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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중단이나 휴관이 답은 아니다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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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대한민국은 전 세계를 강타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로 인해,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집에 ‘갇히게’되는 상황이 되었다. 장애인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 치료실 등이 문을 닫거나 프로그램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장애인 활동지원서비스 연재’에서는 이러한 상황들로 인해 발달장애인이 돌봄과 활동지원서비스 이용에 겪는 어려움과, 그에 대한 대책은 어떤 것이 있는지 취재한 내용을 지면에 담는다. 이번 취재에는 실제 발달장애자녀를 둔 부모들과, SISO감각통합상담연구소 지석연 소장의 인터뷰와 함께했다.


이제 코로나19는 핑계일 뿐이다
발달장애로 진단을 받으면 교육과 치료를 위해 집보다는 주로 외부에서 많은 활동을 하게 되기 때문에,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사태(아래 코로나19) 이전에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지 않았던 발달장애인들이 많다. 심지어 방학이나 주말조차도 집에 있기보다 각 기관의 캠프와 계절학교, 사비로 운영하는 체육프로그램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그래서 올해 초 갑자기 닥친 코로나19라는 재난의 영향으로 대부분의 복지관이나 치료실에서 하던 프로그램이 중단되거나 취소가 되면서, 이로 인해 많은 발달장애인들이 집에만 있어야 하는 현재의 상황은 발달장애인 당사자뿐만 아니라 그 가족 구성원에게도 견디기 힘든 상황이 되었다.
장애자녀 부모 A “우선 발달장애자녀가 집에 있게 되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는 경우가 많아요. 할 수 있는 일이없다는 건 부모도 자녀와 오랜 시간을 함께하며 무언가를 해본 적이 별로 없어서, 이런 상황에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당황스럽게 된다는 걸 의미해요. 또한 자녀 입장에서도 늘 밖에서 뭔가 하던 행동이 갑자기 정지되고 집에만 있으니, 냉장고를 뒤진다거나 무의미해 보이는 상동행동(常同行動, stereotyped behavior, 같은 동작을 일정 기간 반복하는 것)으로 나름의 지겨움을 해소하기도 합니다. 때로는 부적응 행동을 나타내면서 그게 자해나 타해가 되면, 그 상황을 멈추는 게 쉽지 않아 온 가족의 스트레스가 높아지게 됩니다. 반면 자녀의 수준에 맞추어 어떤 특정 놀이나 집안일을 함께하다 보면 집에서의 생활도 용이로운 발달장애인의 경우도 있지만, 이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에 정해진 규칙이나 틀대로 생활하고 행동하다가, 갑자기 그것을 바꿔야 한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철저한 준비와 뚜렷한 대책도 없이 갑자기 닥친 코로나19 사태는 굳이 발달장애인을 특정하여 언급하지 않더라도, 전 세계 모든 사람들의 생활에도 큰 변화를 줬다. 하지만 발달장애인은 비대면이나 거리두기, 마스크 착용 등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쉽지 않다. 이러한 시점에서 발달장애인에게 돌봄이나 활동지원서비스가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할 텐데, 현실은 이마저도 녹록지 않다.
장애자녀 부모 A “현재 활동지원사 양성과정에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문성 교육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어요. 그래서 평소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채 활동지원을 하는 경우가 많아요. 발달장애인과 함께 무엇을 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하는 그런 상황에서는 보통 같이 산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회적 거리두기 등 코로나19 확산의 위험 때문에 집에 있는 것을 권장받는 상황이라 산책조차도 어려운 실정이죠. 결국 이용자의 집에서 활동지원을 해야 되는 상황이 대부분인데, 집에서 같이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서는 결국 발달장애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하죠. 하지만 활동지원사가 발달장애인의 전반적인 생활 교육을 감당하기엔 무리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설사 그것이 가능하다고 해도 발달장애영역은 활동지원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러한 접근은 아예 생각지도 못하고 있어요.”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몇몇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긴급돌봄이나 임시 프로그램을 조금씩 제한적으로 운영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 속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름만 ‘긴급돌봄’일 뿐이지, 발달장애인의 ‘눈높이’에 맞는 제대로 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점으로 남는다.
지방의 ㄱ시 장애인복지관에서는 긴급돌봄으로 발달장애인이 이용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코로나19의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부모 등 다른 사람은 동행하지 못하고 발달장애인 이용자 혼자 복지관 안으로 들어가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있는데, 건물 밖에서 매번 창문을 통해 자녀의 모습을 지켜본 부모는 며칠 가지 못 하고 자녀의 프로그램 참여를 중단시키는 게 잇따른다고 한다.
장애자녀 부모 B “매번 창문으로 안을 보니까, 애가 안에 들어가서 인사를 해도 선생님들은 쳐다보지도 않아요. 최소한 고개라도 돌려주거나 ‘왔니?’라고 인사를 받아주면 되는데, 그것조차도 어려운 건가요? 업무로 바쁜 거라면 이해하는데, 거울 보며 화장하고 있는 사람도 있고, 하루 이틀도 아니고 계속 그러니까 이게 무슨 프로그램인가 싶더라고요. 애도 괜히 눈치만 보며 위축되고, 더구나 거기 있는 내내 휴대폰만 들여다보고 있다가 특별히 하는 것도 없이 집에 오는 게 전부입니다. 긴급돌봄이라면서 애를 사람 취급도 하지 않는 것 같고, 애가 안 가도 왜 안 오는지 걱정하거나 확인 전화도 한 통 없어요. 나쁘게 말하면 프로그램이 제대로 운영되든 안 되든, 직원들은 계속 월급을 받으니까 별로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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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중단이나 휴관이 답은 아니다
발달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복지관이나 센터 등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은 여전히 휴관이나 중단 중인 곳이 대부분이다. 지금도 특정 장애인복지관이나 장애인자립 생활센터 홈페이지에 접속해보면, ‘휴관’, ‘운영 중단’ 등의 단어를 금방 찾을 수 있다. 코로나19 감염과 확산을 방지하기 위한 조치라는 명확한 목표가 있다지만,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무조건 휴관이나 중단이 해결책이 되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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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석연 “복지관이나 주간보호센터가 휴관을 하는 이유 중 하나가 감염위험이 높아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죠. 기저질환이 있거나, 마스크를 쓰지 못하거나, 손소독이 어렵거나, 일정거리 유지가 어렵거나, 방역수칙을 잘 지키지 못하면 그만큼 감염위험이 높죠. 그렇다고 발달장애인들이 집에만 있게 된다면 활동빈곤으로 인해 정서허약, 신체빈약, 관계위험의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그냥 무조건 휴관을 하기보다는, 대만이나 일본의 사례가 있거든요. 지역사회의 기관들은 휴관을 하지 않고 운영을 해요. 단 평소처럼 매일 운영하지는 않고, 일주일에 두세 번으로 운영하죠. 그리고 센터의 문을 열 때 손잡이 하나만 열지 말고, 키가 큰 사람은 위를 잡고 키가 작은 사람은 아래쪽을 잡게 하는 것처럼, 감염위험을 낮추는 방법을 다양하게 찾아서 활용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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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소장에 따르면, 방역을 잘 하고 있는 국가로 유명한 대만의 경우, 직원들의 방역관리도 매우 철저하게 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발열체크와 손소독, QR코드가 기본 방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 대만은 사람들의 동선을 확인하는 체크리스트(대조표)인 ‘TOCC’가 있다. TOCC는 각각 T(Travel history, 최근에 감염자가 갔던곳을 간 적이 있는가?), O(Occupation, 감염되기 쉬운 직업인가?), C(Contact history, 접촉한 적이 있는가?), C(Cluster, 연결된 사람들 중에 해당되는가?)가 그것이다. 특히 이 리스트는 방역 전문가만 알고 있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 교사, 복지관 담당자 등도 알 수 있도록 가이드가 있다. 감염이 되지 않아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는 방식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방역을 하고 꾸준히 체크를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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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일본의 경우에는 ‘지역헬스워커’라고 배지를 부착하고 다니는 보건인력이 있다. 집에 갇혀있는 사람들을 방문하여, 가족이랑 떨어져서 전문가로서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활동지원사와 비슷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지역헬스워커는 활동지원사에게는 부족한 ‘전문성’이 있다는 게 특징이다. 지역헬스워커의 방문으로 이웃 사람들에게 옆집에 장애인이 살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더라도, 그것이 편견이 되지 않도록 다양한 활동도 하고 있다. 이렇게 지역헬스워커는 일주일에 두 번 코로나19 검사를 실시하며 장애인이나 노인, 지역 내 재활이 필요한 분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고군분투하며 노력하고 있다.
지석연 “그리고 이제 방역은 장애와 비장애 구분 없이 누구나 연습과 훈련을 철저히 해야 하는데, 꼼꼼한 발달장애인 중에서 약간 강박적인 분들이 방역을 아주 잘 하거든요. 우리가 미처 모르고 지나쳤던(방역해야 하는) 곳을 잘 찾아내기도 해요. 그래서 사람들이 오가는 문손잡이 닦기, 수건을 반듯이 넣거나 개기 등을 일정하게 시도하면 계속할 수 있거든요. 그래서 집 안의 방역을 발달장애자녀에게 업무로 맡기는 부모가 되면 참 멋질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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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관련 전문성을 지닌 활동지원사도 필요
지석연 “발달장애인과 비발달장애인의 활동지원사는 달라요. 지체장애인 같은 경우에는 몸을 움직이는 부분에 장애가 있으니까 침상에서 의자로, 의자에서 바닥으로 이동할 때처럼 ‘운동(움직임)’에 대한 활동지원을 주로 필요로하죠. 발달장애인은 움직임에는 어려움이 없지만, 지적이나 감각 자극에 대한 게 어려워서 사회적인 소통이 잘 되지 않아요. 그래서 발달장애인에게는 안정적인 감각과 시간관리, 이동(여기서 이동은 ‘물리적 이동’이 아닌 ‘사회적 이동’)에서 활동지원사의 지원이 필요하죠. 그런데 현재 활동지원사는 대부분 신체장애인을 대상으로 이루어지는 경우가 훨씬 많고, 실제로 활동지원사를 양성하는 교육과정에서도 신체장애인을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에 대한 내용이 더 많습니다.”
그래서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재난 상황이 닥쳤을 때, 평소 이용하던 복지관을 이용할 수 없게 된 발달장애인에게 제대로 된 활동지원서비스가 제공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발달장애에 대한 전문성 있는 교육을 듣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은 활동지원사는, 발달장애인이 복지관 등으로 ‘이동’하는 것을 지원해주는 게 주된 업무인 경우가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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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자녀 부모 A “그래서 하루빨리 활동지원서비스를 지원하는 인력에 ‘영역별 필수교육’을 촘촘하게 해야 해요. 양성과정뿐만 아니라 보수교육의 전문적인 질을 높이고, 거기에 따른 활동지원사에 대한 처우도 반드시 개선해야 하고요. 사실 활동지원서비스 사업을 담당하는 기관의 운영비가 바우처 비용에서 일정수수료를 공제하는 체계니까, 활동지원사의 시간당 임금이 줄어드는 게 현 상황이죠. 그러니까 보건복지부에서 기관의 운영비를 따로 지원하고, 활동지원사에게는 온전한 바우처 수당이 지급되어 그만큼 전문성에 대한 요구를 높일 수 있어야 합니다.”
코로나19라는 재난 상황은 앞으로 또 언제 우리를 덮쳐올지 모른다. 어쩌면 그보다 더 강력하고 위협적인 재난이 올지도 모르는데, 발달장애인을 포함하여 많은 사회적 약자들에게 대한민국은 여전히 재난의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떠한 상황이 오더라도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서 신속하고 안전하게 지원해줄 수 있는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 또한 장기간의 코로나19 사태 경험이 발달장애인을 위한 전문성을 지닌 활동지원사 양성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무런 대책없이 휴관이나 운영을 중단하기보다 해외의 사례를 우리에게 맞게 적용하는 등, 변화의 동력을 찾아내는 게 시급한 당면과제로 떠오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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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박관찬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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