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F팀 프로젝트 협업, 중증장애인 동료와 가능할까… 독자 46% “함께하겠다”
414호 이슈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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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TF팀을 구성한다면, 중증장애인 동료와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시겠습니까?”
<함께걸음>은 회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위해 TF(Task Force)팀이 구성되는 상황을 가정하고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TF팀은 제한된 시간 안에 특정 과업을 완수해야 하는 조직으로, 팀원 간 역할 분담과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인 만큼 ‘누구와 함께할 것인가’라는 물음은 현실의 무게를 담고 있다.
이번 질문은 장애에 대한 도덕적 판단을 묻기 위한 것이 아니라, 실제 업무 상황에서 사람들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하는지, 그 솔직한 인식을 살펴보고자 했다.
결과는 절반 가까운 응답자 46%가 ‘함께하겠다’고 답한 반면, 41%는 ‘잘 모르겠다’고 응답하였다. 나머지 13%는 ‘함께 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이번 주제는 이슈광장 코너를 개설한 후 ‘잘 모르겠다’는 응답이 가장 높은 비율을 나타냈다.

“업무 역량을 중심에 두고 협업하면 가능하다”
'함께 진행하겠다’를 선택한 응답자들은 장애 여부보다 업무 역량과 협업 방식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자 goodbookkr 님은 “서로의 업무 역량을 중심에 두고 필요한 지원을 조율한다면, 중증장애인 동료와의 협업은 팀의 성과뿐 아니라 조직 문화에도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다. 편의지원을 전제로 한 협업이 조직 문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기대가 담긴 의견이다.
“중증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상황이 낯설어”
반면 ‘함께하기 어렵다’고 답한 대중들은 현실적인 업무 환경을 이유로 들었다.
중증 지적장애인 쌍둥이 형제를 둔 부모인 독자 느린걸음 님은 “중증장애인이라는 개념 안에는 지체, 자폐, 뇌병변, 지적, 정신장애 등 다양한 장애 유형이 포함된다”며 “지시나 도움을 받아 단순한 업무는 가능하지만, 협업과 의견 교환이 필요한 프로젝트 업무는 어렵다”고 말했다.
또한 “누군가가 누군가를 계속 도와야 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되기 어렵고 서로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며 “장애인의 직업이 장애 특성에 맞게 설계되어야 하고, 성취감과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질문 자체가 현재 한국 사회의 현실에서는 다소 허황되게 느껴진다는 의견도 덧붙였다.
독자 가까운듯머언 님은 “중증장애인과 함께 과업을 달성한다는 상황이 아직 익숙하지 않다” 며 “함께 일하게 된다면 상대의 행동에 더 신경을 쓰게 될 것 같고 조심스러워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또한 “어떤 프로젝트냐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인 회사의 TF 상황을 떠올리면 함께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답했다. 이러한 의견들은 장애인을 배제하려는 의도라기보다, 협업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현실적인 부담과 낯선 경험에 대한 불안을 보여준다.
“중요한 건 장애가 아니라 역량”
이번 이슈광장에서 두 번째로 많은 응답은 ‘아직 잘 모르겠다’였다. 이 응답들은 공통적으로 “장애 여부가 아니라 역할과 업무 적합성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독자 글쎄요 님은 TF팀이라는 설정만으로는 판단하기 어렵다고 말하며, “프로젝트 수행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함께할 수 있지만, 역할이 없는 상태에서 정상화(Normalization)를 위해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팀과 당사자 모두에게 곤란한 상황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독자 뚝딱이는너구리 님은 장애 여부나 중증도보다 “이 사람이 어떤 일을 할 수 있는가”가 먼저 고려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회사에서 TF팀을 구성할 때도 필요한 역할과 적합한 사람을 먼저 찾는 것처럼, 장애 여부만으로 합류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편견일 수 있다” 는 것이다. 만약 역할이 있다면 이후에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독자 꾸름 님 역시 비슷한 입장이었다. “TF팀에서는 각자가 맡은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 지가 가장 중요하다”며 “단지 ‘함께해야 한다’는 이유로 아무 역할 없이 포함시키는 것은 오히려 특혜처럼 느껴질 수 있고 당사자에게도 긍정적인 경험이 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실제로 맡은 일이 없다면 당사자는 ‘나는 쓸모없는 사람인가’라는 자괴감을 느낄 수 있고, 아무 역할 없이 급여만 받는 상황이 반복되면 잘못된 학습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동료들 역시 그런 상황을 인식하게 된다면 장애인에 대한 시선이 오히려 부정적으로 굳어질 수 있다 는 우려도 함께 전했다. 결국 각자의 강점과 역량을 살려 실질적인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조정하는 것이 진짜 협업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비슷한 의견으로 독자 세잎클로버10 님은 TF팀을 구성할 때 모든 사람에게 동일하게 “이 사람이 어떤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가”를 고민하게 될 것이라며, 중증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고민의 대상이 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독자 구구 님 역시 “중증장애인이라서가 아니라 이 프로젝트에 적합한가가 중요하다”며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독자 낮과밤 님은 자신의 고민 과정을 털어놓았다. 처음에는 “내가 일을 더 해야 하는 것 아닌가” 혹은 “도와줘야 하는 상황이 생기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조금 더 생각해 보니, 같은 회사에서 일하는 동료라면 자신의 자리에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에 다니고 있는 것이 아니겠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고 했다. 그는 이런 고민 자체가 무례한 것은 아닌지 스스로 되묻기도 했다며 선뜻 함께하겠다고도, 어렵다고도 답하기 힘들었다고 말했다.

함께 일하는 조건은 장애 여부보다 ‘역량’
이번 설문은 ‘함께 일하겠다’와 ‘어렵다’라는 선택의 문제라기보다 협업의 기준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가까웠다. 많은 대중들은 장애 여부보다 그 일을 수행할 수 있는 역량과 업무 적합성을 먼저 떠올렸고, 역량이 충분하다면 장애 유무 자체는 협업 여부를 가르는 기준이 될 수 없다는 인식도 함께 드러났다.
또 눈에 띄는 점은, 많은 응답자들이 형식적인 배치나 의무적인 참여 방식에는 거부감을 보였다는 점이다. 단지 장애인이라는 이유만으로 팀에 포함되는 상황은 비장애인에게도, 장애인 당사자에게도 모두 곤란할 수 있다는 의견이 적지 않았다. 실제 역할 없이 참여하는 구조는 오히려 당사자에게 자괴감을 줄 수 있고, 동료들에게도 불필요한 오해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다.
이러한 시각은 두 가지 과제를 함께 제시한다. 하나는 장애인의 역량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한 기회와 환경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그 역량이 실제로 발휘될 수 있도록 업무 구조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이 지점에서 지난해 <함께걸음> 409호 이슈광장에서 진행했던 설문과도 연결된다. 당시 “장 애인과 함께 일하는 것이 당연한 일상이 되기 위해 일터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독자들은 가장 중요한 요소로 ‘장애 특성을 반영한 업무 조정과 직무 배치’를 꼽았다. 포용적인 조직문화, 편의 환경, 인적 지원 역시 필요하다는 의견이 뒤를 이었다.
두 설문을 함께 놓고 보면 하나의 흐름이 드러난다. 대중들은 장애인 고용을 단순히 숫자를 늘리는 문제로 바라보기보다 서로 진정한 통합을 위해 각자의 역량이 발휘될 수 있는 방식으로 일을 어떻게 배치하고 설계할 것인가라는 문제로 인식하고 있었다.
이번 설문이 보여준 것은 하나의 정답이 아니다. 대중들이 장애인과 함께 일하는 문제를 막연한 가치나 원칙으로 바라보지 않고, 구체적인 일터의 조건과 협업 방식 속에서 고민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고민이 쌓여 갈 때, 우리는 서로 다른 조건의 사람들이 같은 일터에서 일하는 모습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상상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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