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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기획이슈] 장차법 시행 10년, 새로운 다음 10년의 준비

본문

장차법 시행 10년, 새로운 다음 10년의 준비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1. 들어가며

 

이번 달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이 제정된지 정확히 10주년이 되었다. 장애계의 염원을 담아 제정된 법률인 만큼 많은 기대가 담겨 있었고, 법률의 시행과 함께 장애인 차별에 대한 관심과 조치도 많아졌다. 하지만 가장 최근 조사인 2014년 장애인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우리 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하는 응답자가 72.6%로 장애인의 동등한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를 위해 나아가야 할 길이 많이 남아 있음을 시사한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D&I(이하 D&I)는 이번 4월부터 첫 번째 장기 정책주제였던 ‘장애노인’ 시리즈를 마치고, 두 번째 장기 정책 주제로 시행 10주년을 맞이한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 구제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 방향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2. 장차법 시행 10년, 그 간의 변화와 한계

 

1) 장차법 제정의 사회적 의의

 

2007년 4월 10일, 장애계의 오랜 노력 끝에 장차법이 제정되었다. 장차법의 제정은 법에 담긴 내용 뿐 아니라 제정 과정에서도 장애계의 화합‧단결된 활동과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협력 등 우리사회 인권의 새로운 흐름으로 역사를 선도했다는 자긍심을 가지게 했다. 또한 제정 당시 국제적으로도 장애인차별 금지를 위한 독립된 법률을 가지고 있는 몇 안 되는 나라로 국가의 위상을 높이기도 했다.

장차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직접차별과 간접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광고에 의한 차별 등 4개 유형으로 구분하여 개념을 정립하였고, ‘고용’과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 성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의 6대 영역에서 차별을 금지하도록 명시하였다. 또한 ‘장애여성, 장애아동, 정신적 장애인’에 대한 차별금지를 별도로 강조하고, 차별시정과 권리 구제를 위한 기구와 절차의 규정, 차별의 입증 책임 배분과 악의적‧반복적 차별에 대한 적극적 처벌을 법제화하였다는 점에서 긍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2) 장차법 제정의 효과와 실효

장차법이 제정된 이후 차별시정을 담당한 국가인권위원회에는 장애차별에 대한 진정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졌다. 장차법이 시행되기 전 국가인권위원회에 접수된 장애인차별 진정사건의 비중은 전체 진정사건의 15.3%에 불과했는데, 장차법이 본격 시행된 2008년부터 2016년 말까지 8년간 장애인차별 진정사건 비중은 53.9%까지 늘어나, 전체 진정 중 절반을 넘어섰다. 그만큼 장차법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구분

차별사유

타 사유

장애

총계

2001.11~

2016.12

진정건수

23,407건

12,440건

10,967건

비율(%)

100%

53.1%

46.9%

장차법

시행 이전

2001.11~

2008.4

진정건수

4,269건

3,616건

653건

비율(%)

100%

84.7%

15.3%

장차법

시행 이후

2008.4~

2016.12

진정건수

19,138건

8,824건

10,314건

비율(%)

100%

46.1%

53.9%

 

하지만 장애계의 기대에 비해 장차법이 발휘한 실효는 매우 부족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2015 인권통계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처리된 총 9,021건의 장애차별 사건 중 91.6%에 달하는 8,259건의 사건은 각하, 기각 등 미인용되었고, 실질적으로 인용 처리된 장애차별 진정 사건은 9%에도 못 미치는 758건에 불과했다.

구분

합계

인용

미인용

조사

중지

소계

고발

수사

의뢰

징계

권고

권고

조정

합의

종결

소계

각하

이송

기각

조사

중지

누계

9,021건

(100%)

758건

(8.4%)

10

2

4

398

6

338

8,259건

(91.6%)

4,636

40

3,570

13

4

 

장차법의 실효성 부족은 보건복지부의 2014 장애인실태조사 결과에서도 확인된다. 응답자의 37.8%는 여전히 장애 때문에 본인이 차별을 받고 있다고 느끼고 있었고, 72.6%는 우리사회에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 존재한다고 생각했으며, 장차법을 알지 못한다는 응답자도 68.7%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장애유형별로는 지적장애, 정신장애, 안면장애, 자폐성장애 및 뇌병변장애인에 대한 차별 경험과 인식이 높은 것으로 나타나 장애 유형에 따른 구체적인 조치가 요구되고 있다.

 

 

3. 현행 장차법이 가진 한계 들춰보기

 

지난 10년 동안 장애계에서는 장차법이 가진 한계를 파악하고 개정 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논의들이 진행되어 왔다. 장애계에서 제기해왔던 장차법의 한계들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

가장 먼저 장차법이 규정하고 있는 기본적 개념인 장애와 장애인의 개념에 대해 논란이 지속되어 오고 있다.

현행 장차법은 차별행위의 사유가 되는 장애를 ‘신체적·정신적 손상 또는 기능상실이 장기간에 걸쳐 개인의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을 초래하는 상태’로 정의하고, 해당 사유의 장애가 있는 사람을 장애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정의는 장애인복지법에서 ‘신체적·정신적 장애로 오랫동안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서 상당한 제약을 받는 자’를 장애인으로 정의한 것의 연장선상에서 해석될 수 있다. 두 법은 동일하게 ‘일상생활이나 사회생활에 상당한 제약’이라는 상황을 장애 상태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견 사회적 모델의 관점에서 장애를 정의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실제 장애인복지법은 하위법령에서 의료적 기준에 입각한 장애판정 체계를 유지하고 있어 장애 상태를 개인 사유로 귀결시키는 개인모델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UN장애인권리협약(CRPD, Convention on the Rights of Persons with Disabilities, 이하 ’UN권리협약‘)’에서는 장애인을 ‘다양한 장벽과의 상호작용으로 인해 다른 사람과 동등한 완전하고 효과적인 사회참여를 저해하는 장기간의 신체적, 정신적, 지적, 감각적 손상을 가진 사람을 포함한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장차법은 장애를 ‘환경과의 상호작용’으로 규정한 UN권리협약과 비교할 때 여전히 개인모델의 관점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아울러 차별금지의 대상을 ‘장애’로 규정할 것인가 ‘장애인’으로 규정할 것인가에 대한 법리적 재검토도 필요하다. 현재의 장차법은 차별의 사유로 ‘일상 또는 사회생활에 제약이 초래되는 상태’인 ‘장애’를 규정하고 있는데, 이로 인해 법이 금지하고자 하는 ‘차별’의 개념과 법의 대상인 ‘장애인’을 설명하는 특성이 동일하게 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따라서 장차법 내에서 ‘장애’와 ‘장애인’을 동시에 규정하는 것과 차별금지의 대상인 ‘장애’를 현행과 같이 ‘사회적 차별상태’로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에 대한 충분한 재논의가 필요할 것이다.

 

2) 차별금지 영역과 대상의 포괄성 부족

장차법이 규정하고 있는 차별금지의 영역은 현재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와 서비스 및 참정권, 모‧부성권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의 6대 영역에서 ‘직접차별, 간접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겁, 광고에 의한 차별’의 4대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아울러 ‘장애여성, 장애아동, 정신적 장애인’에 대해 별도의 규정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앞서 장애인실태조사의 결과에서 밝혀진 바와 같이 우리 사회는 여전히 발달장애인을 비롯하여 유형의 장애인들에게 차별경험과 차별적 인식이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장차법의 내용을 세부적으로 살펴보아도 정당한 편의제공 등의 내용에는 지체장애 및 감각장애인 위주의 내용들만 언급되고 있고, 발달장애인 등에 대한 고려는 매우 부족한 실정이다. 반면 차별에 노출될 위험이 가장 높은 유형은 발달장애인으로 장차법이 보다 세부적으로 발달장애인 등 차별 위험이 높은 장애유형에 대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영역이나 행위와 관련하여서도 10여년 전 제정된 장차법이 최근 급격하게 변화되고 있는 시대상을 포괄적으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정보접근권의 개념이 법제정 이후 급속하게 발전한 모바일 기반의 기술 발전이나,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융복합적 기술 진보를 반영하지 못하여 자칫 장애인에 대한 정보격차 심화의 문제를 증폭시킬 우려가 지적되고 있다. 아울러 사회 전반의 문화‧여가활동의 확대에 발 맞춰 장애인의 문화, 여가, 예술, 관광, 체육 등의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차별금지 방안이 명시되어야 할 필요가 제기된다.

한편 장애여성에 대한 차별을 금지하는 법 제33조에서는 제2항과 제3항에서 ‘임신‧출산‧양육‧가사, 보육’ 등을 별도로 명시하고 있다. 이러한 내용 기술은 자칫 해당 활동이 남성장애인을 제외한 여성장애인에게만 귀속된 문제라는 이중적 차별의 인식으로 비쳐질 수 있어 검토와 보완이 요구된다.

 

3) 장차법의 강제성과 실효성 강화 필요

마지막으로 현행의 장차법에 대해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은 법의 구속력, 강제력이 약하고 전달체계가 가지고 있는 한계성으로 법률의 실효가 기대에 비해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몇 가지 한계들을 살펴보면 가장 먼저 법정 전달체계 기능을 수행하는 차별시정 기구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강제력 없는 ‘화해‧조정‧시정권고’의 기능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차별을 당한 장애인이 부담스러운 소송을 제기하지 않고,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전달체계라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장차법에 의한 수사권이나 시정명령과 같은 행정처분의 권한이 없기 때문에 위원회의 결정이 구속력을 가지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장애계가 기대하는 차별금지와 권리구제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법원은 보다 강한 강제력을 가진 시정명령이나 임시조치, 판결 등의 권한을 가지고 있지만 장애인의 입장에서 소송을 제기한다는 부담감이 있어 실제 활용은 쉽지 않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도 법 제정 초기부터 꾸준히 요구되었으나 반영되지 못한 사항이다.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통상적 손해배상 이외에도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을 적용하여 차별행위를 원천적으로 금지할 수 있는 행동유도를 시행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징벌적 손해배상의 개념이 적용되지 않고, 법적용을 통한 처벌 등도 보수적인 적용으로 법의 실효를 체감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또한 법에서 정의하고 있는 악의적 차별의 개념도 당초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 법 제49조에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 처분 대상이 되는 악의적 차별행위의 조건을 ‘고의성, 지속성 및 반복성, 보복성, 피해내용과 규모’의 4가지를 모두 고려하여 판단하도록 제한하고 있어 악의적 차별의 조건 충족이 어렵도록 되어 있다. 반면 선진국의 차별금지법은 4가지 요건 중 한 가지만 충족되더라도 처벌이 가능한 것으로 되어 있어 법령의 강화가 필요하다.

 

4. 새로운 10년을 위한 준비

 

장차법의 제정은 우리사회에 장애인 차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차별금지, 권리구제의 가능성을 높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장애계 전체와 시민사회진영의 연대활동으로 인권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의미 있는 사건이다. 하지만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려는 최초의 법 제정 취지를 생각한다면 실효성을 강화하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요구된다. 제기된 한계점 이 외에도 개선을 위해 필요한 다양한 사항들이 있는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D&I에서는 지속적인 논의와 정리를 통해 장차법의 개정방향을 모색하고 제안해 나갈 것이다.

 

* 장차법의 한계를 경험한 독자들의 다양한 건의와 의견개진을 부탁드립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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