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답은 이미 분명하게 나와 있다 > 이슈광장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 답은 이미 분명하게 나와 있다

'모두의 영화관'을 위한 긴 공익기획소송

본문

글. 정다혜 변호사/장애인법연구회
 
 
2016년 2월, 청각장애와 시각장애를 가진 원고들이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3사인 CJ CGV, 메가박스, 롯데시네마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제기한 이유는 간단했다. 시각 혹은 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은 비장애인처럼 극장에서 영화를 즐길 수 없는 차별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원고들은 차별 없이 영화를 즐길 수 있도록 화면해설, 자막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할 것을 피고들에게 요구했다.
비장애인만의 영화관이 아니라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에서, 이 소송은 ‘모두의 영화관’이라는 슬로건(주장)이 붙었다. 공익을 실현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기획된 소송을 ‘공익기획소송’ 또는 ‘임팩트 소송’이라고 하는데, 이 ‘모두의 영화관’ 소송도 공익기획소송의 한 예다.
2016년에 처음 소송이 제기되었으니,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들었다. 1심에서 원고 전부 승소라는 쾌거를 이루었지만, 피고가 이에 불복해 항소하면서 말 그대로 지루한 싸움이 이어지고 있다. 장애 유무와 상관없이 함께 영화를 즐길 수 있는 ‘모두의 영화관’이라는 것은 낭만적인 상상에 불과한 것일까? 이 싸움을 꿋꿋이 이어오고 있는 대리인단(변호사들)과 짧은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 현장검증일 원고측 대리인단 단체사진
 
 
1. 소송준비과정
이 소송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있으셨나요? 어떻게 소송을 준비하게 되셨는지 궁금합니다.
임성택 2011년에 영화 ‘도가니’가 엄청난 흥행을 했습니다. 청각장애인 학교에서 벌어진 사건을 다룬 이 영화를 정작 청각장애인들은 볼 수 없었습니다. 한국영화에는 자막상영이 제한되어 있어서죠. 장애인 단체들이 난입시위를 벌이기도 했습니다. 관련하여 문제를 제기하기 위해 장애인 단체와 변호사들과도 논의하고, 제가 가르치던 리걸클리닉의 학생들과 연구도 해봤어요. 원고들은 시각장애와 청각장애를 가진 분들로 하되, 장애의 정도가 다양하게 포함되도록 신경을 썼습니다. 다만 소송의제기시기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이정민 이 소송은 처음부터 공익기획소송으로 기획된 것입니다. 문제점을 인식하고 있었고, 소송을 제기할 시기를 고민하고 있었어요. 「장애인차별금지법」 및 시행령이 단계적으로 시행이 되면서, 스크린당 기준 300석 이상의 영화상영관을 보유한 사업자가 장애인에게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해야 할 의무가 생기는 시점을 기다렸어요. 피고들에게 법적인 의무가 생긴 뒤에 소송을 제기하려고 눈여겨보고 있었습니다.
 
 
2007년 4월 10일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정식명칭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한다. ‘정당한 사유 없이 장애인에 대하여 정당한 편의제공을 거부하는 경우’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 행위 중 하나다.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 금지하는 차별행위에 관한 소송에 대하여, 법원이 차별적 행위의 중지나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 등의 판결을 내릴 수 있음을 규정하고 있다. 이 점이 일반적인 민사사건과 다른 특이한 점이다.
용역제공 및 문화예술활동의 차별금지와 정보제공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는 각각 「장애인차별금지법」 제15조, 제20조에 명시되어 있다. 특히 2015년 4월 11일부터는 ‘스크린 기준 300석 이상 영화상영관’을 보유한 사업자의 경우, 장애인이 장애가 없는 사람과 동등하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도록 자막 등 필요한 수단을 제공할 의무가 생겼다.
이에 원고들은 피고 멀티플렉스 3사가 정당한 편의제공의무를 부담함에도 불구하고 편의제공을 거부하고 있으며 이것이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차별에 해당하므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48조에 따라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 조치로써 자막·화면해설 등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라는 것을 주요 취지로 한 차별구제소송을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 제기한 것이다.
 

1심 소송을 준비하시면서 어떤 마음이셨나요?
서치원 이 소송 이전에는 「장애인차별금지법」에 대해서 잘 몰랐고, 장애인의 권리와 관련된 소송을 한 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2014년 초창기에 원고분들을 뵙고 몇 번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이분들은 원하는 대로 영화를 보러 갈 수 없구나. 참 이상하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우리가 흔히 아는 개방형 상영방식(대형 스크린에 자막이 뜨고, 대형 스피커에서 화면해설이 나오는 방식)이 아닌 폐쇄형 상영방식(자막이나 화면해설이 필요한 사람만 개별 단말기나 특수안경을 통해서 자막이나 화면해설 등을 제공받는 방식)을 알게 되었어요. 폐쇄형 방식으로 상영을 하면, 누구나 같이 영화를 함께 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정말 상식적인 것인데, 누구나 같이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이 갖춰지면 좋겠다는 바람이었어요.
최현정 2016년 2월에 소가 제기되었는데, 저는 그해에 변호사시험에 합격하고 6월부터 변호사로 일하기 시작했어요. 따라서 소 제기 이전의 문제의식이나 기획의도를 속속들이 다 알지는 못했습니다. 그렇지만 변호사가 되고 나서 이 소송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한 이유는 법원에 적극적인 것을 요청하는 청구이기도 하고, 주제가 장애인의 문화향유권에 대한 것이라 참가하고 싶었습니다. 

소송을 준비하면서 가장 우려하던 점이 있으셨을까요?
김재왕 우려보다는 오히려 외국에서 극장들이 이미 폐쇄형 상영방식으로 영화를 상영하고 있으니까 충분히 해봄 직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소송을 통해서 피고들인 멀티플렉스 3사와 협상의 물꼬를 틀 수도 있겠다고 예상했습니다. 그러나 이 예상과 달리 피고들은 조정할 의사가 전혀 없었어요.
이정민 당연히 이길 것이라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세계적인 추세로도 폐쇄형 방식의 상영이 제공되는 것으로 바뀌는 분위기이다 보니, 피고들인 멀티플렉스 3사도 열린 마음으로 임해주리라는 순진한(?) 생각도 있었습니다(웃음). 조정에 대한 기대도 있었고요. 그러나 피고들이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식의 완강한 태도로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 1심 소송의 진행
1심의 주요쟁점은 무엇이었나요?
김재왕 피고들은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의무를 부담하기를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장애인차별금지법」 제21조 제1항의 정보에 영화가 해당하지 않는다거나, 생산이나 배포에 영화상영이 해당하지 않는다는 터무니없는 주장을 했습니다. 또 다른 주장은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하는 것이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자막이나 화면해설이 제작 안 된 영화에 대해서, 극장이 멋대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만들어 제공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라는 것이었죠.
최현정 저작권 침해라는 주장은 일견 타당할 수 있어서, 자막이나 화면해설을 제공 받은 경우에 한해 이를 극장에서 제공하라는 것으로 청구취지를 변경하였습니다.
이정민 피고들이 법적인 의무를 부담하는지 여부와 함께,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도 주요쟁점이었습니다. 이미 해외에서 상용화되었음에도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거나 불완전하다는 피고의 주장을 반박하기 위해서는, 기술적으로 충분히 가능하다는 점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실제로 극장을 대여해서 관련 장비들을 테스트해보는 현장검증을 신청했습니다.

현장검증은 어떻게 진행되었나요?
최현정 극장을 빌려서 한 번에 하나씩 장비를 테스트하는 식으로, 여러 장비를 시도해보면서 영화를 돌려보았습니다. 재판부는 물론이고, 장애 당사자분들도 참여하시고 기자분들도 오셨습니다. 현장검증은 대리인단뿐만이 아니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측에서도 함께 준비를 해주셨습니다.

소송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웠던 점은 무엇일까요?
최현정 피고들이 계속 법적인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일관되게 유지하고, 별도의 입법으로 해결되어야 할 문제라고 생각하는 태도가 제일 어려웠습니다. 충분히 주도적으로 나설 수도 있는 문제인데,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버틴 지 어느새 5년입니다. 그 사이에 해외는 더 많이 변했습니다. 소송 제기할 당시 우리보다 뒤처져 있던 나라들이 이제는 더 앞서 나가고 있는데, 우리는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했다는 생각에 답답합니다.
서치원 굉장히 소모적이라는 점입니다. 여러 이유로 심리가 길어지다 보니 재판부가 바뀌면 검증을 또다시 해야 하고, 변론도 처음부터 다시 반복해야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대리인인 저도 이렇게 답답한데, 원고를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분들은 얼마나 답답하실까요.
이정민 차별구제소송에 낯선 재판부에게 차별구제소송이 무엇인지를 설명하고 서로의 이해를 높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재판부에게 편의제공의 기술적 측면을 포함해서, 폐쇄형 상영방식이나 화면해설이 제공된다는 것이 어떤 방식인지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최현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해서 법원에 적극적인 구제조치를 구할 때 항상 겪는 어려움이기도 합니다. 법원이 어디까지 적극적으로 판결로서 명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항상 되풀이되는 어려움인 것 같습니다. 이 사건의 경우, 법원이 피고에게 적극적으로 장애인에게 편의를 제공하도록 해야 하는 부분이기에 더욱 극명하게 어려움이 드러났던 것 같습니다.

1심 선고 결과가 나왔습니다. 결론은 원고 전부 승소였습니다. 어떠셨나요?
이정민 이길 거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쟁점들이 검증을 거치면서 많이 정리되었기 때문이에요.
임성택 적어도 일부 승소하리라 생각했습니다.
김재왕 주문을 읽어주는데 우리의 청구취지와 같아서, 사건을 설명하기 위해서 우리의 청구취지를 그대로 읽어주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 이후에 사건번호를 읽을 때가 되어서야 ‘우리의 청구취지를 다 인용해준 것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몹시 기뻤습니다. 판결이 선고된 후 예정되어 있던 기자회견에서, 법원도 이렇게 인정을 하였으니 더욱 적극적으로 편의제공의무를 다하라고 주장을 할 수 있었습니다.
서치원 ‘이게 되는구나!’ 하는 신기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특히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기초한 차별구제소송은 일반적인 민사사건에서는 접할 수 없는 청구원인과 과정을 통해서 진행이 되는데, ‘재판부에 따라서는 이렇게 획기적인 판결이 나올 수 있는 법률이고 제도구나’라는 생경한 인상을 받았습니다.
최현정 법적인 의무 자체를 부정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막상 결과가 나오자 신기했습니다.
이주언 저는 당시 첫째를 낳고 육아휴직 중이었는데, 당연히 승소해야 할 사건이지만 진짜 승소하니까 신기했습니다. 제가 첫째를 낳고 1심에서 승소했는데, 그로부터 3년이 흘러 둘째를 낳고 나서도 아직도 항소심이 진행 중이니 너무 답답하네요.

 

3. 항소심의 진행
항소심(2심)을 진행하시던 초기의 마음은 어떠셨는지?
최현정 그때만 해도 판결대로 변화가 불어올 것이란 기대를 했습니다(웃음). 보통 1심에서 기업을 상대로 이렇게 승소한 경우 기업들이 항소하지 않고 스스로 시정하는 경우도 있으니, 이 소송도 그런 식으로 진행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피고 측이 항소하면서, 소송이 이렇게 오래도록 이어질지는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항소심에서 가장 어려우셨던 점은 무엇일까요?
김재왕 「장애인차별금지법」에 근거한 차별구제소송이 선례가 별로 없습니다. 따라서 재판부로서는 어떻게 판단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깊은 것 같습니다. 판결을 해도 될 것 같은데, 법원이 판결을 내리기를 주저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습니다.
이정민 1심과는 달리, 이행가능성의 문제가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즉 피고들이 편의를 제공할 돈이 없다는 문제가 나온 것입니다. 코로나19로 영화산업이 타격이 크다보니 나온 주장이었습니다.
최현정 똑같은 얘기가 계속 반복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심리가 길어지면서 재판장님은 두 번, 주심 판사님은 한 번 바뀌었습니다. 재판부가 바뀔 때마다 현장검증이나 기술적 이해를 위한 변론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마무리 차원의 질문입니다. 모두의 영화관 소송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이주언 장애인에게 그동안 생존권 중심의 투쟁과 소송이 많았다면, 이번 소송은 영화를 즐길 권리, 문화향유권을 다루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5년간의 소송과정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김재왕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현장검증입니다. 대리인단을 이끌어주시던 임성택 변호사님께서, 장비들을 실제로 극장에서 테스트하는 현장검증을 해보자고 하셨습니다. 검증을 통해서 재판부가 실제로 기술을 접하고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 것이 소송 진행에 있어서 큰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검증을 통해서 기술적으로 가능한지 여부를 증명하는 것이 해결된 셈이죠. 
최현정 현장검증을 거치면 확실히 재판부가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검증의 효과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던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또 한 가지는 장애인 당사자분들이나 그 친구, 연인 혹은 가족께서 재판을 방청하러 오셔서 피고 측의 한치의 변함없는 완강한 주장을 들으시고, 재판이 끝난 뒤에 울분을 표하시던 순간들이 마음에 많이 남습니다. 대리인으로서도 화가 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는 정말 답답하실 겁니다.
마지막으로 하시고 싶으신 말씀?
임성택 미국 극장 체인 리걸(Regal Theatres)에서는 소니(SONY)에 의뢰해서 자막 제공 안경을 만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들은 장애인을 ‘고객’으로 생각하고 한다고 명확히 밝혔었습니다. 이와 달리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시혜나 혹은 사회공헌으로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 안타깝습니다.
최현정 장애인에 대한 복지나 시혜적 측면에서, 추가로 제공되는 서비스라는 느낌으로 편의제공을 이해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편의제공을 받을 권리는 장애인의 당연한 ‘권리’라는 점을 인식했으면 좋겠습니다. 따라서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 당사자들의 권리가 침해되는 현실에 대한 적극적인 판단이 내려지기를 바랍니다. 원고들 중에는 영화 ‘도가니’가 나왔을 때부터 시위하면서 참가하셨던 분도 계십니다. 탄원서를 작성해주시거나, 재판에 매번 방청하러 오셔서 힘을 실어주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여러분들 덕분에 너무 든든하고 감사합니다.
김재왕 서면에도 적어냈지만, 피고들은 정말로 장애인이 극장에 안 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장애인을 고객이 아닌 ‘진상처럼’ 대하는 것 같습니다. 고객으로서 당연한 권리의 주장을 하는데, 마치 ‘복지나 시혜의 문제’이거나 ‘국가가 해결할 문제’라고 치부하는 점이 아쉽습니다. 우리의 소송은 작게 보면 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볼 권리를 찾는 소송이기도 하지만, 달리 보면 이 사회에 팽배해 있는 이 두 가지 생각을 바꾸는 소송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 소송을 통해서 장애인의 권리에 대한 우리 사회의 관점에 변화가 오길 기대합니다. 
이정민 끝냈으면 합니다. 그리고 꼭 이겼으면 합니다. 특히 소송이 오래 지속되다 보니, 그 사이에 해외가 너무 바뀌었습니다. 본래 피고 측에서 유리한 증거로 제출했던 일본은 이제 영화관 편의제공에 있어서 우리보다 한 발자국 앞서 있습니다. 유럽과 호주는 이제는 단순히 시각 또는 청각 편의제공 수준을 넘어서서, 자폐친화적·치매친화적 상영까지도 시행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촉각통역까지도 논의를 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극장들이 법적인 의무로 인해 시행하기보다, 자발적으로 시행하는 나라가 많습니다. 일본도, 미국도. 호주도 구체적인 입법에 의한 강제보다는 영화관의 자발적인 의지가 컸습니다. 영화관이 장애인도 고객의 개념으로 인식하고 편의제공을 위한 노력을 하자, 그에 발맞춘 입법이 이루어진 것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영화관들은 장애인도 고객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는 느낌입니다. 영화관에서의 편의제공은 장애인뿐만 아니라 외국인·이주민·노년층에게도 필요한 것인데, 멀티플렉스 영화관들이 시도 자체를 왜 이렇게 두려워하는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안 해도 되는 특별한 서비스를 장애인에게 제공한다는 생각에 기반을 두어 손실적 측면에서만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주언 지난 11월 17일에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상정되었고, 법안심사 소위원회에 회부되었습니다. 이 개정안의 내용을 살펴보니, 영화상영업자의 편의제공의무를 지금보다 경감시키는 내용이었습니다. 개정안이 아니라 개악안인 것이죠. 개악안이 통과될까 염려되는 우리나라의 현실이 너무 답답합니다.
 
해외의 경우, 실제로 지난 5년 동안 영화관 편의제공의 수준은 더욱더 진일보했다. 5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피고 멀티플렉스 3사들이 자신들은 아무런 법적 의무가 없다는 주장만 하는 동안, 한국은 단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한 것이다.
최근에 국회에서 이상헌 의원이 발의한 「장애인차별금지법」 개정안은 장애인차별시정이라는 그럴듯한 미명아래에서 영화상영업자의 편의제공 의무의 수준을 경감시키는 내용이다. 현재는 300석 이상의 스크린을 보유한 영화관에서는 정당한 편의제공이 필수적인 의무로 규정되어 있는데, 이를 필수가 아닌 노력만 해도 되는 수준으로 바꾸는 것이다. 이 개악안은 발전은커녕 오히려 퇴보를 염려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현실을 보여준다.
긴 소송에서 함께 힘써주신 모든 분들과 대리인단의 노력을 바탕으로, 한국에서도 모두가 함께 보고 싶은 영화를 마음껏 즐기는 그 날이 하루속히 오기를 간절히 바라본다.
 
 
↑재판에 방청한 사람들에게 재판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상황을 설명하고 있는 이주언 변호사와 박미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활동가
 
 
작성자최고관리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8672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