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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서비스 기반과 함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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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은 1960년대 탈원화(deinstitutionalization)가 시작된 이후 발전한 정책과 제도를 중심으로 진행되어 왔다. 탈원화가 시작된 초기에는 정신건강 전문가들이 치료시설에서 퇴원한 정신장애인들을 대상으로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만을 제공해 오다가 국민 보건서비스 및 지역사회 케어법(National Health Service and Community Care Act 1990) 제정과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Care Programme Approach, CPA)를 도입한 후 지역사회통합을 위한 사회적 케어서비스를 추가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현재 영국은 국가적으로 정신장애인에게 욕구 사정과 케어플랜에 따른 개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다양한 전문가들로 구성된 다학제적인 팀에 의해 의료 및 상담치료 서비스와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차별 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주거, 직업과 사회활동, 일상생활 등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과 관련된 법률과 제도의 내용을 살펴보면, 우선 정신보건법(Mental Health Act 1983)을 살펴볼 수 있다. 동법 제117조에서는 퇴원 후 케어(After Care)를 명시하여 주정부 또는 커미셔너(commissioner) 등이 치료시설에서 퇴원한 환자들에게 직접 또는 서비스 제공기관과 연계한 서비스를 의무적으로 제공하도록 하고 있다.

그 다음으로는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Care Programme Approach)가 있다.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는 다학제적 팀에 의해 정신장애인의 개인별 욕구사정과 지원계획을 수립하여 지역사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초기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는 정신병원에서 퇴원하는 환자들만을 대상으로 의무적으로 시행되던 서비스였으나 지금은 정신건강 서비스를 이용하는 모든 지역사회 정신장애인들도 이용하고 있다.

또 한 가지는 국민 보건서비스 및 지역사회 케어법(National Health Service and Community Care Act 1990)이다. 영국은 이 법을 제정하면서 본격적인 지역사회 케어 정책을 추진하였다. 이 법의 핵심은 서비스의 기획, 조정, 급여 지급의 책임을 주정부와 사회서비스국으로 일원화하고, 정신보건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들은 공적 사정체계에 따라 필요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한 것에 있다.

마지막으로 정신능력법(The Mental Capacity Act 2005)이 있다. 정신능력법은 16세 이상이 되었지만 스스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사람을 대신하여 후견인이 의사결정을 대리하도록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신장애인을 위한 후견제도를 도입하였는데, 이 법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자신과 관련된 의사결정 과정에서 소외, 분리, 배제되지 않고, 이들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하도록 법적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서비스를 ‘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사회적 케어(community-based mental health and social care)’로 통칭하고 있는데, 이는 지역사회에서 거주하면서 정신건강 문제를 관리하면서 살아가는데 받는 모든 케어와 지원을 의미한다. 정신장애인은 일반적으로‘지역사회 정신보건과 사회적 케어 서비스’를 아래 그림과 같은 절차에 따라 이용할 수 있는데, 이 과정에서 중요한 점은 당사자가 필수적으로 욕구 사정과 계획수립 과정에 참여하여 자신에게 적절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주요 사정 내용을 살펴보면, 정신보건 케어에 대한 사정(Mental health care assessment)을 통해 당사자의 욕구에 기반한 정신보건 케어서비스의 유형과 서비스 수준을 계획한다. 그리고 사회적 케어서비스에 대한 사정(Social care assessment)이 이루어지는데, 이 사정을 통해 정신장애인이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일상생활을 수행하는데 어떠한 지원이 필요한지, 이러한 지원이 얼마나 필요한지 등을 파악하게 된다. 마지막으로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 사정(Care Program Approach assessment)이 있다. 케어프로그램 어프로치 사정은 본 프로그램의 대상자인지 아닌지를 파악하고, 건강과 사회적 케어 욕구를 함께 사정한다. 구체적으로 정신건강 측면에서 특별한 어려움을 가지고 있는지, 거주와 고용서비스 등 다양한 서비스를 받고 있는지, 육아, 심리적 문제, 고용, 거주 등의 특별한 어려움이 있는지 등을 사정한다. 이 외에도 다양한 차원의 사정으로 응급 혹은 위기상황 사정(Mental Health Act Assessment), 퇴원에 대한 사정(Aseessment on discharge from hospital), 서비스 제공자에 대한 사정(Carer's assessment), 65세 이상 노인을 위한 사정(Single assessment for people over 65)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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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MIND(2013), guide to community based mental health and social care in England.

<그림>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정신보건 및 사회적 케어 서비스 이용 경로

영국의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서비스는 크게 건강 케어(health care)와 사회적 케어(social care)로 구분된다. 건강 케어 서비스에는 정신적 질병과 장애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는데 필요한 서비스가 포함되며, 사회적 케어에는 지역사회에 독립적으로 생활하는 데 필요한 일상생활에서부터 주거, 재정관리, 취업 등의 서비스가 포함된다. 영국의 지역사회 서비스는 정신장애인 개인별 욕구사정 및 지원계획에 따라 서비스 범위와 내용이 매우 포괄적이고 다양하다고 할 수 있다.

건강 케어(health care)

사회적 케어(social care)

 

- 약물 및 상담치료

- 인지행동치료(CBT),

심리치료(psychotherapy)

- 위기 케어(crisis care)

- 예방 또는 공중보건서비스 등

 

 

 

 

 

- 재정관리

- 가사생활 지원

- 지역사회 서비스의 이용

- 이동(transportation)

- 관계의 관리

- 일상생활 지원

- 사회보장 급여와 거주 지원

- 정보제공

- 직업훈련 및 취업알선 등

<표>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서비스 주요 예시

 

이상 살펴 본 영국의 정신장애인을 위한 지역사회 지원 정책과 서비스가 우리나라에게 주는 함의는 무엇일까? 먼저, 보건과 복지서비스의 통합적 지원을 들 수 있다. 영국은 퇴원 후 또는 지역사회 거주하는 정신장애인들을 위해 정신보건 서비스뿐만 아니라 교육・직업・주거・법적서비스 등의 복지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보건과 복지 전달체계가 분리되어 왔으며, 2000년 장애인복지법 개정에 따라 정신장애가 법정 장애유형에 포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장애인복지정책에서 정신장애인은 정책적 고려 대상에서 배제되어 왔다. 개정된 정신건강복지법에서 정신질환자를 복지서비스의 대상으로 규정하고, 복지서비스의 제공(제4장)에 대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지만 그 또한 임의 규정(~노력해야 한다. ~강구해야 한다. ~할 수 있다)으로만 명시되어 있어 강제력을 담보하지 않고 있다.

둘째, 다차원적 공적 사정체계의 구축과 개인별 지원계획의 수립이다. 영국은 정신장애인 지역사회 통합을 위해 주정부의 서비스 제공에 대한 의무 사항을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주정부는 지역사회 서비스를 원하는 정신장애인 개인의 욕구 사정에 따라 서비스를 계획하고, 직접 또는 다양한 서비스 기관과 연계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한 서비스가 필요한 정신장애인이 서비스에 배제되지 않도록 보건관련 시설, 복지 서비스 기관, 주정부가 연계되어 의뢰(서비스 이용신청)서부터 서비스 제공까지의 전달체계가 일원화되어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치료시설을 퇴원한 후 지역사회 서비스를 이용하는 부분은 오롯이 정신장애인의 몫이다. 적절한 정보 수집과 지원체계가 없는 정신장애인은 지역사회 서비스에 배제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서비스 진입과 사정체계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다양한 서비스 기관을 활용하여 욕구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비스 체계를 갖출 필요가 있다.

셋째, 다학제적 협력을 통한 포괄적 서비스의 제공이다. 영국은 정신장애인의 지속적인 장애관리를 위한 의료 및 보건 서비스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생활에 필요한 포괄적인 복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를 위해 사정 단계에서부터 다학제 전문가가 투입되어 각 장애인에게 필요한 촘촘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개인예산제 등 재정지원의 유연성을 통해 개인이 원하는 서비스의 제공을 촉진시키고 있다. 탈시설(탈원화)은 정신장애인이 시설이라는 공간에서 분리되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정신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가고 개인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서비스의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으며, 유연성 있는 재정 지원방식이 마련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또한 보건과 복지서비스가 통합된 다학제적 접근의 욕구 사정과 서비스 지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이 모든 것은 정신장애인의 선택과 결정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인간다운 삶의 영위를 보장하고, 필요한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정신장애인의 인권 증진이 관련 정책과 제도의 최우선 가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정신장애인을 위한 후견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2005년 정신능력법 제정을 통해 정신장애인의 의사결정권을 존중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도 이 부분을 간과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이들의 의사결정권을 제대로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최근 정부는 취약계층 돌봄 체계를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로 전환하겠다고 공표하였다. 정부는 커뮤니티 케어를‘돌봄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인의 욕구에 맞는 복지급여와 서비스를 이용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어울려 살아가며 자아실현과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혁신적인 사회서비스 체계’라 설명하고 있다. 지금의 커뮤니티 케어(community care)라는 정책 방향에서 정신장애인은 또 다시 배제되고 있지 않는가?

작성자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회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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