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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 탈시설에 대한 오해와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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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꽃이슈 - 탈시설에 대한 오해와 이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혹자는 장애인거주시설을 준사법적 공간이라고도 한다. 자유로운 외출이나 사생활 그리고 사회적 관계가 일정 부분 통제되고, 개인의 자유권이 없으며, 지역사회에서의 일상적인 돌봄이 아니라는 점을 들고 있다.

1999년 미국 연방 대법원은 장애계에 역사적인 판결을 내린다. 시설에 살고 있는 13살 두 소녀의 나가고 싶다고 요청을 시설이 반대하자 이에 대해 대법원은 명백히 장애인법(ADA)에 위반이라고 판결함으로써 정신적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권리를 천명하였다. 옴스테드(Olmsted) 판결은 탈시설과 자립을 위한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한 역사적인 판결로 평가되고 있으며, 지역사회에 기반한 서비스를 강조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었다. 우리 사회에서도 이와 같은 엄청난 반향과 각성을 가져올 감동적인 판결을 기대할 수 있을까?

서울시는 탈시설을 정책의 화두로 삼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시도들을 모색해왔다. 2009년 거주시설 장애인의 탈시설에 대한 요청이 있었던 이후 2013년 5개년 계획을 마련하였으며, 2017년까지 장애인 600명의 탈시설을 추진하는 등 비교적 선도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그러나 서울시의 야심찬 탈시설 5개년계획은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운영하는 체험홈 및 그룹홈의 인원을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 오히려 장애인거주시설의 예산이 증액되어 장애인복지 예산의 52.1%를 차지한다는 점, 거주시설에의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서울시가 적극적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점 등과 관련하여 지속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서울시가 기획한 탈시설 목적과 실제 간 괴리는 무엇 때문일까? 아마도 쟁점의 본질은 탈시설에 대한 인식과 이해에서 비롯되었다고 보여진다. 그렇다면 우리는 탈시설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건가?

환경은 인간의 이해와 인식을 지배한다. 정상화 원칙과 장애인의 사회적 역할가치화를 전파한 울펜스버거는 건축물과 환경을 통해 그 시대의 인식수준을 알 수 있다고 역설하였다. 사람들은 시설의 외관, 위치, 운영방식 등 환경적 요소를 통해 장애인을 비장애인 그리고 지역사회와 분리시키기도 하고 통합시키기도 한다는 것이다. 울펜스버거는 분리된, 구조화된 거주시설이 유지되는 장애인의 지역사회 통합은 한계를 가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하였다.

탈시설은 단순히 대규모 시설을 폐쇄하는 것, 대규모시설을 소규모시설로 대체하는 것, 지역사회에서 고립된 공동체를 탈피하거나 대체하는 것 이상의 가치이다. 탈시설의 주요한 원칙과 가치는 존엄성 존중, 평등 다양성, 인권의 정의, 자기결정과 상호 책임, 통합과 도덕적 용기 등을 들 수 있다. 탈시설의 개념에는 단순히 장애인의 생활공간이 시설을 벗어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포괄적인 지역사회 지원서비스를 마련해야 하고. 장애인의 삶에서의 다양한 선택권을 할 수 있고, 그러한 선택에 입각한 삶이 일상에서 유지되도록 하는 것까지 포함되어야 한다.

탈시설은 세 가지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 개인적 차원에서는 시설에서의 생활이 지역사회에 참여하는 삶으로 변화한다. 조직적 차원에서는 시설에 기반한 서비스가 아닌 지역사회에 기반한 복지서비스로 변화되고 다양한 대안들이 개발된다. 문화적 차원에서는 관점의 변화가 발생하는데, 능력에 대한 이해는 차치하고 장애인을 동등한 시민으로 인식하는 관점이 지배적이게 된다(Ericsson, 2001). 장애인의 자립이 가장 기본적 권리임을 선포하였으며 장애인인권개선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옴스테드 판결도 미국 장애인의 시민권 확보와 완전한 사회참여에 목적을 두었다. 지역사회에서의 삶과 사회참여와 통합은 장애인이 아닌 시민으로 인식할 때 실현될 수 있다. 따라서 시민의 관점을 발전시키려면 먼저 시설에 기반한 서비스와 장애인의 능력에 기초한 정형화된 관점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이러한 태도를 사회적 차원으로 유도하기 위해서는 물리적 세팅의 변화도 필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태도변화이다. 이 과업은 우리가 “마음에서 시설 폐쇄”를 목표로 할 때 기대할 수 있다.

탈시설을 지향하는 실천 과정에서 다음의 요건이 충족되어야 한다.

* 어디서 누구랑 살지를 결정하는 권리

* 서비스나 프로그램은 선택과 결정을 장애인의 권리로 존중하는 실천가가 주도해야 함

* 개인의 욕구에 부합한 예산지원을 통해 통제되고 개별화된 생활공간을 관리할 수 있는 권리

* 지역사회로의 완전한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장애와 관련한 지원

* 필요하다면 친구, 가족, 옹호인으로부터 의사결정을 지원받을 수 있어야 함

* 서비스와 주거는 모두 장애인의 욕구에 부합하고 서비스 질도 높아야 함. 변화하는 욕구나 노화 대응할 수 있어야 하며 신체적 그리고 사회적으로 통합되고 접근이 가능해야 함

 

미국 성과분석센터의 제임스 콘로이박사는 2015년 장애인정책국제포럼에서 시설에 거주하는 발달장애인에게 필요한 것은 작은 집과 소소한 일상이라고 강조하였다. 현재 미국은 24시간 집중적인 의료적 간호나 지원이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모두 지역사회에서 살아가고 있다. 제임스박사는 미국 발달장애인의 탈시설을 설명하면서 시설을 개선시키는 노력만으로는 결실을 얻기 어려우므로 해답은 결국 탈시설이라고 강조하였다. 그러나 사회적 지원과 지역사회 서비스 인프라가 구축되지 못한다면 몸만 시설에서 빠져나오는 탈시설이란 장애인에게 의미도 없고 불필요하다. 피상적인 탈시설은 오히려 사회적인 학대를 조장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에서 무가치한 담론이 될지도 모른다. 탈시설이 유행처럼 언급되는 이 시점에 탈시설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기본 개념과 원칙을 제대로 살펴봐야 할 것이다.

자립을 갈망하고 자유를 꿈꾸는 장애인에게 좋은 시설이란.... 없다.

 

- 함께 걸음_ 20160307

- Kent Ericsson, 2000. Deinstitutionalization and community living for persons with intellectual disability in sweden : policy, organization change and personal consequences. Presentation, Disability Conference Tokyo.

- Nova Scotia Association for Community Living. 2010. POSITION PAPER ON DEINSTITUTIONALIZATION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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