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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위법의 철저한 단죄, 인권회복의 첫 걸음이다

루디아의 집, 그 이후

본문


법과 제도, 현실과 대책이 늘 따로 뒤엉키는 게 중증장애인 수용시설 문제이다. 학대피해사실이 밝혀져도, 해당 지자체(관청)에서 징계조치를 내려도, 똑같은 논란은 수십 년의 기존 내용을 복사한 것 같은 언론보도로 되풀이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올해 초 사회에 파문을 일으켰던 경기도 가평 루디아의 집 사태, 연말이 다가오는 지금은 그 조치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들여다본다. 아울러 해결의 현장을 지켜왔던 한 인권활동가의 솔직한 의견으로 수용시설의 허와 실을 되짚어본다.  



인권? 중증장애인은 단지 수익수단일 뿐

지난 3월 초,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인차별시정위원회는 장애인거주시설 이용자에 대한 인권침해 직권조사를 진행하고, 위원회 결정에 따른 주문을 발표했던 바 있다. 검찰총장에게는 루디아의 집 피조사자들의 위법사실에 대해 수사를 의뢰했고, 관리책임이 있는 서울특별시장과 금천구청장에게는 실립허가 취소 등 필요한 행정처분을 할 것을 권고했다.

그렇게 진행됐다는 내용까지가 지난봄의 기억이고, 그 뒤로 무엇이 어떻게 진행 또는 해결됐는지를 설명하는 내용은 전해진 게 없다. 그래서 이후의 진행상황을 직접 살펴보니 10년 전, 20년 전, 30년 전의 신문기사를 다시 읽는 것과 마찬가지 내용이다. 시설폐쇄 및 법인설립허가취소 권고→법인설립허가취소 행정처분 사전통지→법인설립허가취소 행정처분 취소청구 소송제기→취소청구 기각요청 진정서 발송….

짧게 요약한다면 이렇다. ‘절대로 시설의 문을 닫지 않을 거니까, 끝까지 법정공방으로 시간을 벌어보자’는 게 시설을 운영하는 운영법인의 일상적인 맞대응이다. 여기에는 두 가지 밑그림이 존재한다. 관련 관청(지자체)의 담당자들은 2년 내외의 주기로 자리가 교체된다는 것, 그래서 기존의 골치 아픈 문제는 가급적 만지지 않고 후임자에게 넘긴다는 것. 또 하나는 이런 시간싸움이 계속되면, 시비(?)를 걸었던 인권활동가 운운하는 조직들은 스스로 지쳐 포기할 거라는 오래된 학습에 의한 확신이 밑바닥에 짙게 깔려 있다는 것이다.

‘2020. 6. 9. 루디아의 집 시설폐쇄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소송제기→2020. 7. 6. 루디아의 집 시설폐쇄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각하결정→2020. 8. 21. 루디아의 집 시설폐쇄 행정처분 집행정지 가처분신청 기각에 대한 항고소송…’. 최소한의 인권 따위는 없어도 될 돈벌이를 위해 절대 폐쇄할 수 없다는, 법원이 뭐라고 하던 끝까지 물고 늘어지다 보면 그 기간만큼 법인과 시설의 수명은 연장된다는 이 오래된 문답싸움….

2020년 역시도 수십 년의 뉴스화면을 재방송으로 바라보던 1년으로 기록될 것 같다. 그게 현실인 것이다. 



인권? 우리가 함께 손잡고 반드시 되찾는다

그런데 실제 현장에서 긴 기간 직접 뛰었던 한 활동가는, 우리 모두가 놓치고 있던 조각들을 하나씩 하나씩 재조립해 줬다. 그의 의견이 갖는 무게감이 남다르다고 판단되기에, 루디아의 집 문제로 올 한해를 보내며 느낀 소회를 담담하게 밝힌 그의 의견을 정리하고자 한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김순화 활동가의 견해를 옮긴다.

“사실 수용인의 보호자분들의 입장이 이해가 된다. 아무런 관련도 없고 기존의 관계도 없던 사람들이 ‘특별조사단’이라는 이유로 뜬금없이 연락을 한 셈이다. ‘지금 루디아의 집은 이런 상황이고, 그래서 곧 이렇게 폐쇄될 거다. 그래서 당사자 보호자분들이 선택할 수 있는 선택지는 임시전원, 지원주택 등등 이런 것들이 있다. 그리고 지자체의 탈시설 정책은 이런 것들이 있다.’ 그런 설명은 보호자들 입장에선 너무나 황당한 것이다. 더욱이 관할구청에서 그동안 단 한 번의 전화도 없었다고 한다. 이런 상황에 대한 분노가 너무 큰 상태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의 해결은 분명 지자체가 맡아야 할 일이다. 민간은 조력자가 돼야 하는데, 민간이 책임을 떠맡은 입장이 된 상황이 됐다. “극렬하게 반대하는 분들이 계신다. ‘내 아이는 최중증이어서 당신들이 말하는 지원주택도, 지역사회에서도 살 수가 없다.’ 이런 분들의 발언을 경청해야 할 이유가 분명하게 있다. 이십 년 삼십 년 시설에 맡겼다고 하지만, 그 보호자분들한테는 국가가 외면하는 중증장애의 자녀를 맡길 선택지가 당시엔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그냥 무책임하게 버린 게 아니다. 엄마가 일찍 죽어서 아빠 혼자 양육이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라는 답변 앞에선 반론의 입놀림도 멈춰지게 된다. 그래서 김 활동가는 차분하게 설명했다고 한다. “아버님의 선택, 당연할 수밖에 없다. 국가와 정부가 내놓고 있는 장애인 복지정책이 시설밖에 없었던 그 시절에, 게다가 당사자 개인과 그 가족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했던 그 시절의 선택이 불가피했다는 건 당연히 이해한다. 하지만 지금은 지원주택, 자립정착금, 활동지원서비스, 이렇게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제도들이 많이 생겨났고 활성화되고 있다.”

울분과 반박이 전부인 보호자들의 답변만 들어야 했던 김 활동가는, 탈시설운동에서 놓치고 있던 게 그 보호자들 입장을 일정부분 간과했다는 게 아니었을까 하는 자문자답이 떠올랐다고 했다. 그래서 이번 루디아의 집 사태 해결에 뛰어든 이후, 이런 제안이 그들에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얻게 됐다고 했다. 그의 표현 그대로 이 지면에 새겨놓는다.

“세상이 바뀌었고 제도도 변했다. 이 제도의 변화를 정말 믿어주시고, 같이 지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안으로 진지하게 생각해 보자. 보호자분들의 심정도 너무 많이 공감한다. 하지만 이젠 나와야 한다. 힘을 내주시면 좋겠다. 용기를 내주시면 좋겠다. 절대로 혼자 책임지게끔 하지 않는다. 지자체가 있고, 무엇보다 각 지역에는 수 많은 장애인단체들이 있다. 우리가 그 길 같이 가겠다. 그러니 우리와 손 잡아달라. 우리가 분명하게 끝까지 함께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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