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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1년을 기다려야 하는 치료, 이건 바꿔야 한다

장애인 치과의료서비스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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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과 사진. 조은지 / 치과위생사
 
 
 
장애인 치과진료의 현실
치아는 오복 중의 하나라고 불릴 만큼, 건강한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빠질 수 없는 항목 중 하나이다. 그러나 대개의 사람들에게 ‘치과’는 가능하면 가고 싶지 않거나 멀리하고 싶은 곳이다. 역설적이게도 치아 건강을 유지관리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곳이 또한 치과이기 때문에, 보편화된 치과의료서비스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
그렇다면 장애인들의 치과 의료서비스 현실은 어떨까? ‘장애인은 장애를 이유로 건강관리 및 보건의료에 있어 차별대우를 받지 아니한다’라는 「장애인 건강권 및 의료접근성 보장에 관한 법률」에 근거, 또 시대가 변하면서 장애인 의료복지에 대한 의식수준이 향상되면서, 장애인들의 의료서비스 환경이 예전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이 가진 여러 가지 특성을 이유로, 치과의료서비스에 대해서만큼은 아직도 그 사각지대의 범위가 넓은 것이 현실이다.
정부는 장애인 구강진료 접근성 향상 및 구강진료의 불평등을 완화시키기 위해, 2011년부터 장애인구강진료센터(이하 ‘권역센터’)를 설치해왔다. 작년 8월 중앙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개소함에 따라, 현재 총 11개의 권역센터가 개소되어 운영되고 있다. 현재 4개의 권역센터를 추가로 구축하고 있으나 개소 시기는 미정인 상태이며, 서울시·전남도·경북도·세종시는 아직 계획조차 없는 상황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현황’ 자료에 따르면, 사업이 시작한 2008년 이후 12년이 지난 지금까지 최소 권역 단위에 1개도 설치하지 못하고 있다. 최 의원은 “최근 5년간 장애인 구강진료센터 전체 환자 수만 보아도, 2015년 2만9천여 명에서 2019년 6만7천여 명으로 2배 이상 급증하는 것을 보면, 장애인 구강진료센터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운영되고 있는 구강진료센터에도 환자 대기시간이 길어, 적기에 진료받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구강진료센터별 환자 대기시간을 보면 예약에서 초진까지 평균 22일 이상, 초진에서 전신마취 진료까지는 평균 106일 정도 대기해야 하는 상황이며, 상황이 가장 심각한 충남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경우 예약에서 전신마취 치료를 받기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과적으로 당장 치아에 통증이 있거나 치주염이 발생해 예약을 하더라도, 진료를 받을 때쯤에는 치료적정시기를 놓쳐 치아 상태가 더 악화되거나 치아가 손실되는 상황까지 가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운 좋게 빠른 시간 안에 진료를 받게 되더라도 장애 유형의 정도에 따라 전신마취가 필요한 경우, 전신마취비용은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므로 높은 비급여비용은 장애인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온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발치 11개, 신경치료 1개, 상악틀니, 하악부분틀니, 어태치먼트(보강부착치료), 전신마취 등 총 6회를 실시한 사례에 드는 장애인 치과 진료비용은 502만6500원이며 비장애인의 경우는 250만원이다. 즉 장애인이 2배 이상의 비용이 드는 상황이다.
이처럼 실제 비용적 부담 또한 장애인들이 치과 진료를 포기하는 큰 이유로 작용하고 있다. 
 
 
일반 치과에서 진료를 받기 어려운 현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 외에도 복지병원이나 보건소 등에서도 진료를 받을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예약 대기시간이 너무 길거나 비용부담이 높은 등 서비스에 대한 만족감이 높지 않은 것이 환자들의 중론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장애인이지만 장애인을 배려한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않은 일반 치과를 찾는 경우가 많다.
서울 강남구에 사는 안면장애를 가진 40대 여성 김희숙(가명) 씨는 안면장애로 인해 입술 주변 근육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다. 그는 최근 치아가 흔들리는 증상으로 식사에 큰 불편을 느꼈다. 장애인구강진료센터를 방문하려고 해보았으나, 예약 대기시간이 너무 길어 강남에 있는 일반 치과의원을 방문했다. 평소 안면장애로 비호흡이 아닌 구호흡에 의존하고, 입술 근육이 자유자재로 움직이지 않으니 전치부 쪽의 구치부 치아나 설측치면과 치주 쪽은 전혀 관리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다. 올바른 양치질 습관이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그로 인한 치아우식 등 치주질환이 많이 진행되어 최소 5개의 치아를 발치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희숙 씨는 젊은 나이에 치아를 잃게 된다는 사실이 속상했지만, 더 이상 미룰 수 없어 대부분 어금니를 뽑고 부분틀니를 착용하기로 치료계획을 세웠다. 부분틀니를 착용하게 될 때 보통 남은 치아를 안전하게 오래 사용하기 위해 크라운으로 씌우는 보철 치료가 필요했으나, 희숙 씨의 경우 남은 치아의 예후가 좋지 않아 크라운 치료는 생략하고 보통 환자들이 착용하는 금속 재질이 섞인 틀니보다 가벼운 소재의 플라스틱 틀니를 제작하기로 했다.
문제는 틀니를 제작하기 위한 ‘본’을 떠야 하는 상황. 구강 내 치열과 잇몸 모양을 본을 뜨기 위한 기성 트레이(틀 형태)가 사이즈별로 구비되어 있긴 했지만, 희숙 씨의 입술이 벌어지지 않으니 트레이가 입 안으로 들어갈리 만무했다. 결국 소아환자용 트레이로 어렵게 본을 채득했고 구호흡이 어려우니 모든 단계마다, 모든 과정마다 구역질날 것 같은 상황을 견뎌내면서 어렵고 복잡한 과정을 여러 번 걸쳐 부분틀니를 완성했다. 희숙 씨를 치료한 치과 의료진에 따르면 이렇게 힘든 과정을 거쳐 틀니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지만 올바른 양치질이 어렵고, 특히 구강구조의 한계점으로 머지않아 남은 치아에도 문제가 생길까 봐 많은 걱정이 된다고 전했다.
청각장애를 가진 김정민(가명) 씨는 평소 치과에 대한 두려움이 큰 편이었다. 종합건강검진 당시 치아 우식증이 발견되어 치과 진료를 받아야 했으나, 기존에 진료를 받았던 기억을 떠올려 보면 진료 전 설명이나 시행 전 단계에서 의료진의 사인을 알아차리기 어려웠기 때문에, 입 안으로 의료기구가 들어오거나 물이 들어오면 깜짝깜짝 놀란 적이 많았고, 마취주사에 대한 통증 등 치과에 대해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뿐이었다. 공포심과 두려움 그리고 의사소통에 대한 불편함으로 미루고 미루다, 직장 근처에 있는 일반 치과의원을 찾았다. 
치료에 앞서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을 해야 할지, 과거에 치료를 할 때 어떤 부분이 어려웠는지 등에 관한 이야기를 의료진과 나누고, 특히 단계마다 사전 설명을 부탁한 후 진료에 들어갔다. 그래서인지 이전보다 나름 편안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었지만, 모든 의사소통을 종이에 내용을 써서 전달하는 과정을 거치다 보니, 스켈링과 간단한 충치 한 개를 치료하는 데에만 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정민 씨는 치과에 가서 치료 한 번 받으려면 큰 부담을 안고 큰 결심을 하고 가야 한다며, 의사소통 방법에 있어 다른 장애인을 배려하는 치과가 조금만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일반 치과의 인식변화, 장애인치과들에 다각적 지원 필요
정민 씨의 바람대로 장애인을 배려하는 치과가 더 많아지면 좋겠지만, 아직은 치과진료를 필요로 하는 환자 숫자 대비 장애인구강진료센터가 턱없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치과진료를 포기한 채 장기간 방치되어, 구강건강상태가 심각한 수준의 장애인들도 다수이다. 단순히 치과진료의 사각지대가 있다고 표현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장애인들이 치과진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위 사례처럼 비교적 자유롭게 이동하는 장애인들은 어떤 방법으로든지 일반 치과 진료를 시도해볼 만하다. 그러나 발달장애나 뇌병변장애와 같은 장애인의 경우에는 대부분의 일반 치과에서는 거부당하기 십상이다. 단순 치주염증이나 간단한 드레싱만을 요구하는 경우에도, 전신마취를 해야 치료가 가능하다며 장애인구강진료센터로 의뢰한다. 또 휠체어를 이용하는 지체장애인들은 팔다리에만 힘이 없지 머리를 고정할 수 있기 때문에, 휠체어에서 진료대로 옮기는 과정에서 약간의 도움만 받으면 정상적인 진료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개의 치과에서는 장애인들에 대한 안전사고를 이유로 회피하는 경우가 많다. 그 때문에 일각에서는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무조건 진료를 회피하기보다, 일반 치과에서 진료가 가능한 항목에 대해서만이라도 관리해 줄 수 있도록 장애인들에 대한 의료서비스 인식도 변화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사실 일반 치과에서 장애인을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추기 위해서는, 수술실에 준하는 정도의 시설과 전신마취의 등 많은 인력이 갖춰져야 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 때문에 일반 치과에서 장애인을 위한 시스템을 갖춘다는 것은 지원이 없이는 불가능한 수준이다.
경기장애인구강진료센터의 경우를 보더라도, 공사비·리모델링비·장비구입비 등 초기 시설비를 정부와 경기도로부터 지원을 받아서 운영해왔다. 현재까지도 재료비와 장애인 환자들에 대한 진료 감면액 등을 지원받고 있지만, 인건비 등의 운영비는 병원이 자체적으로 마련해야 한다는 어려움에 직면해있다. 장애인치과는 장애인 환자들을 진료하기 위한 다양한 시스템, 즉 휠체어가 다닐 수 있도록 널찍한 복도와 전신마취 수술실, 장애환자 전용기계 등 일반 치과에 없는 장비를 갖춰야하기 때문에 다각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한 치과의사는 치주질환(잇몸병)을 유발하는 세균은 심장·뇌·간·콩팥 등에도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치아치료가 선행되면 다른 각종 질환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어, 장애인 환자들의 치과 진료시설이 확충될 수 있도록 정부 지원뿐 아니라 다양한 지원이 확대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마포구 푸르메재단 어린이재활병원의 장애인 전문 치과인 푸르메치과는 모든 장애 환자에게 치료비의 50%를 후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장애인 환자 중 절반가량은 기초생활수급권자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이기 때문이다. 푸르메치과 관계자는 ‘한국인체조직기능지원본부’처럼, 저소득층 장애인의 치과진료비를 지원하는 재단의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구강관리의 중요성
성가복지병원 치과의 한 스태프는 “장애인들은 비장애인들에 비해 치료를 받는 과정에 어려움이 많다. 의료진과 환자들 그리고 보호자들의 수고와 노력으로 치료를 완료하더라도, 지속적인 구강관리가 되지 않아 다시 악화되는 경우가 허다하다”며 구강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비장애인도 마찬가지겠으나, 치아관리의 가장 큰 원칙 중 하나는 올바른 양치질 습관이다. 지체장애나 특히 정신지체장애인은 구강 위생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스스로 구강의 청결상태를 유지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구강관리는 장애인 본인뿐만 아니라 주변인들의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장애인보호자나 주변인들이 먼저 정확한 구강관리법을 인지하며, 또 필요한 경우 구강관리교육을 받아야 한다. 음식물 섭취 후 양치질은 기본, 양치질을 할 때 치아의 미세한 홈, 치아와 잇몸 사이 치태와 프라그가 잘 생길 수 있는 부분까지 꼼꼼하게 닦아주는 것이 최선의 치료이자 최선의 관리이기 때문에 이를 잘 실천해야 한다.
특히 기본적인 생활습관 훈련이 중요한 발달장애인의 경우 정확한 칫솔질 방법을 가르치기보다, 칫솔질 습관을 길러주는 자체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중증정신지체아동은 칫솔질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칫솔이 구강에 닿기만 해도 양치질을 다 했다고 생각하거나 칫솔을 물고만 있으면 된다고 여기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칫솔질 동작과 과정을 큰소리로 계속 이야기해 주어야 한다. 이렇듯 다양한 장애유형에 맞는 올바른 양치질 습관에 대한 교육의 장이 확대되는 것이, 장애인들의 건강한 구강관리에 필요한 가장 첫걸음이 아닐까 한다. 
작성자최고관리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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