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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불씨이슈] 청각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형량 반값 할인 과연 타당한가?

본문

청각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형량 반값 할인 과연 타당한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1. 서론

최근 수사기관에 의해서 청각장애인들이 청각장애인들을 상대로 투자사기를 한 사실이 밝혀졌고, 사기범죄를 위해 조직을 구성하였던 간부들에 대한 형사 재판이 진행 중에 있다.

수사기관이 범행에 사용된 통장을 조사한 결과, 피해자는 약 500명에 이르고, 범죄수익은 280억원에 이른다고 한다. 그리고 현재 재판 과정에서 피고인들이 주장하는 내용에 의하면, 범죄 수익의 대부분은 이 사기 범죄 조직의 최상위층으로 흘러갔다고 한다.

이 사기 범죄조직의 수뇌부는 사기 범죄를 통해 엄청나게 많은 돈을 가져간 것인데, 이 수뇌부들에 대해서 과연 무거운 처벌이 이뤄질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 죄질이 나쁘고, 피해규모가 대단히 크다는 것에 비하여 그다지 무겁게 처벌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은 우리 형법이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무조건적으로 형량을 감경하는 규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규정으로 인해서, 위 사건의 피해자들은 가해자가 청각장애인이기 때문에 피해회복에서 불리한 상황에 처하게 될 수밖에 없다. 즉, 1심에서 무겁게 처벌될 경우, 가해자들은 피해자들과 어떻게든 합의를 하려고 노력하게 되는데, 형량을 감경하도록 한 규정 때문에 1심에서 가볍게 처벌받게 되는 것이고, 굳이 2심에서 합의를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하면, 뭔가 문제가 있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청각장애인에 대한 형을 감경하라는 형법 조항을 그대로 두는 것이 과연 타당한 것인지, 타당하지 않다면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검토하고자 한다.

 

 

2. 형법 제11조 농아자 감경 조항의 문제점

가. 형법 제11조는 “농아자의 행위는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른 유형의 장애인에 대해서는 감경규정을 두지 않으면서,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만 무조건적으로 감경하는 이 규정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변을 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앞의 두 조항을 통해 형사책임능력이란 것을 살펴보아야 한다.

형법 제9조는 “14세가 되지 아니한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고, 형법 제10조 제1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사물을 변별할 능력이 없거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없는 자의 행위는 벌하지 아니한다.”,제2항은 “심신장애로 인하여 전항의 능력이 미약한 자의 행위는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위 법규정은 형사책임능력에 관하여 규정하고 있는 것인데, 여기서 책임능력이란 것은, 위법한 행위를 한 사람이 나쁘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즉, 책임능력이 있는 사람은 위법한 행위를 한 것에 대해서 비난을 감당할 능력이 있으므로 형사 책임을 지는 것이고, 책임능력이 없는 사람은 비난을 받을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형사적인 책임을 부담하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책임능력은 인간의 의사자유를 전제로 한다. 즉, 형법 제10조 제1항이 규정하고 있는 것처럼 사물을 변별할 능력(선악 분별, 사리 판단)과 의사를 결정할 능력(자유롭고 합리적인 의사 판단능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이 책임능력의 전제인 것이다. 다시 말해,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 있고, 잘못된 판단을 하여 법을 위반하였다면 그에 대한 책임을 부담시킬 수 있는 것이고, 그런 능력이 없는 사람에 대해서는 법을 준수할 것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에 법을 위반하는 잘못된 판단을 하더라도 형사적 비난을 가하지 않고, 형을 감면한다는 것이다.

위 내용은 바로 형법이 농아자 감경 조항을 둔 이유이기도 하다. 즉 우리 형법은, 농아자, 즉 청각장애인은 다른 사람들과 달리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진다고 보고, 청각장애인은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형사적인 비난을 가하지 않고, 가볍게 처벌하겠다는 것이다. 쉽게 말해, 형법 제11조의 취지는 청각장애인은 제대로된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봐주겠다는 것이다.

이것은 과연 타당한 것인까?

 

나. 과거, 청각장애인은 적절한 교육을 받을 수 없었다. 듣지 못하기 때문에 특수한 교육이 필요했으나, 우리 사회는 듣지 못하는 청각장애인을 교육시킬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하였다. 청각장애인들은 제대로 된 배움을 얻을 수 없었고, 청각장애인 중 상당수가 글자를 읽는 법조차 제대로 배울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배움을 얻지 못한 청각장애인들 상당수가 비청각장애인에 비하여 지적인 능력 면에서 다소 부족하였었다.

(어떤 사람들은 눈으로 볼 수 있으니 글자를 읽을 수 있지 않냐는 의문을 제기하나, 듣지 못하면 읽는 법을 배울 수 없기 때문에 글자를 읽기가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형법은 청각장애인은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다고 보고 비난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보호의 대상으로 삼자는 입장에서 청각장애인이 위법한 행위를 한 경우, 이를 다른 경우보다 약하게 처벌을 하도록 한 것이다. 이러한 입장에서 보면, 형법이 농아자감경 조항을 둔 취지는 일견 타당해보이는 면이 있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특수교육의 수준은 분명 향상되었고, 그에 따라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이해하는 청각장애인들의 수는 과거보다 훨씬 많아졌다. 그리고 교육을 통해 음성언어와 문자언어를 어느 정도 이해하는 이들은 비청각장애인과 동등한 수준의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지 않고, 비청각장애인과 전혀 다를 바 없거나 오히려 더 뛰어날 수도 있는 청각장애인까지도 처벌시 형량을 줄여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이다.

 

다. 한편, 과거 교육을 충분히 받을 수 없었던 청각장애인 중 상당수는 여전히 생존해 있고, 비교적 젊은 청각장애인 중에도 문자언어를 제대로 구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게 있다. 그렇기 때문에 여전히 일부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비난의 대상으로 삼기보다는 보호의 대상으로 바라 볼 필요성이 존재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물변별능력이나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지는 일부 청각장애인에 대해서는 이들이 위법한 행위를 하더라도 그 형을 감경할 필요성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볼 수도 있다.

 

3. 결론

서론에서 언급한 사기 사건은 청각장애인이 청각장애인에 대해 사기 범죄를 저지른 사건이다. 가해자인 청각장애인은 분명 뛰어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을 지니고 있는 자들이다. 이런 자들에 대해서 농아자 감경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이 형법 제11조의 입법취지와 맞지 않다는 것은 분명하다고 하겠다.

그리고 이 사건에서 피해자가 다른 사람도 아니고 같은 청각장애인으로서 가해자들에 비해서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떨어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점에 비추어보면, 이 사건 가해자들에 대해서는 보다 큰 비난을 가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겠다.

향후 보다 능력이 뛰어난 청각장애인이 보다 능력이 부족한 청각장애인에 대해 범죄를 저지른 후 농아인 감경 조항으로 면죄부를 받는 상황이 반복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 그리고 이런 유형의 사건에서 피해자를 보다 보호하기 위해서는 형법 제11조를 어떤 방식으로든 수정을 해야할 필요성이 있어보인다.

그리고 그 해결방안에 대한 모색과 연구가 필요할 것인데, 고려가능한 방법 중 하나를 제시해본다면, 형법 제11조를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하는 것을 생각해볼 수 있다. 즉, 현행 형법 규정은 ‘필요적 감경’ 즉, 무조건적으로 청각장애인에 대해서 그 형을 감경한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을 ‘임의적 감경’으로 개정하는 것이다. 이것은 범행을 저지른 피고인과 사건의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하여 법관이 감경여부를 판단하도록 법을 개정하자는 것인데, 법관이 구체적인 사정을 모두 따져서 피고인에게 사물변별능력과 의사결정능력이 부족하다면 형을 감경하여 주고, 그렇지 않다면 감경하지 않고 그대로 처벌을 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이 가장 합리적인 해결방안일지는 알 수 없으나, 조속히 개선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참조문헌

신영호, 형법 제10조 제2항(한정책임능력)과 관련하여, 법조, 52권 2호, 2003. 2.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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