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 보호인가 방치인가? > 국내소식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 보호인가 방치인가?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 개최

본문

 
 
 
오늘 14일(수) 오후 4시 청년문화공간 JU동교동 니콜라오홀에서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국가인권위원회가 공동 주관한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과 형 집행 개선방안 마련을 위한 국제포럼(이하 국제포럼)’이 개최됐다.
 
「치료감호등에관한법률」에 따른 치료감호는 사회적 위험성은 높으나 알코올·마약·심신장애 등 법률상의 책임능력 결함으로 인해 형벌을 부과할 수 없는 자에 대해 적절한 보호와 치료를 병행함으로써 재범을 방지하고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취지로 마련됐다.  
 
법률상 책임능력이 없는 자가 재범 가능성이 큰 범법행위를 저지른 경우, 교도소가 아닌 치료감호시설에 수용되어 정신과적 치료를 받게 된다.
 
이번 국제포럼에서는 발달장애인을 대상으로 한 치료감호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스페인·영국 등 해외의 사례를 통해 국제인권법 기준에 부합하는 형 집행 개선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가졌다. 
 
 
임한결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가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을, 조인영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가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개선방안’에 대해 각각 발제를 맡았다. 
 
이어진 토론에는 정부에게 제안하는 개선방안을 국내·외 장애계, 학계 전문가들이 함께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미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 고명균 중앙장애아동·발달장애인지원센터 센터장, 김지영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안은자 국가인권위원회 장애차별조사1과 과장, 백경순 보건복지부 장애인서비스과 과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 임한결 경기장애우권익문제 연구소 변호사 발언 모습.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 발상 자체가 문제
임한결 변호사는 “치료의 대상이 아닌 발달장애인을 가둬서 치료시키겠다는 치료감호의 발상 자체가 문제가 된다.”라며 “치료감호 문제의 출발점이 치료할 수 없는 발달장애에 대해 치료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는 역설적 현실”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현행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문제점에 대해 ▲ ‘심신장애’에 대한 추상적인 법 규정 ▲ 법관의 자유심증주의에 의존한 선고 ▲ 전문 의료인력의 부족· 관성적 정신과 약물의 처방 등으로 인한 열악한 수용환경 ▲ 소명기회, 변호인의 조력 등 방어권이 없는 치료감호 종료심사의 한계 등을 지목했다.
 
아울러, “치료감호는 신체적 자유를 박탈한다는 점에서 사실상 자유형 선고”라며, “신체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기 때문에 형사상 절차에 준하는 방식으로 개정되어야 한다며 발달장애인 범죄자에 대한 새로운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응보적 관점이 아닌 '회복적 관점'의 치료감호 필요
조인영 변호사는 “심신장애인의 범죄에 있어서 ‘보호와 치료’를 목적으로 하는 치료감호는 응보주의보다는 회복적 사법이라는 관점에서 설계되었다는 점을 고려해 처벌과 구금보다는 '사회 복귀 및 재통합'에 목적이 있어야 한다.”라며 회복적 관점에서의 치료감호제도 개선방안을 제시했다.
 
구체적 내용으로는 ▲ 장애인 범죄에 대한 경·검찰 내 전담 부서 설치 ▲ 복지기관과의 연계체계 구축 ▲ 장애인 범죄심사위원회 기구 마련 ▲ 진술조력인 제도 정비 ▲ 선고과정에서 치료감호 기간 상한 설정 및 비례성 원칙 규정 신설 ▲ 전문 의료인력 배치 및 교육 프로그램 지원 ▲ 치료감호소 내부 모니터링 기관 설치 ▲ 이의제기 창구 마련 ▲ 독립 기구 등에 의한 정기 방문 조사 및 실태조사 제도화 ▲ 법무부 치료감호 심의위원회 구성 및 종료심사 기준 공개 등을 제시했다.
 
아울러, 조 변호사는 “현행 보호관찰 제도는 피치료 감호자의 자발성에 의존한 소극적 보호관찰에 의해 집행되고 있으며 특히, 발달장애인 피치료 감호는 보호자의 보호 없이 자립적 생활이 어려운 경우가 많아 사회 전반적인 보호와 지도 없이 자율적 생활이 어렵다.”라며 치료감호 종료 후에도 보호관찰제도를 비롯한 정신보건센터, 복지지원연계 등을 확보하고 지역생활 정착지원센터 등의 개설 필요성을 피력했다.
 
 
 
▲ 산체스-도피코(Inés de Araoz Sánchez-doPico) 스페인 완전 통합(Plena Integración España) 법률고문 발제 모습.
 
 
한편, 이날 국제포럼에서는 산체스-도피코(Inés de Araoz Sánchez-doPico) 스페인 완전 통합(Plena Integración España) 법률고문이 ‘지적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의 대안에 관한 스페인의 경험’에 대해, 앤드리아 홀로모츠(Andrea Hollomotz) 영국 리즈대학 교수가 ‘지적장애인 범법자에 대한 처우와 구금 대안 모색을 위한 영국의 지원’을 발표하며, 우리나라보다 앞서 발달장애인 수용자 대책에 앞장서고 있는 해외의 사례를 공유했다.
 
스페인의 지적장애인 수감자와 출소자에 대한 지원
스페인에서는 형사적 책임이 인정되는 지적장애인에 대해 90%가량 자유를 박탈당하는 형벌을 선고하며, 책임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보호조치를 내린다. 이들은 교도소 내 정신과 병원에서 조치를 받게 되고, 교도소 내 교화센터에서 일련의 교화조치를 받게 된다. 이 경우 부과된 형량보다 더 장기간에 걸쳐진 조치를 내릴 수는 없다.
 
이네스 법률고문은 “이들이 실제로 지역 공동체로 돌아갔을 때 다시 설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한 일이지만, 대부분의 보호조치는 교도소 내에서만 개입되고 시스템상의 실패 때문에 이들의 재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된다.”라며 “감옥을 대체할 무언가가 없어 사회로 돌아가도 ‘범죄자’라는 사회적 낙인으로 인해, 제도·교육·보건·사회·법률에 있어 교화가 사실상 실패”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개인에 대한 사회적 배제가 이뤄지는 것을 개입하지 않을 수 없고, 이차적 예방을 위해 공정한 프로세스를 달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라며 지적장애인의 전략적 소송을 위한 증언 평가도구를 개발하거나 성범죄자를 위해 특수하게 개발된 도구를 교도소와 연계하여 시범운영하고 약물을 사용하는 지적장애인을 위한 특수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등 여러 방면의 지원을 위한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미정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정책위원 발언 모습.
 
 
현 제도는 치료로 호전되지 않는 발달장애인도 치료감호의 대상으로 삼는다. 수용과정에서 발달장애인을 위한 적절한 편의 제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될 경우 선고된 징역형을 초과하여 최장 15년의 장기 수용도 허용하고 있다.
 
장애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과밀수용 환경과 죄질에 상관없이, 법원이 정한 형량과 별개로 '장애인이자 범죄자'라는 이중 지위에 놓인 이들을 장기 수용함에 따라 장애인 수용자에 대한 평등권 및 신체의 자유에 대한 과도한 침해 문제가 제기된다.
 
실제 지난 2009년,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지적장애인 A 씨는 별다른 치료적 의료처우 없이 형기의 8배가 넘는 기간 치료감호소에 수용되었으며, 저금통을 훔쳤다가 징역 6개월을 선고받은 B 씨는 10년을 수용감호시설에 갇혀 지낸 바 있다.
 
한 시민단체의 도움으로 11년 만에 세상 밖으로 나온 A 씨는 “국가를 상대로 부당구금을 당했다.”라며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였지만 패소했다. 재판부는 치료감호의 실태와 운영이 장애인 차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장기간의 개입을 통해 발달장애인에게 맞는 의사소통 방안 마련해야
이미정 정책위원은 “치료감호가 재발 방지 및 사회복귀를 위한 제도라고 했지만, 발달장애인에게 치료감호는 ‘장애를 심화시키고 사회복귀를 원천 차단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라며, 장기간의 개입을 통해 개별 발달장애인에게 맞는 의사소통 방안을 마련하여 범죄행위를 인식시키고 의사전달 방법을 훈련해 범죄를 사전예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책으로 ▲ 발달장애인에 대한 치료감호 조치 중단 ▲ 법무부와 복지부의 연계체계 마련 ▲ 교정시설에 장애인복지 전문인력 의무 배치 ▲ 외부와 연계한 다양한 훈련 교육프로그램 진행 ▲ 교정공무원을 대상으로 한 발달장애 이해 교육 진행 ▲ 출소 전 지역사회 자립 지원계획 수립·연계 ▲ 외부 발달장애 전문가를 통한 모니터링 체계 구축 ▲ 지역사회 범죄경력발달장애인을 지원하기 위한 전문가 연수체계 마련을 제언했다.
 
이번 국제포럼을 통해 발달장애인 대상 치료감호제도의 실효적이고 인권 친화적인 개선방안에 대한 논의의 귀추가 주목된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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