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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공화국 시대에 사는 장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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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이후 장애인복지계의 가장 큰 흐름으로는 다양한 ‘센터’의 설립을 들 수 있다. 그 중 대표적인 센터들을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인의 취업서비스와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을 위해 설치된 ‘장애인일자리통합지원센터’, 발달장애인 대상으로 개인별지원계획 수립과 권익옹호 지원하는 ‘발달장애인지원센터’, 장애인 구성원이 있는 가족을 지원하는 ‘장애인가족지원센터’, 장애인학대 예방과 피해장애인을 지원하는 ‘장애인권익옹호기관’, 장애인의 생애주기에 욕구에 맞춘 평생교육을 지원하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발달장애인에 대한 행동치료를 지원하는 ‘발달장애행동증진센터’ 등 무려 7개의 서로 다른 새로운 센터들이 서울과 각 지역에 설치되고 있다. 그런데 현재 전문가 및 장애인단체 내에서 또 다른 센터인 장애인 ‘탈시설지원센터(가칭)’ 설치가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센터들은 장애인의 욕구에 상응하여 개별적이고 전문적인 지원을 위해 설립되고 있다는 점과 발달장애 영역을 중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런데 새로운 센터 설치에 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난 혼란스러움을 느낀다. 그리고 센터공화국을 만들려는 것일까? 센터는 과연 장애인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을까? 여러 회의적인 질문들이 지워지지 않고 불편함으로 남아 있다. 그러한 혼란스러움과 불편함에는 본질적으로 장애인만을 위한 센터가 ‘사회통합’과는 모순된다는 사실에 근거하고 있다. 사회통합의 가장 큰 원칙은 장애인, 비장애인 구분 없이 지역사회에 함께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사회적 기관들을 장애 여부와 상관없이 모두 이용할 수 있어야 하며 또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접근성이 보장되어야 한다. 이러한 사회통합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CRPD)에서도 강조되고 있는 원칙이다. 그래서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의 일반학급에서 통합교육을,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지역주민들과 함께 살아가는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회적 통합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지원시스템도 통합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왜 우리는 지금 사회통합을 이야기하면서도 왜 장애인 ‘센터’를 계속 만들어내고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두 번째로는 발달장애인 지원을 위한 많은 센터가 만들어지지만 정작 발달장애인들은 분산되어 있는 센터 구조로 자신의 욕구에 맞는 센터를 찾기가 힘들다는 점이다. 즉 자신의 욕구에 맞는 지원을 받기 위해서는 그 센터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만 하고 또 그 센터를 잘(?) 찾아가야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발달장애인은 그 센터에 대한 정보와 지원을 받기 위해서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이렇게 발달장애인을 고려하지 않은 센터의 난립은 그들을 지원한다는 목적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그들을 사회적으로 더욱 분리시키고 있지 않은지 문제를 제기해 본다. 또한 현재 설치되고 있는 센터들을 보면 발달장애인은 늘 어디에 가야만 하는 것을 강요당하고 있다. 즉 성인 발달장애인은 성인이 되어서도 늘 센터 어디에 소속되어 배워야만 하거나 활동해야 한다. 그들에게는 쉴 수 있는 권리가 없다. 왜 이렇게 센터를 돌아가며 방문해야 할까?

독일은 국제장애인권리협약의 사회통합을 위해 일반 기관들에서 장애인의 접근성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지역사회의 사회적 기관들이 장애인을 포함시킬 수 있도록 물리적 환경의 재구조화와 함께 다양한 형식의 의사소통과 정보 제공, 그리고 서비스의 통합적 제공 등 사회 통합적 서비스의 구축을 통하여 진정한 사회통합을 추구하고 있다. 그래서 학대피해지원도 일반 학대시스템 속에서 장애인의 특성과 학대피해 특성을 고려하여 일반 학대피해지원기관이 더욱 세심하게 지원한다. 노동지원에서는 노동사무소(Agentur fuer Arbeit)에서 장애인 노동자와 비장애인 노동자를 위한 지원을 함께 다룬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을 위한 지원도 다른 장애유형과 구분하지 않은 채 그들의 개별적인 욕구에 근거하여 제공하고 있다. 이렇게 일반적인 사회 시스템 안에서 장애인을 포함시킨다는 것은 장애인을 고려한 지원이 없다는 말이 아니다. 그들은 오히려 다양한 사회적 지원 여부는 장애여부 또는 장애 독특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본질적으로 사회가 장애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들을 어떻게 지원할 수 있을지에 대해 목표를 두고 있다.

사회통합은 장애인 전용 센터를 만든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정말로 우리는 센터 공화국을 만든다고 장애인이 행복할 수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 나는 장애인만을 위한 센터가 아닌 지역사회 안에서 비장애인들을 만나면서 함께 우리들의 문제들을 함께 풀어가는 사회를 꿈꾸어 본다.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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