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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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질적 문제들, 이제는 해결해야 할 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의 설립 이후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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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이하 연구센터)가 문을 연 지 6개월 남짓의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에도 정신건강 현장에서는 많은 일들이 발생했다. 그중에는 연구센터에서 미처 다루지 못한 문제들도 있었고, 어느 곳에서도 대응하지 못한 채 묻혀버린 것도 있었다. 이처럼 정신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의 관심이 적고 관련 단체들에서 대응할 수 있는 파워도 약하다. 반대로 정신장애인이 ‘일으킨’ 문제에 대해서는 대중과 당국의 경계심이 커서, 정신장애와 관련된 문제들을 해결하고 변화시키기까지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이 소요된다. 연구센터는 그동안 관심조차 받지 못했던 정신장애 영역에 뛰어들어, 정신장애인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 그저 스쳐 지나가 버리지 않도록 당사자의 권익을 진정으로 보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추구할 기회를 주기 위한 연구와 활동을 다짐하고 있다.
 
현장 최일선에는 당사자가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1월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의 일부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개정안은 (1) 입원실 병상 수 축소, (2) 입원실 면적 확대, (3) 병상 간 이격거리 확대, (4) 입원실에 화장실, 세면 및 환기 시설 설치 등의 조치를 담은 것이다. 이는 정신의료기관의 열악한 환경 속에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쉽게 발생하고 다수가 사망함에 따라, 보다 효과적으로 감염을 예방하기 위해 추진되었다. 정신의료기관 입원 환자가 우리나라 최초 코로나19 사망자였던 점, 당시 정신의료기관의 폐쇄적인 특성으로 인해 감염 속도가 매우 빨랐고 적절한 치료가 적시에 제공되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이는 반드시 필요한 조치이다.
한편 최근 대한신경정신의학회를 포함한 정신의학 관련 14개 학회에서는 이 개정안에 반대하는 성명서를 제출하였다. 이들 주장의 요지는 개정안이 정신보건 현장의 실태를 반영하지 않고 있고 병상 수 축소로 인해 많은 환자들이 준비되지 않은 채 지역사회로 나가게 될 수 있으며, 병상 간 거리 확대는 감염병 예방에 실효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러한 의료계의 성명에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14개의 단체에서 성명서의 철회를 요구하였고, 연구센터가 속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에서도 당사자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권리 실현을 위해 함께 연명하였다. 우리가 정신의료계의 성명에서 가장 납득할 수 없었던 부분은 ‘적은 수가’와 ‘종사자 인건비 및 일자리’를 운운하며 의료인력의 입장과 이익을 근거로 개정을 반대하고 있는 점이었다. 의료계가 정신장애인을 인격체가 아닌 돈벌이의 수단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속내를 공식적으로 담론화하는 데에 주저함이 없는 모습이 공분을 일으킨다. 의료계가 당사자를 보는 관점은 아래의 의료기관 운영자로 추정되는 자의 댓글을 통해 더욱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전국 정신의료기관 운영자들도 답답하기는 매한가지. 당장 의료기관개설허가증 반납하고 병원 폐쇄 신청하는 강단을 보이는 곳은 한 군데도 없네. 전국정신병원 종사자들은 최소인력만 남기고 보건복지부 앞에 가서 시위합시다. … 코로나고 나발이고 내년에 환자들 다 내보내고 나면 당장 목구멍에 거미줄 치게 생겼는데… 안인득에 준하는 환자들 전부 거리로 나가게 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국민들에게 알려야지요”(출처: 국민권익위원회)
본인들이 치료하는 환자들에게 ‘범죄 프레임’을 씌우며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은 정신병원의 기능이 ‘치료’가 아닌 ‘감금’임을 인정하는 꼴이 아니고 무어란 말인가? 이뿐만이 아니다. 과거의 정신보건법이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개정된 지 4년이 넘는 시간이 지났다. 전면개정 후 강제입원 요건이 더욱 엄격해진 것에 대해 당시에도 의료계에서는 지역사회 인프라가 구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들이 대거 퇴원하게 될 것에 우려를 표하며 개정을 반대하였다. 그리고 수년이 흐른 지금도 의료계는 병상 수 축소나 탈원화 정책에 반대하고 있고, 그 근거는 지역사회의 인프라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동일하다. 그럼에도 의료집단은 지난 4년간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인프라를 확충하는 데에 보탬이 되고자 당사자들의 곁에 서준 적이 없었다. 그들의 ‘우려’는 정말 진실된 것이었을까?
이밖에도 의료 집단과 당사자 집단의 목소리가 충돌했던 사례는 수없이 많았다. 그러나 의료현장이든 복지현장이든 그 최일선에는 정신장애 당사자가 있고, 부적절한 정책과 치료에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사람도 역시 당사자임을 잊어선 안 된다. 연구센터는 이러한 현실 속에서 고통받고 있는 정신장애 당사자의 입장에서 함께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고자 설립되었다. 정신건강전달체계의 주류적 흐름을 잡고 있는 특정 집단에 맞서고,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막는 장애물들을 걷어내어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는 것이 연구센터의 설립 목적이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2020년 10월 당사자단체인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와 업무협약을 체결하였고, 앞으로도 많은 당사자단체와 꾸준히 협업을 추구할 계획이다.
 
정신장애인은 감금의 역사 속에 있다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수용은 17세기부터 시작되었다. 당시 유럽에서는 빈곤자·근로능력이 없는 자들을 사회에서 불필요한 집단으로 간주하여, ‘광인’들을 부랑인·신체장애인·실업자들과 함께 ‘비이성’이라는 범주로 묶어 구빈원에 수용하였다. 18세기에 이르러서는 빈곤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면서 광인을 제외한 이들은 구빈원에서 해방되었지만, 광인들만은 수용소에 그대로 남겨졌다. 사회를 이들로부터 보호해야 했기 때문이다.
필립 피넬(Philiph Pinel)이 등장하면서 수용소에서 광인들에게 족쇄를 채우고 고문을 하던 관행은 사라졌다. 광인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어야 한다는 도덕치료가 성행하였고, 광기에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생기면서 광인의 수용소는 정신과 의사의 치료 영역이 되었다. 도덕치료는 광인을 짐승이 아닌 인간으로 대해주었지만, 이들에 대한 강제수용을 법적·의료적으로 정당화하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정신보건법조차 없었던 1995년 이전까지 정신장애인은 ‘건전한 사회 및 도시질서를 저해하는 자’를 의미하는 부랑인으로 분류되어 부랑인시설에 강제입소 되는 일이 비일비재하였다. 1987년, 형제복지원을 통해 부랑인시설의 강제수용과 노동착취·학대의 온상이 사회에 드러났고, 강제적인 시설 수용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 정신장애인의 강제수용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성이 제기되면서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었다. 그렇게 정신질환은 의료의 영역으로, 정신질환자는 병원으로 편입되었다.
정신보건법을 통해 정신병원은 정신장애인을 강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합법적 ‘감금’시설이 되었다. 정신보건법의 강제입원 조항은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기관에 의한 입원, 응급입원으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행정기관에 의한 입원은 이전에는 부랑인으로 분류되었던 자들을 정신의료기관에 강제로 수용할 수 있는 합법적 근거로 활용되었다.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으로도 보호자 2인의 동의와 정신과 전문의의 판단만 있다면 강제입원이 가능하였기 때문에 정신보건법 제정 이후 해당 조항은 20년간 남용되었고, 가족 간 악용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2016년,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 조항은 헌법재판소를 통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받게 된다. 이후 정신보건법은 전면 개정되었으며,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정신건강복지법)로 재탄생하였다. 개정법에서는 강제입원의 요건들을 강화하여 이전까지 흔히 이루어져왔던 자·타해 위험이 없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강제입원을 불가능하게 하였고, 그로인해 많은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로 대거 복귀할 수 있을 거라는 우려와 기대가 동시에 존재하였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개정법 시행 이후 퇴원환자 수는 거의 변화되지 않았다.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복귀에 진척이 없었던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 여전히 정신건강복지 인프라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이고 강제입원을 감독하는 기능을 하기 위한 입원심사제도는 형식적 기능만 수행하고 있으며, 당사자 가족의 돌봄 부담에 대한 공적 서비스가 없어 가족들의 입원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연구소에서는 그중 한 측면으로 동의입원제도에 주목하여 지난해 11월에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자의입원과 강제입원(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행정입원, 응급입원) 이외에 동의입원이라는 제도가 신설되었는데, 동의입원은 정신질환자가 보호의무자의 동의를 받아 입원하는 것으로, 동의의 주체가 당사자 본인이 아님에도 행정적으로는 자의입원에 분류된다. 법 개정으로 인해 보호의무자 입원 요건이 강화되어 어렵게 되자, 강제입원을 우회하여 정신장애인을 입원시키고자 이러한 조항이 신설된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통계에서는 법 시행 이후 매년 동의입원 비율이 증가하고 순수한 자의입원의 비율은 변화가 없었음에도, 동의입원을 자의입원으로 분류하여 마치 자의입원의 비율이 증가한 것 같은 마법을 보여준다.
이처럼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감금은 언제나 존재해왔고 현재도 진행 중이다. 연구센터는 정신장애인에게 늘 꼬리표처럼 따라붙는 감금의 역사를 끊어내고자, <감금 없는 정신보건: 정신보건법제 및 프로그램의 대개혁(가제)>이라는 이름으로 저서를 기획하고 있다. 정신장애인 장기입원의 구조적 문제, 정신장애에 관한 인식론적 검토, 입퇴원제도 개혁을 위한 대안,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정착과 대안적 삶, 법제와 프로그램의 개혁 등 정신장애인이 사회에서 경험하는 일련의 제도와 체계들을 포괄적으로 다루고자 한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 중에서도 배제되고 있다
1995년 정신보건법이 제정되었고 2000년에는 법정 장애 범주에 정신장애가 포함되었다. 이로 인해 정신장애인이 정신보건법과 장애인복지법에 동시에 해당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두 법률 간 관계 설정이 요구되었다. 당시 정부에서는 서비스 중복을 방지하기 위해,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사람은 장애인복지법에서 적용되지 못하도록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를 개정하는 조치를 취했다. 제15조를 통해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 제공하는 주거편의·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지 못하도록 제한되었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정책은 복지서비스에 대한 규정도 없는 정신보건법으로 충당해야 했다. 이러한 아이러니 속에서 정신장애인은 자연스럽게 극단적 소외계층으로 전락하였다.
이후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는 복지서비스에 대한 장을 신설하여 기존 장애인 서비스에서 소외된 정신장애인에 대한 극복 방안을 제시해줄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개정 과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이 보건의료법의 특별법으로 상정되면서 소관 부서는 의료 전달체계에 꾸려졌고, 그 결과 정신질환자의 복지서비스 부재는 지속되고 있다. 즉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과 정신건강복지법 모두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10개의 장애유형 중 정신장애인만 보편적 장애인 전달체계에서 배제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의미도 갖는다. 발달장애인의 경우에는 장애인복지법과 발달장애인법 모두의 적용을 받고 있는 반면, 그와 함께 정신적 장애로 분류되는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에서 제외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장애인복지법 이외의 추가적인 서비스에 대한 필요성이 인정되어 특별법과의 중복 적용이 허용되고 있는데, 그렇다면 정신장애인은 왜 기본적인 서비스에 대한 필요도 인정되지 않는 것인가?
일각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통해 정신장애인이 배제되는 경우가 미미하다고 말한다. 실제로 장애인복지 시설에서 정신장애인의 이용 자체를 금지하지 않는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그러나 장애인복지법 제15조는 정책적, 행정적으로 정신장애인의 배제에 매우 포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장애인 관련 정책 수립과 서비스 계획에서도 정신장애인을 자연스럽게 배제하게 되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그 예로 중증장애인 직업재활 지원사업과 서울시 지원주택 사업이 초기에 정신장애인을 배제한 채 계획되었다가, 당사자단체 등의 요구를 통해 정신장애인을 뒤늦게 서비스 대상으로 추가한 것이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문제에 관해서는 정신건강 영역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꾸준히 회자되었다. 그러나 해당문제에 관한 면밀한 탐구와 연구는 아직 이루어진 바가 없어 산발적인 논의만 계속되어 왔던 것이 현실이다. 연구센터에서는 해당 문제를 정신장애인 복지 정책의 가장 중요한 쟁점으로 보고, 이를 다양한 관점에서 규명하고 대안을 모색하고자 연구를 진행 중이다. 연구 내용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법적 의미, 15조로 인해 발생한 문제의 양상,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복지서비스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인식되는 연유, 해외 법제와의 비교 등을 담고 있다.
이처럼 연구센터의 2021년은 정신장애인이 겪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고자 다양한 연구와 정책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관련 연구를 핵심적으로 추진함과 동시에, <감금 없는 정신보건>을 완성하여 추후 당사자 등에 대한 교육 자료로 활용할 계획이다. 또한 정신장애인 위기지원체계 구축을 위한 연구도 준비 중에 있어,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데에 필수적인 위기지원을 위한 제도적 장치를 고안하고자 한다. 그밖에도 새로운 정신보건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국제연대 활동을 추진할 토대를 적극적으로 마련하여 정신장애 관련 단체 및 개인들과 함께 걸어가고자 한다.
작성자글.배진영/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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