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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부 존엄을 향한 긴 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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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는 2018년의 장기주제로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선정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다양한 쟁점을 집중적으로 살펴보고자 하였다. 이에 따라 ⌜정신장애인의 인권⌟(2015, 서미경) 저서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개념과 의미들을 검토하고 있다. 이번 달에는 마지막 장인 제4부 ‘존엄을 향한 긴 여정’을 중심으로 몇 가지를 논의하고자 한다.

제4부는 정신장애인 존엄권 보호의 쟁점과 그에 관한 국내 현황을 다루고 있다. 정신건강증진시설(정신건강복지법 제정에 따라 변경된 명칭으로 표기함) 내에서의 존엄권 침해에 관한 쟁점으로 ‘① 격리와 강박이 치료목적인지, 비인간적 처우에 불과한 것인지, ② 시설 내 노동이 재활치료인지, 노동력착취인지, ③ CCTV 설치가 보호와 관리를 위한 안전장치인지, 사생활침해인지’를 언급하고 있고, 또 장을 달리하여, 국내의 장기입원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먼저, 첫 번째 쟁점인 격리와 강박에 관하여 보면, 저자가 언급하고 있듯이, 격리와 강박은 이미 시설에 갇혀 자유가 제한된 사람에게 다시 신체적 결박까지 행하는 것으로서, 심각한 자유제한이므로 자해 또는 타해의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전혀 없다고 판단될 때 최종적으로 사용되어져야 하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그런데 후술하는 CCTV 설치와 함께 격리와 강박을 하는 원인 중 하나가 소수의 인력이 다수의 사람을 보호(?)하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한다. 이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인건비가 부족하다는 의미와 다름 없다고 할 수 있는데, 결국 돈 때문에 사람을 사람 취급하지 않고 축사의 동물처럼 취급하고 있다는 것인바, 반성과 변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다음으로 세 번째 쟁점인 CCTV 설치에 관하여 보면, 저자는 다수의 환자를 적은 인원으로 장기간 보호하는 과정에서, 자해‧타해의 위험, 화재 등 사고에 대한 대비를 위해 인력보충보다는 CCTV를 활용하고 있으며, 사적공간에서 발생하는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사적 공간에까지 CCTV를 설치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CCTV가 아닌 법적 기준에 충족되는 인력으로 안전을 보호해야하고, CCTV를 사용할 경우에도 법이 정한 지침을 준수해야하며, 환자와의 치료적 관계형성을 통해 위험요인을 사전에 평가하는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정신의료기관에서의 CCTV로 인한 사생활침해가 문제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17진정0084100 결정)를 살펴보면, 피진정인(정신의료기관)은 ‘CCTV가 사생활 침해의 소지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지만, 폐쇄병동의 특성상 사고 위험에 즉각적으로 대처하기 위하여 목적으로서, 화장실이나 병실에서 환자들 사이의 폭행이나 정신증상으로 인한 돌발행동이 발생할 수 있고 자살시도가 있을 수 있어 CCTV를 설치한 것이고, 향후 입원환자들의 신체노출을 방지하기 위한 탈의실 설치 등 시설보완을 하겠다’는 취지의 주장을 하였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CCTV를 설치한 목적은 입원환자의 자해・타해 방지 등 환자 안전을 위한 목적으로 그 정당성이 인정될 수 있고, 항시 사고의 위험성이 존재하는 격리실, 중증환자 입원실에 대한 CCTV 설치는 적정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환자들이 TV를 시청하거나 옷을 갈아입는 등 일상생활이 이루어지는 병실 전체에 대하여 24시간 내내 CCTV로 촬영・감시한 것은 최소한의 범위 내에서 CCTV를 설치하고 촬영하였다고 보기 어렵다”고 결정하였고(2009. 2. 11. 08진인3538), “일반병실은 자·타해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이 격리·강박되는 보호실과 달리 위험성이 비교적 낮은 환자들의 일상생활 공간이고, 복도나 휴게실에 비하여 사적인 공간에 해당됨에도, 탈의 시 신체노출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림막도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24시간 CCTV의 촬영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것은, 피진정인이 안전사고의 예방과 사후 증거확보 목적에 치우쳐 CCTV를 운영한 나머지 환자들의 사생활의 보호는 소홀히 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결정하였다(2015. 6. 30. 15-진정-0016300). 피진정병원이 다수의 정신질환자를 수용하고 있고, 자해 및 타해, 사고발생 방지 등 환자의 안전 보호라는 목적이 있고, 지속적인 관찰이 필요한 환자들이 있으나 병동 인력에 한계가 있는 상황 등을 감안하면, 피진정인이 CCTV를 설치・운영할 필요성은 인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필요성이 있다고 하더라는 환자들의 사생활의 자유 등 기본권 침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자해 및 타해의 위험성이 높은 환자들이 격리되는 보호실·격리실이나 특별한 관찰이 요구되는 중증환자 병실이 아닌 일반병실은 다수의 입원환자들이 일상생활을 하는 사적인 공간이기도 한데, 탈의 시 신체노출을 피할 수 있는 최소한의 가림막도 제공되지 않은 상태에서 일률적으로 CCTV를 설치하여 환자들의 일상생활을 24시간 촬영하는 것은, 환자 보호 및 사고방지라는 목적에 비해 환자들의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제한하는 정도가 과도하여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되며, 이는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에 해당되어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판단하여, 무제한적으로 사적공간을 CCTV로 촬영하는 것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한다고 보았다.

한편 장애인거주시설에서 이용자인 발달장애인의 도전적 행동의 패턴과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CCTV가 활용된 사례가 있었다. 상시적인 CCTV 촬영은 분명 사생활 침해를 야기하는 것으로서 금지되어야 할 것이지만, 위와 같이 도전적 행동의 원인과 패턴을 알아내고, 그러한 도전적 행동에 대한 적절한 대응 수단 마련을 위해 시설 입소 초기 등 일정한 경우에 한하여 CCTV 활용하는 것은 한번 검토해볼만한 내용이라고 할 수 있겠다.

세 번째 쟁점인 작업치료(혹은 작업요법)에 관하여 보면, 재활치료의 목적으로 수행되는 작업치료가 치료적 목적과 상관없이 시설 내 부족한 인력을 대체하기 위하여 환자로 하여금 청소, 주방보조, 빨래, 농사, 간병 등의 일을 하게 하는 것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서는 연구소의 2016년 ‘인권기반 작업치료 실천을 위한 연구’의 내용을 일부 소개한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에 의할 때, 작업요법은 ① 입원환자의 치료 또는 입소자의 사회복귀 등에 작업요법이 도움이 된다는 정신의료기관 등의 장의 판단이 있을 것, ② 대상자 본인의 신청이나 동의가 있을 것, ③ 정신과 전문의의 지시가 있을 것, ④ 정신과 전문의의 지도를 받은 정신보건전문요원 또는 작업치료사에 의해 실시될 것, ⑤ 작업에 따른 수입을 분배할 것, ⑥ 치료 또는 사회복귀 등에 도움이 되는 작업으로서 법정된 시간 범위 내에서 적절한 장소에서 실시될 것이 요구되고, 이러한 요건을 모두 갖춰야 적법한 작업요법으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위 요건 중 ‘② 대상자 본인의 신청이나 동의가 있을 것’은 입원 환자가 자발적으로 작업을 한 것인지, 강제적으로 노동을 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척도라고 할 것인데, 위 연구에서는 이에 관하여 정신건강증진시설 입원한 경험이 있는 이용자 집단과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종사자 집단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즉, “작업치료 동의와 관련하여 대부분의 이용자들은 동의를 한 적이 없다고 하였다. 하지만 종사자들은 동의를 받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나 동의라는 것은 입소 또는 입원 초기에 입소동의, 규칙에 대한 동의, 일부 지원 프로그램에 대한 동의 등이 포괄적으로 이루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용자 입장에서 보면 입소 또는 입원을 하기 위해서는 별 생각 없이 해야만 하는 과정이었을 뿐이었다. 그 마저도 보호자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 따라서 작업치료와 관련된 동의가 실질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68쪽)고 하여, 이용자들은 동의한 기억이 없음에도 동의한 것으로 간주되어 작업에 참여하였음을 볼 수 있다.

또한 위 연구에서 분석한 국가인권위원회 결정례 분석을 보면, 청소, 배식 등 시설 측의 고유 업무를 환자들에게 맡긴 경우는 설령 환자들의 자발적 활동이거나 대가를 지불한 경우라고 하더라도 원칙적으로 시설 측의 고유 업무는 작업치료로 볼 수 없다고 하고, 또 의사의 판단과 지시 하에 실시되고, 작업치료평가서나 작업치료일지 등이 작성되어야 하며, 작업에 대한 대가가 지급되어야 적법한 작업치료로 볼 수 있다고 한다(22쪽 이하 참조).

다음으로, 저자는 장기입원의 문제에 대해서 언급을 하고 있다. 장기입원은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각한 문제라고 하면서, 장기입원으로 이어지는 구조적 원인에 대해, ① 계속입원치료심사시 입원결정 당사자인 의사가 심판위원회의 주요 구성원으로서 계속입원 여부를 결정하고 있고, 심판위원회는 월 1회 1시간 가량 개최되는데, 평균 800~900건을 처리하여야 하므로 심사의 질을 담보할 수 없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으며, ② 퇴원 명령을 받은 이용인 중 지역사회자원과의 연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의 재입원률이 매우 높다는 점을 들어 지역사회자원의 부재가 원인중 하나라고 하며, ③ 퇴원시 원가족(특히 부모)가 보호부담을 져야하는데, 경제적 이유와 사회적 편견으로 원가족이 정신장애인을 보호하는 것이 큰 부담일 수밖에 없어 퇴원에 부정적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하고, ④ 입원일수가 길어질수록 이익이 되는 현행 의료급여 정액수가제도 상 서비스 공급자입장에서는 재원기간을 줄이고자하는 동기가 약할 수밖에 없어 재원기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다고 한다.

위 내용 중 심판위원회에 관련한 지적은 구 정신보건법상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에 대한 지적이지만, 2017년에 시행된 정신건강복지법을 살펴보면 여전히 유의미한 지적이라고 보인다. 신법인 정신건강복지법은 정신건강심의위원회에 정신건강심사위원회를 두고 있고, 이 정신건강심사위원회가 구 법상의 정신보건심판위원회의 역할을 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률 조문을 놓고 비교해하면 아래 표와 같은 차이가 있다.

 

구 법. 정신보건심판위원회

현행법. 정신건강심사위원회

인원

5인 이상 10인 이내

5인 이상 9인 이내

구성

-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 정신보건전문요원

-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의 자격자

: 각각 1인 이상

- 정신건강의학과전문의

- 판사·검사 또는 변호사 자격자

- 정신건강복지센터 소속 정신건강전문요원

: 각각 1인 이상

 

- 심리학·간호학·사회복지학 또는 사회사업학을 가르치는 전임강사 이상의 직에 있는 사람

- 정신질환을 치료하고 회복한 사람

- 그 밖에 정신건강 관계 공무원, 인권전문가 등 정신건강과 인권에 관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있다고 인정되는 사람

: 중 2인 이상

회의횟수

정신보건심의위원회 : 연 2회 이상

정신보건심판위원회 : 규정 없음

정신건강심의위원회 : 월 1회 이상

정신건강심사위원회 : 월 1회 이상

 

그런데 저자가 지적한 문제점을 살펴보면, 이미 월 1회 개최되고 있었다고 하므로, 법률에 회의개최 횟수가 명시되면서 월 1회 개최할 것을 규정한 것은 큰 의미를 갖기 어렵다.

심사 건수에는 변동이 있다고는 보기는 어려우므로, 결국 인적 구성의 변화가 있을 뿐 처리할 심사 건수가 지나치게 많다는 문제점은 여전히 해소되지 않은 셈인 것이다. 신법 제정시 회의개최 횟수가 명시된 것으로 보아 회의개최 횟수에 대한 고려를 한 것으로 짐작되는데, 한번의 회의에서 논의해야할 내용의 양을 고려하지 않은듯한 점은 아쉬운 점이라고 생각된다.

한편 저자는 지역사회자원이 부족하고, 가족의 부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고, 이에 대해서는 동의하나, 그 해결책에는 동의를 하기 어렵다. 즉, 저자는 지역사회자원 부족을 해결하기 위한 자원개발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사회복귀입소시설과 사회복귀주거시설과 같은 거주시설을 확충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거주시설의 확충하고, 정신장애인과 정신질환자들을 정신건강증진시설에서 퇴원시켜 거주시설로 보내는 것은 결국 새로운 명칭의 거주시설을 만들자는 것인바, 현재와 크게 달라질 것이 없다. 그러한 시설에서 거주하게 된다고 하여 지역사회거주가 되는 것이 아니고, 또 그런 시설에 입소한다고 하여 지역사회에 적응하는 것도 아닌 것이다. 나아가, 저자는 인력의 부족으로 CCTV와 격리‧강박이 활용된다고 하여 현재도 이미 인력과 인건비가 부족을 언급하였는데, 거주시설을 늘어날 경우 그에 따라 인력이 충분히 보충되고, 인건비가 확충될 수 있는지도 의문이다.

마지막으로 서비스 공급체계, 즉 의료수가와 관련된 지적은 일견 타당해 보인다. 최근 정신과질환의 의료급여 수가 제도에 대한 변경이 있었다. 의료급여 수가가 10여년간 동결되어 있으면서 건강보험 수가에 비하여 낮아서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건강보험을 적용받는 정신질환자에 비하여 차별적 대우를 받아왔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서 의료급여 수가를 건강보험 수가에 연동되도록 하였고, 외래환자에 대해서는 행위별수가를 적용하기로 하였다. 이런 제도 변경을 놓고 논의하는 과정에서 정신과질환에 대한 의료급여 수가가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었던 점이 지적되었지만, 그 논의의 초점은 일당정액제가 장기입원의 원인이 된다는 것이 아니고, 의료급여 수가가 너무 낮고, 일당정액제로 묶여 있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루어지기 어렵다는 점에 맞춰져 있었다. 누구도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장하고, 장기입원을 줄여나갈 필요성이 있다는 관점에서 정신과질환의 의료급여 수가를 어떻게 변경하는 것이 좋을지에 대한 주장을 하지 않았다. 향후 저자가 지적하고 있는 바와 같이, 정신장애인의 인권 보장적 관점에서 정신과질환의 의료수가에 대한 논의를 진행할 필요성이 있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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