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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기획이슈] 한국의 장애인평등법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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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애인평등법을 기대하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독일 장애인정책의 중요한 특징은 일반 법률이나 정책 안에서 장애인을 위한 규정들을 포함시켜 ‘통합’을 지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예로 독일 국민들의 사회적 권리를 총 12권으로 편찬한 「사회법전」을 들 수 있다. 그 중 제9권은 중증장애인의 사회참여와 권리에 관한 내용으로 일반 사회적 권리 법전 안에서 장애인의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 독일의 장애인차별금지정책도 이와 마찬가지로 장애인만을 위한 별도의 법률적 체계나 시스템을 만들어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일반적이고 포괄적인 차별금지정책 안에서 장애인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독일의 장애인차별금지에 대한 법률적인 역사적 변화는 1994년부터 시작한다. 독일헌법(Grundgesetz für die Bundesrepublik Deutschland) 제3조는 차별금지에 관한 조항으로 법 앞에서의 모든 인간의 평등(제1항), 남성과 여성의 평등(제2항), 성별, 출신, 인종, 언어, 국가, 종교와 믿음, 정치적 견해에 대한 차별 또는 우대 금지(제3항)를 기술하고 있다. 1994년 이 조항 중 제3항 문구 뒤에 “누구도 자신의 장애로 인해 불이익을 받지 아니한다”라는 문구를 삽입해 장애인의 평등권에 대해 국가적인 차원에서 선포하였다.

 

그 후 유럽연합에서 2000년에 제정된 일련의 지침들-예를 들면 업무와 직업에 서 동등처우 지침, 반인종차별지침, 남녀동등처우지침, 직장 외 영역의 동등처우지침 등-과 함께 장애인의 평등권을 구체화하는 법적 작업이 두 가지 법률에서 이루어졌다.

 

먼저 2002년에 장애인의 차별을 예방 및 제거하고 사회생활에 평등한 참여와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장애인평등법(Gesetz zur Gleichstellung von Menschen mit Behinderungen:BGG)’이 제정되었다. 이 법의 특징으로는 차별에 더욱 취약한 그룹인 장애여성과 장애아동의 권익보호와 차별금지에 대한 규정들의 강조와 일상생활의 다양한 영역에서 동등한 참여를 위해 장애물을 제거하고 접근의 강조를 들 수 있다. 이와 함께 이러한 차별금지는 공적 영역에서 우선적으로 실시하고 의무화할 것을 강조해 차별금지에 대한 노력이 국가 및 공적기관들로부터 선행돼야 함을 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다.

 

두 번째로 장애인차별금지에 중요한 법은 2006년에 제정된 ‘일반적평등대우법(Allgemeines Gleichbehandlungsgesetz)’이다. 이 법에서는 인종, 출신, 종교와 세계관, 연령, 장애 그리고 성적 정체성을 이유로 고용관계 영역뿐 아니라 사적영역의 거래에서의 차별금지를 목적으로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중요한 내용을 담고 있다. 첫째, 차별 상황이 발생할 경우 차별보호를 위한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다는 것을 입증할 책임이 고용주에게 있음을 밝히고 있다. 둘째, 차별행위가 허용되는 근거를 제시해 그 근거 하에 이루어진 상이한 대우는 차별금지 위반이 아님을 밝히고 있다. 셋째, 연방차별금지기구를 만들어 상담 및 정보 제공과 함께 모든 영방관청 및 기타 공적기관들이 연방차별금지기구에 지원할 의무에 대해 명시하고 있다.

 

이렇게 장애인차별에 관한 독일의 법체계는 헌법에서 선언적 명시와 함께 한쪽에서는 일반적 평등의 틀 안에서 다른 하나는 장애인 평등의 틀 안에서 차별금지 뿐 아니라 차별금지를 위한 지원을 보장하고 있다. 이러한 법 체계 안에서 우리나라의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차법’)과 비교한다면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장애인평등법에서 ‘장애인’에 대한 정의는 사회법전 제9권에서 규정된 장애인의 개념을 기본적으로 수용하면서 사회적 환경으로 인한 참여의 어려움을 강조하고 있다. 즉 “장애인이란 오랜 기간 동안 신체적, 정신적, 정서적 또는 감각적인 침해를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이러한 침해가 인식 또는 환경에 근거한 장애물과의 상호작용으로 사회의 권리의 동등한 참여가 저해될 수 있는 자‘로 정의하고 있다. 이것은 차별의 원인이 ’장애‘ 그 자체가 아니라 개인의 건강상황과 사회적 환경에서의 장애물이 결합한 것으로 보고 있어, 사회적 환경이 차별의 하나의 중요한 요인이 되고 있음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장차법에서 차별의 원인이 환경이 아닌 장애로만 인식하고 있는 것과는 뚜렷이 구분되고 있다.

 

둘째, 차별금지영역과 관련해 우리나라의 장차법과 독일의 ‘장애인평등법’은 서로 다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먼저 장차법에서는 차별행위로 ‘직접 차별, 간접 차별, 정당한 편의제공 거부, 광고에 의한 차별’을 포함하고 있으며 ‘고용, 교육, 재화와 용역의 제공 및 이용, 사법·행정절차 및 서비스와 참정권, 모·부성권, 성 등, 가족·가정·복지시설, 건강권 등’으로 구분하고 장애여성 및 장애아동에 대한 차별금지 조항들을 별도로 포함시켜 차별금지영역을 포괄적으로 기술하고 있다. 그러나 독일의 경우 장애인평등법에서 차별 유형을 직접적으로 규정하지 않고 ‘일반적평등대우법’에서 규정한 ‘직접 차별, 간접 차별, 괴롭힘, 성적 괴롭힘, 차별을 지시하거나 부추기는 행위’를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 그리고 차별금지영역과 관련해 ‘무장애물(Barrierefreiheit)’ 이 중요한 개념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즉 무장애물이란 ‘건축과 기타 시설, 교통수단, 공학적 이용물, 정보처리 시스템, 음향 및 시각적 정보물과 의사소통 시설 및 기타 삶의 영역들에서 특별한 장벽이 없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접근하거나 이용할 수 있는 상태’라고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은 우리나라 장차법에서의 ‘정당한 편의제공’에 상응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차이점을 내포하고 있다. 즉 독일의 장애인평등법에서는 차별에 대한 개념을 기회평등의 부족이나 불이익 대우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상태-장애인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지 못하게 하는 상태-를 차별이라고 바라보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일상생활에서 사회참여와 자기결정 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인 장애인의 이동권과 의사소통 및 정보접근권을 차별금지영역의 가장 근본적인 영역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장차법의 ‘정당한 편의제공’ 개념 안에는 장애인의 자기결정에 관한 내용을 담아내지 못 하고 있다.

 

셋째, 장애인평등법에서는 무엇보다도 공공기관의 차별행위 금지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분명하게 강조하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 장차법 제8조에서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로서 ‘장애인 차별 방지와 권리 구제할 책임, 장애인 차별 시정을 위한 적극적인 조치, 정당한 편의 제공을 위한 기술적·행정적·재정적 지원’이라고 포괄적이고 불분명하게 명시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부분이다. 왜냐하면 공권력에 의한 차별이나 제도적 권력에 의한 차별의 영향력이 더욱 부정적이고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독일의 연방장애인평등법 뿐 아니라 주장애인평등법에서 차별예방이나 구제조치에 대한 의무보다는 무엇보다도 중앙정부와 주정부 그리고 모든 공공기관의 장애인에 대한 직·간접적인 차별행위 금지를 더욱 강조하고 있다. 그것을 통해 장애인의 삶에 많은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제도적이고 공적인 폭력을 예방하고 더 나아가 장애인평등을 실현할 수 있도록 기여하고 있다.

 

넷째, 독일의 장애인평등법은 장애인평등에 관한 가장 기본적인 내용들을 규정해 기본적인 틀을 제공하고, 장애인 평등을 실현하기 위해 필요한 실천사항이나 요구사항들은 관련 해당 법률을 삽입하고 개정하는 형태로 구체화되고 있다. 예를 들면 고용에서의 장애인 차별금지는 일반 노동법과 사회법전 제9권에서의 조항들 안에서 담아내고 있다. 이것은 장애인평등법의 조항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실제적인 삶과 연관을 가지는 개별법들이 장애인평등을 얼마나 실천하고 있는지를 검토하고 분석해 그러한 법들을 개정하고 수정하는 작업을 통해 장애인 평등을 실현해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노력과 함께 연방장애인평등법을 바탕으로 주 실정에 맞게 각 주 및 지방의 성격에 맞는 「주(州)장애인평등법」(Landes-Behindertengleichstellungsgesetz)’을 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렇게 연방 및 지방정부의 움직임은 장애인평등의 실현이 무엇보다도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의 의무와 노력에 달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다섯째, 독일에서는 차별행위에 대한 실질적인 권리구제는 연방법원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것은 우리나라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별도의 차별시정기구를 두지 않고 법적 과정을 통해 실질적인 구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장애인평등법에서는 ‘대리소송과 단체소송’을 적극적으로 옹호하고 있다. 즉 일정한 요건을 갖춘 관련 단체가 혼자 행정 및 소송절차를 감당하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차별행위로 인한 집단피해와 집단분쟁의 경우 법적구제절차 및 소송에 참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와 함께 행정기관에 의한 차별의 경우 정당이나 행정기관에 독립적인 기구인 ‘조정기관’의 설치해 차별구제를 담당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행정기관의 차별시정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사회법원 또는 노동법원 등의 특수법원을 통해 차별구제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이렇게 독일에서는 대리소송과 단체소송을 인정하고 공적 영역에서의 차별로 인한 권리구제를 위한 과정에 관해 규정하고 있는 점은 우리나라의 장차법에서 공적기관에 의한 차별에 대해 제한적인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는 국가인권위원회의 위치와는 또 다른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장차법이 제정된지 10여년이 지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왜 우리는 ‘장애인차별금지법’이란 명칭으로 제정했는데 독일은 왜 ‘장애인평등법’으로 제정했는지 궁금해진다.‘차별금지’과 ‘평등’의 개념에는 언뜻 별 차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래서 흔히 사람들은 이 두 단어를 같이 혼용해 사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이 두 단어에는 분명한 차이가 존재한다. 즉 단순히 ‘차별금지 돼 있는 상태’가 곧 평등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왜냐하면 장차법에서 중요한 개념으로 보는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였다 하더라도 장애인이 자기결정하에 사회참여에 사용할 수 없다면 그것은 곧 차별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당한 편의 제공’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차별금지돼 있다’라고 단순하게 환산하는 사고방식 안에는 장애인에 대한 주체적인 관점이 빠져 있다. 결국 장차법은 무엇이 차별인지와 차별에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를 분명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것이 장애인의 평등을 보장하기 위한 적극적인 권리를 옹호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의미에서 우리나라의 차별금지법은 소극적인 법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독일의 장애인평등법에서는 평등이란 타인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자기결정과 사회참여를 할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바라보고 있으며 그 환경의 구성을 위해 국가 및 사회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할 내용들을 모든 법 체계 안에서 강력히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장차법과는 다른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의 장차법의 내용이 장애인은 동등한 권리와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것만을 이야기하는 수준에서 단순히 차별을 방지하고 국가 또는 개인이 하지 않아야 할 행동들을 기술하는 소극적인 수준의 권리보장으로만 끝나서는 안 된다. 정말로 장차법이 효율성 있는 법안이 되기 위해서는 ‘차별’이 아닌 ‘평등’의 관점에서 장애인의 동등한 삶의 권리 보장을 위해 국가와 사회가 해야 할 노력과 의무들에 대한 조항들이 담긴 적극적인 권리보장법이 돼야 한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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