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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입원제도, 징벌적 입원이 아닌 인권친화적 치료환경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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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의는 정신장애인이 독립된 주체로서 자신의 의지에 따른 의사결정을 어디까지 보장받는가와 관련이 있다. 또한 국가는 어떤 근거와 절차를 통해 정신장애인의 천부적 권리를 제도적으로 제한할 수 있는가 하는 논쟁과 연결된다. 국제기준이나 헌법재판소의 결정에 의하면, 현행법에 따른 가족이나 후견인에 의한 보호의무자 제도는 대체의사결정시스템에 해당하는 것으로서 당사자의 자기결정권을 정면으로 침해한다는 판단이다. 또한 서면심사 위주로98%~99%의 승인율을 보이는 입원적합성심사제도와 입원연장심사제도는 절차적 정당성을 갖추지 못 했다는 비판이 많다.
 
높은 비자의입원율과 장기입원이 지속되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보호의무자 제도를 폐지하고 국가의 공적 권위와 독립성이 보장되는 법원을 통해 비자의입원심사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있어 왔다. 치료 이외의 목적에 의한 강제입원을 억제하고 당사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정신장애인의 의사에 반한 입원은 인신구속에 준하는 엄격한 요건을 갖추고 적법 절차에 의해서 가능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헌법재판소가 요구한 규범적 기준1)에 맞춰 가능한 모든 절차와 방법을 갖추고 입원심사제도를 충실히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지 않다는 사법계와 정부의 판단으로 진전되지 못하였다.
 
최근에는 비자의입원심사를 가정법원에 맡기는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의료계의 공식적인 요구가 늘고 있으며, 도입을 검토 중이라는 현 정부 의견이 제시된 바 있다. 그러나 사법입원제도에 대한 최근의 요구는 정신질환으로 인한 범죄와 폭력으로부터 시민을 보호하고자 하는 목적이 보다 강하다. 이상동기 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이와 연관 지어 정신질환자의 치료적 필요를 위해 비자의입원을 강제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회 방위적 입장에서 고려되는 이와 같은 강제 인신구속의 형태는 사법입원제도의 근본 취지나 목적과 다르다는 점에서 우려가 된다.
 
<함께걸음>에서는 이슈논쟁 여론조사를 통해 사법입원제도의 찬반 의견을 물은 바 있다. 조사결과, 찬반 양측 모두 현재의 비자의 입원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지 않다는 문제의식을 공통적으로 갖고 있다. 그러나 현행 정신건강복지법 상의 입퇴원 절차를 바꾸는 방안으로 사법입원제도의 가능성을 기대하는 입장과 사법입원제도 하에서도 당사자의 인권을 보호하려는 사회적 인식이 부족하면 오히려 부작용이 클 수 있어서 반대한다는 의견이 있다. 
 
 
 
 
당사자의 신체적 구금에 대한 국제연합의 정신장애인 보호원칙 17(MI 원칙 17)은 강제입원심사기관을 ‘정신보건시설에 강제로 입원되거나 수용된 환자의 심사를 위해 MI 원칙에 맞게 설립된 심사기관(review body)’이라 정의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른 심사기관은 ①독립성과 중립성이 있어야 하고, ②사법기관 또는 국내법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어야 하고, ③심사절차에서 독립된 자격 있는 전문가의 조언을 참고하도록 하여 진단과 심사가 각기 다른 사람에 의해 이루어져야 하며, ④ 심사는 신속성, 자동성, 정기성을 가져야 하고, ⑤환자의 퇴원청구권 및 자발적 입원으로의 전환 청구권이 보장 되어야 한다.
 
국가마다 강제입원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기관 형태를 달리하고 있는데, 판사에 의한 사법입원 심사제도를 갖춘 대표적인 국가는 프랑스·독일·미국 등이 있다. 사법입원제도를 운영하는 해외 국가들에서는 판사가 의사의 진단과 당사자에 대한 심문과 증거를 통해 입원을 결정하거나 승인하는 사법적 절차에 따르고 있다. 단지 법적 기준에 따라 정신질환자의 입원 적합성을 검토할 뿐만 아니라 대면 또는 화상으로 당사자의 의견을 청취하며 가족뿐만 아니라 환자의 입장을 대변할 수 있는 국선변호인이나 절차보조인의 지원을 받고 사회복지사, 동료지원가들을 통해 종합적으로 상황을 파악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한편 영국과 호주 등의 국가는 준사법기관의 성격을 가진 정신보건심판원(mental health tribunal)에서 법조인과 의료인, 공익적 제3자로 구성된 합의체가 심사를 하는 심판원심사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준사법기관인 심판원에서 입원적합성이나 입원연장심사를 할 때에도 독립적인 절차에 따른 객관적 심사와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변호 및 의견진술의 기회 보장 등 환자의 절차적 기본권을 갖추기 위한 전제조건을 중시한다. 한국은 독립적인 사법 또는준사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의료적 합의체인 심사위원회(입원적합성심사위원회, 정신건강심사위원회)를 통해 강제입원심사를 진행한다.
 
일부에서 요구하는 대로 모든 정신질환자에 대한 사회적 처벌의 의미를 제도화하는 차원에서 사법입원 심사제도가 남용된다면, 당사자의 권리보호에 앞서 입원치료의 필요성 위주로 의료적 진술에 의지해 형식적 심사가 이루어지고 법원은 법적 승인을 하는 통로로 오히려 법적 인신구속을 정당화하는 장치가 될 수 있다. 무엇보다 징벌적 의도가 사회적으로 공식화되면서 정신장애인에 대한 격리와 감금의 시대로 회귀하는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 1970년대 이후 정신장애인의 사회복귀와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고 당사자의 권리와 역량을 강화하고자 하는 국제사회의 변화 속에서, 우리나라는 이제 조금씩 당사자의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는 정신보건 정책의 우선순위가 높지 않을 뿐 아니라 정책목표가 보건의료적 관점에 머물며 정신질환으로부터의 회복에 대한 희망을 주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신보건과 관련된 최초의 WHO세계보건보고서는 ‘정신보건서비스만으로는 정신장애인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없으며 교육, 건강, 직업, 주거, 법적서비스와 복지서비스를 포함해야한다’고 기술하고 있다. 다중적 위험에 노출되어 있는 사회적 약자들이 가진 다양한 결핍의 문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하는 인식의 틀 속에서 정신장애인의 삶을 들여다보고 지역사회 차원의 정신건강 패러다임이 새롭게 구성될 필요가 있다. 정신질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과 보호자의 부담, 부족한 지역사회 지지체계로 인해 정신질환이 관리되지 않은 결과로 나타난 부정적 사건에만 집중해서는 강제적 인신구속과 같은 비인권적 현상들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정신장애인의 법적 권리를 보호하고 일상적 삶을 보장해야 할 국가의 존중과 보호의 의무를 최우선에 두고 사법입원제도를 논의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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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16년 헌법재판소가 구 정신보건법 24조의 보호입원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판정을 내린 근거는 사전고지, 청문 및 진술 기회 부여, 비자의입원에 대한 불복, 부당한 비자의입원에 대한 사법심사, 국가 또는 공적 기관에서 제공하는 절차보조인의 조력 등의 규범적 기준을 거치지 않은데 따른 것이다.
작성자글. 홍선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신장애인사회통합연구센터장, 한신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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