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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미얀마의 봄을 기다리며

우리가 손 잡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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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군부 쿠데타
2021년 2월 1일, 미얀마에서 군부 쿠데타가 일어났습니다. 미얀마는 한국과 유사하게, 영국과 일본의 오랜 식민 통치를 끝내고 독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군부 독재 체제로 돌입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아웅 산 수치(Aung San Suu Kyi)는 바로 이러한 군부 독재에 저항해온 미얀마 국민들을 대표하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962년 시작된 미얀마 군부 독재는 2010년, 군부가 민간에 정권 위임을 선언하고서야 완화의 기미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완화’라는 표현에서 보실 수 있듯, 2011년 총선은 군부의 지원을 받는 연방단결발전당(USDP, Union Solidarity and Development Party)의 압승으로 끝났습니다. 또한, 아직도 미얀마에는 의회 전체 의석의 25%를 군부가 지명하도록 하는 헌법 규정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독재 잔재에도 불구하고, 미얀마 시민들은 선거를 통해 민주주의를 향한 열망을 꾸준히 표해왔습니다. 2015년 총선에서 아웅 산 수치가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이 강세를 보였고, 2020년에는 상원의 224석 중 138석, 하원 440석 중 258석을 차지하는 대승을 거뒀습니다. 반면 연방단결발전당은 상원 7석, 하원 26석을 얻는 데 그쳐, 군부의 영향력이 현저히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가장 배제된 집단부터 억압하는 사회
느리지만 성실하게, 민주주의 사회로 나아가고 있다는 소망을 가지고 있던 미얀마 시민들은 선거 결과를 부정하고 쿠데타를 일으킨 군부에 분노했습니다. 미얀마 시민들은 활발한 시민 불복종 운동을 통해 군부 독재 타도를 외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운데에는 당연히, 장애인 시민도 있습니다.
2월 15일, 소셜관계망서비스(SNS)에 14초 분량의 영상이 올라왔습니다. 미얀마에서 21세 지적장애인 청년이 시위 진압대로부터 무자비한 폭력을 당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습니다. 만달레이에 거주하는 한 텟 자우(Han Thet Zaw)는 반군부 시위가 끝난 후 쓰레기를 치우는 자원활동을 하는 중이었습니다. 그는 영문도 모른 채 경찰의 폭력 진압의 대상자가 되었습니다. 14초 분량의 영상에서, 한 텟 자우는 겁에 질린 듯 두 손을 든 채 천천히 이동하지만, 경찰들은 뛰지도 않는 그를 향해 몽둥이를 휘두릅니다. 이 짧은 영상에서만 해도, 그는 최소 7명의 무장 경찰에게 폭력을 당합니다. 한 텟 자우는 어렸을 때 뇌수막염을 앓아 지적/지체 장애를 중복으로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이 기사를 읽으면서, 저는 자연스럽게 1980년 광주를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1980년 5월, 광주 민주화 항쟁의 첫 희생자로 기록된 고(故) 김경철 씨의 모습과 한 텟 자우 씨의 모습이 너무나 닮아있었기 때문입니다. 농인이었던 그는 계엄군에게 붙잡혔다가, ‘말을 제대로 하지 않는다’, ‘장애인 흉내를 낸다’는 이유로 잔혹한 폭력을 당해 결국 사망에 이르렀습니다. 고인의 어머니 임근단 씨는 당시 아들의 시신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심각한 폭력의 흔적으로 뒤덮여 있었다고 묘사하기도 했습니다. 자신이 농인임을 알리기 위해 다급하게 꺼내들었던 ‘농아 장애인증’에도 불구하고, 계엄군의 폭력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방어나 반격의 의도가 없었던 한 텟 자우 씨와 김경철 씨를 향한 군부의 멈추지 않는 폭력이, 마치 가장 배제된 집단부터 억압하는 이 사회의 메타포로도 읽힙니다.
 
그 누구도 배제되면 안됩니다
한편으로는 미디어에서 이들을 ‘(시위와 상관없던) 무고한 시민‘으로 묘사하는 경향에 대해서는 비판이 필요하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러한 프레이밍은 ‘장애인은 싸울 수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시혜적/차별적 인식을 답습하고 있어, 장애인을 민주화 투쟁의 중심에서 배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민주화 투쟁은 그 목표에서, 또 그 과정에서 누구도 배제하지 않아야 합니다. 장애인 역시 뜨거운 투쟁의 주역이자 스스로의 권리와 바라는 미래를 쟁취하는 주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될 겁니다.
많은 분들이 잘 알고 계시겠지만, 시청각장애인인 헬렌켈러는 활발한 사회주의 활동가로 사회의 변화를 위해 일생을 싸웠습니다. 영국 서프러제트(여성 참정권 운동) 운동가 로자 메이 빌링허스트는 개조한 삼륜휠체어에 벽돌을 숨겨 다니며 경찰의 감시를 피해 창문을 깨고, 휠체어를 타고 경찰 제지선으로 돌진하는, 당대 가장 뜨거운 활동가 중 한 명이었습니다. 한국의 장애인들은 또 어떤가요. ‘비정상’으로 규정되는 바로 그 몸을 기꺼이 거리에 던져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세상을 조금씩, 확실히 만들어 가고 있는 장애계의 투쟁을, 우리는 모두 목격하고 있습니다. 
한 텟 자우 씨가 시위진압대로부터 심각한 폭력을 당한 바로 그날, 미얀마장애인연합회(Myanmar Federatin of Persons with Disabilities)는 다른 모든 미얀마 시민과 함께 독재 타도 투쟁에 온 힘을 다해 참여할 것임을 결의하는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미얀마 장애인들은 단단한 투쟁의 의지를 국제 사회에 알렸습니다. 군부에는 선출 정부에 즉각 권력을 이양하라고 촉구했고, 더불어 미얀마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함께해 줄 것을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를 비롯한 국제 장애계/인권기구에 촉구했습니다. 물론 장애인이 현재 민주화 시위 전면에 나서기에는 접근성, 이동성, 차별적 인식 등 여전히 어려움이 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장애계는 ‘우리도 이 투쟁의 주체’라고 확고한 선언을 했습니다. 이들이 선언대로 권리 쟁취의 주체가될 수 있도록, 연대할 필요를 느낍니다. 제 칼럼의 제목처럼, 우리는 서로 손 잡아 연결될 때 더욱 강해지고, 그 ‘때’는 바로 지금이니까요.
작성자글. 최한별/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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