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오스크 장애인 편의기준 완화 시행령 의결
소상공인 예외 규정 도입…장애계 우려 제기
본문
발달장애가 있는 정 모씨가 무인으로 운영되는 라면판매점에서 키오스크를 사용하고 있는 모습 ⓒ함께걸음
보건복지부가 무인정보단말기(키오스크)의 장애인 접근권 보장 방식을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하 장애인차별금지법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을 11월 1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 즉시 시행되며, 공공 및 민간 모든 무인정보단말기 설치 현장은 2026년 1월 28일까지 장애인을 위한 편의제공 조치를 완료해야 한다.
장애계는 올해 9월, 본 시행령 일부개정령안의 입법예고 당시부터 ‘장애인 권리가 후퇴된 퇴행적 법안’이라며 성명 발표 등 반대의견서를 제출하고, 더불어민주당 서미화 국회의원의 국정감사 지적이 이어졌지만 변화는 없었다.
기존 시행령,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등 6가지 편의지원’ 모두 요구
장애인차별금지법은 이미 공공·민간 시설에 설치된 키오스크를 포함한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해 장애인 접근성을 확보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무인정보단말기는 터치스크린 등 전자적 방식으로 정보를 화면에 표시하고 주문·결제를 처리하는 기기를 의미한다.
그간 시행령과 관련 고시에 따라, 설치·운영 주체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무인정보단말기 접근성 검증기준을 충족하는 기기 사용뿐 아니라 △휠체어 사용자를 위한 전면 공간 확보, △시각·청각장애인을 위한 보완·대체 수단 제공 등 여섯 가지 편의 제공 방식을 동시에 충족하는 것이 원칙으로 요구돼 왔다.
한편, 현장에서는 지능정보화기본법상 접근성 기준과 장애인차별금지법상 정당한 편의 의무가 서로 중복되거나 유사해, 법 해석과 이행 부담을 둘러싼 혼선이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시행령 개정안 이후 인증 받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음성안내장치로 기준 단순화
소상공인·소규모 매장·테이블오더 기기 ‘예외 규정’ 신설
개정 시행령은 우선 일반적인 설치 현장에서 요구되는 편의 제공 방식을 단순화했다. 앞으로 공공기관과 민간 사업장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검증기준을 준수한 무인정보단말기(접근성 인증을 받은 배리어프리 키오스크)를 설치하고, 무인정보단말기의 위치를 음성으로 안내하는 음성안내장치를 함께 갖추면, 법이 정한 정당한 편의 제공 의무를 이행한 것으로 인정된다.
논란의 핵심은 예외 조항이다. 개정 시행령은 다음 세 유형의 설치 현장에 대해 다른 방식의 편의 제공을 허용했다. ▲소규모 근린생활시설(바닥면적 50㎡(약 15평) 미만 매장), ▲소상공인(「소상공인기본법」 제2조 제1항에 따른 사업자), ▲테이블오더형 소형제품(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고시가 정한 소형 무인정보단말기)
이들 사업장은 접근성이 검증된 배리어프리 키오스크 설치 대신, ▲일반 키오스크와 호환되는 보조기기 또는 소프트웨어를 설치(헤드셋 연결, 탈부착 점자 키패드, 스크린리더, QR코드 등), ▲보조인력 배치, ▲호출벨 설치 중 한 가지 방식만 이행하면 정당한 편의 제공으로 인정된다.
정부 “현실 반영·선호도 고려한 합리적 조정” vs 장애계 “접근 가능한 설비 원칙 약화” 공방
정부는 이번 개정의 배경으로 ▲지능정보화기본법 및 정보접근성 고시 등 기존 제도와의 중복 규정 정비, ▲임대매장 구조, 설치 비용 등 소상공인의 현실적 제약 고려, ▲2024년 장애인차별금지법 이행 실태조사를 통해 확인된 이용자 선호도를 들고 있다.
반면 장애인 단체들은 “정당한 편의 제공의 원칙은 ‘당사자가 스스로 이용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설비’ 제공에 있으며, 인적 지원은 예외적으로만 허용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규모 매장과 소상공인 사업장에까지 예외 범위를 넓히고, 호출벨·보조 인력 방식도 편의 제공과 동등하게 인정하면, “결국 상당수 매장에서 장애인이 직접 조작할 수 있는 키오스크 대신 직원 호출에 의존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일부 단체들은 이번 개정안을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첫 “장애인 권리 후퇴” 사례로 규정하며,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과 위헌 확인 소송 등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보건복지부는 개정 시행령과 함께 「접근가능한 무인정보단말기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현장에 보급하고 홍보 등을 통해 ‘모든 사람을 위한 장벽 없는 무인정보단말기’에 대한 인식을 확산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관계부처와 협력해 배리어프리 무인정보단말기 보급을 확대하고, 이행실태 모니터링과 장애계 의견수렴을 지속하겠다는 방침이다.
한편, 예외 규정이 적용되는 소상공인·소규모 사업장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재정·기술 지원을 제공할 것인지, 호출벨·보조 인력 중심의 지원 방식이 실제 이용 과정에서 어떤 결과를 낳는지 등에 대한 후속 논의와 평가는 불가피해 보인다.
장애인 정보접근권을 확대한다는 입법 취지와, 영세 사업장의 현실을 반영해야 한다는 행정적 고려 사이에서, 이번 시행령 개정이 현장에서 어떤 균형점을 형성하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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