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 당사자연구》 출간 > 국내소식


《발달장애 당사자연구》 출간

발달장애 당사자가 기록한 ‘자기 삶의 연구’

본문

 
발달장애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연구의 주체로 기록한 책 《발달장애 당사자연구–자폐인이 몸, 그리고 세계와 관계 맺는 방식》(아야야 사츠키·구마가야 신이치로 지음, 유기훈·안병은·봉성균 옮김)이 출간됐다. 이 책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비롯한 발달장애 경험을 개인의 진단이나 증상 중심으로 설명하기보다, 당사자가 살아온 구체적인 체험과 그에 대한 분석 과정을 중심으로 서술한다.
 
저자 아야야 사츠키는 감각 민감성, 난독, 발성의 어려움 등 다양한 발달장애 경험을 지닌 당사자로 아스퍼거 증후군 진단을 받은 그는 자신의 몸과 감각, 타인과의 관계를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기록해 왔다.
 
책에는 배고픔과 피로, 불안과 긴장과 같은 감각이 분리되지 않은 채 동시에 밀려오는 경험, 주변 환경과의 관계 속에서 반복적으로 겪는 혼란 등이 일상의 사례로 제시된다. 저자는 이러한 경험을 단순한 개인적 어려움으로 처리하지 않고, 이해 가능한 언어로 정리하기 위한 시도를 이어간다.
 
《발달장애 당사자연구》는 2000년대 초 일본 홋카이도에서 시작된 ‘당사자연구’ 실천을 이론적·실천적 배경으로 삼고 있다. 당사자연구는 장애와 질병을 전문가가 분석하는 기존 연구 방식과 달리, 당사자가 자신의 경험을 관찰하고 해석하며 연구의 주체로 참여하는 접근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의 경험은 연구를 위한 자료가 아니라, 연구 그 자체로 다뤄진다.
 
책에서 저자는 외부에서 부여된 진단명 대신 ‘자기병명(自己病名)’이라는 개념을 활용한다. 자폐스펙트럼장애나 사회불안장애와 같은 진단명이 제3자의 관점에서 경험을 설명하는 언어라면, 자기병명은 당사자가 자신의 몸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사건을 이해하고 구분하기 위해 스스로 붙인 이름이다.
 
저자는 ‘감각 과민성’이라는 포괄적인 표현 대신 ‘시각 포화’, ‘행동의 스타트 버튼’, ‘꿈 침입’ 등 자신의 체험을 보다 세밀하게 드러내는 표현을 사용한다. 이러한 명명은 감각의 혼선을 정리하고,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생활상의 조정 방법을 고민하는 데 활용된다.
 
이 책은 개인의 기록에 머물지 않고, 공동 연구의 과정을 함께 담고 있다. 공동 저자인 구마가야 신이치로는 뇌성마비 당사자이자 소아과 의사이자 연구자로, 일본에서 당사자연구 실천을 이론적으로 정리해 온 인물이다. 두 저자는 서로 다른 장애 경험을 바탕으로 공동의 당사자연구를 진행하며, 각자의 체험을 비교·분석하는 과정을 통해 공통의 언어를 만들어 간다.
 
책의 후반부에는 자폐, 뇌성마비, 난독, 감각 민감성 등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닌 당사자들이 경험을 공유하는 장면들이 소개된다. 이 과정에서 저자들은 개인의 생활 방식에서 출발한 작은 규칙과 조정 방법이, 다른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기 위한 사회적 실천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공동의 당사자연구를 통해 정리된 경험과 언어는 개인의 대응 전략을 넘어, 관계 맺음의 방식으로 이어진다.
 
추천사에서도 이러한 점이 언급된다. 신경다양성 지지모임 ‘세바다’의 조미정 대표는 “자폐 당사자의 내면을 채우는 다양한 감각들이 어떻게 충돌하는지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기록”이라고 평가했다. 고병권 노들장애학궁리소 연구원은 “이 책은 자폐인이 사물과 사람, 세상을 어떻게 체험하는지를 알게 해주며, 독자 자신의 경험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전했다. 청주정신건강센터 김대환 관장은 “당사자가 동료들과 함께 자신을 탐구하고 해석해 나가는 당사자연구의 과정을 잘 보여준다”고 밝혔다.
 
《발달장애 당사자연구》는 발달장애를 연구와 설명의 대상으로만 다뤄온 기존 접근과 달리, 당사자의 언어와 경험을 중심에 두고 서술한 기록이다. 당사자가 자신의 삶을 연구하고 말하는 방식이 어떤 과정을 거쳐 형성되는지를 구체적인 사례를 통해 제시하며, 발달장애와 신경다양성에 대한 이해를 넓히는 자료로 활용될 수 있다.
 
작성자김영연 기자  cowalk1004@daum.net

Copyright by 함께걸음(http://news.cowalk.or.kr)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함께걸음 페이스북 바로가기
함께걸음 인스타그램 바로가기

제호 : 디지털 함께걸음
주소 : 우)07236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의사당대로22, 이룸센터 3층 303호
대표전화 : (02) 2675-5364  /  Fax : (02) 2675-8675
등록번호 : 서울아00388  /  등록(발행)일 : 2007년 6월 26일
발행 : (사)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  발행인 : 김성재 
편집인 : 이미정  /  청소년보호책임자 : 김치훈
별도의 표시가 없는 한 '함께걸음'이 생산한 저작물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저작자표시-비영리-변경금지 4.0 국제 라이선스에 따라 이용할 수 있습니다 by
Copyright © 2021 함께걸음. All rights reserved. Supported by 푸른아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