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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재활시설은 시설인가 사업체인가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김성태 센터장·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 기고

본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직업 능력이 낮거나 직업능력이 있어도 사회적 제약 등으로 취업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근로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장애인복지법에 따라 운영되는 사회복지시설’이다.
 
2022년 말 기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이용장애인중 92.4%가 장애 정도가 심한 중증장애인이며 약 80% 이상이 발달장애인이다. 최저임금법 제7조에 의해 작업능력이 현저히 낮은 자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적용 제외 인가 신청을 할 수 있고 2021년 서울시 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전체 근로장애인 중 최저임금 적용 제외 비중은 66%이며 이 중 89% 이상이 보호작업장에서 근무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증장애인의 소득보장과 경쟁고용으로의 전이를 돕는다는 점에서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은 매우 중요한 고용정책으로 자리 잡고 있지만 이윤창출과 복지의 양립을 요구받는 이중적 지위로 인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중증장애인 근로자에게 전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함께걸음>은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김성태 원장과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명숙 활동가의 기고를 통해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과 관련된 흩어진 논점들을 한데 모아 독자들에게 생각해볼 수 있는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가야할 길: 직면을 통한 직업재활 전문기관으로의 변화
글. 김성태 前)서울시장애인직업재활시설협회 회장, 現)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센터장
 
1. 도전과 응전의 시기: 직업재활시설의 딜레마와 정체성 회복
1986년부터 중증장애인들의 직업훈련과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하여 2가지 유형(보호작업장, 근로작업장)으로 운영되어 온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들은 최근 심각한 딜레마 상황에 빠져있다. 직업재활시설의 존재 이유가 중증장애인의 직업 적응훈련 및 직업능력개발훈련을 통한 직업생활을 지원하는 복지시설인지, 경쟁력 있는 생산품 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여 근로장애인의 임금을 상승시키는 사업체인지에 대한 정체성 혼란이 그 딜레마의 근원적 이유이다.
 
직업재활시설들은 근로장애인의 최저임금적용제외, 근로기준법 준수, 산업안전관리, HACCP 인증 등 기업 및 산업체 현장에서 해결해야 하는 수많은 난제를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면서 분투(奮鬪)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직업재활시설 시설장들과 종사자들은 근로장애인들의 개인별 지원계획을 통한 질 높은 직업재활서비스와 판매 활성화를 위한 마케팅 및 품질관리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딜레마는 2007년 장애인 직업재활시설 유형 개편 정책으로 인해 나타나기 시작하였다. 2007년 개편된 정책에서는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의 일정 비율을 임금으로 제공하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하였으며, 그로 인해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생산성 강화와 매출 증대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였다. 따라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매년 상승하는 최저임금만큼 경영적 성과를 거두어야만 제시된 기준을 준수할 수 있는 상황으로 내몰리게 되었던 것이다. 최저임금 도입의 취지는 취약계층의 빈곤선을 벗어가게 하여 소득격차를 줄이고, 분배를 개선하는 것이다. 그러한 의미에서 최저임금이 해마다 물가인상에 발맞추어 상승되는 것은 바람직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러나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역설적으로 저임금 근로자의 고용불안과 영세중소 기업의 수익 악화를 초래하는 등 양날의 검처럼 최저임금으로 보호하려는 근로자들에게 의도하지 않은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실제로, 2018년 최저임금이 16.4%나 과속인상 되었던 상황은 직업재활시설에게 큰 타격을 입히는 직격탄으로 작용하였다. 최저임금의 상승률에 따른 대책이나 지원은 없이 최저임금의 일정 비율만큼을 근로자에게 임금으로 제공해야 하는 상황은 직업재활시설들로 하여금 일반기업과 경쟁하여 경영적 성과를 내어야만 하는 무거운 책임을 떠안게 했으며, 직업재활시설들은 결국 2018년 거리로 나와 “최저임금 국가책임 요구” 집회를 통해 울분을 토해내고야 말았다. 최근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2019년 8,350원(10.9%)→2020년 8,590원(2.9%)→2021년 8,720원(1.5%)→2022년 9,160원(5.1%)→2023년 9,620원 (5.0%)로 지속적인 상승을 보이고 있다. 이는 장애인 직업재활시설들은 최저임금 상승만큼의 경영적 성과를 지속적으로 가져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더욱 큰 경영적 어려움을 경험하게 되었다. 잦은 휴관으로 인한 생산의 차질과 모든 산업이 멈춘 상황에서 제대로 된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자구책 마련을 통한 해결을 모색하는 경험을 하였다.
 
이처럼 직업재활시설은 최근 몇 년간 위기의 순간들을 경험하였으며, 이제는 위기 속에서 변화의 기회를 모색해야 할 때가 되었다. 역사학자 아놀드 토인 비(Arnold J. Toynbee)가 말한 ‘도전과 응전의 역사’에서 언급한 것처럼 살아남기 위해 직업재활시설은 주어진 도전적 과제에 지혜롭게 응전하여 딛고 일어서야 할 것이다. 이제는 더 이상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둘 다 놓치는 어리석음을 반복하기보다는 선택과 집중의 지혜를 발휘해야 하는 시점이 다가왔다.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 회복을 위해서는 중증장애인들의 직업적 역량개발 및 직업적응능력 향상을 위한 장애인복지시설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 아니면 근로장애인들에게 유상적 임금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적 자립과 안정된 고용시장에 참여할 수 있게 하는 역할을 수행할 것인지를 분명히 선택해야 한다. 현재의 지원체계와 시설 운영구조에서는 이 두 가지 목적을 다 수행하려면 결국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슈퍼파워를 가진 슈퍼히어로가 되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시설의 역할과 기능을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평가하여 재정의하는 연구를 통해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한다. 이러한 연구와 함께 직업재활시설의 정책과 전달체계를 다시 조정하여야 한다. 직업재활 시설의 제도는 2007년 유형개편을 마지막으로 16년째 제도적 변화를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2017년 부분 개편을 통하여 직업적응훈련시설을 추가한 것 이외에는 의미 있는 정책적 변화를 모색하지 못하였다. 따라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이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생산성과 매출증대라는 목적보다는 근로장애인의 개인별 욕구와 특성에 맞는 전문화된 직업재활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즉, 중증장애인의 직업적응훈련 및 직업능력개발을 통한 개인별 직업재활지원이라는 목적을 가지는 직업재활시설에는 그에 맞는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도록 보건복지부 산하의 전달체계를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생산성과 매출이 높고 근로장애인들에게 높은 임금을 제공하고 있는 역량 있는 직업재활시설은 노동부로의 전달체계 전환을 통해 근로장애인의 노동권 보장 및 지원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전달체계 개편을 제안하는 바이다.
 
2. 일의 존엄성과 노동권의 보장: 직업재활시설 근로장애인을 중심으로
마이클 샌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에서는 일의 존엄성을 1968년 민주당 대선후보 지명을 바라던 로버트 케네디의 말을 통해 언급하였다. “실직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뜻입니다. 다른 사람들을 위해 아무것도 할 일이 없다는 뜻이지요. 일이 없는 사람은 동료시민에게 불필요한 존재가 됩니다. 그것은 랠리 엘리슨이 쓴 <투명인간 the Invisible Man>이 현실화되는 것이죠” 일은 인간에게는 존엄성이라 표현될 수 있는 중요한 가치를 가진다. 이는 장애유무를 떠나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인 것이다.
 
이와 같이 모든 장애인들은 적극적으로 노동자로서의 권리를 보장받아야 한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장애인의 노동권 보장을 위해 장애인고용촉진 및 직업 재활법을 제정하였으며, 장애인 의무고용제도 및 고용장려금 제도와 보호된 노동시장에서 중증장애인들의 직업생활을 보장하는 직업재활시설의 운영 등의 다양한 제도를 통해 장애인 노동권을 보장해 왔다. 노동시장에 참여하는 장애인의 노동권을 적극적으로 보장하고 확대하여야 한다는 것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장애인복지시설의 한 유형인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고 있는 중증장애인들에게 적용되는 노동권에 대해서는 다른 정의와 해석이 필요하다.
 
독일의 경우 우리와 같은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들은 준노동자로서의 지위(Arbeitnehmeränlicher Status)를 주어 노동법의 기준을 적용받지는 않지만, 비장애노동자과 마찬가지로 정년까지 일할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직업재활시설의 근무기간 동안 최저임금 기준이 아닌 개인능력에 따라 임금을 받고 임금수준에 따라 보충급여 형태로 공공 부조 성격의 기초생활보장 급여도 받고 있다.
 
또한, 독일 직업재활시설의 임금체계는 기본임금, 개인성과급, 근로장려금 3가지로 구분되어 있으며, 2022년 기준 평균임금은 231유로(기본급 109유로 +평균 개인성과급 70유로+근로장려금 52유로)이며, 한화로 300,300원(원(1€≑1,300원) 정도 지급되고 있다. 이 중에 기본급과 개인성과급은 보호작업장의 생산 활동을 통한 이익으로 지급되어야 하며, 직업재활시설 이익의 최소 70%는 임금으로 지출되도록 명시하고 있는데 이는 한국 직업재활시설의 상황과 유사하다. 독일은 의무고용제도를 통한 일반고용을 강화하고 있으며, 중증장애인들에게는 직업재활 시설에서 준근로자로서 지위를 통해 직업생활의 기회를 보장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한국 직업재활시설의 경우에는 일반근로자 들과 동일한 근로기준의 적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는 근로장애인들은 최저임금적 용제외 인가를 받지 못하게 되면 경영적 성과 없이 최저임금을 제공하기 어려운 직업재활시설의 한계로 인해 이용에 대한 제한을 받을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2018년 기준으로 장애인의 최저 임금적용제외 받은 근로자는 9,413명이었고, 84%에 달하는 7,961명이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고 있다. 이는 직업재활시설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으로 최저임금적용제외 신청을 통한 인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의 노동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가 오히려 중증장애인들의 안정적이고 보호된 노동시장의 참여를 막는 현실적 어려움에 부딪히게 된다는 한계점을 가진다. 이러한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독일의 사례처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근로장애인들에게 준노동자로서의 지위(Arbeitnehmeränlicher Status)를 부여함으로써 매년마다 최저임금적용제외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며,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보호된 노동시장과 직업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기회를 보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증장애인의 노동, 재활프레임에서 벗어나야 장애인노동자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글.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2021년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에서 장애인보호작업장 실태조사를 한 적이 있다. 우리가 방문한 보호작업장은 다른 곳에 비해 휴식 시간이나 휴게시설등 중증장애인에 대한 처우가 좋거나 장애인노동자 에게 인격적 대우를 해주는 편이었다. 반면 일터에 직접 들어가지 못하고 작업장 밖에서 인터뷰를 한 사업장의 노동조건은 매우 열악했다. 지역마다 차이도 컸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장애인 인권에 관심이 있는 경우에는 지원이 있어 장애인 일자리도 나아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조사한 모든 사업장의 장애인노동자의 임금은 다 최저임금 미만이었다. 그들은 대부분 주3일 근무 평균 월 25만 원 정도를 받고 일했다. 2022년 최저임금 1,914,440원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근로자 현황’ 자료 1) 에 따르면 최저임금 적용 제외 장애인 노동자는 2019년 8,971명, 2020년 9,005명, 2021년 9,475명, 2022년 8월 말 기준 6,691명이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장애인 노동자들의 월 평균 임금은 2019년 3만 8,169원, 2020년 37만1,790원, 2021년 37만461원, 2022년 8월 말 기준 37만 9,622원이다.
 
보호작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 노동자들의 임금의 매우 낮은 상한선이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바로 장애인의 노동을 노동으로 여기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장애인의 노동을 재활패러다임으로 보는 직업재활시설
장애인보호작업장은 법의 분류상 직업재활시설이다. 현재 장애인의 노동과 관련한 법은 노동법이 아닌 복지법에 명시돼 있다. 장애인복지법 제58조 제1항 제3호에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은 일반 작업환경에서는 일하기 어려운 장애인이 특별히 준비된 작업환경에서 직업훈련을 받거나 직업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시설(직업훈련 및 직업생활을 위하여 필요한 제조·가공 시설, 공장 및 영업장 등 부속용도의 시설로서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시설을 포함한다) 이다. 장애인복지법 시행규칙의 별표에 명시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종류는 보호작업장, 근로사업장, 장애인직업적응훈련시설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과 근로사업장의 차이는 근로사업장에서는 최저임금을 지급해야 할 의무가 있다는 점이다. 직업재활시 설에서 일하는 장애인 중 근로사업장에서 일하는 장애인은 17.4%에 그친다. 근로사업장은 보호작업장 보다 조금 나은 편이지만 여전히 ‘재활’의 틀에 갇혀 있다. 노동을 노동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재활’이란 장애인을 동등한 인간(의 몸)으로 바라보지 않으며, 장애인의 몸과 노동을 비장애인의 몸과 노동을 기준에 맞게 재활시키겠다는 뜻으로, 노동에 대한 비장애인 중심성이 분명하다. 장애인의 몸과 노동을 비정상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재활’ 패러다임에서 벗어나 장애인의 노동을 동등한 노동으로 인정하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장애인의 최저임금에 대한 권리를 박탈할 정도의 노동권 부정
노동으로 보지 않기에 보호작업장에서는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떳떳하다. 시행규칙에는 보호작업장은 ‘직업능력이 낮은 장애인’에게 ‘직업재활훈련프로그램’과 ‘보호가 가능한 조건에서 근로의 기회 제공’한다고 쓰여 있다. 그러나 보호라고 불리 기에는 노동조건과 임금이 열악하다. 보호가 권리의 보호가 아니다.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또 다른 이유는 장애인의 노동에 대한 편견 때문이다. 즉 장애인의 작업능력이 떨어지니 최저임금을 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시다시피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는 노동능력, 업종 등에 따라 줘도 되고 안 줘도 되는 것이 아니다. 적어도 일하는 모든 사람은 최저임금을 받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며 일할 수 있게 하자는 것이 최저임금제도의 도입 취지이며, 헌법에 명시된 권리다. 최저임금은 장애, 비장애를 떠나 모두에게 보장되어야 하는 권리다. 최저임금에 대한 권리를 장애인에게 박탈할 정도로 우리 사회는 장애인의 노동을 부정하고 있는 것이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조항에 명시된 직업능력이란 최저임금법 7조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중증장애인노동자는 최저임금법 시행령과 시행규칙에 따라 명시된 절차에 따른다. 사업주가 노동부에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신청을 하고 노동부는 장애인고용촉진 공단에 작업능력 평가를 의뢰하면 고용공단에서 사업장을 방문해 작업능력을 평가한다. 그 결과를 노동부가 사업주에게 통보하는 형식이다. 장애인복지법에 나와 있는 ‘직업능력’은 최저임금법으로 보면 ‘ 작업 능력’이다.
 
그렇다면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장애인의 작업능력’을 평가하는 것일까. 단순하다. 업체가 인건비(임금)를 줄이기 위해서다. 장애인노동자를 위한 것이 아니라 업체를 위한 것이다. 직업능력, 또는 생산성이 거론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장애인보호작업장의 사업체적 성격 때문이다. 장애인보호작업장도 물품을 많이 생산하고 많이 팔아 수익 창출이 목적인 업체이기 때문이다. 실제 직업재활시설의 고민 중 하나는 사업체의 경쟁력이 있는 업종, 물품을 정하거나 직무를 개발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는 달리 보면 중증장애인의 노동이 있어야만 운영되는 업체라는 것이고 장애인의 노동 없이는 운영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보호작업장은 중증장애인을 고용하고 소규모로 운영된다. 반면 정부는 보호작업장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이유로 이들을 지원하는 데 소극적이다. 딜레마에 빠지게 설계된 것이 직업재활시설이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는 현대사회에서 작업능력 평가가 생산량으로 한정되어 평가하는 것이 시대착오적이다. 심지어 2019년 노동부도 인정 했듯이 평가의 객관성은 논란의 여지가 많다. 비장애인의 노동능력에 대해서도 생산량으로 단순 평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작업능력은 작업자들의 협업, 노동자의 건강이나 컨디션의 변화, 작업환경의 변화 등은 생산량에 영향을 미치기에 개별노동자의 작업 능력 평가는 주관적이고 구조적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4차 산업혁명의 시대, 기술과 온라인기반 상품이나 가치평가가 많은 시대에 누군가의 노동을 단순히 제조품 생산량으로만 평가 가능한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장애인의 노동을 부정하는 접근방식은 현실조차 반영하지 못함을 보여줄 뿐이다.
 
장애인직업재활시설의 또 다른 문제, 장애인 분리 고용
보호작업장을 비롯한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의 또 다른 문제점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노동시장에서 분리해서 고용하는 것이다. 노동을 통해 장애인도 세계와 만나고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인정,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장애인들만을 모아놓은 분리되고 폐쇄된 장소에서 일하게 하는 것은 장애인을 사회와 단절시키고 장애인의 고립을 유지할 뿐이 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도 2014년 이미 한국 정부에 “일할 능력이 부족한 것을 정의하기 위한 평가와 결정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분명한 기준을 설정하지 못한 것”과 “장애인이 최저임금 이하의 보상을 받고 개방된 노동시장으로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 보호작업장이 지속되는 것을 우려한다”고 밝힌 이유도 이 때문이다.
 
비장애인 중심의 생산체제를 유지하는 한 장애인노동에 대한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도 분리고용이 아닌 통합고용, 다른 말로 공개노동시장에서 장애인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분리는 서로의 노동에 대해, 협력에 대해 협소한 잣대를 유지하는 힘이기도 하다. 
         
장애인노동자에게도 동등한 권리를
장애인노동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이 있을 때, 장애인에게도 헌법과 실정법에 명시된 노동권 보장이 가능하다. 최저임금법만이 아니라 근로기준법도 차별 없이 적용해야 한다. 제도가 장애인차별을 강화하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다. 실제 최저임금 적용제외가 실시된 후 직업재활시설, 보호작업장을 늘리고 있다. 2005년 최저임금법 적용제외 인가제도가 만들어진 후 직업재활시설은 꾸준히 증가했다. 최저임금 적용제외 인가를 신청한 사업장 96.7%가 직업재활시설이다.
 
차별적인 법제도를 유지하는 논리 중 하나가 장애인에게 최저임금을 주면 장애인고용이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이다. “임금이 오르면 기업이 망한다!”는 논리가 근거없는 것으로 확인됐듯이 장애인 최저임금 적용제외 폐지도 동일하게 볼 수 있다. 소득이 늘면 소비가 진작되어 사회 전체의 경제가 원활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장애인의 소득이 늘면 경제는 활성화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직업재활시설에 근로기준법 적용 시 중증장애인이 일할 기회가 줄어들 것이라는 주장도 비슷하다. 오히려 근로기준법 적용은 중증장애인의 일자리를 안정적이고 존엄하게 만들고, 그 결과 중증장애인이 다양한 방식으로 사회에 참여할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장애인이라서 열악한 노동조 건과 임금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일에 만족하고 일 속에서 사회에 참여하고 노동소득이 자신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 된다면 ‘노동’의 의미는 달라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직업재활시설이 장애인의 노동을 착취하는 이미지에서 벗어날 수 있다. 물론 장기적으로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의 권고대로 장애인을 따로 분리 고용하는 보호작업장은 단계적으로 없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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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월호 이슈논쟁 코너에서는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에 대해 김성태 송파구장애인직업재활지원센터 센터장님과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님의 의견을 살펴보았습니다.
 
<함께걸음> 독자분들은 ‘직업재활시설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아래의 방법으로 여러분의 의견을 자유롭게 공유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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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 유무는 통계조사를 위한 목적으로만 수집됩니다.
 
 설문조사 마감 기한: 2023년 9월 5일 (화)
 
* 여러분의 소중한 의견을 정리하여 <함께걸음> 9·10월 호에서 그 결과를 공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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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노태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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