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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정당한 행정처리? 이것이 바로 차별이다

장애인근로자 부당해고 차별 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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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관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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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근로자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대해 회사, 그것도 장애인단체에서 거부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장애 특성을 감안한 편의제공이 이루어지지 않자, 장애인 근로자가 근로지원인에게 요청한 근로지원을 ‘불법행위’에 해당한다며 장애인 근로자를 해고했다. 장애인에 대한 부당한 대우와 차별, 그리고 해고에 이르는 이 사건을 <함께걸음> 지면에 공개한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가?

조영규 씨는 지난 6월 1일 함OOO장애인자립생활센터(아래 센터, 대표 서OO)에 입사했다. 센터에서는 6월 5일(금)에 조 씨를 포함하여 함께 입사한 동료 2명에게 센터의 총사업계획서를 인쇄해 주면서 주말 동안 공부하고 외워오라고 했다. 그런데 중증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조 씨는 종이에 인쇄된 글자를 눈으로 보며 읽을 수가 없다. 이에 조 씨는 음성 프로그램을 통해 해당 문서의 내용을 읽을 수 있도록 컴퓨터 파일로 된 총사업계획서를 제공해줄 것을 대표에게 요청하였으나, 대표는 총사업계획서가 ‘보안문서’라는 이유로 컴퓨터 파일 제공을 거부했다.

조 씨는 센터에서 세부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는데, 해당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총 사업계획서의 내용 숙지가 필수적이다. 이에 조 씨는 업무 수행을 위해 컴퓨터 파일로 된 총사업계획서를 제공해줄 것을 재차 요청하였으나, 대표는 역시 보안문서라는 이유로 제공을 거부했다.

시각장애인으로서 컴퓨터 파일로의 제공, 즉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하였음에도 제공받지 못한 조 씨는, 종이로 인쇄된 총사업계획서를 근로지원인에게 컴퓨터로 타이핑(타자) 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렇게 컴퓨터에 입력된 총사업계획서를 음성 프로그램을 통해 읽기 위함인데, 이를 본 대표가 자신의 허락없이 총사업계획서를 타이핑치는 것은 안 된다며 근로지원인의 타이핑을 중지시켰다. 조 씨는 자신의 원활한 업무 수행을 위해 근로지원인이 총사업계획서를 타이핑 치는 데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줄 것을 요청하였으나, 대표는 해당 행위가 ‘보안문서를 허락없이 불법으로 복제’하는 데 해당한다면서, 근로지원인이 총사업계획서를 타이핑 치는 것을 재차 제지시켰다.

이후 대표는 조 씨와의 대화에서, 대표가 말하는 회사의 보안이 법적으로 타당하다면 따를 것인지 물었는데, 조씨는 그가 말하는 편의제공이 타당한 것이라면 대표가 따를 것인지 되물었다. 조 씨의 질문에 대표는 조 씨의 말이 맞더라도 총사업계획서를 파일로는 줄 수 없고, 대신 총사업계획서를 보지 않아도 되는 다른 업무를 맡기겠다는 이중차별과 보복성 말을 했다. 센터에서는 이전에도 다른 직원에게 센터 방역 일을 ‘벌’로써 하게 한 사실이 두 번이나 있었던 바, 조 씨에게 센터 방역을 일주일간 하게 한 것은 보복성 처사에 해당한다. 그뿐만 아니라 그동안 아무 문제 없이 회사자료가 공유되던 드라이브의 공유 폴더에 조 씨만 접근을 차단시켰다.

이렇게 조 씨는 장애에 대한 정당한 편의제공을 요청했고 그에 대한 거부를 장애에 대한 차별로 판단하여 문제를 제기했으나, 대표는 오히려 센터의 보안문서를 허락없이 불법복제했다는 이유로 조 씨를 입사 후 한 달하고 십여 일이 지난 시점에서 해고했다. 해당 사건은 9월 24일 현재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서 양 측에 화해 기간을 부여한 상황이며, 또한 조 씨의 차별 진정으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조사 중이다.



장애인에 대한 차별, 그리고 부당해고

“중증장애인의 삶을 경외하고 삶을 존중하며 개개인의 자립생활이 가능하도록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자립생활지원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장애로 인하여 발생하는 사회적 난관들을 타파하기 위해 중증장애인 당사자들이 모여 앞장서고 있습니다.”

함OOO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센터 소개 글 중 일부이다. 그런데 조영규 씨의 사례를 보면, 홈페이지에 소개된 내용을 과연 센터가 얼마나 제대로 수행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종이로 인쇄된 서류를 눈으로 보며 읽기 어려운 시각장애인에게는 해당 서류를 점자나 컴퓨터 파일로의 제작 등 시각장애인의 요청에 따라 편의제공하는 것이 당연한 의무사항이다. 그런데 센터는 정당한 편의의 제공 여부를 떠나서, 또 장애유형과 특성에 맞는 프로그램을 개발한다면서, 시각장애인에게 무엇을 제공해야 하는지도 제대로 모르고 있는 상황이나 마찬가지다.

설령 총사업계획서가 ‘보안문서’라는 이유로 컴퓨터 파일로의 제공이 어렵다면, 조 씨와 함께 입사한 비장애인 동료 두 명에게 총사업계획서를 주며 ‘주말 동안’ 외워오라는 건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보안문서라면 회사 안에서만 열람할 수 있어야 하고 외부로 유출하면 안된다. 그런데 비장애인 동료들은 주말 동안 센터가 아닌 곳에서(집이든 카페든 어디든지) 해당 문서를 가지고 다니면서 열람할 수 있다. 심지어 다른 누군가에게 보여줄 가능성도 충분하다. 이는 명백히 장애인과 비장애인에 대한 차별대우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에 관한 법률」 제4조에서 규정하고 있는 ‘차별행위’에 해당한다. 근로지원인이 총사업계획서를 조 씨가 컴퓨터 파일로 읽을 수 있도록 타이핑 치는 행위가 ‘복제’에 해당하는 지도 의문이다. 근로지원인의 업무는 장애인 근로자가 장애로 인해 업무수행에 어려운 부분을 지원하는 것인 만큼, 조 씨가 시각장애로 총사업계획서를 읽기 어려우므로 조 씨의 요청에 따라 컴퓨터 파일로 제공하기 위해 타이핑 치는 것이다.

물론 근로지원인이 타이핑을 치지 않고 총사업계획서의 내용을 구두로 읽으며 설명해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조 씨의 업무가 세부사업계획서 작성이라는 점에서, 총 사업계획서가 15~20여 장 분량이고 중간중간 표로 구성된 내용이 많다는 점에서 구두로 모든 내용을 전달하기는 쉽지 않다. 또한 조 씨가 세부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중에 총사업계획서의 일부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위해서도 컴퓨터 파일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총사업계획서는 ‘인쇄된’ 종이이기 때문에, ‘수기’가 아닌 ‘컴퓨터’로 작성된 ‘파일’의 형식일 가능성이 높다. 조 씨를 제외한 센터 직원들이 모두 해당 파일을 자유롭게 컴퓨터 모니터 화면을 통해 열람하고 있다는 상황을 감안해 본다면, 조 씨에게 시각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해당 컴퓨터 파일을 제공해주지 않은 것으로밖에 생각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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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당한 명예회복을 원한다는 피해자 조영규 씨 




정확한 진실이 밝혀지길

조 씨가 진정한 차별과 해고에 대한 센터의 입장은 조 씨와 확연히 다르다. 센터 측은 조 씨의 채용 면접을 볼 당시, 조 씨가 종이로 인쇄된 문서를 혼자서 읽고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이 없고 근로계약서에도 직접 서명을 했다고 했다. 하지만 시각장애가 있는 사람이 문서를 눈으로 보고 읽는 데에 어떻게 어려움이 없을 수 있을까? 조 씨가 근로계약서에 직접 서명을 했다고 해도, 누군가가 서명란이 있는 곳을 손으로 짚어서 알려주었기 때문에 직접 서명이 가능했을 것이다. 

또 센터 측에서 회사의 보안문서는 외부로 유출해서도, 개인 저장장치에 따로 저장하거나 복제해서도 안 된다고 수차례 교육했다고 하는데, 조 씨는 이러한 교육을 한 번도 들은 적이 없다고 한다. 오히려 이와 같은 이야기를 한 것은 해고를 당하기 5일 전 대표와 단둘이 이야기를 할 때가 처음이라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대표는 교육을 못했던 것 같다며, 교육을 해주겠다고 말했다는 녹음파일을 조 씨가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조 씨의 문제제기에 대해 센터 측에서 제출한 답변서에는, 조 씨가 한 적이 없는 언행을 마치 조 씨가 한 것처럼 작성되어 있다. 서로 확연히 다른 입장 차이를 보이는 가운데, 개인으로서 센터를 상대로 차별 진정을 하고 있는 조 씨는 반드시 진실을 밝히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제가 센터에서 해고를 당할 때, 센터 측에서 경찰까지 불러 강제로 제 소지품 검사를 하려고 했거든요. 이건 정말 인권침해의 우려가 있지 않을까요? 복직 같은 건 전혀 바라지 않아요. 단지 저는 제가 처한 상황이 부당 해고임을 인정하고, 거기에 대한 피해보상을 받길 원합니다. 그리고 저의 사례를 통해,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 다른 장애인 근로자들도 자신의 목소리를 내며 자신이 가진 권리를 누릴 수 있게 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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