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기 위해, 우리 일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요?
409호 이슈광장
본문
올해 세 번째 이슈광장에서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공간에서 무엇이 가장 필요하고 우선으로 준비해야 할지에 대한 질문을 대중들과 나누었다.
장애인에게 고용은 비장애인과 마찬가지로 임금을 통한 소득 확대와 경제적 안정은 물론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서의 존재감을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된다. 이에 정부는 장애인 의무 고용제도를 도입,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체에 장애인을 의무적으로 고용하도록 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만 해도 장애인 고용률은 0.34%에 불과했으나 2023년 기준, 장애인 고용률은 평균 3.17%(공공 3.86%, 민간 2.99%)이며 최근 10년간 꾸준히 상승하는 추세다. 2023년 12월 기준 공공부문에 고용된 장애인의 수는 중앙행정기관 8,079명, 헌법기관 722명, 지방자치단체 21,842명, 교육청 6,981명, 공공기관 19,159명으로 총 56,789명이 집계되었다. 민간기업에서는 총 159,859명의 장애인이 고용된 상태다.
의무고용제도를 통해 장애인들이 고용시장에 진입할 수 있는 문턱이 낮아지고 양적인 측면에서는 장애인 고용을 확대한 점은 의미가 있지만 여전히 장애인 고용 현장에는 현실적인 과제들이 남아 있다. 장애인 특성에 맞는 시설과 환경이 구성되어 있는지, 필요한 인력은 지원되고 있는지, 장애 정도에 맞는 업무 조정과 분담이 이루어지고 있는지, 소통창구는 마련되어 있는지, 비장애인 직원들과 같은 동료로서 직장 생활하고 있는지 등 현장에서는 여전히 많은 의문과 어려움들이 제기되고 있다.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기 위해 우리의 일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당사자와 일해본 대중들의 경험 또는 앞으로 당사자들과 함께 일할 공간을 상상하며 일터에 편의지원, 인적지원, 장애 고려 업무배치, 포용적 분위기 중 어떤 준비를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지에 대한 의견을 청취하였다.
2025년 4월 14일부터 5월 7일까지 투표를 진행한 결과, 4가지 중 ‘장애특성을 반영한 업무조정과 배치가 우선 지원되어야 한다’고 답한 결과가 53.1%로 과반수 이상을 차지했다. 그 다음으로는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20.5%, ‘높낮이 조절 책상, 점자 키보드 등 편의환경’이 14.7%, ‘근로지원인 등 인적지원’이 11.7% 순으로 집계되었다.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한 장애 특성을 반영한 업무조정과 배치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준 대중들은 장애를 가진 근로자에게 일의 적합성과 지속가능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장애’ 자체보다 ‘사람’의 개별 역량에 초점을 맞춰 직무를 배치하여야 한다는 주장이며 이는 단지 취업을 넘어 일터에서의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의견으로 확장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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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 장애인 고용이 막히는 지점을 돌아보면 비장애인에 맞춰진 업무분배가 가장 큰 요인이었던 것 같습니다. 장애인도 일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을 위해서 적합한 업무 조정 등이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rlaehdgusa : 장애인 특정 구역을 정하고 일의 배분도 정해야 합니다. 그리고 분위기 조정도 서비스!
바나나 : 각자 잘하는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제대로 발휘한다면 장기적으로 함께 일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조양 :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무엇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지만 경험에 비추어 볼 때 3번이 근로의 ‘유지’에 있어서 상당히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됩니다. 장애라는 특성에 집중하기보다 개인의 특성과 강점, 약점에 맞는 직무 조정과 배치가 근무의 유지에 있어 필수적인 조건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기본적으로 근무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직장 내 분위기와 상사 및 동료와의 인간관계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노동을 하면서 가치를 창출해내고 내가 맡은 바의 일을 해내는 성취감과 자기효능감의 경험 역시 취업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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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 내에서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분위기가 우선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대중들은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각자의 속도와 방식으로 일할 수 있는 존중의 문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법과 제도 이전에 서로를 이해하려는 태도가 함께 일하는 조직의 기반이 되어야 하며, 이는 곧 장애 유무를 넘어 사람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과도 연결된다는 의견이 많았다. 더불어 형식적인 장애인식개선교육이 아닌 실질적인 공감과 변화로 이어지는 교육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도란 : 우리 사회는 너무 각박하고 다급한 것 같아요. 다름을 인정하지 못하고요. 다 같이 어우러져 각자의 다름과 각자의 속도를 존중받으며 지내도 되는 사회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jay kim : 제 직장에 장애인 동료가 있다면 어떨까를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법보다 우선인 건 직장의 분위기라고 생각해요. 환대의 분위기가 우리를 더 나은 세상으로 보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혜선 : 배려하고 존중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진다면, 다른 이슈들이 해소되기 쉬울 거라고 생각됩니다.
조호 : 비장애인이더라도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혹은 개성이 강하면 조직에서 배제되거나 채찍질 당하는 경우가 다반사입니다. 직장이 각자의 특성을 존중하지 못하고 생산성을 위한 톱니바퀴로서만 기능하길 바란다는 느낌인데요. 일단 이런 분위기부터 나아져야 장애 여부 등의 조금 더 큰 차이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각자의 차이와 개성과 속도를 존중할 수 있는 사회이길 바랍니다.
비전동신사 : 비장애인이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의 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봅니다. 아무리 좋은 법과 제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함께하는 사람들의 인식이 변화되지 않으면 어렵습니다. 하지만 인식개선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사회 전반적인 장애인 인식개선을 위해 학교 등 공공기관에서는 '장애인식개선교육'을, 민간기업은 '직장 내 장애인 인식개선교육'을 법정교육으로 시행하고 있지만 너무도 불성실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법정 교육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을 보면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사회적 인식은 아마도 많은 시간이 걸릴 것입니다. 세상을 배워가는 학생들에게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교육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도록, 그리고 이미 근로 현장에 있는 성인에게는 보다 효율적인 교육이 실시되어야 합니다.
예예남매 :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할 수 있는 포용적인 환경을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지원과 교육이 필요합니다. 서로의 이해를 높이는 프로그램이 마련되면 좋겠습니다. 높낮이 조절 책상이나 점자 키보드 등 편의 환경이 우선 지원되어야 한다고 답변한 대중들은 일터의 기본 인프라가 장애인의 근로 가능성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임을 강조했다. 편의 환경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어야 하며, 모든 직장이 물리적 접근성과 정보 접근성을 고려한 설계를 통해 장애인이 ‘일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이를 위해 법적 기준이 마련되고 기술적 업데이트가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요구도 함께 제기되었으며 상세 내용은 아래와 같다.
goodbookkr :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게 ‘특별한 배려’가 아니라 ‘당연한 일상’이 되는 그날까지, 우리 일터는 업데이트가 필요해요!
백아인 : 현실적으로는 장애인들을 위한 편의시설들이 기본 디폴트로 주어져야 한다고 봅니다. 이제는 법도 그런 방향으로 가고 있는 듯 보이는데, 엘리베이터 설치나 1층 가게들이 휠체어로도 이동할 수 있게 턱을 낮추는 일, 시각장애인을 위한 여러 어플이나, 각 유형의 장애인들도 디지털을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 그리고 그들을 인적으로도 도울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mh0706 : 편의 환경은 가장 기본적인 것입니다. 일터에서 일할 수 있는 작업, 업무(높낮이 조절 책상, 업무에 필요한 보조도구 등), 화장실, 식사 등 불편 없이 지내는 환경이 기본적으로 마련되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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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근로지원인 등 인적지원이 우선 지원되어야 한다는 의견은 특히 중증장애인의 직무 수행 과정에서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내용이었다. 일상생활에서 활동 지원을 받듯 직장 내에서도 전화, 이동 등 다양한 업무수행에 적절한 지원이 병행되어야 안정적인 고용이 가능하다는 의견이다.
하늘보리 : 중증장애인의 경우에는 직장생활에서 인적 지원을 받는 것도 매우 중요합니다. 일상생활에서 활동지원을 받는 것처럼 직장에서도 장애유형에 따라 전화 업무, 서류 대독, 물품이동, 이동지원 등의 업무수행에 대한 지원이 적절히 이루어지면 보다 더 안정적인 직장생활이 가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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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이슈광장에서 드러난 공동된 목소리는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일터’는 더 이상 예외적인 공간이 아니라, 모두가 일하는 일상적인 공간이어야 한다는 인식이었다. 장애 특성에 맞는 업무 조정과 배치, 포용적인 조직문화, 접근 가능한 환경, 실질적인 인적 지원은 그 어떤 것도 단독으로 완결될 수 없다. 하나의 조치가 다른 것을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모든 준비가 함께 작동할 때 비로소 ‘함께 일하는’ 일이 현실이 된다.
일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일하며 성과를 나누는 공동의 공간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하는 이 공간에 들어가는 장애인 숫자가 늘어났다는 것에 만족할 게 아니라 이제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모두 직업생활에 만족하며 함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고민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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