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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 여전히 구시대의 논리에 갇혀 있는가

경찰의 보복성 수사 규탄 기자회견 열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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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 하지 마라’는 경찰의 강압수사

지난 2018년 10월 7일 오전 11시경,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고양저유소에서 초대형 휘발유 탱크 1기가 폭발과 함께 화재가 발생했고, 하루 종일 서울 상공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검은 연기로 사회적 경각심을 불러일으켰던 사건이 있었다. 전쟁이 나도 폭발하지 않도록 안전하게 관리한다던 지하 복토형(매장형) 저유소인데도, 화재 발생의 원인이 인근 1km 떨어진 지점에서 한 이주노동자(디OO 씨)가 날린 풍등의 불씨였다는 사실 때문에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이후 관리책임의 문제는 뒤로 감춰지고, 이주노동자의 ‘위험한 불장난’에 모든 초점이 맞춰지는 인권침해가 오랜 기간 지속된 바 있었다.

그런데 ‘고양시 저유소 화재사건’의 피의자가 강압적인 수사를 장기간 받았음이 밝혀졌고, 해당 피의자의 변호사는 경찰의 강압적 수사내용을 담은 영상을 언론에 공개했다. 이에 경찰은 외국인 노동자의 변호인단으로 활동 중인 최정규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을 달아 검찰에 송치했다. 자신들이 자행한 강압수사는 문제 삼지 않고, 그런 사실을 밝힌 변호사에게 보복성 기소를 진행한 것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이미 지난해 5월, 경찰이 이주노동자인 피의자에게 자백을 강요했다고 판단한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120회 넘는 강압적인 수사과정의 발언이 분명한 증거로 제시됐기에, 피의자의 진술 자체를 부정하면서 거짓자백을 강요한 일련의 행위를 인권위는 정상적인 신문과정으로 보기 어렵다고 적시했다. 이에 따라 해당 경찰관을 주의 조치할 것과 재발방지를 위한 직무교육을 권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은 강압수사의 부조리함을 밝힌 변호사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하는 무리수를 뒀다.



사회적 약자도 인간이고 인권의 주체이다

이에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시민연합, 참여연대 등 40개 시민단체는 지난 9월 16일 오전 11시 서울 경찰청 앞에서, 강압수사를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규탄하고 기소의견의 철회와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발언에 나선 7명의 연대단체 담당자들은 각 단위의 입장에서 바라본 이번 보복성 기소의견의 부당함과 모순점을 조목조목 반박했고, 앞으로 문제해결을 위한 연대를 더욱 강화할 것을 다짐했다. 특히 전남장애인권익옹호기관 허주현 관장은 최 변호사가 지난 2014년 신안 염전노예사건 때 국가를 대상으로 한 소송을 4년 동안 헌신적으로 지원했던 사실에 고마움을 표하면서, “그는 자기 소명을 충분히 못하는 이들, 돈 없고, 빽(배경) 없고 힘도 없는 사람들을 위해 변호하며 언제나 그들과 함께했다”고 밝혀, 최정규 변호사가 이주노동자 디OO 씨를 변호하는 당위성과 그 의미를 되새기기도 했다.

의도하지 않은 대형 폭발과 화재가 하루 가까이 진화되지 않을 규모의 사고였다면, 국가 기간시설의 안전과 방어확보의 허점이 무엇이었는지 그 원인을 먼저 집중적으로 살피는 게 우선이다. 하지만 언론은 이주노동자의 개인과실에 초점을 맞췄고, 관리소홀의 책임이 있는 정부는 이 사건의 문제점을 유야무야 지우는 데만 급급했다.

사고 발단의 원인이라던 풍등이 대한민국 국적의 어린아이 ‘누군가’의 일회성 놀이였다면, 과연 이렇게까지 과잉자백을 강요했을까? 제대로 된 자기변론의 언어 사용에 익숙하지 않았을 이주노동자가 이런 폭발을 치밀하게 기획하며 ‘일부러’ 풍등을 날렸을까? 문제는 국가권력과 사회적 약자 사이의 괴리가 무엇인지를 적나라하게 노출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적 약자 아닌 ‘강자’를 위해 공익제보를 했다면, 국가기관인 경찰과 기성언론은 ‘강자’를 위한 적극적인 변호에 자발적으로 나섰을 게 분명한 일이기 때문이다.

이 기자회견을 공동주최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정책국 김강원 국장은 “향후 시민사회단체들은 변호사 단체를 중심으로 법률적 대응을 추진하고, 검찰에 의견서를 제출하는 등의 대응을 함께하기로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되고 해결될 수 있도록, 21대 국회에도 협력을 요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기사를 마감하는 9월 29일 현재, ‘수사 중인 사항에 대해 입장 표명은 부적절하다’던 경찰 측의 추가 반응은 없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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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언론에서 대서특필했던 화제 댱시의 현장 모습들. 이미지 출처 - 인터넷 화면 갈무리



[기자회견문]


강압수사행위 공익제보한 인권변호사에 대한 보복성 수사를 규탄한다! 기소의견 철회하고 경찰청장 사과하라!


경찰이 ‘고양시 저유조 화재사건’의 피의자에 대한 강압수사 상황이 담긴 진술녹화영상을 언론에 제공한 변호사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한 것은 공익 제보자에 대한 탄압이자 보복수사로서, 시민사회는 이를 강력히 규탄하며 기소의견의 철회와 경찰청장의 사과를 요구한다.

피소된 해당 변호사가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보하여 언론에 제공한 영상에는 경찰의 반말, 비속어, 진술 강요 등의 백여 차례가 넘는 강압수사 행위가 고스란히 담겨 있었으며, 그러한 경찰의 행위는 국가인권위원회가 경찰서장의 주의 조치와 재발방지 교육을 권고한 명백한 인권침해 행위이다.

이주 노동자인 피의자는 사회적 신분과 의사소통의 어려움으로 인해 불리한 처지에 놓여 있었다. 이러한 피의자가 수사절차에서 부당하고 불공정한 처우를 받지 않고 피의자로서의 인권을 보장받도록, 오로지 약자의 인권을 변호하기 위한 공익적인 취지로 피의자 변호를 자처한 인권변호사의 공익제보에 대하여, 인권침해를 자행한 경찰이 반성과 시정은커녕 제보자에 대한 형사 고소와 기소의견 검찰 송치로 답하였다.

공익제보를 독려하고 제보자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경찰이 제보자에게 보복성 수사로 답한 것은 사회 정의를 후퇴시키고 국민의 경찰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는 행위이다. 이에 시민사회 단체들은 경찰이 즉각 기소 의견을 철회하고 사과할 것을 촉구한다.


2020. 9.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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