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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I/불씨이슈]무연고 장애인, 죽어서도 애물단지 취급을 받아야만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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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그리고 잘 죽기를 원한다. 그래서 ‘잘 죽을 수 있는 권리’에 대해 얘기를 하곤 한다. ‘안락사’ 혹은 ‘존엄사’에 관하여 논의를 할 때, 입에 담는 ‘존엄하게 죽을 권리’가 바로 잘 죽을 수 있는 권리이다.

그렇다면 죽은 다음에는 어떠한가? 죽은 이후 자신의 몸이 어떻게 처리될지에 관심을 갖는 사람을 별로 없겠으나, 그 누구도 자신이 죽은 후 자신의 몸이 누군가에게 처리 곤란한 고깃덩어리로 취급받게 되길 원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어떤 무연고 장애인의 시신은 누군가에게 큰 부담이 되는 애물단지로 여겨지는 존재가 될 수밖에 없는바, 입법상의 공백을 지적하고자 한다.
‘장사 등에 관한 법률’(이하 ‘장사법’이라 한다)은 배우자, 직계존・비속 등 친족 외에도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을 연고자로 규정하여 사망한 자에 대한 장사업무를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조 제16호).

그러나 우리 법은 노인복지시설에서 사망한 경우와 노숙인이 사망한 경우 그 장례비용을 어떻게 마련하여 사용할 것인지를 규정하고 있는 것에 반해서, 무연고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망한 경우 그 장례비용을 어떻게 마련하여 충당할 것인지를 규정하지 않은 채, 만연히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에게 장례 처리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먼저 노인복지법 제48조는 “복지실시기관 또는 노인복지시설의 장은 제28조제3항의 규정에 의한 장례를 행함에 있어서 사망자가 유류한 금전 또는 유가증권을 그 장례에 필요한 비용에 충당할 수 있으며, 부족이 있을 때에는 유류물품을 처분하여 그 대금을 이에 충당할 수 있다.”고 하여 노인복지시설을 이용 중인 노인이 사망한 경우, 그 노인이 남긴 재산을 장례비로 사용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장사법 제12조 제1항은 “시장등은 관할 구역 안에 있는 시신으로서 연고자가 없거나 연고자를 알 수 없는 시신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매장하거나 화장하여 봉안하여야 한다.”고 규정하여 지방자치단체 장에게 장사법에 따른 무연고 시신의 경우에 한하여 장사 업무를 담당할 의무를 부담시키고 있다. 이 규정을 근거로 지방자치단체는 예산을 배정하여 무연고 시신에 대한 장례처리를 할 수 있다.
또 하나 살펴보아야 할 법률규정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인데, 이 법 제14조는 장제급여에 관하여 규정을 하면서, ‘생계급여, 주거급여, 의료급여’ 중 하나 이상의 급여를 받는 수급자가 사망한 경우 장제급여를 지급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즉, 국가가 사망한 수급자에 대한 장례비용을 부담해주는 것이다.

위와 같은 경우와 달리, 수급자가 아닌 무연고 장애인의 장례 비용에 대해서는 법률에 아무런 규정이 없기 때문에 장례 업무를 처리하여야할 의무자인,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은 그 누구에게도 그 비용을 청구할 수 없다.

노인복지시설의 장에게는 장례비용을 사망한 노인의 재산으로 충당할 수 있도록 하면서, 장애인 거주시설의 장에게는 스스로 장례비용을 부담하라고 하는 건 형평에 맞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고 하여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장애인 거주시설에 지급하는 보조금에는 이러한 장례비용이 포함되지 않다. 결국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사망한 무연고 장애인의 장례비용에 관해서는 입법의 공백이 발생해 있는 것이다.

장례비용은 결코 소액이 아니다. 그 비용을 최소화 하기 위하여 매장을 하지 않고, 화장을 하여 골분을 바다나 강, 허공 등에 뿌리는 산골장(혹은 산분장)을 한다고 하더라도 화장을 하여야 하므로 화장비용이 들어갈 수밖에 없다. 그나마 무연고 장애인이 장애인 거주시설이 소재한 지역에 주민등록이 되어 있고, 그 지역에 공설화장시설이 있다면 비교적 저렴한 5~10만 원 정도의 비용으로 화장을 할 수 있어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으나, 그 무연고 장애인의 주민등록지에 공설화장시설이 없어 다른 지역의 공설화장시설을 이용하여야 한다면, 그 화장비용만 약 100만 원 이상이 발생한다.

입법의 불비(不備)로 장애인 거주시설은 그 누구에게도 비용을 청구할 수 없는데, 결국 무연고 장애인의 시신은 애물단지가 되어버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간혹 사망한 장애인의 재산에서 장례비용을 충당하는 경우가 있는데, 설령 해당 행정청이 문제를 삼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이런 식의 장례비용 충당은 명백한 위법 행위이다. 일단 상속인이 없는 사망자의 재산은 노인복지법과 같이 달리 규정한 법률이 있지 않는 한, 민법에 따라 청산절차를 거쳐 국고에 귀속되어야 재산이기 때문이다.

결국 무연고 장애인이 죽은 이후 누군가에게 애물단지로 전락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입법상의 공백이 메워져야 할 것인바, 노인복지법과 같이 사망자의 유류재산에서 장례에 필요한 비용을 충당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을 두거나,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비용을 부담하게 하는 규정을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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