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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장애인에게 권리가 있으면 장애인에게도 있어야 한다

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

본문

 
지난 4월 27일(수)), “장애인의 동등한 시외이동권 보장을 위한 토론회”가 열렸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본 토론회는 사단법인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이사장 김성재, 아래 연구소)가 개최했으며, 정의당 심상정의원, 더불어민주당 최혜영의원, 국민의힘 김예지의원, 정의당 장혜영의원,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장애인법연구회, 전국장애인이동권연대가 공동주최했다.
 
연구소는 시외버스에 휠체어 승강장비가 설치된 버스나 저상버스가 도입되지 않아 교통약자들의 시외 이동권이 막대하게 침해받고 있는 점에 대해 2014년 대한민국과 서울특별시, 경기도 및 버스회사 2곳을 상대로 장애인차별구제청구소송을 제기하였으며, 2022년 2월 17일 8년 만에 대법원 판결이 선고되었다.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윤정노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는 이번 소송의 경과를 보고하면서 “2008년에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되었는데, 이동권에 관한 것과 같은 기본적인 체계는 있었더라도 (이동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는)상황이 달라진 건 없었다”라며 “이렇게 수년간 달라지지 않는 상황을 어떻게든 바꿔보면 좋겠다는 생각에 2014년 소송을 제기했던 건데, 결론적으로 좋은 결과를 얻지는 못했다. 그래도 오랫동안 이 소송을 진행해오면서 교통약자의 이동권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이뤄진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모두는 교통약자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어린 시절(어린이)에 모두 교통약자였고, 또 앞으로 노인이 되면 다시 교통약자가 되니까 이 소송은 ‘우리 모두의 소송’이라는 의미로 지금까지 해왔다”라고 소송의 의미를 강조했다. 
 
「교통약자의 이동편의 증진법」 제3조는 이동권을 ‘교통약자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보장받기 위하여 교통약자가 아닌 사람들이 이용하는 모든 교통수단, 여객시설 및 도로를 차별 없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용하여 이동할 수 있는 권리’로 정의하면서, 제4조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에 교통약자가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교통수단과 여객시설의 이용편의 및 보행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고 시행하여야 한다‘는 의무규정을 명백하게 두고 있다.
 
이와 같이 법률에서는 명확히 국가의 책임을 규율하고 있지만 법원이 명문의 규정의 효력을 인정하지 않고 국가의 책임을 부정한 것은 불합리한 판결이다. 또 장애인의 평등권을 실현하기 위한 장애차별구제소송을 개인적 차원의 소송으로 치부하면서 원고인 교통약자들이 이용할 개연성이 있는 노선에서만 휠체어 탑승이 가능한 버스를 도입하도록 한 것은 장애인차별금지법의 취지를 무색케 하는 판결이다.
 
 
두 번째 발제자로 나선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는 “이 소송에서 다룬 사건들은 비장애인들이 누리는 시민권의 문제는 장애인들에게는 확보되지 않은 것이다”라고 강조하며 “대법원은 장애인을 천민으로 여기며 비장애인 중심의 사회를 정당화시켜버리고 장애인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 사건이라고 평가하고 싶다”라고 규탄했다. 
 
포괄적으로 본다면 대한민국 헌법에서조차도 인간의 존엄과 가치, 행복추구권, 평등권을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럼에도 휠체어를 이용하는 장애인과 같은 교통약자가 시외로 이동할 수 있는 버스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는 것은 장애인복지국가라고 자부하는 대한민국의 수치나 다름없다. 박 대표의 언급처럼 비장애인들이 가지고 있는 시민권을 장애인들도 당연히 가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홍성민 한국교통안전공단 연구원은 토론에서 “고속버스나 시외버스에 왜 휠체어가 도입되지 않느냐 이야기가 집중되고 있는데, 도입이 돼도 안 타는 사례가 많다”라고 하며 “일반 시내버스가 저상버스로 되어 있어도 휠체어가 타는 모습을 많이 보지 못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정류장의 구조, 보도의 구조로 인해 휠체어가 접근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그래서 실제 차량만 개조해서 다 탈 수 있는 상황이 아닌 것”이라고 차량뿐만 아니라 정류장과 보도 등의 환경도 함께 고려해야 함을 강조했다. 
 
토론회의 좌장을 맡은 임성택 변호사(법무법인 지평)는 하나의 일화를 소개했다. 휠체어를 타는 친구가 이동을 위해 버스를 탈지, 전철을 탈지 고민하다가 30분 더 빠르게 갈 수 있는 버스틑 탔다고 한다. 그 버스는 휠체어 이용자를 위한 공간이 마련된 최신형 모델 버스인데, 휠체어 이용자가 버스를 타면 리프트를 내리고 버스 내에서 휠체어를 고정시키고 리프트를 닫는 등의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일정 시간이 소요된다.
 
임 변호사는 “버스에 있던 한 아주머니가 친구에게 벌컥 화를 냈다고 한다. 휠체어 때문에 다들 기다려야 하게 됐다고. 친구는 얼굴이 붉어지고 후회했다고 한다. 30분 더 걸리더라도 그냥 지하철을 탈걸 하고…. 하지만 그때 한 대학생이 ‘아주머니 무슨 소리세요, 우린 다 기다릴 수 있어요’라고 했고, 또 다른 시민도 ‘바쁘시면 아주머니가 택시 타세요’라고 했다. 저는 한국사회가 시민의식이 낮은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일화를 소개한 임 변호사는 “결국 교통당국의 사업자들이 교통약자들의 접근성을 보장하기 시작한다면 당연히 시민들도 거기에 호응할 거라고 생각한다. 긴 시간 이어져 왔던 소송과 이번 토론회를 통해 교통약자의 시외이동권에 대해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라고 당부했다.  
작성자박관찬 기자  p306kc@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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