살인)!
장애아동의 경우는 사회적 돌봄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 개학이 장기화되자 교육청은 온라인 수업을 대체했다. 하지만 온라인 수업으로 대체불가능한 감각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들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없다. 코로나 이전에도 발달장애인의 경우 발달장애 맞춤형 활동지원의 부재, 서비스 중복수혜 금지, 수행기관의 부재 등으로 체계적인 지원이 없었다. 특히 생활환경의 급속한 변화는 발달장애인의 사회적 결합이나 상태가 악화되기 때문에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모든 돌봄 공백의 문제는 고스란히 발달장애인 당사자와 그 가족이 감당해야만 하는 상황이 됐다.
전국장애인부모연대의 설문조사(2020. 3. 26.~4. 2. 발달장애인 자녀의 부모 1,585명)에 따르면, 응답자 중 87%가 교육기관 및 복지기관 휴교·휴관으로 인해, 발달장애인 자녀의 생활 패턴에 변화가 나타났다고 답했다. 훈련을 통해 일상생활을 익혀놓은 것들이 생활환경이 바뀌면서 증상이 퇴행했을 뿐 아니라 신체활동의 지원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격리 외에는 다른 조치가 없는 정부의 코로나19 대책이 만들어낸 결과다.
심지어는 돌봄을 힘겨워한 발달장애인의 부모가 동반자살을 하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다. 3월에는 제주에서 발달장애인 청년이 어머니에게 목이 졸려 죽은 후 부모가 자살했고, 6월에 광주에서 발달장애인 청년이 어머니가 차 안에서 피운 연탄재로 함께 목숨을 잃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사회복지시설이 장기 휴관에 들어갔지만, 그 외의 사회적 돌봄 지원이 전혀 없어 어머니 혼자 돌봄을 전담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에 많은 장애인부모들이 열악한 사회적 돌봄의 부재와 비극적 죽음에 동감하며 국민청원을 시작했다. ‘발달장애인 청년과 그 엄마의 죽음에 대해 대통령님 응답해 주시기 바랍니다’라는 청원, 그것은 이러한 장애인 당사자와 그의 가족의 절박한 현실에 대한 호소이다.
하지만 이 청원은 여전히 가족 내 권력의 차이, 장애인 당사자와 비장애인 가족의 권력관계는 보지 않고 있다. 아쉽다. 그가 부모든 자녀든, 장애인당사자는 자신의 죽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 아니다. 비장애인 가족이 결정한 것이다. 자신의 생명, 삶의 미래조차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는 비참한 처지를 드러낸다. 비청소년 중심의 질서에서 아동청소년은 자신의 생명마저도 결정할 권리를 박탈당하는 위치에 있다.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에서 장애인은 자신의 목숨을 지킬 방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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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가족동반자살로 묘사되는 가족살해를 보자. 자녀를 먼저 죽이고 나중에 본인이 자살을 결행하는 형태의 가족동반자살에서, 자녀는 자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영문도 모른 채 삶이 끝나버린다. 이는 장애인 가족만이 아니라, 경제적 이유로 한 가족동반자살이라는 건 비장애인 가족에게서도 볼 수 있는 상황이다. 2014년 서울청 과학수사계 정성국 박사의 논문에 따르면, 자녀살해의 동기는 가정불화가 44.3%, 경제난 27%, 정신적 문제가 23.9%였다.
한국사회에서 부모가 자녀를 살해한 뒤 자살하는 것을 ‘동반자살(가족동반자살)’이라고 칭하고, 아동학대사건으로 보지 않는 사회적 시선은 여전히 고쳐지지 않고 있다. 비속살인임에도 이를 살인으로 보지 못한다. 자녀를 동등한 인간·독립적인 인격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고, 부모의 소유물로 보는 시각이 여전하다.
그렇다 보니 언론에서도 아동의 입장이 아니라, 부모의 입장에서 사건을 서술한다. 게다가 가족동반자살은 피해자를 아동학대에 따른 사망자로 집계하지 않는다. 경찰이나 검찰 등 수사기관도 부모가 사망하면 ‘공소권 없음’ 처분을 내리고, 부모가 살아있는 경우에만 살인 혐의를 적용한다. 자녀를 죽인 부모가 죽었다는 이유로 피해아동은 사망의 원인조차 기록에 남지 않는다.
장애인 가족살해사건을 접하는 우리가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무엇일까. 각자가 처해진 위치와 그 속에서의 권력관계에 대한 자각, 그리고 모두가 평등한 사회에 대한 지향이 아닐까. 장애인 가족살해사건이 신체적·경제적·사회적 불평등한 힘(권력)의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임을 깨닫는 것이다. 비록 장애인가족살해사건의 근본적 원인이 사회적 돌봄의 공백에 있었다 할지라도, 그 안에는 다른 권력관계도 작동하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코로나19가 드러낸, 권리가 박탈된 아동의 처지를 더 이상 외면해서는 안 된다. 그것이 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인정하는 인권적 시선일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억압체계, 다양한 권력체계 속에 살아가고 있다. 국가나 직장 같은 단위에서의 권력관계만이 아니라, 가족이나 학교 등 여러 집단의 다양한 권력관계에서 각자는 다른 위치에 선다. 또한 노동자와 자본가의 권력관계, 성별 권력관계만이 아니라 나이에 따른 권력관계, 장애유무에 따른 권력관계가 작동한다. 각자가 때로는 특권의 위치에, 때로는 차별받는 위치에 선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래야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수 있다.

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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