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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해외이슈] 참정권은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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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정권은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지 않는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지난 함께걸음 6월호에서 장애인의 참정권에 관한 기사를 다루었다. 이 기사를 보면서 유럽에서는 과연 중증 발달장애인에게 선거권을 허용하고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들었다. 때마침 독일의 유명한 시사잡지인 슈피겔(Spiegel) 5월호에서 이 문제를 다루었다. 그리고 연방장애인대의원인 베레나 벤텔레(Verena Bentele)의 홈페이지에도 그와 관련한 내용을 언급하였다. 그 기사들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다.

 

파스칼(Pascal K)은 22세로 지적장애를 가지고 있다. 그는 모든 일에 있어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며 중증의 의사소통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그는 올해 실시된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주 지방선거에서 투표하였다. 그러나 지금까지 독일에서 중증 지적장애인은 선거에서 투표할 수 없었다. 작년 여름에서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과 쉴레스비히-홀스타인(Schleswig-Holstein) 두 지방이 장애인의 선거권을 인정하고 허용하였다.

 

중증 지적장애인의 선거권을 인정하지 않은 이유는 먼저 소위 온전히 돌봄을 받는 장애인은 누구에게 투표할지 스스로 결정할 수 없다는 것에 근거하고 있다. 그래서 그 결과가 쉽게 조작될 수 있다는 것이다.

 

파스칼도 그러한 사람에 해당되었다. 그는 부모로부터의 돌봄 대신 법적 후견인에 의해 일부 일에서만 지원받기를 원했다. 그러나 2013년 후견인 법원심사때 그는 모든 일에서 후견을 지정받았다. 왜냐하면 그는 법정에서 매우 겁을 먹었고 말을 거의 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는 새로운 주거로 이사하였지만 아무도 의사소통을 지원하지 않았다.

 

독일 연방사회청 위탁으로 이루어진 연구에서 지난해 모든 영역에서 돌봄을 받을 가능성(우리나라의 성년후견에 해당)은 주에 따라서 현저하게 달라진다고 보고하고 있다. 예를 들면 바이에른(Byern) 주는 브레멘(Bremen)보다 26배나 높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레(Nordrhein-Westfalen)은 지금까지 약 22,000여명의 사람들이 선거권에서 제외되었으며 독일 전역에는 약 85,000여명이 해당된다. 그들의 대부분은 지속적으로 완전히 돌봄을 받아야 하는 장애인으로 법적으로는 형사책임능력을 질 수 없다고 간주하여 정신병원에 보내지는 그룹에 속한다.

 

중증장애인의 투표권을 제외하는 또 다른 이유는 파스칼과 같은 중증의 장애인은 정치적인 영향력이 없다는 점이다. 지난 독일 연방의회선거에서 선거권을 가진 사람들 중 0.14%밖에 해당되지 않으며 공식적으로 장애인으로 인정받은 사람들 중 0.83%밖에 되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정치가들은 그들의 목소리를 외면해 왔다.

 

독일의 장애인단체와 장애인대의원 그리고 정치가들은 수년전부터 투표권을 위해 전력투구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적절한 지원을 받아도 투표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없다는 것이 전혀 근거 없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을 단체로 묶어서 기본적인 시민권리를 부당하게 금지하는 것은 우리는 받아들일 수 없다.”고 장애인의 선거권을 지지하는 사람들은 말한다.

 

유럽의 경우 유럽연합의 28개국 중 절반의 국가만이 장애인의 선거권에 대해 자유롭다. 모든 국민들은 예외없이 투표할 수 있는 대표적인 나라로 오스트리아, 핀란드와 아일랜드, 그리고 네델란드 등이 속한다. 또는 법원이 개별적으로 인정할 때만 투표권을 박탈한다. 그러나 독일은 아직도 연방의회선거에는 성년후견을 받는 사람들의 투표권은 제한되어 있다.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Nordrhein-Westfalen) 주의 장애인은 이제 선거지원인 또는 돌봄인을 투표소 안에 함께 동반할 수 있다. 그러나 파스칼은 다른 사람이 필요하지 않다. 그는 이미 사전투표용지에 이미 선택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제 연방의회선거에 참여하려고 한다.

 

파스칼은 다른 7명의 당사자들과 함께 지난 2013년도 연방선거에 참여할 수 없었기 때문에 2년전 장애인 지지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연방헌법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했다. 법원대변인은 이번 연도에 결정을 내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답변하였지만 파스칼은 다음 연방의회선거에 참여하지 못하게 될 것 같아 기분이 좋지 않다. 파스칼의 변호사는 “참정권은 개인의 능력에 좌우되어서는 안된다”라고 강조하며 국가의 의무는 “장애인에게 더 많은 정보와 지원인을 통하여 자격을 주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연방장애인대의원인 베레나 벤텔레(Verena Bentele)는 독일의 대표적인 장애인지원기관인 레벤스힐페(Lebenshilfe)와 함께 5월에 개최한 “모두를 위한 참정권”이라는 행사에 참여하여 참정권 박탈의 즉각적인 폐지를 촉구하였다. 거기서 그녀는 장애인도 정치적 결정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그녀는 모든 정당에 선거와 그들의 정당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들을 수화언어와 쉬운 언어로 이용할 수 있게 제공해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였다.

 

이 기사를 보면서 많은 생각들을 하였다. 우선 유럽의 많은 나라들과 독일이 성년후견을 받고 있는 중증의 장애인에게 선거권을 제한하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 그리고 중증의 지적장애인 및 자폐성 장애인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근거가 비슷하다는 사실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기사 중 다른 두가지 내용이 필자에게는 더욱 다가왔다.

 

첫째는 법적 성년후견을 받을 가능성이 주마다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파스칼은 중증의 지적정애와 언어장애를 가지고 있었지만 타인의 도움을 항상 받지 않기를 원했다. 그러나 법원 심리 과정에서 그는 불안한 나머지 잘 의사진술을 잘 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는 성년후견인 지정을 받았다. 이러한 상황은 우리나라에서도 중증의 발달장애인들이 흔히 겪을 수 있는 상황이다. 이것에 따라서 해당 중증장애인의 삶은 엄청나게 다르게 진행된다. 우리는 지금 중증의 발달장애인의 삶을 제한할 수 있는 성년후견인을 너무 맹신하는 것이 아닐까? 파스칼처럼 법정 환경에서 적응하지 못하고 불안한 나머지 의사표현을 하지 못한 중증 장애인에게 ‘판단능력과 의사표현 능력’이 없다고 성년후견을 지정받는 장애인은 없을까? 이러한 우려를 슈피겔의 기사 속에서 가장 크게 가졌다.

 

둘째, 장애인의 선거권의 제외 근거가 전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핵심근거의 ‘자신의 (투표)행위 결과에 대한 판단능력’이 선천적이라기보다는 사회적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즉 장애인들은 정치에 대해 모른다고 하지만 일상생활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언론 및 대중매체에서 발달 장애인을 위한 정치적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는다. 또한 장애인에게 중요한 정치적 정보들은 학교뿐 아니라 가정에서도 가르치지 않는다. 일부 장애인자립지원센터나 기관에서만 제한된 정보들을 획득할 수 있다. 이렇게 중증장애인, 특히 발달장애인에게 지금까지 어느 누구도 적절한 방식으로 정치적 정보들을 제공해 주지 않았으면서 그들이 정치적 판단능력이 없다고 얘기하는 것은 전혀 논리가 맞지 않는다. 그래서 이제 요구해야 한다. 베레나가 얘기했던 것처럼 모든 정당들은 자신들의 정당이념이나 정책들을 발달장애인이 알 수 있도록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쉬운 언어, 수화, 영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제공해야 한다. 그리고 일상생활에서 가장 많이 접하는 TV와 같은 대중매체에서도 발달장애인이 쉽게 알 수 있는 방식으로 정치적 내용을 다루어야 한다. 만약 정치토론을 다루는 프로그램에서 쉬운 언어 버전으로 내용을 전달한다면 발달장애인은 정치에 흥미를 가질 것이고 정치적 견해를 가질 수 있다. 결국 발달장애인의 정치적 판단능력은 개인의 신체적·정신적 능력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 정치적 내용의 제공에 달려 있다.

 

<기사출처>

http://www.spiegel.de/lebenundlernen/job/wahlrecht-fuer-behinderte-nicht-laenger-ausgeschlossen-a-1147333.html

http://www.behindertenbeauftragte.de/DE/DieBeauftragte/

DieBeauftragteAktuell/Artikel/2017/20170425_Wahlrechtsveranstaltung.html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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