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밥값을 대신 내주겠다는 손님, 점주는 거절해야 했을까? > 이슈광장


장애인의 밥값을 대신 내주겠다는 손님, 점주는 거절해야 했을까?

416호 이슈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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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생성 이미지 ⓒ함께걸음
 
최근 한 식당에서 장애인 손님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하려던 또 다른 손님 호의를 점주가 거절한 일이 알려지며 논쟁이 일었다.
 
관련 보도에 따르면 중증장애 아버지를 둔 40대 남성 A씨는 식당에서 식사 중인 장애인 당사자를 보고 몰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해 주려 했다. 그러나 식당 점주는 이를 정중히 거절했다. 누군가 대신 밥값을 내준 사실을 장애인 당사자가 알게 되면 자신을 동정했다고 느껴 속상할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점주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갈 힘을 빼앗는 일이라고 생각했다”는 취지의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대중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장애인을 특별한 배려나 동정의 대상으로 보지 않고 다른 손님과 동등하게 대했다는 점에서 점주의 판단에 공감하는 의견이 있는 반면, 선의를 베풀고자 했던 손님의 마음까지 점주가 대신 거절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반론도 제기됐다. 특히 장애인 당사자에게 직접 의사를 묻는 과정이 필요했다는 의견도 이어졌다.
 
이에 <함께걸음>이 진행한 16번째 이슈광장에서는 대중들에게 ‘장애인의 식사비를 대신 내주겠다는 손님, 여러분이 점주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설문 결과, 전체 응답자 가운데 ‘위 점주처럼 손님의 행동을 거절했을 것 같다’는 응답은 23.2%, ‘위 점주와는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 같다’는 응답은 76.8%로 집계됐다. 응답자 10명 중 약 8명이 점주와는 또 다른 대응 방식을 택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어설픈 동정은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 점주의 거절에 공감 23.2%
 
점주처럼 식사비 대납을 거절했을 것이라고 답한 응답자들은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 따른 행동이 당사자에게 오히려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장애아이엄마 님은 자신을 장애 아이를 기르는 엄마라고 소개하며 “단지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동정받을 이유는 없다”고 말했다. 특히 군인의 식사비를 대신 계산해 주는 대부분 사례와 이번 사안은 다르게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임산부를 엄마 같은 마음으로 밥 사주고, 아들 같아서 군인들 밥을 계산해 주는 것은 불쌍해서 사주는 것이 아닐 것”이라며 “이번 사안은 시각장애인에게 물어보지도 않고 손을 덥석 잡는 것과 비슷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어설픈 동정이 장애가 있는 사람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될 수 있으므로 조심해야 한다”며 “어설픈 배려는 하지 않는 게 낫다”고 밝혔다.
 
늘품 님 역시 장애 여부와 관계없이 동정의 마음에서 비롯된 돈은 당사자를 불편하게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당사자가 그 돈을 감사한 마음으로 받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곧 바람직한 관계라고 보기는 어렵다”며 “그 관계는 ‘동등한 손님과 손님’의 관계가 아니라 ‘돕는 사람과 도움받는 사람’의 관계로 규정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장애인이 식당에서 식사할 경제적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고 전제하거나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안타까움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은 무의식적인 차별로 이어질 수 있다”며 점주의 선택을 “장애인 남매를 다른 손님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존중하려는 선택”이라고 평가했다.
 
식사비를 대신 내주려 했던 그 손님의 선의를 인정하면서도 그 마음의 출발점을 돌아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늘품 님은 “누군가를 돕고 싶고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따뜻한 마음이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장애인 남매라면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안타까운 상황일 것이다’라는 동정에서 출발했다면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이 아닌 도움이 필요한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혜적인 시선이 담겨 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임효진 님도 식사비를 대신 내주려 한 손님과 이를 거절한 점주 모두 “많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둘 중 한 사람의 판단에 손을 들어야 한다면 점주를 택하겠다고 답했다. 그는 “모르는 사람이 자신들의 밥값을 내주었다는 것을 마냥 기분 좋게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며 “장애인은 배려는 받아야 하지만 동정의 대상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참깨스틱 님은 호의를 베푸는 행위에도 상대를 동등한 존재로 대하는 태도가 전제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호의를 베푸는 행위에 감사라는 자기낮춤이 없다면 그건 우월감에서 오는 시혜적 행동이라고 생각한다”며 “후배에게 밥을 사주는 것처럼 관계적 맥락이 있는 경우도 아니었던 만큼 점주의 대처가 옳았다고 본다”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에 대해 ‘나보다 못한 사람', ‘불쌍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여전히 사회에 남아 있다”며 “이번 일을 계기로 장애인을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이가 한참 많은 지적장애인에게 어린아이 대하듯 말하는 모습을 보고 당황했던 적이 있다”며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대하는 사회적 인식의 변화를 강조했다.
 
한편 점주의 거절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사자의 동의를 구했다면 식사비를 받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김종호 님은 “점주처럼 행동하되 사전에 장애인 당사자에게 양해를 구한 뒤 동의를 받아 식비를 받았을 것”이라며 “‘지금 저 신사분께서 식비를 내려고 하시는데 받아도 되겠느냐’고 물은 뒤 그 반응에 따라 결정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려를 받을 사람이 결정할 일” 다른 대응 택하겠다 76.8%
 
반면 응답자의 76.8%는 점주와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다수가 식사비 대납 자체에 무조건 찬성한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댓글에서 가장 반복적으로 등장한 단어는 ‘당사자’와 ‘의사’였다.
 
나난 님은 “배려를 받는 사람이 결정할 일”이라며 “점주가 뭔데 거절하느냐 마느냐. 해당 손님에게 여쭤보고 결정한다”고 답했다.
 
김치훈 님 역시 “식사비 거절이라는 의사결정의 주체는 점주가 아니라 장애인 당사자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점주 행동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먼저 당사자에게 물어보고 당사자의 의사에 따르는 것이 더 바람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점주가 장애인을 동정과 시혜의 대상으로 바라보는 시선에 문제를 제기하고자 했다는 점에는 공감하면서도, 결과적으로 점주 역시 장애인의 생각을 짐작해 대신 결정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도란 님은 “장애인 손님에게 밥값을 대신 내주는 행동은 시혜적인 마음일 가능성이 높고 그것은 궁극적으로 평등과는 거리가 멀다고 생각한다”며 점주의 우려가 타당하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그는 “그 밥값을 대신 내주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 이의 마음과 스토리를 우리가 어떻게 다 헤아릴 수 있나”라며 “그것을 당사자인 장애인 손님이 거절하고 싶지 않았다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었다.
 
이어 “거절을 해도 당사자가 거절하고 의견을 직접 전달했으면 좋았을 것”이라며 “점주가 중간에서 소통을 끊고 서로의 마음을 짐작해서 거절한 것은 아쉽다”고 밝혔다.
 
고로케 님도 “여기에는 결국 장애인 남매의 마음이 빠져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장애인 남매 몰래 식사비를 내주려던 손님도, 동정이나 시혜로 느껴질 것을 우려해 거절한 점주도 사실 당사자의 의사는 묻지 않았다”며 “식사비를 대신 내주려는 이유와 함께 이를 받을 것인지 남매에게 의사를 묻는 것이 최선이 아닐까 싶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중증장애가 있는 아버지를 두고 있고 좋은 마음으로 한 일이라고 해도 ‘저희 아버지도 장애를 가지고 있어서 식사비를 대신 내주려고 한다’는 것이 마냥 기분 좋게 받을 수 있는 호의는 아닌 것 같다”며 결과적으로 자신이라면 거절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즉, ‘다른 방식으로 대응했을 것’이라고 답한 사람들 가운데서도 실제 식사비 대납을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거절할 것인가, 받을 것인가’보다 ‘누가 결정해야 하는가’를 문제 삼은 것이다.
 
여름 님은 “장애인이라고 해서 모두가 경제적으로 어렵거나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아니며 이는 비장애인 역시 마찬가지”라면서 “일방적인 도움이나 거절보다는 먼저 당사자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혹시 이런 도움이 필요하신지’, ‘부담스럽지 않으신지’를 묻고 실제로 도움이 필요하다고 할 때에만 지원하는 것이 상대를 배려하면서도 주체성을 지켜주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생각 님도 점주의 행동이 장애인에 대한 편견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을 수 있지만 “그냥 자기의 신념을 관철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말 장애인을 생각했다면 선의를 베푸려는 사람에게 감사의 인사와 함께 ‘장애인 손님께서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제가 여쭤보고 결제해도 될까요?’라고 물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올 님은 군인 식사비를 대신 계산해 주는 사례를 언급하며 타인을 위해 자신의 돈을 선뜻 내는 행위 자체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볼 필요는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매에게 옆 테이블 손님이 식사비를 대신 결제해 주려 한다고 알려드리고, 감사 인사를 하거나 부담스럽다면 직접 거절할 수 있도록 선택하게 하는 것이 더 적절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사자에게 직접 의사를 묻는 것 외에 또 다른 방법도 제안됐다. 다른방식 님은 장애인 남매가 결제하려 할 때 “두 명의 식사 지원금이 적립돼 있는 상황인데 도움을 받을지 의사를 물어보고, 도움이 필요 없다고 하면 다른 장애인이 왔을 때 같은 방식으로 사용하겠다”고 설명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그림 님 역시 “손님에게 미리 알려주고 장애인이 고맙다고 하면 다른 분이 내도 된다”며 당사자의 의사를 먼저 확인해야 한다고 답했다.
 
선의인가 동정인가, 그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
 
이번 설문 결과만 놓고 보면 점주의 대응에 반대하는 의견이 76.8%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그러나 댓글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번 논쟁은 단순히 ‘장애인의 밥값을 대신 내줘도 되는가’를 두고 찬반이 갈린 것은 아니었다.
 
점주의 대응에 공감한 사람도, 다른 방식을 택하겠다고 답한 사람도 장애인을 무조건 불쌍하거나 도움이 필요한 존재로 바라보는 시선에는 대부분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경제적으로 어려울 것이라 짐작하거나, 당연히 도움을 필요로 할 것이라고 전제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도 의견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차이는 그 다음이었다. 누군가는 장애를 이유로 한 호의 자체가 동정과 시혜로 받아들여져 당사자에게 상처가 될 가능성이 있다면 애초에 이를 차단하는 것이 낫다고 보았다. 반면 다수의 응답자는 호의의 의도를 점주가 대신 판단하고, 장애인 당사자가 느낄 감정까지 미리 짐작해 결정을 내려서는 안 된다고 보았다.
 
특히 이번 이슈광장 댓글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당사자에게 물어봤어야 한다’는 의견이 반복적으로 등장했다는 점이다.
 
식비를 대신 내주려 한 손님은 장애인 당사자가 호의를 기쁘게 받아들일 것이라고 짐작했다. 점주는 반대로 장애인 남매가 이를 동정으로 느껴 속상해할 것이라고 짐작했다. 두 사람의 판단은 정반대였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정작 장애인 당사자에게는 그 대납이나 그것을 거절한 점주의 의도와 마음을 설명하거나 묻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어떻게 물을 것인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장애인이 기분 나쁠 수 있으니 호의를 차단하는 것만이 답일까. 점주가 누군가 좋은 마음으로 식사를 대접하고 싶어 한다는 사실을 기분 좋게 전하고, 이를 받을 것인지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돈을 내는 사람도, 마음을 전하는 사람도, 얻어먹는 사람도 함께 웃을 수 있는 방식은 없었을까.
 
장애인을 둘러싼 많은 논쟁에서 우리는 종종 ‘장애인을 위해 무엇이 더 좋은가’를 고민한다. 도움이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해 먼저 손을 내밀기도 하고, 반대로 동정으로 느낄까 봐 도움을 주지 않기도 한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정작 당사자의 의사와 결정을 묻는 가장 단순한 과정이 빠지는 경우도 있다.
 
장애 인권 운동에 오랫동안 선언한 문장이 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 우리 없이 우리에 대해 결정하지 말라는 뜻이다. 유엔 장애인권리협약을 관통하는 핵심 정신이기도 한 이 문장은 거대한 정책이나 법을 만드는 자리만 적용되는 원칙은 아닐 것이다.
 
식당에서 밥 한 끼의 값을 누가 계산할 것인지 결정하는 아주 사소한 일상 순간에도 마찬가지다. 장애인에게 도움을 주는 것도, 장애인을 동정으로부터 보호하겠다며 그 도움을 거절하는 것도 당사자의 의사가 빠진다면 결국 누군가가 장애인을 대신해 내린 결정이 될 수 있다.
 
물론 누군가의 선의를 받을 것인지 매번 공개적으로 묻는 행위 자체가 장애인에게 부담이 되기도 하고 다소 작위적일 수도 있다. 또 장애만을 이유로 그 특정인을 호의의 대상으로 선택했다면 그 마음의 출발점에 어떤 인식이 자리하고 있는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 그렇기에 단순히 ‘물어보면 된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상대를 불편하게 하지 않으면서도 선택할 수 있도록 어떤 말과 방식으로 물을 것 인지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그럼에도 이번 설문에서 대중들이 보여준 응답은 분명하다. ‘장애인을 어떻게 배려해야 하는가’를 비장애인끼리, 당사자가 아닌 사람들끼리 고민하고 대신 결론 내리는 것보다, 먼저 장애인 당사자에게 묻고 주체적으로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의를 베풀려는 손님도, 동정과 시혜로부터 장애인 손님을 보호하려 한 점주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를 위한 판단이라면 그 판단의 과정에 ‘누군가’의 목소리가 소외되어 빠져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Nothing About Us Without Us.”어쩌면 이 거대한 장애인권의 원칙은 아주 단순한 질문과 몸에 익힌 태도에서 시작되는 것인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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