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 기획


지금, 장애계

설날, 어떻게 보내셨나요?

명절과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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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설날은 오랜만에 연휴가 길게 잡혔다. 5일 동안 연휴가 길어지면서 연휴를 보내는 사람들의 모습은 다양하다. 설날이면 떠올릴 수 있는 떡국, 가족들과의 윷놀이, 오랜만에 고향 친구들 만나서 차 한 잔 하기, 해외 여행…. 장애인은 명절을 어떻게 보낼까? 결론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다고 답하고 싶지만, 장애로 인해 명절이 조금은 불편하게 다가오는 경우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함께걸음>에서는 명절을 어떻게 보내는지 장애인이나 가족 구성원의 이야기를 정리해 봤다.
 
한승기(발달장애인)
승기 씨는 그룹홈에서 생활하다가 주말이면 집으로 온다. 이번에 길게 잡힌 설 연휴에는 계속 집에만 있는다. 집에 있으면 그동안 하고 싶었던 그림도 그리고 영화도 본다. 엄마가 '세뱃돈'을 달라고 했다. 그러자 승기 씨는 "엄마 세배하지 마!"라고 응했다. 세배를 하면 돈을 줘야 한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이번 설날의 숙제는 누가 누구에게 세배를 하고, 세뱃돈을 주고 받아야 하는지 ‘서열 정하기’다. 이제 누나가 남자친구를 만난다고 하니까 언제 시집을 가냐고 묻는다. 나중에 누나가 결혼해서 아기가 생기면 세뱃돈을 줘야 한다니까 승기 씨의 대답은 단호하다. “아기는 돈 필요 없어.”
 
송남섭(시각장애인)
남섭 씨는 안마 일을 하면서 잔잔한 삶을 살고 있다. 명절이 되어도 특별히 방문할 곳이 없어서 일도 쉬고 집에 있는다. 8년째 함께 하고 있는 남섭 씨의 활동지원사는 명절 당일에만 친정에 다녀온 뒤, 나머지 명절 연휴 기간에 남섭 씨에게 음식을 해주는 등 활동지원서비스를 제공한다. 남섭 씨는 스스로 운이 좋다고 생각한다. 명절 연휴기간에도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니까. 활동지원사도 오지 않으면 쓸쓸한 명절이 되었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활동지원사에게 고마워한다.
 
이규재(발달장애인)
규재 씨는 화가다. 집에 있을 때도 혼자 방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 명절에도 그림을 그리거나 게임을 하며 시간 보내는 것을 좋아한다. 그런데 이번 명절에 규재 씨의 먼 친척이 규재 집에 왔다. 익숙하지 않은 사람인데, 규재 씨 엄마와 친척의 대화가 거실에서 계속 이어지고 있다. 규재 씨가 와서 말한다. “안녕히 가세요.” 빨리 가라는 뜻이다. 규재 씨 엄마가 얼른 수습했다. 그 말은 현관에 가서 드리는 거라고.
 
조원석(시청각장애인)
원석 씨는 장애를 가지기 전에는 명절에 친척들과 즐겁게 보냈지만 지금은 명절이 조금 불편한 게 사실이다. 친지들과 의사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을 때는 같이 어울리기가 쉽지 않다. 다 같이 모여서 식사를 할 때 가장 윗어른이 식사를 해야 다들 식사를 하는데, 아무도 원석 씨에게 알려주지 않으니까 다들 식사하는데 원석 씨만 가만히 있다. 부엌에서 우연히 그걸 본 원석 씨의 엄마가 식사하라고 해준 뒤에야 원석 씨도 식사를 시작했다. 원석 씨는 명절에 혼자 보내는 시청각장애인들이 많을 것 같아서 가능하면 명절에 다른 시청각장애인들을 한 명 한 명 만나서 함께 보내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이윤지(청각장애인)
윤지 씨는 명절에 오랜만에 친지들을 만나는 자리가 불편하다. 수어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친지들은 수어를 모른다. 그럼 윤지 씨의 가족이 통역을 해주면 좋겠는데, 친지들이 윤지 씨에게 질문을 하면 통역보다 가족들이 대신 대답하는 경우가 많다. 자연스럽게 윤지 씨가 직접 친지들과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명절 연휴가 길게 잡힐 때마다 윤지 씨는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보낼 방법이 없을지 고민하고 궁리하기도 한다.
 
우리나라에서 설날과 추석이라는 민족 명절이 되어야만 만나는 친지들이 있을 것이다. 오랜만에 만나기 때문에 그만큼 장애를 가진 친척간 어떻게 소통해야 하는지,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잘 모르는 경우가 있다. 가족이 장애인과 친지들의 소통을 일부러 막기도 하고, 장애인 스스로 그런 자리를 불편하게 여기기도 한다. 꼭 그렇지만은 않고 어느 가정과 마찬가지로 평범한 명절을 보내는 장애인도 있다.
또 활동지원사도 명절을 보내야 하기 때문에 연휴 기간에는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어려움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장애인도 명절에는 고향을 방문할 수도 있지만 남섭 씨처럼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에는 활동지원서비스가 필요할 수 있는데, 아직 이러한 경우에 대한 매뉴얼은 구체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다.
장애인의 명절이 ‘그들만의 명절’이 아니라 ‘민족 모두의 명절’에 모두 포함되어 함께할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되면 좋겠다. 다음 추석 때는 이번 설날보다 더 행복한 장애인들의 모습을 <함께걸음> 지면에 담을 수 있길 기대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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