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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15조와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의 대안 모색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관련 토론회

본문

 
현행법상의 문제점
지난 2월 22일,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아래 연구소)의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아래 연구센터)에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와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 해소를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였다. 이 토론회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와 정신장애인 서비스 차별의 대안 모색> 연구를 바탕으로 진행되었다. 온라인 생중계의 실시간 시청자 수가 100명을 웃돈만큼 정신장애 영역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문제에 대한 관심이 높았던 것을 엿볼 수 있었지만, 그동안 제15조의 문제에 대해 면밀한 분석과 연구가 수행된 바는 거의 없었다. 본 글에서는 연구센터에서 수행한 연구 내용을 중심으로, 장애인복지법 제15조 및 정신장애인을 향한 서비스 차별 문제와 그 대안들을 제시하고자 한다.
정신보건법은 1995년 의료법의 하위법으로 제정되어 복지서비스에 관한 별도의 규정이 부재했다. 이후 2000년 장애인복지법상의 장애인 범주에 정신장애가 포함되면서 정신장애인은 정신보건법과 장애인복지법 모두의 적용을 받게 되었다. 두 법률상의 서비스 중복 수혜를 방지하고자 장애인복지법 제15조(다른 법률과의 관계)가 개정되어 “장애인 중 『정신보건법』의 적용을 받는 장애인에 대해서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장애인복지법의 적용을 제한”하였고, 그 결과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시설에서의 주거편의·상담·치료·훈련 등의 서비스를 받는 것에 제한을 받게 되었다. 때문에 정신장애인에 관한 정책들은 복지서비스에 관한 규정이 매우 미흡한 정신보건법제를 통해서만 이루어졌는데, 그 결과 9-10만명 가량의 정신장애인이 정신의료기관에 감금되고 장애 영역에서 가장 높은 기초생활보장수급율과 가장 낮은 취업률을 기록하는 등 정신장애인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극단적인 소외계층으로 전락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2013년에 정부가 여전히 복지서비스 규정이 없는 ‘정신건강증진법안’을 입법예고한 반면, 민간 차원에서는 ‘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의 제정 필요성을 제기하여 김춘진 의원 등이 이를 발의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정신건강증진법안’과 ‘정신장애인복지지원등에관한법률안’등을 병합한 ‘정신건강복지법안’에 동의했고, 그렇게 정신보건법은 현재의 『정신건강증진 및 정신질환자 복지서비스 지원에 관한 법률』(아래 정신건강복지법)로 전면 개정되었다.
정신건강복지법에는 ‘제4장. 복지서비스의 제공’에서 정신질환자에 대한 복지 관련 조항을 담고 있지만, 정신보건법과 같이 보건의료법의 특별법 지위에 놓여있어 서비스 부족 문제는 지속되고 있다.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 장애인복지법 상의 서비스들로부터 배제되고, 정신건강복지법상의 복지서비스 역시 내용적인 구체성과 예산지원의 근거가 미약하여 복지조항들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고 있다. 결국 정신장애인은 그 어떤 법령에서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지 못하고 있는 처지인 것이다. 이러한 이유로 정신장애 당사자단체 및 인권단체들에서는 제15조의 폐지를 주장하면서 정신장애인도 일반적인 장애인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 포함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정신장애인에 대한 서비스가 부족한 현상의 원인이 비단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이는 1) 정신건강전달체계와 일반적인 장애전달체계의 전적인 분리, 2)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왜곡된 적용, 3) 정신건강전달체계의 복지적 관점 부재, 이 세 가지의 요인들이 서로 맞물려 낳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정신건강전달체계와 장애전달체계의 전적인 분리
정신건강전달체계와 장애전달체계는 행정부서의 교집합 없이 전적으로 분리되어 있다. 전달체계의 상위에서부터 하단까지 법체계와 복지전달체계 모두 분리된 양상이다.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크게 ① 장애로 인한 복지욕구, ② 정신장애로 인한 복지욕구, ③ 정신질환에 관한 보건의료욕구라고 보았을 때, 현 체계에서 충족되는 것은 보건의료욕구 뿐이다. 실질적으로 정신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서비스의 이용이 제한되어 장애로 인한 복지욕구가 충족되지 못하고, 정신건강복지법상에는 충분한 복지서비스가 부재하기 때문에 정신장애로 인한 복지욕구도 좌절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현상은 정신건강전달체계와 장애인전달체계가 ‘역할’이 아닌 ‘대상자’를 기준으로 분리되어 운영되기 때문에 발생한다. 현재 장애전달체계에서는 “정신장애인은 우리 소관이 아니다”, “정신건강정책과의 일이다”라고 주장하며, 제15조를 근거 삼아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 제공을 거부한다. 전달체계도 분리되어 있고 장애인복지법 제15조도 있으니,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는 정신건강전달체계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논리이다. 제15조는 이런 방식으로 약 20년간 두 전달체계 간의 장벽을 지속적으로 공고히 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왜곡된 적용
하지만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개정되었을 때의 본래 의도는 중복 서비스를 방지하고자 함이지 정신장애인을 전반적인 장애전달체계에서 배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곳곳에서는 제15조의 의미를 ‘정신장애인에 대한 장애인복지 서비스 제한’으로 곡해하고 있어, 실제 현장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과도한 서비스 차별과 배제가 나타난다. 이러한 차별과 배제는 단순히 서비스 제공에서 정신장애인을 제외하는 것뿐 아니라, 장애인 정책의 설계단계부터 정신장애인을 제외하는 것,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행정 및 타 장애인법률 행정에서까지 정신장애인을 제외하는 것 등 체계적, 제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지난 20년간 공공연히 이루어진 관행의 ‘관성’이자, ‘제도적 고정관념’이다.
 
정신건강전달체계의 복지적 관점 부재
혹자는 장애인전달체계에 정신장애인이 포괄되지 못하더라도 정신건강전달체계에서 당사자의 복지 욕구까지 모두 충족할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하지만 정신보건법에서 정신건강복지법으로 전면 개정되는 아주 큰 변화가 있었음에도 지난 몇 년간 복지서비스에 대한 변화가 거의 없었던 점을 미루어보면, 정신건강전달체계에 고질적인 문제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먼저 현재의 정신건강전달체계에는 의료적 패러다임이 팽배해 있다. 가장 큰 예로 정신건강복지센터의 90 ~ 95%가 의료법인에 위탁 운영되고 있으며 센터장의 절대 다수가 정신과 전문의다. 지역정신건강의 거점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정신건강‘복지’센터의 주요 구성원 및 구조가 전적으로 의료체계에 속해 있는 것이다. 이처럼 정신건강전달체계는 정신장애인의 회복과 삶에 무엇이 필요한지를 궁리하기보다 정신장애를 생물학적 질환으로 간주하고 증상을 어떻게 감소시킬지에 몰두하는 의료적 관점만 지닌다. 그렇다보니 정신건강복지법 ‘제4장. 복지서비스의 제공’에 명시되어 있는 복지 의무는 지속적으로 외면되어 사문화된 것과 다름없다.
그 결정적인 원인으로는 정신건강전달체계에 복지를 담당하는 주무부처가 없다는 점도 꼽을 수 있다. 장애인정책국 산하에는 장애인정책과를 비롯하여 ‘장애인권익지원과’, ‘장애인자립기반과’, ‘장애인서비스과’와 같이 장애인의 복지, 자립, 권익 증진을 위한 행정부처들이 다양하게 설치되어 있다. 그와 비교했을 때 정신건강정책과 산하에는 ‘정신건강정책과’, ‘정신건강관리과’, ‘자살예방정책과’가 설치되어 있는데, 이들 중 그 어느 부처에서도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만을 전담하고 있지 않다. 장애인전달체계와 매우 대조적이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복지 조항들만 나열되어 있지, 이를 실질적으로 수행할 손발은 어디에도 없는 것이다. 
 
 
개선방안 및 결론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만 폐지할 것이 아니라 대대적인 변화와 움직임이 필요하다. 개선방안으로는 첫째,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한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 및 전달체계를 개선하는 방법[그림1]이다. 정신건강복지법을 개정하여 복지서비스를 확충하고,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담당하는 주무부처를 장애인정책국 내에 설치하는 방안이다.
둘째,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이후, 정신건강복지법을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하고,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새롭게 제정하는 방안[그림2]이다. 즉, 현재의 정신건강복지법을 보건의료만 담당하는 기능의 정신건강증진법으로 개정하고,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가칭)을 제정하여 복지서비스를 별도의 법체계에서 확충하는 것이다. 정신건강증진법은 기존의 정신건강정책에서 의료적 영역에 대한 부분, 즉 입퇴원 관련 법조항과 입퇴원 관련 권익옹호 근거 등을 중심으로 관장한다. 그리고 장애인복지법 제15조를 폐지함으로써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일반적인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서 이루어질 수 있겠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잔류하는 정신장애인의 특수한 욕구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신장애인복지지원법을 제정하는 것이다. 이에 대한 기능을 수행하는 행정 단위는 장애인전달체계 내 신설함으로써 보건의료 전달체계와 복지 전달체계를 분리하도록 한다.
이처럼 연구센터는 지난 2월 22일 토론회를 통하여 왜 제15조가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발전의 장애요인으로 인식되고 있는지(전문가 심층면담 질적연구),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실제로 어떤 문제를 가져왔는지(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간 서비스 비교분석),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법적 의미는 무엇인지, 정신건강체계와 장애인복지체계의 관계에 관해 해외 법제는 어떠한지, 그리고 이 문제를 어떻게 개선해 나갈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토론을 통해서는 위의 개선방안에 대해 다양한 의견과 전망들이 오갔다.
 
 
연구센터에서는 이들을 참고하여 정신장애인의 서비스 차별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추가적인 연구와 법제 개선 활동들을 계획 중에 있다. 그 일환으로 현재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로 인해서비스 차별피해를 경험한 당사자, 당사자 가족 및 정신건강증진시설의 사례를 수집하고자 한다. 그 중 적합한 사례에 대해서는 국가인권위원회에 차별진정을 하는 등 권리구제 제공을 병행할 예정이다. 아래의 경우를 경험한 당사자 또는 당사자 가족, 정신건강증진시설 등에서는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cowalk1004@daum.net)에 연락하면 된다.
 
• 정신장애인/정신질환자라는 이유로 장애인복지관 등 장애인복지체계 상의 복지시설의 이용이 거부 및 제한된 경우
• 정신장애인이 명백하게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한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활동지원서비스 신청에서 탈락한 경우
• 정신장애인이 공동생활가정 등 주거시설에서 거주 기간이 제한되어 어려움을 겪은 경우
• 정신재활시설 및 정신건강복지서비스가 부족하여 장기간 대기해야 하는 등,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해 피해를 입은 경우
• 정신재활시설 등이 정신건강증진시설이라는 이유로 장애인복지체계 상의 정책에서 배제되거나 정신장애인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하지 못한 경우
• 이중장애(정신장애를 포함한 중복장애)가 있어서 장애인복지서비스 및 정신건강복지서비스에서 배제당한 경우 등
작성자글. 배진영/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 연구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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