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는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평등한 복지서비스의 첫걸음이다 >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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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는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과 평등한 복지서비스의 첫걸음이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정신장애인 차별 진정

본문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장애인권법재단 공감 등의 시민사회 및 공익변호사 단체들과 지난 5월 4일 국가인권위원회 정문 앞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에 의한 정신장애인 복지서비스 차별에 대하여 보건복지부와 고용노동부, 자치단체 등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며 기자회견을 가졌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정신장애인에게 어떤 내용으로 차별을 주는지 알아보기 위해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를 인터뷰했다.
 
정신장애인 인권을 위한 발걸음의 시작
조태흥(아래 조) 염형국 변호사님, 바쁜 일정 중에도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최근에 정신장애인 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 건에 대해 기자회견도 하셨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위한 활동도 하고 계시는데요. 변호사님께서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시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요?
염형국(아래 염) 2005년도 초반에 장애인 미신고 시설에서의 인권 침해가 굉장히 심각했었잖아요. 그래서 그 문제를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와 같이 현장 조사를 하고, 미신고 시설을 고소·고발하고 대응하면서 대면했던 문제가 다른 장애인 시설보다 훨씬 더 열악한 곳이 정신병원이었어요. 그때부터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고 여러 가지로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조: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에 대한 근본적인 이유를 간략하게 이야기해 주세요.
염: 근본적인 이유는 장애인복지법 제15조가 장애인복지법상에서 장애인 복지 혜택을 받는 장애인들이 타법에 따라 또 다른 복지 혜택을 받으면 중복 수혜에 해당이 되어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오히려 정신장애인이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서 복지 혜택을 받는 게 사실상 없거나 너무나 열악하거든요. 전국에 입소 시설 수가 400여 개소 정도 밖에 안 되고, 입소 인원은 2,000명 밖에 안 되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전국 정신병원에 6만5천 명의 정신장애인이 입원되어 있고, 1만여 명이 정신요양시설에 입소되어 있습니다. 이분들은 나가도 가족이 거부하면 있을 곳이 없어요. 그래서 불가피하게 정신병원과 정신요양시설에 계속 머물 수 밖에 없고, 이러한 정신장애인 시설 위주의 정신장애인 입원체계는 가장 큰 문제입니다. 정신건강복지법에 따라 복지 혜택을 못 받고, 장애인복지법의 복지서비스가 제한되니까 어디서도 복지서비스를 받을 곳이 없는 거예요. 그래서 정신장애인이 차별과 편견의 대상이되어 온 것이죠.
 
차별 없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를 위해 필요 
조: 정신장애인이 복지 혜택이나 권리를 다른 장애인과 차별 없이 누릴 수 없으므로 정신장애인에 대한 복지서비스가 필요하다는 말씀을 주신 거죠? 
염: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는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반영한 별도의 복지서비스를 받는 차원이라기보다는, 다른 장애인이 받는 복지서비스는 정신장애인에게도 동등하게 차별 없이 받게 해달라는 차원이고,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신장애인의 특성에 맞는 서비스가 필요하기에 정신장애인 복지지원법이 별도로 필요한 것입니다.
 
조: 지금까지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도모하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염: 두 가지를 꼽을 수가 있는데요. 하나는 장애인복지법 담당 부서와 정신건강복지법 담당 부서가 완전히 갈라져 있는 것입니다. 장애인복지법은 장애인정책국 산하의 장애인복지지원과나 장애인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고, 정신장애인에 관한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건강정책관 산하의 정신건강정책과에서 담당하고 있어요. 그래서 전달체계가 복지부 안에서도 완전히 나뉘어 있는데, 정신건강정책과에서는 정신건강의 문제만을 다루고 장애인복지와 정신장애인은 우리 소관이 아니라고 행정적 책임을 전가하는 부분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또 하나는 정신장애인에 대해 사회적으로 잠재적인 위험한 범죄자이고, 언제 범죄를 저지를지 모르는 사람이라는 잘못된 편견을 가진 사회적 인식이 아주 크다는 사실입니다. 그것 때문에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 살면서도 자신이 정신장애인임을 밝히기가 어렵고 쉬쉬하면서 살고 있거든요. 그래서 자신의 욕구를 사회에 정면으로 문제 제기를 못 하는 거예요. 그래도 최근에 서울시 산하에 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가 세 군데 정도가 만들어졌기에, 그 단위를 통해서 비로소 정신장애인 당사자의 권익옹호가 시작하는 단계입니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 없는 올바른 시민의식 필요
조: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위해 법적인 요소도 중요하지만, 일반 시민들이 가진 부정적인 인식이 더 큰 문제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는데 개선의 방법이 있을까요?
염: 네 사실은 다른 장애 유형에 대해서도 편견과 낙인이 굉장히 심했었잖아요. 그래서 정치인들이 툭하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하는 것이고, 그러한 인식이 하루아침에 바뀌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선점으로 두 가지를 꼽는데, 하나는 비장애인 사회에서 정신장애인을 만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많이 만나면 만날수록 편견이나 낙인은 조금씩 줄어들 수 밖에 없거든요. 또 하나는 지역사회에 정신장애인이 머무를 수 있는 정신재활시설 또는 공동생활 가정 또는 최근에 논의가 되는 지원주택, 공공주택이 많이 마련되고, 지역사회에서 직업이나 고용을 통한 소득도 보장이 되면, 굳이 정신병원이나 정신요양시설에 머무를 필요가 없는 거잖아요.
 
조: 지역 공동체 안에서 정신장애인이 살 수 있는 여건이나 환경들을 조성할 때 주변 지역민들의 동의를 구할 수 밖에 없는 여건이잖아요. 지역주민들이 거부한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염: 어렵고 힘들지만 그런 과정을 거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장애인들이 거리에 나와서 투쟁을 하고 지하철 선로에 내려가서 막 쇠사슬을 감는 등의 행동들을 시민들이 좋아하지 않았잖아요. 욕을 하고 집이나 시설에 있지 왜 나와서 우리를 방해하느냐 이런 얘기를 들었었단 말이에요. 하지만 그런 과정을 거쳐서 지하철에 편의시설이나 엘리베이터가 생기고, 저상버스의 확충, 활동지원인 제도 등이 생기고, 한 거잖아요. 그만큼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낙인과 같은 부정적인 인식도 조금씩 줄어든단 말이죠. 그래서 정신장애인의 문제도 갈등을 회피만 할 수는 없는 것입니다. 갈등의 과정을 불가피하게 거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탈리아의 비살리아 사례처럼 정신병동 시설이 없는 사회 만들기
조: 정신장애인의 사회통합을 도모한 해외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염: 가장 대표적인 사례는 이탈리아의 사례였던 거 같아요. 이탈리아 같은 경우는 지난 1960, 70년대에 공무원이었던 비살리아라고 하는 훌륭한 정신과 의사 한 분이 ‘왜 정신장애인은 가둬서 치료해야 하지?’, ‘평생 정신병원에 갇혀있어야 하지?’라고 하는 문제의식을 느끼고, 정신병원을 폐쇄하는 운동을 펼쳤고, 실제 바실리아 법을 통과시켰어요. 이탈리아에 정신병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폐쇄 병동 자체는 없어졌거든요. 그래서 정신장애인들이 지역사회에 살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수 있었습니다. 이는 정신장애인이 소득을 얻고 직업을 가지는 활동들을 다뤘던 ‘We Can Do That’이라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는 영화가 나온 배경이었어요. 또 스웨덴 같은 경우도 시설폐쇄법을 만들어서 시설 대부분이 공공시설이긴 하지만, 민간 시설 자체가 없어졌습니다. 대부분 시설에 거주하는 사람이 지적장애인, 발달장애인, 정신장애인이거든요. 상당수의 발달·지적장애인들, 정신장애인들이 시설폐쇄법을 통해 지역사회로 나가서 생활할 수 있는 그 기반이 되었던 것입니다.
 
조: 정신장애인이라고 했을 때 우리가 정신병자, 정신질환자라고 통상적으로 표현하는데, 이것만큼은 구별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요.
염: 정신질환자라고 하는 것 자체는 사실 편견을 가지거나 문제 있는 용어는 아닌데, 그냥 일반 사람들이 정신질환자라고 사용했을 때 보통은 그 이면에 정신질환자는 정신병이 있는 사람이고, 정신병이 있는 사람은 사이코패스이고, 반사회적 성격장애는 언제 칼을 들고 사람을 찔러 죽일지 모르는 사람, 그래서 우리랑 같이 살면 위험한 상황이 되고 사회를 보호하고 방위하기 위해서 그런 사람들은 정신병원에 넣어야 한다는 의식적 흐름이 있습니다. 사실 정신질환자는 그냥 가벼운 우울증환자도 있고 중증의 조현병도 있고 정말로 사이코패스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이코패스는 엄밀하게 따지면 정신병도 아닙니다. 하지만 광범위하게 정신병적인 질환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사이코패스는 정신병적인 증상 중에 극히 일부분인데, 그 사람이 정신질환자를 대표한다고 생각하게 되고, 정신질환자로 포장이 되어버리는 상황이 발생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정신질환자라는 개념에 대해서 너무 과도한 의미 부여나 강박적인 불안, 편견 등은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조: 정신장애인의 인권적 문제가 오랜 시간 동안 해결되지 않은 이유 중의 하나는 정신병원이라는 의료 시설의 이해관계도 있지 않을까요?
염: 네, 당연히 영향이 크죠. 사실 장애인 복지정책과 다르게 정신장애인과 정신병원, 전문가 집단은 가장 큰 이해관계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상반되는 충돌지점에서 우리 사회에서 전문가 집단이 정신과 의사 집단을 상대로 뭔가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은 거 같아요. 정신병원에 대한 신경정신의학회의 힘이 크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지만, 그분들도 시대의 흐름을 거스를 순 없을 거 같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신장애인을 마음대로 정신병원에 계속 가둬 놓을 수는 없겠구나! 정신병원 입원도 그냥 너무 손쉽게 보호자와 정신병원의 편의만으로 그렇게 입원시킬 수는 없겠구나! 이런 공감대가 생기는 것 같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적어도 강제 입원을 시키기 위해서는 제3의 심사기관에 의한 심사를거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 때에만 입원을 시키는 부분에 동의가 되고, 지역사회 시설들도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조금씩 형성되고 있다고 봅니다. 그래서 정신병원이나 정신과 의사 집단도 정신장애인 당사자들과 충돌하고 갈등의 대상으로서의 관계에서는 사회가 발전될 수 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특히 정신장애인의 복지 문제는 정신과 의사들과 정신병원과 또 지역사회 정신재활시설을 비롯한 지역사회 시설 운영자들, 정신장애인 가족 등 모두의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정신장애인의 권익옹호 문제를 함께 조정하면서 풀어나가야 하겠죠.
 
 
조: 활동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당사자들로부터 어떤 변화된 모습이라든지 좋은 사례들이 있으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염: 네. 벌써 5년이 넘게 지난 일이네요. 2016년도에 두 가지의 큰 사건이 있었어요. 하나는 정신장애인, 정신질환자의 강제 입원 제도에 대해서 헌법 불합치 결정이 헌법재판소에서 내려졌고, 또 다른 하나는 2016년도 5월에 정신보건법이 전면 개정되어서 정신건강복지법이 됐거든요. 전면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을 통해 정신장애인도 치료만 필요한 게 아니라 복지지원이 필요한 사람이라는 걸 사회에서 조금씩 인식하게 됐습니다. 또한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 제도가 문제가 많고 헌법이 정한 신체의 자유라든지 적법 절차에 위반되는 제도였다는 점과 정신장애인의 인권보장을 통해 강제 입원을 하더라도, 헌법이 정한 절차를 지켜야 한다는 사실을 통해 인식의 바른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점이 보람입니다. 이런 인식변화의 바탕이 있기에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를 활발히 논의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정신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을 때까지 함께 노력
조: 마지막으로 향후 일정이나 기대하시는 성과를 얘기해 주신다면 어떤 부분이 될까요?
염: 너무 다행스럽게도 보건복지부의 장애인정책국과 정신건강정책국에서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문제에 대해서 인지를 하게 됐고, 이제 양 과가 서로 ‘너의 업무’라고 미루지 않고 양 과가 협의해서 정신장애인 복지 문제를 함께 논의해서 풀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최근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정신장애인 국가보고서가 나왔어요. 그 내용 중 하나가 장애인복지법 제15조의 문제와 그에 따른 개선 방안으로써 폐지가 필요하고, 정신장애인의 복지 문제는 장애인복지의 틀 안에서 논의가 되어야 한다는 내용과, 전달체계와 예산에도 장애인복지 체계 내에서 정신장애인의 복지 문제도 다뤄줘야 한다는 당위성이 논의됐다는 사실입니다.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법안을 발의하겠지만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서 정신장애인의 복지가 필요하다는 사실이 이슈화되었습니다. 정신장애인 당사자 조직들도 과거보다는 정체성을 드러내면서 ‘나 정신장애인인데 지역사회에서 살려면 우리에게도 복지서비스를 지원해 주라’, ‘정신병원에 가두지 말라’라고 하는 목소리를 스스로 내고 있거든요. 이러한 모습이 저희가 기대했던 성과이자 목표라고 생각됩니다. 
 
조: 정신장애인이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노력하는 시간이 지속될 수 있을 거라 믿으며, 오늘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염: 네, 감사합니다.
작성자정리. 조태흥 함께걸음미디어센터 센터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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