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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을 위해 의약품에도 점자 표기 필요

어떤 의약품인지, 어떻게 사용하는지 구분하기 어려워

본문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는 A씨는 식사 후 소화가 잘 되지 않고 속이 불편했다. 병원까지 갈 증상은 아니어서 간단히 소화재라도 복용하기 위해 편의점으로 갔다. 안전상비상의약품을 사서 소화재를 찾으려는데, 순간 당황했다. 소화재를 비롯해 감기약 등 다른 의약품들과 함께 있어서 어떤 게 소화재인지 구분이 되지 않았던 것이다. 특정 의약품이 소화재라는 점자 표기도 없고, 의약품이 담긴 상자에도 어떤 게 소화재인지 안내해주는 점자 표시도 없다.
 
시각장애인 B씨는 한밤중에 심한 복통을 겪었다. 진통제라도 복용하기 위해 집에 있던 비상의약품 상자를 꺼냈는데, 어떤 의약품이 진통제인지 제대로 구분을 할 수가 없어서 당황스러웠다. 깊이 잠들어있는 가족들을 깨우기도 뭣하고, 그래서 아직 자지 않고 있던 지인에게 영상통화로 의약품 하나하나를 보여주며 어떤 게 진통제인지 알려달라고 해서 진통제를 겨우 찾았다.
 
안전상비의약품은 소비자가 임의로 선택할 수 있고 스스로 판단하여 가벼운 증상에 시급하게 사용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편의점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해열진통제, 감기약, 소화재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의사나 약사의 처방 없이 누구나 쉽게 찾아서 복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 ‘누구나’에 시각장애인은 배제되어 있다. 의약품에 점자 표기가 없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은 어떤 의약품이 감기약인지 소화재인지 구분할 수 없음은 물론, 해당 의약품을 어떤 방법으로 복용해야 하는지조차 제대로 알지 못한다.
 
식약처가 고시한 ⌜의약품 표시 등에 관한 규정 제9조(권장사항)⌟에 따르면, 제품의 용기나 포장 또는 첨부문서에 시각장애인의 올바른 의약품 사용을 위해 가정상비약품으로 사용되는 의약품은 제품명, 사용설명서 주요내용에 점자표기를 권장하고 있다. 규정에서도 알 수 있듯 시각장애인을 위한 의약품 점자표기는 ‘권장사항’일 뿐, ‘의무사항’이 아닌 것이다. 결과적으로 일상에서 시각장애인들은 의약품 사용에 있어 많은 위험에 노출되어 있을 수 밖에 없다.
 
 
점자 표기의 문제가 전부는 아니다. 모든 시각장애인이 점자를 사용하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저시력인 시각장애인의 경우에는 점자 외에 큰(확대된) 글자를 선호할 수 있는데, 대부분 의약품의 크기가 작은 만큼 의약품이나 사용설명서에 적힌 글자 또한 작아질 수 밖에 없다. 그런 만큼 점자 표기 뿐만 아니라, 저시력인 시각장애인을 위해 큰 글씨로 된 사용설명서나 의약품 표기의 의무화 검토도 반드시 필요하다.
 
위 A씨와 B씨의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언제든지 나타날 수 있는 일이다. 잘못된 의약품 사용으로 오히려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더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시각장애인들도 ‘누구나’의 소비자에 해당되어 자신이 필요할 때 스스로의 판단으로 의약품을 찾아서 복용할 수 있어야 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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