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최초‘읽기 쉬운’ 방식 적용한 판결문 나와 > 국내소식


대한민국 최초‘읽기 쉬운’ 방식 적용한 판결문 나와

첫 시도 좋지만 형식만 갖추지 않도록 노력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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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사법부에서 최초로 ‘읽기 쉬운(Easy-Read)’방식을 적용한 판결문이 나왔다. 2013년 사법부 구성원들에게 장애인 사법지원에 관한 실무지침을 제공하는 ⸢장애인 사법지원을 위한 가이드라인(이하 사법지원가이드라인)⸥이 발간된 이후 쉬운 용어로 작성된 판결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본 판결은 서울행정법원 행정11부에서 선고한 사건으로 원고는 수어를 주된 언어로 사용하는 청각장애인이며 장애인 일자리사업 면접시험 과정에서 경험한 장애차별적 사안에 대해 소송을 제기하였다.
 
재판부는 왜 ‘읽기 쉬운’판결문을 제작하였나?
청각장애가 있는 원고는 탄원서를 통해 ‘알기 쉬운 용어로 판결문을 써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한 바 있다. 2020년에 발간된 ‘사법지원가이드라인’ 개정판에 따르면‘청각장애인인 피고인에 대하여 판결 내용을 이해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하는 때에는 피고인이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풀어서 설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유엔 장애인권리위원회는 지난 9월 대한민국 유엔장애인권리협약 제2⋅3차 병합 국가보고서에 관해 최종견해를 밝혔고 제 13조 사법접근권에 대해 ‘점자, 수어, 읽기 쉬운 형태 등 사법적 절차 전반에 걸쳐 대안적 의사소통 수단을 개발하라’고 권고한 바 있다.
 
‘읽기 쉬운’ 판결문의 내용은 기존의 판결문과 어떻게 다른가?
‘읽기 쉬운(Easy-Read)’방식은 단문과 동사 위주의 쉬운 문장과 구어체 문장 등을 사용하여 문장 해석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의 편의를 지원하기 위해 도입된 방식이다. 해당 재판부에서 작성한 ‘읽기 쉬운(Easy-Read)’판결문의 내용을 살펴보면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라는 문구와 함께 ‘안타깝지만 원고가 졌습니다’를 병행함으로서 법률적 용어를 쉽게 풀어 기재하고자 하였다.
 
또한 재판부는‘평등원칙 위배’를 쉽게 설명하기 위해 삽화를 통해 설명하였고 재판부가 판단을 내릴 때 고민한 지점에 대해 비교적 짧은 문장과 예시를 들어 나열하였다.
 
재판부의 첫 시도, 아쉬운 점은 없나?
해외 사례를 살펴본 결과, 영국 대법원은 지난 2020년 자폐성장애인의 성적 자기결정권과 관련한 소송(A Local Authority v JB)을 진행하며 해당 경과에 대해‘읽기 쉬운(Easy-Read)’방식의 Case summary(사례 경과 요약문)를 제작한 바 있다.
 
서울행정법원 판례와 눈에 띄게 달랐던 점은 영국 대법원 판결의 경우, 기존 판결문에 비해 글씨가 상당히 컸다는 점과 항소인과 피항소인의 용어에 대한 설명을 제일 서두에 기재하였다는 부분이다.
 
또한, 해당 사건에서 가장 주요하게 다루고 있는 쟁점 두 가지를 Plain language(평이한 언어)로 설명하였으며 원고의 주장과 피고의 주장을 두괄식으로 작성하였다. 대법원까지 올라온 사건인 만큼 1심, 2심, 3심에서 다루었던 주요 쟁점에 대해서도 구체적이면서도 쉬운 용어로 나열하였다.
 
 
대한민국 사법부의 첫 시도로서는 의미가 있으나 해당 판결문을 발달장애인이나 학습장애가 있는 사람들이 이해하기엔 여전히 전문용어가 많고 한 문장 안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
 
한 발달장애인 전문가는 “이 판결문을 청각장애인이 읽기엔 너무 쉽고, 발달장애인은 하나도 이해하지 못할 내용”이라며 “읽기 쉬운(Easy-Read) 형식을 빌린 또 다른 배제가 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아동의 입양 사건을 다룬 잉글랜드 웨일스 가정법원 재판부에서는 아동과 부모를 위해 본 판결 내용 전문을 쉬운 언어로 작성한 바 있다. 별도의 ‘Easy Read’판결문을 제작하지 않고 전체 판결 내용을 법적 전문용어를 대부분 제외한 채 두괄식으로 읽기 쉽게 작성한 것이다.
 
권리의 주체는 당사자이다. 형식을 갖춘 것 이상의 의미성을 지니기 위해 사법부는 쉬운 판결의 내용이 당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는지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당사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야 할 것이다.
 
작성자글. 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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