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장애인은 더 이상 감금의 대상이 아니다 > 국내소식


정신장애인은 더 이상 감금의 대상이 아니다

<감금 없는 정신보건> 소개

본문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감금법이다
 
대한민국에서 정신장애인을 생각하면 떠올릴 수 있는 단어는 어떤 게 있을까? 낙인, 차별, 혐오 등 대부분이 정신장애인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음을 나타낸다. 특히 대한민국 정신장애계의 역사를 돌아본다면 앞서 언급했던 단어들보다 더 적합한 단어가 있다. 바로 ‘감금’이다. ‘감금’은 ‘드나들지 못하도록 일정한 곳에 가둠’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그만큼 정신장애인은 그동안 시설이나 정신병원과 같은 곳에 ‘감금’되어야 하는 존재로 오랫동안 여겨져 왔다.
 
1995년 제정된 「정신보건법」은 정신장애인을 위한 법이라기보다 오히려 「정신장애인감금법」으로 작동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정신질환이 있는 경우 가족의 신청만 있으면 정신병원으로의 강제 입원이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신장애인의 동의를 요건으로 하지 않는, 인권적 절차가 무시된 이 법은 사람들에게 ‘정신장애인은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시켜야 한다’라는 생각을 오랫동안 가지게 했다. 그래서 정신 병상이 무수히 늘어나고 정신장애인이 강제입원되는, 정신‘보건’이 아닌 정신‘감금’으로 작동을 했던 것이다.
 
이렇게 ‘정신장애인=감금’처럼 여겨지는 공식이 오랫동안 견고하게 자리를 잡으면서, 「정신건강복지법」 개정을 통해 정신병원 강제 입원의 요건을 강화해도 정신병원에 입원하는 정신장애인의 수를 줄이지 못하고 있다. 강제 입원의 요건을 강화하는 것만으로 정신장애인이 감금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감금 없는 정신보건 : 인권 기반 법제와 프로그램의 대개혁(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편, 이용표 외 10인 공저, 아래 감금 없는 정신보건)> 이용표 대표 저자는 현재 정신보건 상황이 더 나은 정신보건을 모색하기 위한 시사점을 다음과 같이 정리했다.
 
첫째, 강제 입원은 정신장애인에 대한 대규모 감금의 시발점이지만 강제 입원을 통제하는 법률 개정이 감금 상태에 있는 사람들을 지역사회로 복귀시키는 데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둘째, 권익 보호를 강화하는 법률이 입법되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의도하는 정신장애인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실체적으로 당사자들을 지원할 권익옹호체계가 동시에 수립되지 않으면 개정법은 명목화 된다는 것이다. 셋째, 감금된 사람들의 지역사회로의 복귀는 주거, 직업, 일상적 돌봄 등과 같은 복지서비스를 확충하는 커뮤니티케어 정책과 함께 추진되지 않으면 실제적인 성과를 가져오기 어렵다는 것이다.
 
 
이젠 ‘감금 없는 정신보건’이 되어야 할 때
 
<감금 없는 정신보건>은 이렇게 오랫동안 견고해진 문제의식을 공유한 사회복지 연구자와 법률가들이 의기투합하여 추진된 책이다. <감금 없는 정신보건>은 크게 3부로 구성하여 정신장애인 감금의 문제를 구체화하고 있다. 제1부에서는 정신장애인 감금의 그 구조의 형성과정을 조망하고 감금 구조 해체를 위한 패러다임 전환의 방향을 모색하기 위해 정신장애에 대한 인식론적 문제를 정리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제1장에서는 강압적 치료방식에 의한 동의 감금 문제를 철학적 담론을 통해 검토하고 우리나라의 정신장애인 감금 구조 형성과정을 정리했고, 제2장에서는 감금 없는 정신보건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정책 패러다임을 모색하기 위하여 ‘질병’이면서 동시에 ‘장애’라는 정신장애의 인식론적 문제를 검토하고 인식론적 차이가 가져오는 정책적 접근의 문제를 살펴보고 있다.
 
제2부에서는 정신장애인 감금을 유인하는 제도를 구성하는 정신보건에서의 위기대응체계, 정신건강복지법상 입원제도, 강제 입원에서의 자기결정권 문제 그리고 감금과 사회보장제도와의 관련성 등을 다루었다. 세부적으로 제3장에서는 정신장애가 있는 사람이 경험하는 위기와 응급상황에 대한 개념 구분이 없는 정신건강복지체계의 문제점을 분석하고 불요불급한 입원을 억제하기 위한 새로운 대응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제4장에서는 정신장애인 감금의 시발점이 되는 정신의료기관 입원제도의 문제점을 인권적 관점에서 검토하였고, 제5장에서는 입원과 관련된 정신장애인의 자기결정권 문제를 검토하고 강제 입원자의 권리 옹호를 위한 의사결정 지원의 발전방안을 모색하였다. 제6장에서는 정신장애인 감금과 사회보장제도의 관련성을 돌봄 부담의 탈가족화를 중심으로 검토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3부는 감금 없는 정신보건을 위한 대안의 모색을 위해서 정신장애인 커뮤니티케어와 주거 대안, 관련 법제와 프로그램 개혁 그리고 인권친화적 대안정신보건프로그램을 살펴보고 있다. 세부적으로 제7장에서는 감금 없는 정신보건을 위한 정신장애인 커뮤니티케어체계 구축방안과 주거지원의 대안을 모색하였고, 제8장에서는 정신장애인의 지역사회 생활의 권리 실현을 위한 법제와 프로그램의 개혁방안을 권익옹호와 장애인복지법 제15조 폐지 이후 대체입법의 필요성을 중심으로 제안하고 있다. 제9장에서는 의료패러다임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 프로그램의 모색을 위해 약물에 대한 자기결정권을 기반으로 형성된 인권친화적 대안정신보건프로그램을 소개하고 있다.
 
이용표 대표 저자는 서문을 마무리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위기에 처한 (정신장애인) 당사자가 병원에 갈 마음이 없다면 병원이 아닌 위기지원체계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더 이상 정신장애인이 감금이라는 비인권적인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되며, 지역사회에서 자기결정권을 보장받으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감금의 대상화로 낙인되었던 정신장애인이 처한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부터 대안까지 모색한 이 책을 시발점으로 하여 더 이상 정신장애인과 감금이라는 단어가 연관되지 않는 대한민국이 되길 기대한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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