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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장애계

감염병이 일상인 시대, 장애인의 건강 어떻게 돌볼까?

일상회복, 장애인의 사회참여권

본문

방문진료 현장
 
코로나 위기가 심각했던 2020년, 2021년을 지나 올해 중반부터는 사회적 거리 두기가 희미해지고 대체로 일상을 회복하였다. 아직은 감염이 이어지고 있어 언제 다시 확산세가 이어질지 걱정인 상황이지만 오랜 기간 억제되었던 사회 분위기가 다소 활기찬 분위기로 바뀌었다. 바깥 활동을 자제했던 나도 2022년 여름 오랜만에 잠실야구장을 찾았다. 코로나 때문에 야구장을 찾을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다가 코로나 혹은 또 다른 신종 질병이 언제 다시 찾아올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이때가 아니면 또 언제 갈 수 있을까 하고 기분전환을 시도했다. 화면으로 보던 야구장의 열기는 여전했고 눈으로 직접 확인한 선수들의 실력도 감동적이었다.
 
다른 한편 야구장에서 확인한 인상적인 장면은 휠체어를 탄 지체장애인 몇 분이 장애인석에서 관람하는 모습이었다. 중증장애인의 집을 찾아 방문 진료를 하는 장애인 주치의의 눈에 쏙 들어온 장면이었다. 뜬금없이 야구장 방문 이야기를 꺼낸 건, 열기가 가득 찬 야구장이란 공간을 찾는 일은 코로나로 움츠렸던 시기를 겪은 우리 모두에게 활기를 되찾는 일이고 더 힘든 시기를 겪었을 장애인들에게 좋은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야구장과 같은 체육시설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시설의 접근성, 편의성이 더욱 개선되어 보다 많은 당사자가 즐길 수 있길 바랐다.
 
필자가 일하는 건강의집의원 내부 모습
 
코로나 시대 일상적 건강 돌봄의 어려움
코로나 시기 방문 진료를 다니며 공적 활동이 줄어든 당사자들의 의기소침한 모습을 보았다. 십대 후반 척추염 이후 다리 한쪽이 마비된 70대 지체장애인 지환(가명) 님은 누구보다 운동에 진심이었다. 탁구, 볼링,수영 등 운동을 통해 건강도 챙기고 사람들과 교류도 잦았다. 한쪽 다리로만 볼링을 치려니 무릎 관절에 무리가 되었고 통증이 심했다. 통증약을 달고 살았다. 나한테 좋은 약이 없냐고 항상 물어보셨지만, 볼링 자세를 함께 취해보며 무릎에 무리가 되니 횟수를 줄일 것을 제안했다. 주변 사람들에게 영양제를 추천받으며 먹어도 되냐고 물어보곤 하셨다. 나는 절대 무리하지 않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매번 주장했다. 그러던 중 코로나 사태라는 초유의 시기를 겪으며 지환 님은 칩거에 돌입했다. 활력이 줄었고 약간의 우울감도 보였다. 사회 활동이 줄다 보니 살이 찌는 게 눈에 보였다. 당뇨가 악화되어 약을 증량할 수 밖에 없었다. 2019년 초 처음 만나 초기엔 무리한 운동으로 인한 통증 관리, 이후엔 칩거로 인한 우울감과 당뇨 악화로 인한 걱정을 하며 시간을 함께 보냈다. 감염을 피하기 위한 칩거가 너무 길어지니 도저히 건강을 돌볼 수 없는 상황이 펼쳐졌다. 다행히 그동안 운동을 열심히 하신 덕분인지 큰 응급상황은 없었다. 돌아보면 지난 2년을 어떻게 버텼는지 모르겠다. 사회적거리 두기가 서서히 해제되고 볼링, 탁구 순으로 운동을 시작하여 최근에는 수영도 조금씩 하고 계신다. 여전히 통증은 심하고 당뇨도 걱정되는 수준이지만 사회활동을 이어 나간다면 충분히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하지만 지환 님과 내가 앞으로도 건강 돌봄을 잘해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매번 든다. 시간이 지날수록 통증은 심해지고 기력은 떨어질 텐데 앞으로는 더욱 신경 써야 한다. 2년의 코로나 시기가 두고두고 마음에 걸릴 것 같다.
 
방문 진료를 전담으로 하는 의사로 중증장애인뿐 아니라 말기질환의 고령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사이 생을 마감한 분들도 많다. 요양시설에서 코로나로 생을 마감하여 사망진단서에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를 적어야 했던 분들도 여럿이다. 지난 시간을 차분히 정리하며 코로나로 인한 막을 수 없는 사망이었는지, 장애 상황에 대해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불평등한 차별이었는지도 확인해보아야 한다. 병원에 내원하기를 주저하는 당사자분들의 목소리를 많이 들었다. 거동이 불편한 많은 이들이 코로나 시기에 적절한 의료 대응을 받지 못하기도 했고 도와주는 이 없는 상황에서 긴 시간 고립감과 싸워야 했다. 
 
 당사자분과 산책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의 효용
장애인 건강권법에 따라 시행되고 있는 장애인 주치의제도는 현재 유명무실하다. 장애인 당사자도, 의료인도 참여가 저조하다. 의료인, 당사자 모두 참여는 고사하고 존재 자체를 알지 못하는 현실이다.
 
많은 수의 환자는 아니지만 나름대로 장애인 주치의 활동을 하고 있다. 의료인과 당사자가 맺는 주치의 관계는 건강 돌봄에 도움이 되었다. 제도 이름은 장애인 건강주치의 제도지만 실제로 주치의 역할을 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주치의 제도가 확립되지 않은 의료 현실에서 의사와 환자에게 모두 낯선 상황이다. 어떤 분들은 손상 발생 초기에 치료를 받았던 대학병원 교수님을 주치의로 생각하셨고, 어떤 분들은 의료 이용을 거의 하지 않아 의료인과 연결고리가 전혀 없었다. 낯선 의사가 갑자기 주치의라고 주장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차근차근 방문 진료를 통해 집을 찾아가 충분한 시간 대화를 나눴다. 처음 활동을 시작한 2019년 초에는 남의 집을 찾아가는 일이 낯설고 어색했지만 4년 내내 찾았더니 의료인도 환자도 익숙해지고 서로에게 고마운 일이 되었다. 언제든 전화나 문자로 소통하고 방문진료를 통해 충분한 상담을 나눈다. 서로가 주치의라고 의식해서가 아니라 이렇게 연락하고 집에서 만나니 사소한 건강 문제도 상의할 수 있는 사이가 되었다. 시간이 지나 보니 주치의는 선언으로 규정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 움직이는 발걸음과 대화를 통해 서서히 맺어지는 관계였다.
 
만약에 장애인 주치의 제도가 제법 활성화되어 일상적 건강 돌봄이 가능했다면 코로나 위기에 도움이 되었을 텐데 아쉬운 부분이다. 긴급 상황에서 응급실 이용, 상급 병원 이용을 잘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장애인 주치의 제도를 통해 일상적 건강 관리를 돕고 필요시 방문 진료를 통해서 감염병 위험 속에서 최소한의 처치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면 이후의 또 다른 위기에 대응할 수 있다. 
 
 건강의집의원 외부 전경
 
포스트 코로나 시대 건강 돌봄
건강 관리를 위해선 사회와의 소통이 중요하다. 개인이 골방에서 건강 관리를 위해 힘쓰는 건 한계가 있다. 돌이켜 본다면 약 2년간의 사회적 거리 두기는 향후 몇 년 간 건강의 격차를 유발할 가능성이 있다.
 
한편 생각하면 많은 당사자 분들이 코로나와 별개로 칩거 생활을 하고 있다. 노인이 된 장애인은 장애인 활동지원 시간과 달리 짧은 3시간의 요양보호 시간에 의지해 최소한의 도움을 받고 있다. 최소한의 사회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코로나라는 재난 상황 때에도 충분한 돌봄 시간을 확보할 방안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앞으로 비슷한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저 집에 있으라 강요할 것이 아니라 적절한 사회 활동을 지원할 필요가 있다. 장애인 주치의도 당사자들이 의료적 도움을 받고 사회와 소통을 할 수 있는 통로로 역할 할 수 있다. 방문 의사가 일상적 소통을 통해 상태를 잘 알고 있다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다. 손상의 정도에 따라서, 장애의 형태에 따라서 누군가에겐 사회 활동의 단절이 감염병의 위험 못지않은 절망적인 상황이라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저 가만히 있으라고만 제지할 것이 아니라 감염병과 더불어 살며 안전한 사회 활동을 해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가는 일에 힘에 힘썼으면 한다. 
 
작성자글과 사진. 홍종원/건강의집의원 원장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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