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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기획이슈]가장 종합적이고 포괄적이며 강력하다는 ADA, 사실인가 과장인가?

본문

가장 종합적이고 포괄적이며 강력하다는 ADA, 사실인가 과장인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장애인법 구성과 제정·개정 의미

미국의 연방법은 분야에 따라 세분화돼 있으며 title과 chapter로 구분된다. 장애인법은 TITLE 42 - THE PUBLIC HEALTH AND WELFARE의 하위 범주인 CHAPTER 126 - EQUAL OPPORTUNITY FOR INDIVIDUALS WITH DISABILITIES에 포함된 제반 법률들을 의미한다. Chapter 126은 preface(목적, 장애 정의 등)과 4개의 Subchapter로 구성돼 있다. 4개의 장은 1장 고용, 2장 공공서비스(공교육, 고용, 교통, 여가, 보건/사회서비스, 법률, 선거참여 등 모든 서비스 프로그램), 3장 민간이 운영하는 대중시설 및 서비스(식당, 매장, 호텔, 영화관, 사립학교, 병원, 공원, 운동장 등) 4장 기타(장애인법과 연방재활법 관계 등)이다. 여기에 청각, 시각장애인의 전화와 방송 접근성을 규정한 TITLE 47 - TELEGRAPHS, TELEPHONES, AND RADIOTELEGRAPHS의 CHAPTER 5 - WIRE OR RADIO COMMUNICATION) 까지를 포함해 장애인법(ADA)으로 통칭한다.

미국 장애인법은 장애인에 대한 차별을 제거하기 위해 마련된 최초의 종합적· 포괄적 입법으로 알려졌으며 제정과정에서 상당한 관심을 모았다. 이는 미국사회의 특성과 무관하지 않는데 자유주의 전통과 개인적 책임을 강조하는 국가와 사회의 역할을 두고 공방이 많았다. 가장 큰 저항은 법률제정이 기업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어 경영상 판단을 저해하고 생산성과 경쟁력을 약화시킬 것이라는 기업 측의 주장이며, 이는 장애인법의 보호대상을 대폭 축소시키는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0년 7월 26일 서명된 장애인법에 대해 장애운동가들도 “장애인 해방 선언”이라고 평가하면서 환영했다.

장애인법은 1964년 시민권법(Civil Rights Act)의 틀을 장애영역에 확장시켜 구체화한 것이다. 장애인법 이전에 장애인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대표적인 연방법률은 1973년에 제정된 재활법이다. 재활법에서는 연방정부와 관련된 모든 기관에 대해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있으며, 이 법에서 언급된 정당한 편의제공은 그대로 장애인법에 반영됐다. 1990년 장애인법이 제정된 이후 2008년 처음으로 개정됐으며, 현재까지 일부 내용에 대해 부분적 보완이 이루어지고 있다.

장애인법의 개정은 제정 못지 않게 많은 주목을 받았다. 장애인법상의 장애 개념이 매우 추상적이라 해석하고 적용하는데 어려움이 많다는 문제는 이전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그러다가 United Airlines(1999)(안경착용과 약물로 손상이 완화된 장애인은 ADA 보호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석)과 Toyota Motor(2002)(일상활동을 제한하는 수준인 실질적으로나 주요한의 범위를 매우 엄격하게 해석) 의 판결 결과는 장애인법의 개정에 주요한 배경이 됐다. 사실 이전부터 보수적 성향의 연방대법원은 사기업의 판단을 존중하고 기업활동의 자유를 제한하지 않는 법리해석을 한다는 점, 그 결과 장애 개념을 매우 좁게 이해하고, 입법 취지와 다르게 해석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입법 목적을 훼손했다는 비난이 계속돼왔다. 연방의회는 이러한 비판을 수용해 2008년 개정된 the 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 Amendment Act of 2008(ADA-AA, 2008)을 통과시켰다. 장애인법의 개정은 연방의회가 입법의도를 무시하는 연방대법원의 판결에 제동을 걸었을 뿐만 아니라 장애 개념을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 개정 장애인법은 서문에 “차별금지를 위한 명확하고 포괄적인 국가의 의무, 차별에 대응한 명확하고 강한, 일관되고, 시행 가능한 기준”의 실행을 목적으로 분명히 밝히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이 우리 장차법에 시사하는 바는 다음과 같다.

 

한국장차법에의 함의와 한계

첫째, 장애 개념과 의미의 범위이다.

미국 장애인법의 가장 큰 특징은 장애 개념을 폭넓게 해석한다는 것이다. 개정된 장애인법은 장애 개념을 ‘한 개인의 주요 삶의 활동의 하나 또는 그 이상을 상당히 제약하는 신체적 또는 정신적 손상 ; 그러한 손상의 기록 ; 그러한 손상이 있다고 여겨지는 경우’로 정의하고 있다. 따라서 장애인 차별에는 현재의 장애뿐만 아니라 과거에 장애가 있었다는 것으로 인한 차별, 장애를 가진 것으로 잘못 인식돼 받게 된 차별까지 포함된다.

개정 장애인법은 연방법원이 장애 개념을 축소, 해석하지 못하도록 몇 가지 규정을 상세하게 추가했으며, 주요한 삶의 활동들(Major Life Activities), 주요 신체기능(Major bodily functions), 상당한 제한(substantially limits) 등의 개념을 포함시켰다. 예를 들면 주요한 삶의 활동을 상당히 제약하는 손상이 장애로 인정받기 위해 논의된 영역 외에 다른 영역의 삶의 활동까지 제약할 필요는 없으며, 보조장치, 보조지원, 편의제공, 의학적 요법 등의 경감조치는 장애 여부를 판단할 때 고려되지 않아야 한다. 또한 6개월 이하의 일시적인 손상이 아니라면 가끔 발생하거나 차도가 있는 손상이더라도 일상에서 물건을 들어 올리는 것과 몸을 구부리는 것을 제한한다면 장애로 인정된다. 이처럼 개정 장애인법은 장애 개념을 폭넓게 포함시켜 해석할 것을 강조했는데, 장애 개념을 포괄적으로 명시하는 것은 장애차별을 예방하기 위해 기본적인 조치이자 구체화된 노력이라 하겠다.

둘째, 장애인 차별여부를 담당할 시정기구의 다양화이다.

장애인차별과 관련해 가장 논란이 많은 것의 하나는 차별시정기구에 관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차별시정기구를 국가인권위원회로 일원화하고 이 권고가 묵살될 경우 법무부 장관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이원화됐으나 실효성은 지극히 낮다. 미국은 각 분야별로 별도의 독립된 시정기구를 둠으로써 차별을 비교적 엄격하게 제어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미국 장애인법에 따르면 권리구제 기구를 별도로 마련되지 않고 영역별로 기존의 기구가 담당해 수행한다. 고용영역은 고용기회평등위원회(Equality Employment Opportunity Commission:EEOC)이며 현재 EEOC는 50개 주에 모두 설치돼 손쉽게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교육은 시민권국과 특수교육재활서비스국이 연계해 감독하며, 교통은 교통부가, 주거는 주거도시개발부가 지원하고 있다. 정보통신은 연방정보통신위원회, 공공시설의 차별은 법무부, 투표권은 법무부 내 투표국에서 담당하고 있다. 장애차별의 시정기구를 일원화 시키지 않고 주요 영역별로 기존의 기구들이 담당하게 한 것은 전문성과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로 이해된다.

셋째,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미국 장애인법의 위반행위와 관련해 피해자는 위반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특히 고용주가 의도적으로 장애인을 차별하는 것이 입증된다면 금전적 손해배상과 징벌적 손해배상이 모두 가능하다. 징벌적 손해배상(punitive damages)은 민사적인 손해배상제도로, 일반적인 보상적 손해배상제도에 추가적으로 인정되는 특별한 유형이다. 그러나 징벌적 손해배상은 항상 인정되는 것이 아니라 가해자가 고의적으로(intentionally) 악의적으로(maliciously) 매우 심각한(grossly reckless) 행위 등을 한 경우에 해당되며, 배상액 기준은 각 주에 따라 상이하다. 우리나라도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제정될 당시 법의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 권리구제 수단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의 도입이 주장됐으나 기존의 법체계를 바꾸는 것이라는 이유로 무산된 바 있다. 미국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이 도입은 보상액에 대한 목적보다도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과 향후 재발을 억제하려는 목적이 가장 크다.

 

장애인법 평가

미국 장애인법의 위상과 달리 효과성에 대한 평가는 상반되고 있다. 고용은 가장 민감하고 논란이 많은 영역인데 실제 고용에서는 장애인을 비장애인과 같게 또는 다르게 처우할 것을 요구한다. 미국 장애인법은 차별행위에 대해 차별금지조치를 취할 수 있는 ‘자격을 갖춘 장애인(Qualified Individual with a disability)’을 규정하고 있다. ‘자격을 갖춘 장애인’은 합리적인 편의제공 여부와 무관하게 본인이 담당하거나 희망하는 고용상의 직위의 본질적인 기능을 수행할 자격을 가진 장애인을 말한다. 예를 들면, 자격을 갖춘 사람을 현재나 과거의 장애를 이유로 비장애인과 달리 하는 것은 장애인법에 위배되는 것이며, 동시에 동등한 고용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정당한 편의제공을 해야 하는 경우, 비장애인과 같게 처우한다면 이는 차별에 해당된다.

미국 장애인법이 의도적 차별이나 배제 외에 정당한 편의를 제공하지 않은 것을 차별에 포함시키는 것은 의미 있는 성과로 평가되지만 기업이 과도한 부담을 입증한다면 차별에 해당되지 않는다는 요건은 기업에게 자신의 입장을 옹호할 여지를 준 것이며 동시에 차별을 정당화할 수 있는 면죄부를 부여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또한 미국 장애인법에 대한 평가에 비해 장애인의 권익향상에 대한 성과는 미지수이다. 실례로 장애인법의 집행을 가장 많이 차지하는 고용기회평등위원회(EEOC)의 경우, 고소는 많지만 상대적으로 구제는 많지 않다. 또한 고용기회평등의원회가 구제를 못하는 경우 개인이 연방법원에 소송 제기할 수 있으나 대부분 중간단계에서 취하나 합의로 종결되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대응방법에 대한 본질적인 요인은 위원회가 직무를 수행할 충분한 자원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의미 있게 평가되고 있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실상은 매우 예외적이고, 실효성은 약하며, 대부분 위반행위의 중지나 시정을 명하는 법원명령에 그치고 있다. 그러나 법령으로의 명시 여부는 엄청난 차이와 영향이 있을 것이다. 실효성은 차치하더라도 입법론적으로 장애차별로 인해 입은 정신적 손해에 대한 위자료 액수를 매우 높게 인정함으로써 차별행위를 시정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례로 학습권을 침해당한 학생의 소송의 경우, 학교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통해 배상해야 하는 금액과 편의시설의 설치 금액을 고려할 때, 오히려 편의시설을 갖추는 것이 비용측면에서 훨씬 경제적인 선택이 될 수 있다. 장애계가 강조하는 입법화의 취지도 이러한 목적을 중시하고 있다.

미국 장애인법의 법령의 입지와 그에 상반되는 실효성에 대한 회의적인 평가는 장차법 개정을 검토하는 우리가 진지하게 곱씹어야 할 대목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가 장애인 차별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논란이 됐던 대표적인 내용들을 개정을 통해 재정비함으로써 장애와 차별의 문제를 재정립한 것은 높이 살만하다. 특히 보수적인 연방대법관의 판결에 대해 심각성을 인식하고 변화를 촉구하고 장애인법 개정을 이끌어냄으로써 장애인법의 입법 정신을 고수하려 한 연방의회의 의지와 노력이 우리 국회에 시사하는 바는 남다르다고 하겠다.

우리나라도 차별금지법 제정 10년을 앞두고, 그 간의 실효성에 대해 엄격하게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개정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 사회적 공감을 얻고 있다. 초기의 장차법 제정의 의미와 현재를 성과를 비교할 때 우리가 수행해야 할 명백한 과업이다.

장애인차별금지법은 복지관점이 아닌 인권적 관점에서 접근돼야 한다. 장애인이 인권 차원에서 차별을 당한 그 순간이 장애로 인한 것이라며 그 상황을 중심으로 해석되고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 장애인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의지와 실천은 이러한 관점의 변화에서부터 출발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https://www.ada.gov/

https://www.ada.gov/pubs/adastatute08.htm#12101a

김재원 2013. 장애차별에 대한 구제조치 : 법원을 통한 구제를 중심으로. 법과 사회 제45호 257-278

심재진. 2014. 영국과 미국의 장애인차별금지법제와 장애인사회보장법제의 관계- 고용상의 합리적 편의제공의무와 국가의 장애인고용지원을 중심으로 -

국가인권위원회. 2011. 장애인차별금지법 영역을 기준으로 한 외국사례연구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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