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지원금, 장애인은 모두 동일하게? vs 개개인의 특성을 고려?
415호 이슈광장
본문
최근 정부는 고유가와 물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고유가 피해지원금’ 등 각종 민생 지원 정책, 직접 가계의 부담을 덜어주는 정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이러한 정책이 시행될 때마다 항상 ‘누구에게, 어떤 기준으로 지급돼야 할까’라는 질문이 대두된다. 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지원 역시 예외는 아니다. 장애라는 이유만으로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이 공정한지, 아니면 장애로 인해 발생하는 실제 생활 부담과 여건의 차이를 반영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늘 엇갈린다.
예를 들어 소득 활동을 하는 장애인과 하지 못하는 장애인,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하는 장애인과 대중교통 이용이 어려워 자차를 이용해야 하는 장애인, 혼자 사는 장애인이나 가족과 함께 사는 장애인 등 같은 장애인이라 하더라도, 일상에서 겪는 조건과 부담은 서로 다를 수 있다. 이동과 관련된 부분에서는 그 차이가 더욱 크게 나타나기도 한다.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을 토대로 살펴보면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국민 부담 완화’라는 비교적 명확한 목적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이 일상생활에서 느끼는 고유가로 인한 부담의 차이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는가에 대한 고민을 갖게 한다. 아래 표는 소득과 자차 이용 유무에 따른 차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 서울에 사는 등록된 중증장애인 1인 가구를 기준으로 산정하였으며, 기초수급을 받지 않는 장애인은 다른 재산 없이 월 소득이 약 200만 원인 경우로 계산함. 계산은 편의를 위해 백원 단위는 절사함.
이에 따라 <함께걸음>이 진행한 15번째 이슈광장에서는 대중들에게 ‘민생지원금, 장애인은 모두 동일하게 받아야 할까요? 아니면 특성을 고려해 달라져야 할까요?’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설문 결과, ‘장애인이라면 조건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은 43.9%, ‘장애인의 생활 여건 등을 고려해 보다 세분화된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은 56.1%로 집계됐다. 차이가 크지 않았지만, 보다 세밀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응답이 근소하게 높았다.
“복잡한 기준보다 신속하고 공평하게”, 동일 지급 주장 43.9%
장애 조건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에 찬성한 응답자들은 형평성과 신속성, 그리고 행정 효율성을 강조했다.
goodbookkr 님은 “장애 여부만으로 차이를 두기보다 모든 장애인에게 동일하게 지원하는 것이 형평성과 행정 효율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응답했다.
닉네임 님 역시 “선별 지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과 시간, 사각지대 문제를 고려하면 우선 동일하게 지급하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밝히며 “추후에 소득 수준에 따라 세금으로 일부를 환수하는 방식이 더 효율적이지 않겠냐”며 대안을 제시했다.
특히 긴급 지원이라는 정책의 성격을 강조하는 의견도 있었다. 철웅이 님은 “이번 민생지원금은 전쟁과 고유가라는 특수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일시적이고 긴급한 지원”인만큼 “기준 설계에 행정력과 시간을 낭비하기보다 장애인이라면 조건과 관계없이 동일하게 지원해 ‘신속성’이라는 가장 중요한 가치를 살리는 것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임효진 님 역시 “이런 지원금이 매년, 분기별 있는 것도 아닌데 장애정도, 생활여건, 주거환경 등을 고려해 차등 지급하는 것은 현 시점에 행정적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응답했다.
또 농협은행 님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 꼭 자동차 사용자에게만 해당되는 내용이 아니고 물가가 전체적으로 많이 상승했다”며 차량 보유 여부보다 소득기준 중심 지원을 제안했다.
박의양 님은 “사람이 생활하려면 중증이든 경증이든 생활비가 똑같이 필요하다. 신체적 결함 때문에 더 필요한 것도 많다”며 모든 지원금의 동일 지급이 타당하다고 말했다.
또 뽐바람 님은 보다 구조적인 관점에서 “한국은 이미 장애등급제가 복지 사각지대를 양산하고 장애인의 개별적 욕구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점을 깨닫고 이를 폐지했다”며 “다시 세분화된 기준을 도입하는 것은 정책적 진보를 역행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보편적 지급은 행정적 낭비를 막고 모든 장애인의 존엄성을 평등하게 보장하는 가장 공평하고 효율적인 대안”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장애인이라도 같은 삶은 아니다”, 세분화된 지급 기준 필요해 56.1%
반면 세분화된 지원에 찬성한 응답자들은 같은 장애인이더라도 그 현실은 서로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고로캐 님은 “‘장애인’이라는 집단으로 묶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장애인들이 경험하는 어려움이나 상황은 가지각색”이라며 “어느 정도 특성에 따라 세분화할 필요는 있다”고 말했다.
유영복 님도 “장애인도 자신의 사정에 따라 선별적으로 지원돼야 한다”며 “치료 중이거나 재활이 필요해 항상 비용이 지불돼야 하는 경우와 교육훈련이 필요해 재정지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그 비용만큼 지원이 돼야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는 환경이 된다”고 했다.
이번 의제가 ‘고유가 피해지원금’이라는 점에서 목적에 맞는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믿음 님은 “다른 민생지원금은 모르겠는데 이번 고유가 피해지원금은 목적성이 좀 뚜렷한 것 아닌가요? 유가가 오름으로서 피해를 더 본 사람들을 분별해 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제는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시대에 지급 대상을 세세하게 나누는 게 예전처럼 어렵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 님은 “장애등급에 따라 세분화하면 좋겠다. 더 힘든 만큼 혜택은 더 주는 게 당연하다”고 밝혔다.
재정의 지속가능성과 정책 설계의 정교함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조연준 님은 “국가재원은 무한하지 않고 추경된 돈을 메우기 위해 추가적으로 재화를 발행하면 인플레이션이 심화될 수 있다”며 “위기지원이라는 명목으로 명확하고 효율적인 체계도 없이 근시안적으로 계속 진행된다면 구조적 위기는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비슷한 일이 일어났을 때를 대비한 가이드라인이 마련돼 효율적인 민생 지원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선택지 자체가 현실을 충분히 담아내지 못했다는 의견도 있었다. 기권한 조문형 님은 “생활 여건도 생각해야 되고, 동일하게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겠지만 등급에 따라서 차별로 지급하는 게 가장 합리적일 것 같다”며 “현재는 중증·경증 두 가지밖에 없지만 그래도 정해 기준이기에 그걸 기준으로 삼는 게 문제가 적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장애를 이유로 한 일괄적 지원 및 혜택에 대해서는 선을 그으면서도 “어려운 가정에 더 지원하는 것은 마땅하다”고 밝힌 허호정 님의 경우, 어떤 선택지를 골랐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이 의견은 장애 여부보다 소득이나 생활 형편처럼 실제로 얼마나 어려운지를 기준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보여준다. 즉, ‘장애인이냐 아니냐’보다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 상황이냐’가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다.
이번 설문에서 나타난 의견은 단순히 민생지원금을 장애인에게 ‘똑같이 줄 것인가, 다르게 줄 것인가’라는 선택을 넘어, ‘복지정책은 무엇을 기준으로 설계돼야 하는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특히 이번 이슈광장에서는 지난 이슈들과 달리 대중들이 같은 근거를 공유하면서도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하는 응답이 많았다.
‘효율성’을 두고도 한쪽은 현실적 한계를 지적하며 행정 절차를 단순화한 신속한 집행을, 다른 한쪽은 선택과 집중을 더 효율적이라고 보았다. 같은 ‘효율’이라는 개념이지만 무엇을 기준으로 보느냐에 따라 정책 방향은 달랐다. 또 현실적 한계보다는 인공지능의 기술을 활용해 신속성과 효율성을 담보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되었다.
대중들은 현실적 한계에 안주할 것인가 아니면 현실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활용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 대부분이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에게 소득보장이 더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었지만, 각자가 생각하는 ‘누가 더 어려운 사람인가’를 판단하는 기준은 서로 달랐다.
어떤 사람은 장애인이라고 다 어렵게 사는 것은 아니다, 또 어떤 사람은 장애인이라면 모두가 신체적 결함 등으로 인해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소득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누군가는 장애등급에 따라 필요한 지원이 다르니 세부적으로 다르게 주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이번 논의는 단순히 지급 방식의 선택을 넘어 지급 기준에 대한 우리 사회의 사회적 합의가 아직 형성되어 있지 않음을 반증하고 있다. 대중들은 서로 장애 여부, 소득 수준, 장애 정도 등 다양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지만 어떤 기준이 우선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공통된 인식이 보이지 않는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 장애를 바라보는 시선이 동정과 시혜의 틀에 머물러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 누가 얼마나 지원을 받아야 하는지에 대한 판단이 명확한 기준이나 데이터에 기반하기보다, 각자의 경험과 인식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것은 아닌지도 함께 짚어볼 필요가 있다.
한편 대중들의 지급방식과 기준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고 있으나 정책을 설계하고 집행하는 기관들은 오히려 행정 편의적 사고로 기초수급자,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을 일괄 사회적 약자로 추정, 정책을 집행하는 것은 아닌가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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