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질환자 구속수사 과정에서 방어권·건강권 침해 당해 ··· 인권위에 진정 > 국내소식


정신질환자 구속수사 과정에서 방어권·건강권 침해 당해 ··· 인권위에 진정

경찰청 수사인권과, "정신질환 특성 고려한 수사절차 필요성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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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 전경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하 연구소),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한국정신장애인연합회는 오늘(23일) 오후 2시 경찰청 앞에서 사회적 편견에 휩싸여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경찰의 불공정한 수사 관행을 규탄하며, 정신질환자에게도 사법 정의가 평등하게 구현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4월 기소된 정신질환 당사자 장 씨는 한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상자를 태웠으나 현장을 벗어나기 전 스스로 불을 껐기 때문에 별다른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웃 주민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장 씨에게 정신질환이 있어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구속 수사로 전환했다. 장 씨는 소환 통보를 받고 경찰에 출석한 날 체포돼 6개월간 국립법무병원 및 구치소에 수감됐다. 이 과정에서 장 씨는 구속영장 청구의 의미와 내용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듣지 못했으며 가족에게도 당사자가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게 될 것이고 구속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전달되지 않아 자신을 방어할 기회를 놓치게 됐다.
 
장 씨는 수감 과정에서도 정신질환자의 건강권이 보장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진정서에서 “장 씨는 조현정동장애·양극성정동장애로 약물을 복용해오고 있었으나 수감된 기간 동안 구치소에서는 장 씨에게 필요한 약물을 확인·처방하지 않았다”며 “외부 약물 반입도 1회로 한정해 진정인이 가지고 있던 2달치 분량의 약물이 소진된 후에는 몸에 맞지 않는 약을 복용해야 했다”고 밝혔다.
 
이후 장씨는 1·2심 법원에서 징역 8개월,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법원은 일반방화·재물손괴 혐의 중 방화는 무죄로 봤다. 징역형이 유예됐으나 장씨는 이미 6개월을 구치소에서 보낸 것. 애초 수사기관은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주장한 현주건조물방화 미수 혐의로는 기소조차 하지 못했다.
 
이에 장씨와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은 23일 서울수서경찰서 경찰관 2명과 서울중앙지검 검사 1명, 경찰청장·검찰총장·법무부장관을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이들은 진정서에서 “검·경은 정신질환자의 수사 과정에서 인권침해 재발방지대책을 수립·실시하고 모든 직원에게 정신질환자 피의자 보호 의무에 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해달라”고 밝혔다.
 
발언 중인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조인영 변호사
 
진정을 대리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의 조인영 변호사는 “형사처벌을 받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꿔놓는 일이며 그 가족의 안위와 삶을 흔드는 일이기도 하다. 이러한 형사사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가 경찰 수사 단계에서의 조사”라며 “이에 헌법은 적법 절차의 원칙을 명시하면서 절차마다 피의자의 방어권이 보장돼야 함을 천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진술의 유불리를 스스로 판단하기 어려운 정신질환자·정신장애인의 상황을 경찰이 이용해 범죄 혐의를 인정하도록 유도한 사례는 이미 많았고 앞서 인권위도 몇 차례 권고를 했다"면서 "경찰은 경찰 수사에 관한 인권보호 규칙과 경찰 수사 규칙에 따라 당사자나 보호자에게 신뢰관계인 및 진술 조력인 동석의 필요성을 확인하거나 직권으로 신뢰관계인 및 진술 조력인 동석의 필요성을 확인하거나 직권으로 동석하게 해야 했다. 그러나 경찰은 이러한 규칙을 모두 위반하며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당사자에게 정확한 혐의와 절차에 대해 설명하고 신뢰관계인 동석 등을 통해 불리한 진술이 이루어지지 않도록 보장해야 하는 것은 경찰의 의무일 뿐만 아니라 정신질환자인 당사자의 권리”라며 “하지만 경찰은 정신질환자의 위험성이라는 편견에 갇혀 범죄 혐의를 입증하는 것에만 천착하며 당사자의 방어권, 사법 접근권, 신체의 자유, 인격권을 모두 침해했다”고 규탄했다.
 
발언 중인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이돈현 활동가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이돈현 활동가는 “정신질환자에 대한 심각한 인권침해가 또 다시 발생했다는 사실이 너무나 참담하다. 우리는 범죄자가 아니다. 몸이 아니라 마음이 아픈 사람일뿐이다. 우리 당사자들과 가족들은 너무나도 힘겹게 살아가고 있으며 사회는 너무나 냉혹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해당 사건은 정신질환을 이유로 한 사람을 엄청난 범죄자로 내몰았다. 정신질환자를 이해할 생각도 없이 행해지는 경찰의 불공정한 수사는 없어져야 한다. 우리도 다른 사람과 같이 한 사람일뿐이며 인권을 보호받아야 한다. 사법당국은 당사자에게 사과하고 정신질환자의 특성을 고려한 수사절차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요구했다.
 
또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반희성 소장은" 몇년 전에 경찰로부터 무리한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적이 있다. 그 날의 비극이 트라우마로 아직도 남아있다"며 정신질환자의 인권을 고려하지 않은 수사가 중단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기자회견문을 낭독 중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김치훈 인권정책국장 ⓒ한국정신장애인자립생활센터
 
연구소 김치훈 인권정책국장은 “장 씨가 아파트 비상계단에서 상자를 태운 것이 잘못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 불을 끄고 피해가 발생하지 않았음에도 경찰이 정신질환이 있기 때문에 재범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서 당사자가 항소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을 장장 6개월 동안 구치소에 감금된 채 힘겨운 법정 싸움을 벌여야만 한 것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나마 해당 사건은 장애인권단체에 알려져 사회적인 공론화와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이런 경우는 극소수에 불과하다.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으로 부당하게 처리되고 있는 형사사건들이 얼마나 될지 제대로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이들 단체는 경찰청에 ▲정신질환자에 대한 인권 기반의 수사 매뉴얼 수립 ▲실효성 있는 장애특성별 초기대응 훈련 의무화 ▲정신질환자의 행동 특성을 고려한 조사 지침 수립 ▲정신질환자의 사법 접근권과 차별금지에 대한 정기적인 교육 시행을 촉구하며 경찰청장에게 면담을 요청했다.
 
기자회견을 마친 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수사인권담당관과 면담을 가진 단체 관계자에 따르면 "경찰청에 정신질환자의 특성을 충분히 고려하여 수사절차가 이루어질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달라고 요청했으며 담당 부서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빠르게 계획을 추진해보겠다고 밝혔다. 초기대응 시 정신질환자, 정신장애인 등을 식별하기 위해서는 보건복지부와도 적극적인 협력이 필요하며 앞으로도 장애인단체 등과 자주 소통하겠다고 답변을 들었다"고 전했다.
 
 
작성자함께걸음미디어센터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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