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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회의원 ‘장애 비하 발언’ 청구소송에 각하·기각 판결

“외눈박이”, “꿀 먹은 벙어리”, 법정에 선 국회의원들의 말. 말.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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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의원 장애인 비하 발언 청구소송' 판결선고기일 법원에 참석한 원고(주성희, 조태흥) 사진.
 
 
오늘(15일) 서울남부지방법원에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국회의원을 상대로 제기한 국회의원 ‘장애 비하 발언 청구소송’에 대한 판결선고가 내려졌다.
 
원고 측은 장애인의 날인 지난해 4월 20일, 박병석 국회의장, 국민의힘 곽상도·허은아·김은혜·조태용·윤희숙 의원,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을 상대로 ‘장애인 비하 발언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1년이 걸린 소송은 1분 만에 끝났다. 법원은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한 청구에 대해서는 ‘각하’를, 손해배상청구에 대해서는 ‘기각’ 판결을 내렸다.
 
법원은 국회의원들의 발언이 장애인 당사자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라고 인정하면서도, 각 표현이 원고들을 포함한 장애인을 상대방으로 한 표현으로 보기는 어렵고 연결될 가능성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모욕죄가 성립된다면, 모욕죄 및 모욕으로 인한 불법행위의 성립 범위를 지나치게 확대할 우려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원고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국회의원을 징계하고, 국회 규칙에 장애인 비하 발언 금지 규정을 신설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법원은 국회의장의 권한 밖의 일이라며 이를 각하했다. 법원은 피고들과 박병석 국회의장 사이에 구체적 권리 또는 법률관계에 관한 분쟁이 존재한다고 볼 수 없고, 원고들이 박병석에 대하여 적극적으로 조치를 요구하는 사항이 다른 피고들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시정하는 조치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원고 주성희는 “지금도 정치권을 중심으로 장애인 비하 논란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며 “사회적 지위가 가진 말에는 힘이 있다. 이번 소송을 통해 법원이, 대한민국이 존중받지 못하고 있는 장애인의 권리를 나서서 지켜주길 바랐지만, 판결의 결과를 보니 앞으로의 나의 인권은 누가 지켜줄 수 있을지 막막함을 느낀다”라고 입장을 밝혔다.
 
이어 원고 조태흥은 “법원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했지만, 국민의 상식선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결이 나왔다"며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의 인권을 이야기하고, 장애인의 미래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장애 당사자로서 서글픈 마음이 든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 '국회의원 장애인 비하 발언 청구소송' 판결선고가 열린 서울남부지방법원.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비하,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9년 11월, 국회의장에게 국회의원들이 장애인 비하 및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를 촉구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또한, 2021년 5월에는 국민의힘 당내 국회의원을 대상으로 장애인 인권교육 시행을 권고했음에도 제20대, 제21대 국회 모두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2020년 6월 8일 ‘미래통합당 위안부 할머니 피해자 피해 진상규명’에 대한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하며, 문재인 대통령을 비난하려는 의도로 “언제까지 ‘내 편’만 챙기고 ‘내 편’만 바라보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될 것입니까?”라고 언급한 바 있다.
 
같은 당 허은아 의원은 ‘집단적 조현병 의심’, 조태용·윤희숙 의원은 ‘정신 분열적’, 김은혜 의원은 ‘꿀 먹은 벙어리’라는 비하적 표현을 서슴없이 기자회견장이나 페이스북, 논평 등 공식적인 자리에서 사용해 왔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은 2020년 7월 28일 열린 국회 상임위원회 토의에서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라는 비하적 표현을 사용한 바 있다.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 발언을 한 상황과 수단은 모두 달랐지만, 개인의 장애에 대해 부정적인 의미를 담아 상대방을 공격하고 깎아내리는 수단으로 사용했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다.
 
국회의원들의 말과 행동은 언론을 통해 그대로 노출되며, 일반 대중에게 상당한 영향력과 파급력을 지닌다. 더욱이 국회의원은 사회적 소외계층이 처한 문제를 선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지위에 있는 사람이다. 장애인, 비장애인을 구분하지 않는 ‘국민의 대표’로서 언행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 그런데도 국회의원들의 경솔한 발언이 해를 거듭할수록 쏟아지고 있는 이유는 왜일까?
 
윤석열 당선인은 대선후보 시절 서울 종로구 플랫폼74에서 진행된 청년문화예술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장애인 단체의 교통약자 이동편의 증진법 개정에 대한 요청에 대해 “제가 원내대표에게 말씀드려서 여야가 초당적으로 ‘정상인’과 똑같이 차별받지 않고 역량을 다 발휘할 수 있게끔 하겠다”라고 장애인 당사자에게 이러한 답변을 내놓은 바 있다. 
 
 
▲ '국회의원 장애인 비하 발언 청구소송' 판결선고 취재 인파에 둘러쌓인 원고(주성희, 조태흥) 사진.
 
 
 
일각에선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말실수를 넘어 자신들의 발언에 아무런 문제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인격적 결함이 있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도 지난해 국회의사당 앞에서 열린 차별구제 청구소송 기자회견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연구소가 언론을 통해 공개한 국회의원 답변서에 따르면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한쪽 눈만 가지고 태어난 사람을 본 적이 없어서 (외눈박이를) 만화나 동화 속의 가상 개체로 생각했다”라고 견해를 밝혔다. 조태용, 윤희숙 의원 역시 답변서를 통해 ‘정신 분열’이라는 표현은 ‘증’이나, ‘병’등의 장애를 내포하는 말과 다르다며, 시대와 공간에 구애받지 않는 일반화된 용어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이에 대해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이는 명백히 장애인을 비하하고 차별하는 발언으로, 일반 대중에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야기하고 장애에 대한 고정 관념을 심어주는 발언”이라며 입장을 밝힌 바 있다. 
 
 
 ▲ '국회의원 장애인 비하 발언 청구소송' 소송대리인 최갑인 변호사 발언 모습.
 
 
소송 과정에서도 이러한 태도는 여전했다
한 국회의원은 “장애인 비하가 아닌 표현의 자유다”라며 국회의원 면책특권까지 언급하며 자신의 부적절한 언행을 인정하지않았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국회의원들도 장애인 비하 발언을 광범위하게 사용하고 있다’라는 취지의 말까지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송 대리인 최갑인 변호사는 “독립된 헌법 기관으로서 국회의원에게 부여된 강력한 권한 만큼 공익적 의무와 윤리준수 의무가 부여되어야 한다”라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장애인복지법, 국회법에 위반되는 장애인 비하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국회의원의 의무를 외면하는 것이며, 오랜 시간 장애인 비하 발언을 바로 잡기 위해 노력했던 장애인 당사자에게 좌절감을 주는 것임을 기억해야 한다”라고 판결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소송에 참여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는 국회의원의 장애인 비하 표현 사용에 대한 유의미한 대책을 국회에 촉구하며, 항소 여부를 담은 기자회견을 오는 4월 20일 국회 앞에서 진행할 예정이다.
 
작성자이은지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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