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이 사망하면 다 장애가 이유입니까"…‘시설 내 장애인 기도폐쇄 사망’ 1심 선고 > 국내소식


"장애인이 사망하면 다 장애가 이유입니까"…‘시설 내 장애인 기도폐쇄 사망’ 1심 선고

1심 판결, 유족에게 5,400만원 보상 지급, 응급대처 미흡 과실은 부인

본문

 
2020년 8월, 인천시의 한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발달장애인이 점심식사 중 음식물로 인한 기도 폐쇄로 사망했다. 해당 사건에 대한 1심 판결이 4년 만인 지난 9월 12일에 내려졌다.
 
사고 당시 고인은 자신의 상태를 알리기 위해 손을 들거나 주변을 크게 둘러보는 행동을 했으나, 시설 종사자는 근처를 지나갔음에도 이를 전혀 인지하지 못하였으며 고인이 끝내 쓰러진 후에야 하임리히법을 시행했다. 그 사이 산소 공급이 차단되어 산소포화도가 급격히 떨어지면서 피부가 푸르게 변하는 '청색증'이 나타났지만, 심폐소생술이나 제세동기 사용 등 적절한 응급조치는 이행되지 않았다.
 
심폐소생술은 119 구급대원이 도착한 후에야 시행되었으며, 고인은 사건 발생 1시간 14분 만에 병원으로 이송되었으나, 이미 심정지 상태였다.
 
1심 재판부는 고인의 특성을 시설 종사자가 잘 몰랐던 점, 정신과 약물 복용으로 인해 근육 경직, 구강 건조, 삼킴 곤란 등이 있었던 고인에게 식사 시 주의를 기울이지 않은 점, 그리고 국물 없이 마른 밥과 토마토만을 제공해 위험을 초래한 점 등에서 거주시설의 미흡한 예방과 부주의한 행동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사건 당시 고인에 대한 응급처치가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는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장애인 단체와 유족은 깊은 한탄을 금치 못했다.
 
 
판결 선고 후, 호우 속에서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고인의 여동생은 "오빠의 얼굴에 청색증이 나타났고 심정지로 쓰러졌을 때, 왜 심폐소생술을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적절한 조치가 있었다면 오빠는 아직 곁에 있었을지도 모른다"며 시설의 부적절한 대응에 대해 실망감을 드러냈다.
 
△ 발언하는 백선영 조직국장
 
백선영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조직국장은 "시설 측의 일부 책임을 인정한 판결은 법적으로 의미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왜 시설에서 사람이 죽어야 했는지, 살릴 수 있었던 기회를 저버린 책임은 왜 묻지 않는 것인가"라며, 단순히 옳고 그름의 논리로만 판단하는 사회에 대해 개탄했다.
 
이어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다른 게 아니다. 사람을 사람답게 대하라는 것이다.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의사소통이 어렵다는 이유로 시설에 가둬야 한다는 것이 사회의 본질이라면 우리는 바꾸기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연대 의지를 표명했다.
 
4년 동안 유가족을 가장 지치게 한 것은 시설 측의 대응과 태도였다. 고인이 사망한 후, 시설과 보험사는 사망 원인을 '뇌전증 발작'으로 주장하며 고인의 장애와 질병에 책임을 돌리려 했다. 이에 유족은 법원 감정을 신청해 뇌전증으로 인한 사망이 아님을 증명해내야만 했다. 또한 고인이 근육경직과 삼킴곤란 등의 애로를 겪은 이유도 병원 측이 고인을 편하게 지도하기 위해 필요 이상의 정신과 약물을 복용시킨 것의 부작용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고인의 여동생은 "보험사 측은 오빠가 뇌전증 약을 복용했다는 이유로 사망 원인을 오빠에게 돌렸다. 그러나 뇌전증이 원인이 아니라는 것이 밝혀지자, 이번에는 시설 응급처치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가족을 기만했다"며, 고인의 죽음을 애도할 새도 없이 책임 공방에 시달린 것에 고통을 호소했다. 그러면서 "애초 오빠가 정신과 약을 복용시킨 것도 본인들이 편하게 지도하려 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오빠의 사망을 인재라고 생각한다"며 시설의 책임을 강조했다. 
 
△ 김치훈 소장의 발언은 김영연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인권센터 센터장의 대독으로 진행되었다.
 
김치훈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소장은 "보험사가 고인의 죽음을 장애나 질병에 의한 것이라 주장하며 보험금을 감액하려 했고, 유족은 4년에 걸쳐 이를 소명해야 했다. 이는 매우 고통스럽고 잔인한 일이었다"며 분노를 표했다. 또한, 시설의 관리·감독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리인단은 해당 사건에 대해 "시설 내 사망 사건은 이번 한 시설만의 문제가 아니다. 유가족들과 사건에 대한 후속 대응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작성자동기욱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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