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헬렌 켈러는 알아도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인은 모른다? > 이슈광장


미국의 헬렌 켈러는 알아도 우리나라의 시청각장애인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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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청각장애인 조영찬씨는 2012년 중앙일보(3월 2일자)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나무에 비유하였다. 간절히 소통하고 싶지만 움직일 수 없어서 늘 남이 다가오기를 기다리는 나무처럼, 다른 사람에게 먼저 다가갈 수도 말을 건넬 수도 없는 자신의 상황을 나무라고 한 것이다. 이처럼 볼 수도 없고 들을 수도 없는 시청각장애인들. 우리는 시청각장애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으며, 우리 사회의 지원은 과연 어느 수준인가.

시각장애인은 청각을 통해 소통하고, 청각장애인은 시각을 통해 소통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시각과 청각을 모두 이용할 수 없는 시청각장애인은 어떻게 대화하고 관계를 맺게 될까? 시각과 청각을 모두 활용할 수 없는 경우 마지막 선택은 촉각이다. 대다수 시청각장애인은 촉수화나 점화 등을 이용하여 소통한다. 촉수화는 손이나 촉각을 활용하여 수화를 하는 것이며, 점화는 점자를 손등 위에 손가락으로 찍어서 대화를 나누는 방법이다.

듣지도 보지도 못하는 사람하면 보통 헬렌 켈레(Hellen Keller)를 떠올린다. 그러나 헬렌 켈러는 장애인의 권리, 여성의 인권, 아동의 노동과 차별에 저항한 사회운동가이자 작가로서 더 유명하다. 1937년 그녀가 한국을 방문한 목적도 우리에게 사회운동의 필요성을 환기시키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을 향상시킴으로써 빈곤극복을 강조하기 위한 취지였다. 시청각장애인인 헬렌켈레는 어떻게 이 많은 일을 해낼 수 있었을까?

무엇보다 당사자의 신념과 노력이 아니면 어느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러나 셜리번 선생의 인내와 헌신적이고 특별한 학습법과 끊임없는 그리고 다양한 시도가 수반되지 않았다면 이와 같은 성과를 기대하기조차 어려웠을 것이다. 설리번은 어린시절 트라코마의 감염으로 시력을 잃고 시각장애인학교에 입학하였다가 이후 수술을 통해 기적적으로 시력을 회복하였다. 셜리번 선생의 지원이 가능했던 배경에는 당시 미국 사회 내에 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시스템이 마련되었으며, 실제로 작동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교사를 양성하고, 교사를 가정으로 파견하여 그들을 교육에서 배제되지 않도록 체계가 이미 갖추어져 있었던 것이다.

현재 미국의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의 핵심에는 헬렌켈러센터(helen-keller-national-center-for-deaf-blind: HKNC)가 있다. 1970년대 시청각장애인을 위해 설립된 HKNC 서비스는 아동, 성인 및 서비스를 제공자인 전문가를 지원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다. 센터는 1:1 방식과 개별화된 지원을 중시하며, 기관에서 제공하는 교육 외에 지역사회에서 지속적으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적극 연계하고 있다. 무엇보다 시청각장애인이 그들이 선택한 지역사회에서 지인들과 함께 일하고 소통하며 살아가도록 필요한 지원을 최대한 제공하고 있다. 물론 주마다 차이는 있으나 당사자가 주도하고 동시에 당사자가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는 지원원칙이 가장 중시된다. 제공되는 서비스 내용은 다음과 같다.

- 사명
: 모든 사람들에게 다양한 교육과 재활프로그램을 통해 지역사회에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일상과 취업에 관련된 여러 가지 서비스와 기회를 제공한다.

○ 성인
사정, 지역사회아웃리치 프로그램 전국, 지역 단위, 상담(자격을 갖춘 정신건강전문의, 일상생활지원, 자립생활, 이동, 직업재활, 점자지원 직업훈련, 도서서비스, 문화여가서비스(수영, 현장학습, 쇼핑)

○ 아동
점자 리딩교습, 컴퓨터 보조기기, 일상생활지원, 직업훈련, 저시력서비스(환경적 요소 고려- 빛, 섬광, 명암), 저시력 보조기구 활용, 여름캠프, 방과 후 프로그램

○ 전문가 지원
상담, 학습법 지원, 전문가 지원

 

이에 비해 한국의 시청각장애인들은 철저하게 소외되거나 서비스 제공에서 배제되어 있는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시청각장애인을 부르는 명칭이 통일되어 있지 않다. 특화된 서비스와 정책도 없고, 다른 장애유형에 비해 당사자들이 소통할 수 있는 매개도 없고 소통 비율도 현저히 낮다. 또한 전체 시청각장애를 가진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의 통계도 없으며, 그들이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으며, 어떤 서비스를 원하는지 등에 관한 현황이나 욕구조사도 미흡하다.

패러다임의 변화에 따라 장애인복지서비스는 많은 진전을 이루어냈다고 하지만 여전히 시청각장애인에게는 이러한 변화나 개선은 낯설고 별개이다. 시청각장애인을 위한 지원이 필요한 것은 그들이 볼 수도 없고 들을 수 없어서가 아니다. 지원이 필요한 논거는 권리와 통합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 사회는 시청각장애인이 필요로 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책임이 있으며, 시청각장애인은 그러한 지원을 통해 통합적인 삶을 살아갈 당연한 권리 때문이다.

시청각장애인의 수가 많고 적음이 서비스 마련의 판단기준이 된다면 이는 진정한 복지서비스라 할 수 없다. 이러한 방식은 시청각장애인의 존재를 부정하는 것이며 일상적인 삶과 유지의 중요성에 대한 존중이 아니다. 이는 무엇보다 사회적 정의와 형평성에 명백히 위배된다. 장애인복지현장이 사회구조의 개선에 초점을 두고 사회적 모델을 지향하고 있으나 시청각장애에 대해서는 요원하다.

헬렌켈레 센터의 실무자가 강조한 “시청각장애인에 대한 지원이 없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당장 그들을 만나서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를 묻고 들어야 한다. 그리고 지원하는 과정을 그들이 주도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을 새겨들어야 한다. 시청각장애인에 대해 관심을 주목하는 것은 사람에 대한 기본 태도이자, 그들의 삶에 대한 사회적 예의라 하겠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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